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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영국
미디어 월드 와이드 | 등록일 : 2022-01-28

 

40년 동안 BBC 뉴스룸을 지키고 사임한 프랜 언스워스 Ⓒ연합뉴스

 

 

BBC 뉴스를 이끌어 온 인물이 잇달아 사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프랜 언스워스(Fran Unsworth) 국장과 간판 앵커 앤드루 마(Andrew Marr)가 수십 년간 몸담았던 BBC를 떠났다. 정치부 최고 편집인인 로라 쿠엔스버그(Laura Kuenssberg)도 오는 4월 사퇴 계획을 밝혔다. 세대교체의 시기인 걸까. 최근 BBC 뉴스의 신뢰도 하락 문제와 보도에서의 불편부당성 논란이 배경에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BBC 뉴스 최고위자 프랜 언스워스의 사퇴

 

BBC 뉴스룸을 이끌어 온 프랜 언스워스 국장이 2021년 9월 16일 사임 계획을 알렸다. 1980년 라디오 1 입사 이후, 40년 동안 BBC 뉴스룸을 지킨 그야말로 ‘BBC 뉴스의 역사’와 같은 인물이다. 2014년 BBC 역사상 여성 최초로 월드 서비스 국장직에 올랐고 이후 2018년, BBC 뉴스 및 시사 부서(News and Current Affairs) 국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에는 북한 주민을 염두에 두고 전 세계에 서비스하는 한국어 뉴스를 출범시켜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당시 사퇴를 알리면서 언스워스 국장은 “BBC는 상업적 또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에서 자유롭다. 나의 상관은 수용자였다”며 온라인 매체와의 경쟁과 콘텐츠 형식의 다양화로 뉴스 환경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줄곧 지켜 온 소신을 술회해 감동을 줬다. 팀 데이비(Tim Davie) BBC 사장은 “언스워스는 BBC 뉴스의 가치를 체화한 인물”이라며 “BBC 뉴스가 시험대에 오른 시기에 본부장직을 맡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뉴스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했다”며 그 공로를 치하했다.1)

 

하지만 재임 동안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보와 임금 성차별 문제로 BBC 뉴스의 이미지가 추락할 위기에 언스워스 국장의 이름이 불명예스럽게 언급됐다. 지난 2014년, 훗날 오보로 판명된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 경의 성추행 혐의 관련 보도에서 무리한 취재를 지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혐의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당시 언스워스 국장은 경찰의 리처드 경 자택 수색 과정을 보도하기 위해 헬리콥터 동원을 지시했다. 이후 리처드 경과의 법정 다툼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표현의 자유였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리처드 경의 손을 들어줬다. BBC는 85만 파운드(약 13억 7,000만 원)의 보상금을 지불했고, 언스워스 국장은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2)

 

 

BBC 간판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 앤드루 마 Ⓒ연합뉴스

 

 

최고위자로서 임금 성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점도 경력의 오점으로 남았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 캠페인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성차별 문제가 다뤄졌던 2018년, BBC가 그동안 출연진 및 스태프와의 임금 계약에서 성차별해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을 때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캐리 그레이시(Carry Gracie) 전 중국 지역 편집인은 언스워스 국장을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고위 관리인으로 지목했다. 이 사건 역시 법정 공방 끝에 200만 파운드(약 32억 4,000만 원)에 달하는 보상금과 함께 언스워스 국장의 공개 사과로 해결됐다.3)

 

언스워스 국장의 사퇴 이후 BBC 뉴스본부에는 일대 조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보수당 내각과의 수신료 협상에서 BBC는 예산 절감을 약속해 뉴스룸에서 250명 규모의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 대부분을 런던 밖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언스워스의 후임은 ITV 뉴스의 최고경영인 출신인 데버라 터네스(Deborah Turness)로 결정된 상태다. 터네스는 ITV에서 최연소 여성 정치 에디터로 경력을 시작해 2013~2017년 미국 NBC뉴스 여성 최초 뉴스 부문 사장으로 위촉된 후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지난해 4월 그는 ITV 사장으로 이직하며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를 눈여겨본 팀 데이비 BBC 사장이 언스워스 전임 국장의 연봉 34만 파운드(약 5억 5,000만 원)보다 높은 40만 파운드(약 6억 4,800만 원)를 제시하며 적극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점은 터네스의 직함이 BBC 역사상 최초로 뉴스본부 국장(Director)이 아닌 CEO가 될 것이라는 데 있다. 편집인보다는 경영인으로의 역할을 강조하는 셈인데, BBC는 그 경위를 “글로벌 뉴스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터네스는 전임 언스워스 국장처럼 이사회 이사로도 활동하게 된다.4)

 

BBC를 떠나는 앵커들

 

BBC의 간판 앵커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앤드루 마의 갑작스러운 사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는 지난해 12월 19일 <앤드루 마 쇼(The Andrew Marr Show)>의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BBC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5)

 

1990년대 일간지 인디펜던트 정치부 기자로 시작, 2000년에 BBC뉴스에 입사한 마는 5년 만에 BBC뉴스의 간판 앵커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치 해설 프로그램 <앤드루 마 쇼>를 매주 일요일, 16년 동안이나 진행했다. 라디오 4 채널의 <스타트더위크(Start the Week)> 쇼와 BBC One 채널의 다큐멘터리 제작 및 진행에도 활발히 참여해 왔다. <앤드루 마스 히스토리 오브 모던 브리튼(Andrew Marr’s History of Modern Britain)>(2007), <앤드루 마스 더 메이킹 오브 모던 브리튼(Andrew Marr’s The making of Modern Britain)>(2009), <앤드루 마스 메가시티스(Andrew Marr’s Megacities)>(2011), <앤드루 마스 히스토리 오브 더 월드(Andrew Marr’s History of the World)>(2012)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6)

 

정치평론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의 프로그램에는 유력 정치인의 출연이 잇따랐다. 테레사 메이, 보리스 존슨, 토니 블레어 등 영국 내각의 역사적 인물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출연한 바 있다. 2년 전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의 방역이 화제가 되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생방송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지막 방송을 마치며 마가 남긴 마지막 말은 현지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는 이 쇼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했는데 훌륭한 지침이 돼 준 영화 <앵커맨>의 주인공 론 버건디의 말을 인용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You stay classy, San Diego(샌 디에고여, 세련되게 남길)’.”

 

앞으로 마는 글로벌(Global) 기업이 소유한 라디오 채널인 LBC(London Broadcasting Company)와 클래식 FM 채널의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두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측은 마가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현재의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 “필터 없이 완전한 나의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며 그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7) 시사잡지 《뉴 스테이츠맨(New Statesman)》에서 정치평론가로도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앤드루 마 사퇴에 따른 BBC 앵커 세대교체 바람

 

언스워스 국장과 마는 BBC 뉴스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들의 잇따른 사퇴로 BBC 뉴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언스워스 국장은 미리 지난해 9월에 사퇴 의사를 밝혀 후임을 빠르게 구했지만 마를 대체할 인물은 아직 물색 중이라 공백은 불가피하다. 세간의 관심은 누가 앤드루 마의 후임으로 주말 뉴스쇼를 이끌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새로운 CEO로 부임한 터네스가 마의 후임을 결정할 때까지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으로 프로그램 이름을 변경하고 소피 라워스(Sophie Raworth)가 임시로 진행할 계획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라워스는 BBC 뉴스의 오후 6시, 10시대의 진행을 맡아온 중견급 앵커로, 여성으로서는 BBC 내부에서 6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마와 함께 주요 선거가 있을 때 진행을 맡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어 임시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8)

 

BBC의 정치부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라 쿠엔스버그를 유력 후보자로 지목하는 언론도 있다. 쿠엔스버그는 2003년에 BBC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로 활약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ITV뉴스로 이직, 2016년에 재입사해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치부의 최고 편집인이 됐다. 2016년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보도를 전면에서 지휘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과 진행에도 참여했으며 보수당 내각의 팬데믹 대응에 대한 칼럼을 BBC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9)

 

쿠엔스버그는 지난해 12월 20일, 오는 4월 부활절 전에 편집인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혀 마의 쇼로 투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10) 문제는 보수당 내각이 공공연히 쿠엔스버그가 브렉시트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했다며 비난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2일,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위원회(DCMS) 위원장을 맡고 있는 보수당의 중진 의원 줄리언 나이트(Julian Knight)는 BBC의 정치부 최고 편집인은 브렉시트에 우호적인 기자가 될 필요가 있다며 “회사는 그물을 더 넓게 던지라”고 직접 요구하기까지 했다.11)

 

쿠엔스버그 외 마의 후임으로 유력한 인물은 이전에 마가 진행했던 <폴리티컬 씽킹(Political Thinking)>, <투데이(Today)> 프로그램 등의 시사 프로그램을 물려받은 닉 로빈슨(Nick Robinson), <앤드루 마> 쇼의 호스트였던 재네브 바다위(Zeinab Badawi) 등이다. 이들 중 누가 BBC뉴스의 미래를 이끌 간판앵커로 도약할 기회를 얻을까?12)

 

BBC의 ‘적절한 불편부당성’을 둘러싼 논쟁


최근 들어 팀 데이비 BBC 사장은 BBC 뉴스의 미래에 대해 불편부당성 강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적절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은 방송 뉴스를 통해 적절하고 정확하며 불편부당하게 균형 있는 보도와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다소 모호하게 정의된다는 문제에도 불구, BBC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내세워져 왔다.

 

문제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BBC의 긴 역사 동안 브렉시트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불편부당성’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새롭게 문화부 장관직에 오른 나딘 도리스(Nadine Dorries)는 2021년 10월 5일, BBC와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그 “엘리트주의적이고 속물적인(snobbish)”, “불편부당성이 결여된” 접근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2년 4월부터 5년간 적용될 수신료 협의를 나딘 도리스 장관과 벌여야 하는 BBC 측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13)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지난해 9월에 있었던 개각 이후 도리스 장관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BBC는 이사 니콜라스 세로타(Nicholas Serota) 경이 나서 BBC 현 보도 시스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담은 뒤, <더 세로타 리뷰(The Serota Review)>를 발표하며 BBC의 불편부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편집 기준, 내부 고발에 대한 대응에 대해 새로운 지침을 제시했다.14)

 

공적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지만 문제는 이에 대해 내부인이 느낄 부담이다. 가디언은 이번 앤드루 마의 사퇴 배경이 최근에 불거진 BBC의 ‘적절한 불편부당성’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한 바 있다. BBC를 떠난 베테랑 앵커들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BBC의 불편부당성이 정치부의 “제약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마 이전에 BBC 라디오 4 채널의 <투데이> 쇼를 32년간 진행했던 존 험프리스(John Humphrys)가 “BBC로부터 51년만에 자유로워진 후에야 제약 없이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 한 예다. 험프리스는 정치적 발언의 자유가 보장된 글로벌 미디어의 클래식 FM 채널로 옮겼는데, 공교롭게도 앤드루 마는 사퇴 후 그와 동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 Waterson, J., <Unsworth departure opens up battle over future of BBC News>, The Guardian, 2021.9.7,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sep/07/fran-unsworth-bbc-director-of-news-to-leave-corporation

2) Richard, C., <BBC agrees to pay Sir Cliff Richard £850,000>, ITV, 2018.7.26, https://www.itv.com/news/2018-07-26/bbc-begins-bid-to-contest-sir-cliff-richard-privacy-ruling

3) <BBC's director of news Fran Unsworth to leave the corporation>, BBC News, 2021.9.7, https://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58473208

​4) Ravindran, M., <BBC Names Former NBC News Executive Deborah Turness as CEO of News and Current Affairs>, Variety, 2022.1.6, https://variety.com/2022/tv/global/bbc-deborah-turness-news-current-affairs-1235147912/ 

5) Robinson, M. W., <‘Stay classy, San Diego’: Andrew Marr signs off from BBC with Anchorman line>, The Guardian, 2021.12.19,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dec/19/stay-classy-san-diego-andrew-marr-signs-off-bbc-anchorman

6) 그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저서들은 베스트셀러가 돼 한국에도 《세계의 역사》(2014), 《누가 세상을 움직이는가?》(2010) 등의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7) Rawlinson, K. & Waterson, J., <Andrew Marr to leave BBC after 21 years>, The Guardian, 2021.11.19,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nov/19/andrew-marr-to-leave-bbc-after-21-years

8) Slade, M., <Sophie Raworth salary: The staggering BBC wages for Marr’s replacement>, Express, 2021.12.19, https://www.express.co.uk/showbiz/tv-radio/1538330/sophie-raworth-salary-andrew-marr-show-evg

9) 쿠엔스버그의 다큐멘터리는 <2016년 영국의 선택 브렉시트>라는 제목으로 2016년 12월 6일, KBS <해외걸작 다큐> 프로그램에 소개된 바 있다.

10) Waterson, J., <Laura Kuenssberg in talks to step down as BBC political editor>, The Guardian, 2021.10.21,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oct/21/laura-kuenssberg-talks-step-down-bbc-political-editor

11) Hope, C., <Laura Kuenssberg’s replacement as BBC political editor ‘should be a Brexiteer’>, the Telegraph, 2021.10.22, https://www.telegraph.co.uk/politics/2021/10/22/laura-kuenssbergs-replacement-bbc-political-editor-should-brexiteer/

12) Murrison, P., <Andrew Marr replacements: The four people to permanently replace BBC veteran-analysis>, Express, 2021.12.21, https://www.express.co.uk/news/politics/1538372/Andrew-marr-replacements-BBC-Sophie-Raworth-evg

13) Courea, E., <‘Snobbish’ BBC may not exist in a decade, Nadine Dorries predicts>, The Times, 2021.10.5, https://www.thetimes.co.uk/article/snobbish-bbc-may-not-exist-in-a-decade-nadine-dorries-predicts-fn7dkh9gv

14) <The Serota Review>, BBC, 2021.10, https://downloads.bbc.co.uk/aboutthebbc/reports/reports/the-serota-review.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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