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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NPR의 정정보도 사례
670 | 등록일 : 2026-09-23
정확성은 언론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오보는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언론사에는 신뢰의 훼손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러나 언론의 신뢰는 오보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오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과정에서 다시 세워지기도 한다. 정정보도를 통해 언론 신뢰를 회복한 미국 NPR의 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뉴스를 읽는다는 것은 단지 기사 한 편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다. 언론이 전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무엇을 믿으며 어떻게 행동할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보는 언론과 수용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기다. 평소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인식의 흐름을 끊고, 언론과 독자를 연결하던 신뢰의 끈을 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믿었던 매체를 오늘은 의심하게 하고, 한 번의 오류가 다른 보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게 한다.

위기의 의미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담겨 있다. 위기는 기존의 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위험하지만,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판단과 관행을 돌아보고 새로운 원칙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 모든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위기를 맞은 뒤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언론의 오보 역시 마찬가지다. 오보는 신뢰를 훼손하는 위험이지만, 언론이 잘못의 원인을 성찰하고 보도 관행을 바꾼다면 새로운 신뢰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발생한 위험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험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오보로 인해 끊어진 신뢰의 끈을 다시 연결하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신속하게 인정하고,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충분히 설명하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밝혀야 한다. 잘못을 감추거나 축소하면 신뢰의 단절은 더욱 깊어지지만, 진심을 다해 설명하고 바로잡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위기는 더 나은 언론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언론이 오보를 다룰 때 필요한 질문은 단지 ‘얼마나 빨리 기사를 고칠 것인가’가 아니다. ‘무너진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고, 이번 위기를 어떤 변화의 기회로 만들 것인가’까지 물어야 한다. 이것이 오보를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틀린 것 바로잡으려면 왜 틀렸는지 살펴야

정정보도 제도는 오보 피해를 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안내하듯 피해자는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추후 보도,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구제의 문턱을 넘었다고 해서 저널리즘의 책임까지 모두 이행한 것은 아니다.

국내 5개 종합일간지의 2000~2009년 정정보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오보의 발생 원인과 정정보도 게재 사유, 사과를 밝힌 비율은 각각 10%에도 미치지 못했다.1) 이름, 숫자, 장소 같은 단순 오류는 비교적 잘 고쳤지만, 왜 틀렸는지를 밝히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A라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B이므로 바로잡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오류를 밝힐 수 있지만, 독자는 그러한 오류가 발생한 과정을 알고 싶어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의 ‘전원 구조’ 오보를 떠올려보자. 그날의 잘못은 단어 몇 개를 교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최초 정보는 어디에서 왔는가, 기자는 독립적으로 확인했는가, 데스크는 무엇을 점검했는가, 왜 여러 언론이 같은 오류를 되풀이했는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오판인지, 출입처 의존에 따른 오류인지, 속보 경쟁의 결과인지, 편집 시스템의 실패인지 알 수 있다. 과정이 설명되지 않으면 원인은 남고, 남은 원인은 다음 오보의 씨앗이 된다.

조용한 수정은 정정이 아니다

디지털 뉴스에서는 기사의 문장을 바꾸는 일이 어렵지 않다. 최초의 기사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조용히 수정하는 것은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임있는 소통은 아니다. 의미 있는 오류라면 원래 무엇이라고 보도했는지, 언제 무엇을 고쳤는지, 왜 수정했는지를 기사에 기록해야 한다.

정정의 가시성과 방법도 오보의 확산 범위에 맞아야 한다. 잘못된 기사는 포털과 SNS, 유튜브 알림을 타고 수백만 명에게 갔는데 정정문은 언론사 홈페이지 한구석에만 남는다면, 사실상 정보 환경의 오류는 교정되지 않는다. 오보를 제목과 속보 알림으로 전했다면 정정도 제목과 알림으로 알려야 한다. 포털에 송고했다면 수정 이력도 함께 보내고, 영상과 오디오로 퍼졌다면 그 기록에도 정정을 남겨야 한다. ‘원 보도에 준하는 가시성’은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를 줄이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오보 이유 직접 밝힌 NPR, 숨는 것만이 답 아냐

2026년 6월 30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National Public Radio)은 새뮤얼 알리토(Samuel Alito) 연방대법관이 은퇴한다고 보도했다가 곧 철회했다. 베테랑 법조 기자 니나 토텐버그(Nina Totenberg)는 대법정에서 나온 뒤 사람들이 평소와 달리 남아 있는 이유를 물었고, “은퇴 발표(retirement announcements)”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는 법원 직원들의 퇴직을 알리는 복수의 의미를 가지는 발표였지만, 토텐버그 기자는 알리토 대법관 개인에 대한 은퇴 발표로 잘못 받아들였다. NPR은 실제 발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미리 준비해 둔 기사를 내보냈다.

결과만 보면 큰 오보다. 그러나 이후의 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NPR은 기사를 철회하고 방송으로 정정했으며, 토텐버그는 직접 방송에 나와 자신이 무엇을 듣고 어떻게 오판했는지 설명하고 사과했다. 편집 책임자는 검증 과정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살피겠다고 밝혔고, 공공편집자 켈리 맥브라이드(Kelly McBride)는 같은 날 오보가 만들어지고 통과된 과정을 별도의 글로 공개했다. AP와 워싱턴포스트도 이 경위를 상세히 전했다.

중요한 점은 NPR이 실수 뒤에 숨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 개인의 판단만 탓하지 않고, 미리 작성된 기사가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쳐 공개됐는지까지 뉴스룸의 책임으로 돌려놓았다. NPR은 평소에도 중요한 오류를 웹 기사뿐 아니라 오디오 아카이브와 방송 원고, 웹사이트에 반영한다는 정정 방침을 공개하고 있다. 정정은 틀린 문장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가 지나간 모든 길을 되짚는 일이라는 뜻이다.

좋은 사과는 무엇을 포함해야 하는가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사과가 단순한 유감 표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잘못을 신속하게 인정하고,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충분히 설명하며,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후회와 사과의 뜻을 진심으로 밝혀야 한다. 여기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수정 행동과 회복을 위한 보상까지 뒤따라야 비로소 책임 있는 사과가 된다. 사과는 듣기 좋은 말을 건네는 행위가 아니라, 잘못으로 끊어진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과의 요건을 오보에 적용하면 언론이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진다. 먼저 무엇이 사실과 달랐는지를 숨김없이 밝히고, 문제가 확인되는 즉시 기사와 제목을 바로잡아야 한다. 기사에 적힌 문장만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잘못된 정보가 어떤 취재원을 통해 들어왔는지, 당사자 확인과 교차검증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기자와 데스크의 판단 과정에서 어느 단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까지 독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오보가 발생한 경위를 밝히는 것은 언론사의 내부 사정을 변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임의 표현이다.

후회의 표명과 사과 역시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혼란을 드려 유감’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을 잘못했고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를 흐릴 수 있다. 잘못된 보도로 명예와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그 보도를 믿었던 독자와 시청자에게도 정확한 판단을 방해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오보가 포털과 SNS,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확산됐다면 정정과 사과도 원래 보도에 준하는 가시성을 갖춰야 한다. 필요한 경우 반론권과 후속 보도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에 합당한 구제와 보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사과는 조직 차원의 수정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 교차검증과 당사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속보를 내보내는 승인 과정과 데스킹 체계를 점검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 결과까지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오보를 바로잡는 일은 잘못된 문장 하나를 고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언론이 앞으로 어떤 원칙으로 존재할 것인지를 밝힘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한 번의 실수로 신뢰 무너지진 않아, 중요한 것은 오보 정정 과정

언론의 오보 대응을 다시 정리하면 세 단계로 설계할 수 있다. 첫째, 기사 수정과 함께 정정의 가시성을 확보한다. 둘째, 오류가 생긴 경위와 그로 인한 피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잘못을 인정한다. 셋째, 진심 어린 사과를 조직 차원의 수정 행동으로 증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언론은 “틀렸습니다”에서 멈추지 않고 “왜 틀렸으며, 그래서 무엇을 바꾸겠습니다”까지 말해야 한다.

오보를 전혀 내지 않는 언론은 현실에 존재하기 어렵다. 취재원도 틀리고 기자도 오판하며, 새로운 사실이 등장해 어제의 보도를 뒤집기도 한다. 그렇다면 언론의 신뢰를 “한 번도 틀리지 않았는가”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틀린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있다.

언론사는 잘못을 크게 인정하면 권위가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기사를 조용히 바꾸고 작은 정정문으로 문제를 덮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는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시민과 전문가, 팩트체커가 보도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수정 흔적까지 공유하는 시대다. 실수보다 은폐가 더 오래 기억되고, 오류보다 오만이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신뢰는 완벽해서 생기지 않는다. 잘못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을 때 생긴다. 이제 언론의 권위는 “우리는 틀리지 않는다”라는 선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틀렸는지까지 공개하고 고칠 수 있다”라는 용기에서 나와야 한다. 오보 뒤에 남겨야 할 것은 변명이 아니라 설명이고, 침묵이 아니라 사과이며, 삭제된 문장이 아니라 달라진 뉴스룸이다. 그때 저널리즘과 독자를 잇던 신뢰의 끈은 비로소 다시 이어질 수 있다.






1) 윤지희·이건호(2011), <한국 5개 종합일간지 오보 정정의 특성에 대한 고찰>, 한국언론학보, 55(4), 27-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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