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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부터 2주 동안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6)이 열렸다. 200여 개국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였다.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 공동 대응을 모색 중인 가운데, 미디어 스폰서인 스카이(Sky)는 방송 산업이 이용자의 친환경적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스카이, 기후 위기에 대한 방송 산업의 대응 촉구
총회 이틀 차인 지난 11월 1일, 스카이는 <TV의 힘: 시청자 라이프스타일의 탈탄소화를 위한 넛지(The Power of TV: Nudging Viewers to Decarbonise their Lifestyle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1) 환경 위기에 대한 방송업계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정부의 넛지팀(nudge unit)2)이었던 행동통찰팀(behavioural insights team)을 고용, 부제목 그대로 TV 산업이 시청자의 생활 방식을 탈탄소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담아냈다.

행동통찰팀은 텔레비전과 같은 매스미디어의 긍정적 효과를 들어 기획 의도를 밝혔다. 보고서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약 43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2시간 54분 동안 TV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며, 그중 10%에게라도 기후 친화적 행동을 유도할 경우, 연간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BIT, 2021).3) 실제 스카이TV가 서비스되는 유럽의 6개국에서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이 TV 시청이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영감을 줬다고 답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기후 문제에 대한 방송사의 적극적 대처를 기대하기까지 했다. 열 명 중 여덟 명은 방송사들이 TV 콘텐츠를 통한 친환경 선택 유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열 명 중 여섯 명은 제작에서 ‘탄소 중립(Net Zero)’ 실천을 기대했다. 절반은 방송사가 환경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환경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 진행을 바랐다.
이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스카이의 보고서는 방송사가 각자의 플랫폼을 이용해 환경 문제에 대한 시청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이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방송사가 직접 나서 제작 과정이나 전략에서 친환경을 지향해, 시청자가 환경 위기에 대해 올바른 선택 또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자는 것이다. 부드러운 간섭을 통한 넛지 효과(Nudge Effect)를 노린 것이다.
이를 목표로 친환경적 메시지를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거나, 일상생활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이미 배출된 탄소 제거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응답자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환경 위기, 인식은 높지만 실천 지식은 적어
주목할 점은 응답자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본인의 행동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19가지 지속가능한 행동 예시에 대해 응답자 66%는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와 함께,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응답자 중 16%만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법을 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열 명 중 두 명만이 재활용이나 집에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법, 어떤 식단이 탄소 배출에 악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탈탄소화를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친환경적 실천 지식이 부족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 덜 타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제품을 재활용하거나 고쳐쓰기 등의 예시와 관련, 따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를 ‘일반적 행위’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육류와 유제품 적게 먹기, 전기차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항목들에 대해서도 친환경적 행위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환경문제가 야기하는 위험에 대한 유럽 지역 대중의 인식이 이미 어느 정도 높아졌지만, 그 변화가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친환경 지식을 제공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일상적 행동이 수용자들의 인식 변화에 41%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밝혀져, 미디어가 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기후 관련 활동가들이나 단체들이 각각 33%, 32%의 영향을 미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BIT, 2021.).
기후 친화적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이에 이번 스카이의 보고서는 방송사 측에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TV 콘텐츠 최전선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행동에 대해 쉽게 이해할 만한 지식을 콘텐츠 속에서 언급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보도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TV 속 캐릭터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것 역시 일반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방법으로 제안됐다. 영화에 나오는 영웅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기후친화적(climate-friendly) 선택을 미디어로 재현해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방송사들에 제시하는 제작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TV 제작자들이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프로그램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방송사는 환경 재앙을 단순하게 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책임, 행위자 및 결과에 초점을 맞춘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실제 제작 과정에서는 시청자들이 환경에 대한 선택을 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장면을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TV 제작에서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는 장면, 캐릭터가 레스토랑 장면에서 채식을 선택하는 장면을 넣는 것이다. 장르별로는 재현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는데, 픽션 스토리는 인간이 환경 피해에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인간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논픽션 콘텐츠에서도 비인간적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후의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할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방송사가 환경을 위한 행동의 필요성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과 신뢰할 수 있는 ‘그린 메신저’의 입을 빌릴 것 또한 제안했다. 뉴스 진행자의 입을 빌려 기후 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이들이야말로 기후변화에 앞으로 가장 길게 영향을 미칠 세대라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제작 시 기후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도 고려 사항으로 제시됐다.
이 밖에도 제작 과정에서, 배경에 친환경 제품을 배치하거나 모범적인 친환경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고려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물리적 방송뿐 아니라 친환경적 광고 및 제품 판촉, 편성, 캠페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도 포함된다. 옴부즈만과 같은 리뷰 프로그램 제안도 있었는데, 제품이나 제품 광고에 대한 비평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친환경 제품처럼 위장한 제품을 식별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제안한다. 개인과 집단의 재현에서는 개인을 비출 때는 개별 행동이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그러한 선택이 가져오는 공동의 혜택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됐다.
반면, 제작에서 피해야 할 사항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TV 수용자들에게 비난 또는 설교하는 식이거나 공포심, 죄책감을 조장하는 콘텐츠 창작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러한 미디어 담론에 압도되거나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보고서 발간 이후
이번에 스카이가 발표한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방송이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시청자들의 행동 변화에 부드럽게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친환경적 행동들의 정상성(normality)을 인증하는 미디어 재현, 나아가 친환경적 선택이 쉬운 것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의지를 향상하고, 실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나 스트롱(Dana Strong) 스카이 최고경영자는 “우리 방송사에는 콘텐츠를 통해서 기후 위기를 언급, 시청자들의 생활 방식 변화를 장려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며, 이번 보고서를 “콘텐츠 제작자와 방송사들이 (넛지 효과를 위한) 개방형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완전하게 공개했다”고 그 발간의 변을 밝혔다. 이어 이번 보고서에는 “경험적 이유가 제시돼 있다”며 앞으로 다른 창조산업들 역시 탄소 중립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 구성에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 그 의미를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핼펀(David Halpern) 행동통찰팀 최고경영자 역시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 위기를 피하고자 수용자들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방송사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증거에 기반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스카이의 보고서와 관련, 영국의 진보적 성향의 일간지들은 막상 보고서 발간의 변을 밝힌 최고경영자가 자가용 비행기로 미국에서 영국으로 통근한 사실을 고발하며 그 진정성을 비판하고 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 보고서를 의뢰한 다나 스트롱 스카이의 최고경영자가 전용기를 이용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영국으로 장거리 여행을 주기적으로 한 사실을 고발했다.4) 기사에 따르면 스트롱은 지난 1월에 임명된 후, 약 6개월 동안 3,500마일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영국의 사무실까지 자가용 제트기로 몇 주마다 통근했다.
진보 정론지 가디언은 스카이 측의 전용기 이용은 회사를 “창피하게 할 일”이라고 비난하며, 스트롱 최고경영자가 COP26 행사에서 미디어 스폰서로서 방송사들이 기후 위기에 대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5) 실제 이번 보고서는 “방송사가 모범 사례를 보여야 그러한 탈탄소화를 유도하는 활동에 더욱 정당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BIT, 2021, p.10).
텔레그래프의 보도가 나간 후, 스카이의 대변인은 “다국적 기업을 이끄는 CEO들은 다른 종류의 교통수단을 사용해야 하는 일정을 가지고 있다”며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한 통근을 옹호했다. 또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있었다며 “가족 전체가 영국으로 이주하기 힘들어 가족 방문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로 COP26에서 미디어 스폰서로서 발표한 탈탄소화를 위한 방송사 가이드라인의 윤리적 가치가 훼손된 것은 분명하다. ‘탈탄소화’라는 친환경 목표를 위해 보고서에 투입된 전문 인력과 예산, 보고서 발표 이후의 기대 성과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1) <The Power of TV: Nudging Viewers to Decarbonise their Lifestyles>, The Behavioural Insights Team, 2021, https://www.bi.team/publications/the-power-of-tv-nudging-viewers-to-decarbonise-their-lifestyles/
2) 넛지 유닛은 행동 경제학의 넛지 이론을 적용해 정부 정책을 개선하고 정부 재정을 절약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을 가리킨다.
3)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함께 음식쓰레기를 줄이면 이산화탄소 15억 9,000만 톤, 중거리 비행을 줄이면 25억 8,000만 톤, 채식 위주의 식단을 택하면 24억 4,000만 톤을 줄일 수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든다(BIT, 2021, p.5).
4) Williams, C. & Woods, B., <Sky defends new chief’s private jet commute>, The Telegraph, 2021.10.30, https://www.telegraph.co.uk/business/2021/10/30/sky-defends-new-chiefs-private-jet-commute/
5) Waterson, J. & Clinton, J., <Sky calls for climate action from TV firms, despite CEO’s private jet use>, The Guardian, 2021.10.31,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oct/31/tv-dramas-should-show-characters-fighting-climate-crisis-says-s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