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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코로나19 보도 - 영국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4-01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선언되자 영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 후, 영국 정부와 언론의 대응 방식도 급변하고 있다. BBC의 공공의료 비상시 보도지침과 함께 언론의 보도 경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방식은 지난 311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했다. 그전까지 영국 정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주변 유럽 국가에서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며 그에게서 오는 영향을 억제하는 데 보건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WHO가 코로나19의 감염병 위험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인 팬데믹으로 설정하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313일 기준, 영국 내 전체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797명과 10명에 이른다. 다른 유럽의 국가들에 비교하면 적은 수치지만 누적 사망자 수가 1,000명이 넘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인접국에서 확진 사례와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국가 차원의 대응 단계를 1단계 억제에서 2단계인 지연으로 높이기에 이르렀다. 312,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이제 팬데믹 단계로 넘어가 우리 세대 최악의 공중 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정책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패트릭 밸란스(Patrick Vallance) 정부 과학 자문 역시 영국 내에서 실제로 바이러스에 접촉한 사람의 수는 5,000명에서 1만 명일 가능성이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BBC의 공공 보건 비상사태 보도 가이드라인

 

영국의 미디어는 이러한 코로나19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영국의 공공 서비스 방송인 BBC공중 보건 비상사태에 대한 보도지침(A guide for the media on communicating in public health emergencies)’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미디어는 질병의 확산을 막거나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규모 있는 청중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의 특성상 정부 관계자와 시민 전문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미디어를 이용한 보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 보도지침은 주장한다. 보건서비스와 치료법에 대한 지침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질병의 확산 과정에서 격리되거나 격리될 상황에 놓일 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과 외부로부터 어떻게, 어느 시점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보도를 통해 알려질 수 있다.

기자 개인의 정보 전달과 식별 능력이 강조되기도 한다. 의료 비상사태에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할 경우 잘못된 정보와 소문이 퍼져 시민사회의 혼란과 공황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부터 정보를 얻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잘못된 정보는 정정해, 그것이 대중에게 퍼져 야기할 부정적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미디어의 역할을 설명한다.

나아가 이 보도지침은 기자들의 취재에 도움이 될 실무적인 조언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자가 취재할 때 특정한 공공보건 비상사태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자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출처를 파악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 전문가나 정부 관계자, 정치 지도자 등 신뢰할 수 있는 인물들을 초대해 시민을 안심시킬 올바른 안내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보도의 내용 면에서는 공공보건 비상사태의 위험성만 강조해 공포와 히스테리를 조장하는 것은 자제할 것을 권유한다. 충격 화법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사회가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비상사태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한 긍정적 사례들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올바르게치료를 받고 회복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한 예다. 확진자들이 오명을 얻지 않도록 이들이 겪는 일에 대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게 보도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현실은타블로이드 중심으로 공포 화법즐겨

 

이와 같은 BBC의 보도지침은 현실에서 얼마나 지켜질까. 영국 언론학자들이 최근 신문과 연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보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낚시질을 하는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공포와 두려움을 유발하는 기사들로 시민사회를 앞장서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른다.

카린 월-요르겐센(Karin Wahl-Jorgensen) 카디프대 저널리즘학과 교수가 컨버세이션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첫 보도가 나온 112일부터 213일까지 한 달 동안 세계 주요 영자 신문의 보도 경향을 분석한 결과, 공포 화법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100개의 매체가 생산해낸 9,387건의 기사들이 분석됐는데 공포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사가 1,066건에 이르렀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인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를 포함한 50개 매체는 코로나19킬러 바이러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The Sun)의 경우에는 여러 차례 코로나19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로나19와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29~65만 명의 사망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치명적 전염병인 계절성 독감에 관한 기사는 단 488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 중 공포와 같은 두려움을 유발하는 단어를 언급한 기사는 37건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져도 코로나19에 못 미치는 셈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보도에서 공포를 주요 주제어로 내세우는 것은 공공보건 비상사태에서 미디어의 의제설정 기능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 질병의 치명성 때문이라기엔 다른 전염병 보도와 비교해 그 선정성이 지나치다. 문제는 이러한 공포 화법이 단순히 독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해 마스크와 음식을 사재기하게 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포 화법이 가져오는 나비효과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전염병의 발병과 확산 원인을 특정 인종의 탓으로 돌리는 인종차별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타블로이드를 포함한 영국 일간지나 방송이 인종차별적 화법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보도를 할 때 특정 인종과 지역에 대해 묘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 따르면 텔레그래프와 맨체스터이브닝뉴스(Manchester Evening News) 등 영국의 여러 매체는 코로나19 중국이 만든 문제로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거리에서 기절했다. 수백 명의 공포에 떠는 시민들이 좁은 병원 복도에서 서로 감염시킬 위험을 무릅쓰고 줄을 서 의사들의 치료를 기다린다 현지 상황을 공포스럽게 묘사한 소셜미디어의 글을 여과 없이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내에서 코로나19가 퍼진 이후에도 이러한 지역적 발발을 강조하는 보도는 이어졌다. 타임의 경우 영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을 보도하며 7건의 사례가 보고된 브라이턴 지역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을 내보냈다.

이런 식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특정 지역의 문제로 치부하는 보도들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 사는 주요 인종이나 민족 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에서 코로나19 문제가 커지자 유럽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특정 인종에 대한 루머나 가짜뉴스가 떠도는 데에는 전통적인 미디어보다는 소셜미디어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반박할 이들도 있겠지만, 영국 타블로이드들의 사례들을 보면 잘못된 정보를 가진 소셜미디어의 포스트들을 팩트체크없이 실으며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영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계기가 된 데일리메일(Daily Mail)의 한 가십성 기사는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올라온 젊은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는 바이럴 비디오를 소개하며 박쥐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음모론을 소개했다. 나중에 BBC가 그 진위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실제로 이 비디오가 촬영된 것은 2016, 중국이 아닌 서태평양의 팔라우에서였다. 비디오 속 여성이 중국인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 기사는 헤드라인에서 중국 여성이라고 특정 인종을 호명하며 이들의 식문화와 코로나19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이 글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 영국 언론은 이제 유럽이 새로운 코로나19의 중심지가 됐다며 특히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의 지역 사례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다른 유럽 국가들의 보건정책을 참고해, 대형 관중이 모이는 이벤트를 취소하고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자가 격리를 권고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총리가 코로나19 전투에 앞서 국립보건서비스 (NHS) 채비하도록 산업을 전쟁에 몰아넣었다라는 자극적 헤드라인을 내걸었다. 이러한 보도 자체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공포 화법을 사용하는 한 시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커질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BBC의 보도지침에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두려움을 줄일 언론의 역할이 소개돼있다. 공공보건 비상사태의 위험성만 강조하지 않고 현실적인 대책과 함께 긍정적 극복 사례도 제시해 보도의 균형을 찾을 것. 클릭수를 쫓아 저널리즘의 원칙이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1) Stewart, H., Proctor, K., & Siddique, H., , The Guardian, 2020.3.12.,

2) Hutchinson, G. & Dalton J., , BBC Media Action, 2018, http://downloads.bbc.co.uk/mediaaction/pdf/communicating-in-public-health-emergencies-english.pdf

3) Karin Wahl-Jorgensen, , The Conversation, 2020.2.15, https://theconversation.com/coronavirus-how-media-coverage-of-epidemics-often-stokes-fear-and-panic-131844

4) Ong, JC., & Lasco, G., , LSE, 2020.2.4, https://blogs.lse.ac.uk/medialse/2020/02/04/the-epidemic-of-racism-in-news-coverage-of-the-coronavirus-and-the-public-response/ Jing Zeng, , The Gurdian, 2020.1.20,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0/feb/28/sensationalist-media-is-exacerbating-racist-coronavirus-fears-we-need-to-combat-it

5) Billie Thomson, , Daily Mail, 2020.3.16,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7920573/Revolting-footage-shows-Chinese-woman-eating-bat-scientists-link-coronavirus-animal.html , BBC, 2020.2.8, https://www.bbc.co.uk/news/world-51429400

6) Edward Malnick, , The Telegraph, 2020.3.14, https://www.telegraph.co.uk/politics/2020/03/14/boris-johnson-puts-industry-war-footing-equip-nhs-battle-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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