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북 리뷰: 《해빗》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0-04-01

 



해빗표지 연합뉴스, 뉴스1

 

 

해빗(Habit)은 미국 심리학자 웬디 우드(Wendy wood)의 저서다. 원제는 좋은 습관, 나쁜 습관(Good Habits, Bad Habits)이다.

자기 계발서는 몇 년마다 테마를 바꾸며 유행한다. 그중에서 가장 꾸준한 테마는 역시 독서 학습론과 자기 관리법이다. 최근에 가장 뜨거운 자기 계발 테마는 습관이다. 습관은 사실 오래된 테마지만,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 등 과학적 연구 성과를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습관을 대중적인 테마로 유행시킨 선구자는 뉴욕타임스 기자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 두히그는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2012년에 출간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18년 스포츠 선수 출신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가 쓴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이라는 책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두히그는 저널리스트답게 습관에 관련된 논문을 폭넓게 인용하면서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스타벅스 회장, 폴 오닐(Paul O'Neill) 알코아 회장 등 여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습관이라는 테마를 폭넓게 다뤘다. 특히 미군, 미국의 대형 할인마트 타깃(Target)’, 스타벅스, 음반사 등 여러 조직이 습관 이론을 인력 관리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비중 있게 다뤘다.

클리어는 한때 미래가 유망한 야구 선수였다. 그는 부상으로 좌절에 빠졌고 스스로 습관을 바꿔 삶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클리어의 책은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실행해야 할 노하우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클리어는 아침 습관 쌓기에 대해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나서 1분 동안 명상을 할 것이다. 1분 동안 명상을 하고 나서 오늘 할 일 목록을 작성할 것이다. 오늘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나서 즉시 첫 번째 일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한다.

 

습관은 의지가 아니라 과학이다

 

우드는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재직하면서 30여 년 동안 습관을 연구해온 심리학자다. 따라서 우드의 해빗은 두히그와 클리어의 책에 비해 이론적 기반이 탄탄하며, 책에 소개한 사례도 대부분 자신이 동료와 함께 직접 수행한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 도파민 이론 등 뇌과학 연구 결과물 중 습관과 관련된 부분을 곁들였다.

우드는 먼저 의지에 따라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단호하게 배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만이다. 사람들에게 비만에 이르지 않도록 살을 빼는 데 가장 큰 장벽이 뭐냐고 물으면 대개 의지력을 언급한다. 하지만 우드는 습관을 바꾸는 데 의지는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우드는 비만 인구 중 4분의 3 이상이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해 비만이라는 형벌에 짓눌려 산다고 믿는다. 입술을 꽉 깨문 채 견디고, 버티고, 맞서고, 부딪치고, 이겨내지 못해 삶이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자책한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과학이 축적한 습관의 힘을 삶에 적용하는 전략을 무시한 채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드는 나쁜 습관을 바꾸는 습관 재설계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상황을 재배열하고(1단계) 마찰력을 활용하고(2단계) 자신만의 신호를 포착하고(3단계) 보상을 행동에 내재화하고(4단계) 이 모든 것을 반복하는(5단계) 것이 최근 연구가 밝혀낸 가장 과학적이고 확실한 습관 설계 법칙이다.”

 

먹기 싫은 사과를 건강을 위해 매일 한 개를 먹으려고 식탁에 과일 바구니를 배치하는 것은 상황을 재배열하는 것이다. 마찰력이란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불편한 장치나 과정을 끼우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는 습관을 고치고자 한다면, 지퍼가 달린 주머니에 넣어 꺼내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만든다.

자신만의 신호를 포착하는 것은 해결하고 싶거나 성취하고 싶은 욕구를 자각하는 것이다. 신호는 운동화, TV 광고 등 시각적인 자극부터 특정한 장소와 시각, 감정이나 생각, 특정한 사람들의 모임까지 다양하다. 잠들기 전, 침대 옆에 챙긴 운동화는 다음날 달리기 욕구를 일으키기 위한 신호다.

신호에 따라 자동으로 행동했을 때에는 보상을 즉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상은 물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음식, 약물, 칭찬, 자기만족, 자부심 등 감정적 대가까지 상당히 폭넓다. 신호만 보면 자동으로 반복하고, 그 자동 반복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 신호를 보고 보상을 머리에서 떠올리는 것은 열망이다.

우드는 습관 설계 이론을 자신에게 적용해, 일과 삶을 균형 있게 영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학문 연구를 왕성하게 하면서 미술, 와인, 요리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으며 매일 새벽 달리기와 요가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한다.

우드의 제자인 이채호 동국대 교수는 해빗추천사에서, “웬디 우드는 늘 우아하고 기품이 있었다.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이 경이로운 생산성과 여유로움의 비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습관 과학'이다 우드는 수십 년의 연구 성과를 스스로의 삶에서 실현했다"라고 썼다.

 

종이신문보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이유

 

습관은 뉴스미디어 업계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테마다. 디지털 시대 이전, 아침에 신문을 보는 행위와 저녁 9시 뉴스를 보는 행위는 뿌리 깊은 사회적 습관이었으며, 동시에 전통 미디어를 성장시킨 수익 모델의 핵심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전통 매체를 구독하는 습관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디지털 스크린 보기가 차지했다. 디지털 스크린 중에서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가장 강력한 유혹 신호다.

우드는 미국인은 하루에 80억 번 스마트폰을 확인하는데, 1인당 평균 46회꼴이다라면서 스마트폰 사용은 매우 습관적인 행동이다. 하루의 모든 일과에 달라붙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길에, 밥 먹기 전에, 밥 먹은 뒤에, 일하는 중에, 퇴근하는 길에, 자기 직전에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드는 스마트폰 스크린에 매달리는 습관을 중독에 가깝다고 본다. 그는 중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째, 반복할수록 더 강해진다. 둘째, 의식적 결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셋째, 뇌의 실행제어 능력이 감소할 때 더욱 번성한다. 넷째,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

스마트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소셜미디어, 메신저(이메일 포함), 포털 뉴스, 게임, 동영상 등이다. 습관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메신저, 포털 뉴스 등 세 개 유형이 스마트폰 중독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엘리베이터, 식당, 자동차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투리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부터 꺼내 소셜미디어, 메신저, 포털 뉴스를 살핀다. 우드는 이처럼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도록 하는 뇌 작동을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 이론으로 분석한다.

보상 예측 오류란 보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쩌다 기대 이상의 보상을 받을 때, 짜릿함을 느끼고 그 짜릿함 때문에 계속 손을 댄다는 것이다. 또 보상 예측 오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의 분비를 설명할 때 이용된다.

오늘날 모든 기업은 보상 예측 오류 이론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트의 ‘1+1’ 마케팅과 도박 산업, 온라인 게임 업체는 보상 예측 오류 이론을 궁극까지 활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메신저, 포털 업체 역시 보상 예측 오류 기법을 이용해 수억 명의 사용자를 온종일 들락날락 거리도록 만드는 데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업체에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광 자체이기 때문이다.

중독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아침에 신문을 구독하는 올드 해빗(Old Habit)’이 스마트폰에 매달리는 뉴 해빗(New Habit)’에 참패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언론도 독자 습관 재설계해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대표 언론사는 지난 10년 동안 디지털 구독 모델을 도입해 새로운 뉴스 이용 습관을 창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두 언론사 모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두 언론사의 구독 모델 실험을 지켜보던 나머지 언론사 중 일부는 재빨리 구독 모델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영미권에서 유수 언론사들은 대부분 디지털 구독 모델을 도입해, 구독자 ID를 확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디지털 구독 모델은 뉴스 이용자가 어떤 욕구를 가졌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신호 포착), 뉴스 이용 시 즉각 보상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고(보상), 자사 뉴스를 매일 반복해서 이용하도록(습관)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독 습관 창출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뉴스레터다. 뉴스레터의 잠재적 독자를 발굴하기 위해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일단 잠재 고객을 발굴하면, 그 고객이 세부적으로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에 욕구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뉴스레터를 보낸다.

구독 모델 개척에서 뉴스레터는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레터가 소셜미디어와 포털 뉴스에 중독된 뉴스 이용자를 끌어오기에는 한계가 있다. 뉴스레터는 도파민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짜릿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독 습관을 창출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론이 없을까?’ 해빗을 읽는 동안 틀림없이 전통 미디어가 디지털 공간에서 회생할 수 있는 과학적 해법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원하는 해법을 찾지 못했지만 해빗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예를 들어 우드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는 습관 재설계 이론을 제시했는데, 언론사는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개별 언론사가 소셜미디어와 포털의 중독 전략과 맞서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스마트폰 중독이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적어도 뉴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일정 정도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도록 해야 언론사의 구독 모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해빗을 읽으면서 전통 언론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뉴스 이용자의 신호, 열망, 보상이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찾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했다.

클로드 홉킨스(Claude Hopkins)1900년대에 활약했던 광고 전문가로서 굿이어 타이어, 퀘이커 시리얼 등 숱한 제품을 히트시킨 사람으로 유명하다. 홉킨스는 1900년대 초 양치질하는 습관이 거의 없는 시절, 펩소던트 치약 마케팅을 의뢰받았다. 그는 치의학 서적을 뒤적이면서 치태'(신호)’하얀 이'(보상)를 뼈대로 광고 문구를 구성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양치질을 한 뒤 얼얼하고 상쾌한 느낌을 열망으로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마침내 매일 양치질을 하면서 홉킨스의 습관 고리를 수용했다.

언론사는 1900년대 초처럼 사람들이 사용법을 모르고,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펩소던트와 같은 뉴스 구독 모델을 손에 쥐고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따라서 홉킨스처럼 관련 데이터를 뒤적이면서 신호, 열망, 보상을 찾아 새로운 습관 고리를 설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우병현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0-04-01
  • 조회수 : 15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