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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는 엘레나 페로티 세계신문협회 미디어 정책 및 홍보 수석 이사의 CEO 초청 강연 행사가 열렸다. 세계 언론 관련 단체와 협력하며 쌓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AI 시대 뉴스 산업의 혁신 방향을 제시한 그의 강연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1월 9일 엘레나 페로티(Elena Perotti) 세계신문협회 미디어 정책 및 홍보 수석이사를 초빙해 ‘AI와 언론사 경영 혁신’을 테마로 조찬 강연회를 열었다. 페로티 이사는 세계신문협회에서 미디어 정책과 홍보를 담당하면서 세계 각국의 언론 관련 단체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일을 맡고 있다.
페로티는 강연에서 생성형 AI의 학습에는 뉴스 콘텐츠가 핵심이므로 꼭 제값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전 세계 언론계는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집단행동하며 함께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페로티 이사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언론사 70%, “생성형 AI는 유용한 도구”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3를 발표한 뒤 순식간에 생성형 AI가 언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1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는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70%는 빠른 시간 안에 생성형 AI가 뉴스룸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20%는 생성형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응답한 언론사는 생성형 AI를 콘텐츠 요약·교열·기초자료 조사·업무 흐름 자동화 등에 활용해 기자들이 더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할애하게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언론계는 생성형 AI에 대해 폭넓은 낙관론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회의론도 존재한다. 언론사들은 오정보·정보의 정확성·데이터 프라이버시·규제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와 가이드라인, 전 세계적인 화두
2023년 5월 샘 올트먼(Samuel H. Altman) 오픈AI CEO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생성형 AI 출시 전 위험성을 걸러내는 사전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더 적극적인 규제에 나섰다. 챗GPT3 출시 이후 2023년 8월 중국은 24개 항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AI를 규제하는 최초의 국가가 됐다. 가이드라인에는 검열에 가까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9월 미국 의회에서 열린 AI 포럼에 참석한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은 규제에는 동의했지만 누가, 어떻게 규제하느냐는 문제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지난 10월 31일 미국 정부의 모든 기관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의 사용과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G7은 일본의 주도로 AI 개발 원칙, 개인정보 보호 등 11개 항목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지난 11월 1일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AI 리스크에 함께 대응하자는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차기 회의는 2024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유럽연합도 리스크를 수용 불가, 고위험, 제한적 또는 최소 등 등급별로 분류하고 저작권법을 지키면서 언어모델을 학습시키는 법안을 마련했다. 또 법을 어길 시 3,000만 유로(약 424억 5,000만 원) 또는 매출액의 6%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기자는 창의적 업무에 몰두
반복적·기계적 업무는 AI가
런던정치경제대 조사에 따르면 언론계에서는 뉴스 수집·제작·배포에 AI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GPT는 금융 콘텐츠에, 런던타임스는 사용자의 행태 분석에, 로이터의 링스 인사이트는 탐사형 저널리즘 맥락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뉴스 수집 과정에서는 데이터 수집·자동 번역·텍스트 추출·요약·데이터 분류 등의 업무 수행에 활용하고 있으며, 뉴스 제작 프로세스에서는 사실 확인·팩트체킹·교정·헤드라인 뽑기·이미지 생성 등에 활용하고 있다. 뉴스 배포 단계에서는 개인화 뉴스 제공·매체별 콘텐츠 최적화·텍스트 오디오 전환·검색 최적화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언론사는 이러한 AI 활용을 통해 기자들이 반복적이거나 기계적인 일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널리즘에는 양날의 검
AI가 언론인의 생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6월 미국 매체인 인사이더의 파업은 뉴스 업계 최장기 파업이었다. 이 파업이 끝나고 나서 노조는 만약 생성형 AI를 뉴스에 활용할 경우 노조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 작가 조합(WGAW)은 146일에 걸친 파업으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과 TV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시위에 등장한 한 피켓에는 “작가들은 연극
독일 언론 빌트(Bild)는 올해 200명을 해고했는데, 마티아스 되프너(Mathias Döpfner) 악셀슈프링어(Axel Springer) CEO는 “AI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곧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주 뉴스코프의 경우 로컬 데이터팀에 속한 4명이 AI의 도움을 받아 매주 3,000개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AI 사용 시 허위 정보·편향적 정보 리스크가 발생하고, 사람이 생성한 것과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구분하기 어렵다. 나아가 언론인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우수한 저널리즘이 더욱 중요해지고 그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스타 저널리스트의 가치도 커질 것이다.
뉴스룸 200개 중 52개만 가이드라인 보유
생성형 AI 활용 관련 윤리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 뉴스룸은 많지 않다. 올 9월 옥스퍼드대 조사 결과 조사 대상 뉴스룸 200개 중 52개만 가이드라인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본적으로 내용이 유사하다. 또 경영진이 정한 언론인의 AI 사용 가이드라인에는 공통적인 사각지대도 있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 위반 시 벌금이나 벌칙 부과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아웃풋에 대한 감독은 있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감독은 제한적이고 외부 협업자들과 관련된 부분이 없으며, 정보 소스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부족하다.
영국 가디언은 3개월 동안 편집·기술·법률 등 뉴스 제작의 여러 부서가 참여한 워킹그룹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사람의 감독을 필수로 규정했다. 보다 양질의 저널리즘 창출이 가능할 때만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수석 편집장(senior editor)이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 사용을 승인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또, 생성형 AI 사용 여부를 대중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대규모의 데이터 세트를 검색하거나 마케팅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 비즈니스 프로세스 단축 등에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면 반드시 승인을 받아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하고 이를 알려야 한다.
AP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 공유 책임은 언론인에게 있으며 이 정보에 의구심이 있다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챗GPT를 이용해 동영상·사진·오디오 등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소스 데이터를 AI에 탑재하거나 민감 정보를 AI에 제공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AI 시스템은 발행인들에 의해 승인되어야 하고 언론인은 승인된 콘텐츠만을 사용해야 하며, 그 사용 기록을 제대로 남겨야 한다. AI를 어떠한 목적으로 어디에 사용했으며 누구에게 승인받았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Maria Ressa)가 국경없는기자회와 함께 주도한 AI 저널리즘 파리 헌장에는 발행인들의 관점이 반영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뉴스룸에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주 성공적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AI를 규제해야 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양질의 학습 자료인 뉴스 콘텐츠
정당한 대가 반드시 받아야
37개의 웹사이트가 CNN, 뉴욕타임스, 로이터의 뉴스 콘텐츠를 재료로 삼아 새로운 뉴스를 작성하는 것으로 적발됐다. 이들 사이트는 광고 수익을 얻어도 원 데이터의 출처인 언론사에 배분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생성된 뉴스의 79%는 표절 탐지기로도 찾아낼 수 없어 언론사는 자신들의 뉴스 콘텐츠가 이렇게 사용된 줄 몰랐을 것이다.
챗GPT4에게 ‘뉴욕타임스를 인용한 것인지 모르게’, ‘검색엔진에 최적화되도록’ 기사를 쓰라고 명령하면 그에 맞춰 AI가 생성한 것인지 모르게 기사를 작성해준다. 구글의 AI 학습용 데이터인 C4 데이터세트를 분석하면 그 출처가 뉴욕타임스(4위), 가디언(6위), 포브스(8위) 순일 정도로 언론사의 콘텐츠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더 이상 생성형 AI의 학습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뉴욕타임스도 AI의 웹 크롤링을 막고 있다.
현재 챗GPT, 바드 등 7개의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과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양질의 학습용 콘텐츠는 바로 미디어가 생산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에서는 올 7월 오픈AI의 불공정한 데이터 사용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AI 기업들은 이런 소송을 예상하고 있었고 오픈AI는 소송이 진행되면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AP와 계약을 체결해 두었다. 특히 영어가 아닌 언어로 발행되는 뉴스가 중요한데, 그만큼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뉴스 미디어가 생산한 콘텐츠가 LLM에 인풋 데이터로 사용되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너무 적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으면 안 된다. 이전에 너무 적은 돈을 받고 테크 기업에 콘텐츠를 제공했던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
생성형 AI 회사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오픈AI의 경우 출범 7개월 만에 회사 가치가 뉴스코프사의 2배를 넘어섰고, 오픈AI 지분 49%를 보유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사상 최초로 4조 달러(약 5,186조 원)짜리 회사가 됐다.
언론사가 할 일은 다음과 같다. 페이월이라는 유료화 방식도 AI의 크롤러로부터 완전히 콘텐츠를 보호하지 못하므로 집단행동과 집단 협상이 필요하다. 뉴스 미디어의 웹사이트 이용 약관에 자사 데이터가 AI 트레이닝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훈련시켜야 하고,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채택해야 한다. 외부 협력과 국제적 연대 역시 중요하다. AI 관련 각종 국제 모임에 참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료로 제공하는 언론사가 한 곳이라도 발생한다면?
강연 종료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생성형 AI 활용 시 사람의 역할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페로티 이사는 “웹사이트에 콘텐츠를 올릴 때는 꼭 사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는 항상 사람이 콘텐츠를 읽고 편집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또 뉴스미디어가 LLM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면 AI가 편향된 정보나 허위 정보를 학습하고 결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미디어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언론사의 존폐 자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므로 세상을 구해야 할 임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페로티 이사는 이어 “한 언론사가 뉴스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고 나머지 언론사는 제공하지 않는다면, 챗GPT는 한 언론사에서 콘텐츠를 가져오면 되므로 충분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언론계의 집단행동이나 단결이 없으면 빅테크 기업이 콘텐츠를 쉽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언론사는 꼭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고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긴 터널 속 희망을 보다
페로티 이사의 강연은 생성형 AI 최신 동향 정보를 충실하게 공유해주고 언론계의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국 언론계가 깊이 새겨듣고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할 대목이 많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를 저널리즘에 접목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고,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협상을 하기 위해 언론계가 똘똘 뭉쳐 단일 협상 창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별 언론사 입장에서 생성형 AI의 급부상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설사 공동 협상을 통해 저작권료를 받는다고 해도 각 언론사의 경영 상황을 극적으로 호전시킬 정도로 의미 있는 금액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생성형 AI가 모든 언론사의 기본 도구가 되면 차별성이 퇴색되고, 결국 언론사에 새로운 수익은 없고 비용만 추가될 것이다. 오픈AI가 천문학적 금액으로 개발한 챗GPT를 지금은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하고 있지만 시장을 장악하면 결국 나중에는 돈벌이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페로티 이사가 강연에서 스타 저널리즘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한 대목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스타 저널리즘을 실현하려면 먼저 숙련 인력과 미숙련 인력이 혼재한 한국식 뉴스룸의 인력 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 아울러 스타 저널리스트에 대한 보상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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