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집중점검: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의 명과 암] 해외 언론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나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04-2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지 약 두 달. 이를 보도하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을 찾고 있다. 유럽 주요 언론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영국 현지로부터 해외 언론의 근황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로도 현지에서 사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들의 용기 있는 취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다섯 명의 기자가 폭격으로 숨지고 러시아에서 언론인들이 반정부 보도에 대한 처벌을 받는 등 그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국가 간 갈등은 미디어에 대한 제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장 취재진의 희생 

 

전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같은 인접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 그에 지지 않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 달이 넘게 저항하고 있지만 그 피해가 크다. 국경을 넘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신변도 위험해지고 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섯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신문 <노바야가제타>는 지난 3월 5일 러시아어 트윗을 통해 러시아 당국이 언론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알렸다. <출처 - 필자 제공>

 

 

첫 희생자는 우크라이나 현지 방송 채널인 키이우텔레비전(Kyiv TV)에서 카메라맨으로 일하는 에브게니 사쿤(Evgeny Sakun)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 1일 러시아 미사일이 방송사 건물을 강타하면서 사망했다.1) 외신의 피해도 이어져, 3월 5일에는 영국 스카이뉴스(Sky News) 특파원 스튜어트 램지(Stuart Ramsay)와 그의 동료 네 명이 러시아 부대의 공격을 받고 총상을 입었다.2)


3월 중순에도 피해는 이어졌다. 3월 13일, 미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브렌트 르노(Brent Renaud)가 키이우(Kyiv) 북서쪽 마을로 차를 몰고 가다가 목덜미에 총을 맞았으며, 함께 있던 미국-콜롬비아 출신 저널리스트 후안 아레돈도(Juan Arredondo)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이들은 키이우 주민들의 대피 과정을 취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3) 3월 14일에는 미국 방송 채널인 폭스뉴스(Fox News)의 카메라맨 피에르 자크르제우스키(Pierre Zakrzewski)와 현지인 코디네이터 올렉산드라 쿠비시노바(Olexandra Kuvshynova)가 포격으로 사망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벤저민 홀(Benjamin Hall)은 같은 현장에서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기자의 희생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러시아 국적 기자인 옥사나 바울리나(Oksana Baulina)가 지난 3월 23일, 키이우에서 ‘자폭 드론’ 폭격에 의해 사망했다. 교외 쇼핑센터에서 발생한 피해 상황을 보도하기 위해 경찰 두 명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최근까지 우크라이나군에 납치된 러시아 군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왔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출판되지 않은 상태다. 

 

국경없는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는 기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전쟁 범죄라고 규탄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기자들의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알려진 사례 외에도 수많은 기자의 희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안타까움이 커진다.

 

 ‘가짜뉴스 법’으로 언론 압박하는 러시아러시아 당국은 가짜뉴스 법안까지 만들어 독립적인 저널리즘으로 전쟁을 취재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자국의 언론뿐 아니라 러시아 내에서 활동 중인 외신에까지 적용되는 일명 ‘가짜뉴스 처벌안’을 미디어법 개정안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3월 4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을 담은 미디어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같은 날 러시아 의회가 곧바로 해당 법안을 승인하면서 이미 러시아에서는 새 법안에 근거해 반정부 매체와 기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의식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언론 매체에 넘긴 경우에는 70만 루블(약 1,037만 원) 이상의 벌금, 또는 최대 3년의 강제 노역(compulsory labour)이나 1년의 교정 노동(corrective labour)에 처해진다. 그 보도에 있어 ‘공식적으로 지위를 가진 자’로 폭넓게 정의되는 기자와 같은 언론 매체 종사자의 경우, 그 형량이 높아진다. 300만 루블(약 4,446만 원) 이상의 벌금, 최대 10년의 구금, 또는 5년에 달하는 교정 노동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4)


실제 이 법안 개정 전후로 러시아 내 반정부 성향의 매체들의 방송 송출과 온라인 출판이 금지돼 ‘탄압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러시아 방송사 도쉬트(Doschd)와 모스크바에코(Ekho Moskvy), TV레인(TV Rain)의 송출이 3월 2일부로 중단됐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한 시사 주간지 리스토크(LIStok), 신문 노바야가제타(Novaya Gazeta)의 웹사이트도 뒤를 따라 서비스를 중단했다.5)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4월 14일, 러시아 내 미디어법 개정이 이뤄진 후 한 달 동안 반정부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포와 구금, 형사 재판이 진행됐다며 현지의 심각한 상황을 보도했다.6) 러시아 당국에 의해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반정부 시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고발된 TV레인의 마지막 방송은 스태프들이 방송사를 떠나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비췄다. 편집국장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3월 16일, 러시아를 떠나야 했다. 보도가 이뤄진 4월 14일 러시아 현지에서는 우크라이나전 배치를 거부한 러시아 군인 11명에 대해 보도한 노비포쿠스(Novy Fokus)의 책임 에디터 미하일 아파나셰프(Mikhail Afanasyev)가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아파나셰프는 이미 2009년 러시아 최대 수력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로 당국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2016년에는 경찰과 범죄 조직의 유착 의혹을 보도해, 최근까지7) 살해 위협에 시달려 왔다. 

 

미디어법 개정과 함께 웹사이트가 차단된 주간지 리스토크의 창간인 세르게이 미하일로프(Sergei Mikhailov) 역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반정부 의견을 펼쳐 미디어법을 위반한 협의로 체포됐다.8)


기자 희생부터 뉴스 기관 퇴출까지 

총성 없는 미디어전

 

이처럼 언론에 대한 전례 없는 탄압이 이뤄지자 외신 매체와 유럽 주요국은 그에 대한 항의를 공개적으로 표출해 왔다. 영국 BBC와 독일 ARD와 ZDF, 이탈리아 RAI 등 주요 유럽 방송사들이 러시아 내 미디어법 개정 소식이 들리자 취재를 잠정 중단했다. 

 

영국의 경우, 정부와 언론이 눈에 띄게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언론 제재에 항의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는 지난 4월 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현지에서 군사 지원을 약속했을 정도로 이번 러시아 침공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전술한 영국 스카이뉴스의 취재진이 총격전에서 부상을 입자 “진실은 밝혀진다”며 “자유 언론은 야만적이고 무차별적 폭력 행위에 겁먹지 않는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영국 현지 언론도 그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BBC는 미디어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팀 데이비(Tim Davie) 사장이 직접 해당 법안이 “독립 저널리즘을 범죄화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BBC는 현지 기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취재를 잠시 중단하고 현지인들이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해 BBC의 보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우회 IP 주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BBC 웹사이트로의 접속이 제한돼 있다.9)

 

방송 분야에서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콘텐츠 수출입까지 중단했다. BBC와 최대 민영 방송인 ITV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항의 표시로 러시아 매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BBC의 경우, 러시아 국영 방송에 이미 판매된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즈(Dancing with the Stars)>와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의 다큐멘터리 <그린 플래닛(The Green Planet)>의 방영까지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영국 독립 제작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영국TV프로듀서협회(PACT, Producers Alliance for Cinema and Television) 역시 회원들에게 러시아와 어떠한 형태의 협력과 무역도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10)


유럽 각국의 미디어 규제기관들도 러시아의 미디어 제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먼저 러시아 국영 매체인 러시아투데이(RT)의 송출을 금지했다. 유럽연합이 3월 2일 러시아 당국과 같은 이유인 ‘허위 정보 유포’를 근거로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RT와 통신사 스푸트니크(Sputnik)의 송출을 회원국들로부터 중단시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조직적인 왜곡이 이어지고 있다며 두 뉴스 기관의 퇴출을 결정했고, 이 조치는 유럽연합 소속 27개국에서 즉각 효력을 얻었다.11)


영국에서는 규제당국인 오프콤(Ofcom)이 지난 3월 1일부터 RT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사태 보도와 관련해 영국의 공정성 규율을 위반했다며 29건의 사례들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이후 2주 반 만에 오프콤은 RT의 영국 내 방송 면허권을 공식 박탈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로 러시아 정부의 미디어법 개정을 들었다. 이 법이 정부 비판적인 내용의 보도를 범죄화했다는 점에서 관영 방송인 RT가 “정치적 현안에 대한 불편부당성을 요구하는 영국 방송 규정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12) 가디언은 이번 결정으로 영국의 수도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역에 위치한 RT의 스튜디오가 폐쇄 절차를 밟게 됐다고 보도했다.13)


이처럼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경 없이 기자들의 희생이 늘고 있다. 반대로 규제 당국과 언론 기관들의 미디어전은 국경으로 나뉘어,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증대됐다는 믿음은 이번 전쟁으로 깨지고 있다. 언론을 전쟁의 무기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경계하며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공조할 때다. 

 

 

 

 

 

 

 

 

 

1) <Five journalists killed in first month of fighting in Ukraine>, Reporters Without Borders, 2022.3.28, https://rsf.org/en/news/five-journalists-killed-first-month-fighting-ukraine 

2) <Ukraine war: Sky News journalist Stuart Ramsay and team shot at in ambush>, BBC News, 2022.3.5, https://www.bbc.com/news/uk-60627841 

3) <Five journalists killed in first month of fighting in Ukraine>, Reporters Without Borders, 2022.3.28, https://rsf.org/en/news/five-journalists-killed-first-month-fighting-ukraine 

4) Maher, B., <Russia's 'fake news law': Putin's attacks on journalism since Ukraine invasion>, Press Gazette, 2022.3.28, https://pressgazette.co.uk/russia-fake-news-law-domesticforeign-media/

5) <Russia: Ekho Moskvy and Dozhd blocked as state media regulator goes into censorship overdrive>, International Press Institute, 2022.3.2, https://ipi.media/russia-ekho-moskvy-anddozhd-blocked-as-state-media-regulator-goes-into-censorshipoverdrive/

6) <Russia: journalist arrested for ‘fake news’ about armed forces>, The Guardian, 2022.4.14,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apr/14/russia-journalist-arrested-for-fakenews-about-armed-forces

7) Harding L. & Skopeliti, C., <Boris Johnson meets Volodymyr Zelenskiy in unannounced visit to Kyiv>, The Guardian, 2022.4.9,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22/apr/09/borisjohnson-meets-volodymyr-zelenskiy-in-unannounced-visit-tokyiv

8) <Russia: punishing journalists still daring to cover war in Ukraine>, Reporters Without Borders, 2022.4.15, https://rsf.org/en/news/russia-punishing-journalists-still-daring-cover-warukraine

9) Toman, S. & Williams, S., <War in Ukraine: BBC suspends its journalists' work in Russia>, 2022.3.5, https://www.bbc.co.uk/
news/world-europe-60617365 
10) Euan O'Byrne Mulligan, <BBC stops all content licensing in Russia following Ukraine invasion>, The Guardian, 2022.3.1,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22/mar/01/bbcstops-all-content-licensing-in-russia-following-ukraine-invasion
11) Foo Yun CHee, <EU bans RT, Sputnik over Uk raine disinformation>, Reuters, 2022.3.2,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eu-bans-rt-sputnik-banned-over-ukrainedisinformation-2022-03-02/
12) <Ofcom revokes RT’s broadcast licence>, Ofcom, 2022.3.18, https://www.ofcom.org.uk/news-centre/2022/ofcom-revokes-rtbroadcast-licence
13) Waterson, J., <Russia threatens further crackdown on British media after Ofcom bans RT>, The Guardian, 2022.3.18,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mar/18/rt-uk-broadcastinglicence-kremlin-backed-tv-channel-ofcom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김지현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2-04-29
  • 조회수 : 18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