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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에 나선 개발자와 언론사들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4-01

코로나19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허위 정보가 나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고자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시빅해커들이다.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에 참여했던 필자로부터 시빅해킹의 정의와 활동, 언론과의 협업 등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시빅해킹(Civic Hacking)과 저널리즘은 닮았다. 가치가 닮았고 목표가 닮았다. 공공의 이익 즉,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분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저널리즘은 시빅해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뿐더러 그들을 여전히 대상화한다. 저널리즘의 영역 밖에서 공익적 실험에 나서는 독특하고 특별한 엔지니어 집단의 실험쯤으로 바라본다. 취재의 상대일 뿐 경쟁과 보완, 협업과 대화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 이 글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다.

시빅해킹은 공민(公民)을 의미하는 시빅(Civic)’해킹(Hacking)’이 결합한 조어로서, ‘지역 공동체, 나아가 정부를 개선하기 위해 빠르고 창의적으로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행위로 정의된다.1) 2013년 제이크 레비타스(Jake Levitas)에 의해 정치적 개념으로 확립되기까지 시빅해킹이라는 공공적 행위를 두고 다양한 정의들이 충돌하고 경쟁했다(Schrock, 2016, pp.583-584). 기술 중심적 관점이 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했고, 개별 지역에서 정부로 행위의 범위도 확장되는 변화와 성장통도 겪었다.

시빅해커들이 활용하는 무기는 기사가 아닌 기술이다. 일부는 기술 중심적 해석을 벗어던지길 원하지만 코드라는 도구적 행위를 배제한 채 시빅해킹을 현시점에서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들은 코드라는 기술 수단을 활용해 저널리즘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보완한다. 공동체의 자율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공공적 서비스를 글이 아닌 코드의 형태로 제공하고, 시민의 관여를 돕는다. 이를 두고 추상적인 시스템의 숨겨진 작업물들을 조명하고 그 기능을 향상함으로써 사회적 고충을 완화한다며 학술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다(Schrock, 2016, p.594). 시빅해킹의 사회적, 공공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저널리즘과 시빅해킹이 같은 뿌리라는 추정적 해석을 내놓은 연구자도 있었다. “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현재의 일들에 대한 정보와 논평이라는 셔드슨(Schudson, 2011/2014, p.19)의 저널리즘 정의대로라면 시빅해커들이 제작하고 배포하는 코드의 공적 정보 재현물을 저널리즘으로 분류하는 게 과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메르스와 코로나19로 이어진 시빅해커들의 활약

 

사실, 한국의 시빅해킹은 역사가 그리 짧지 않다. 가깝게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시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메르스맵이라는 익명의 개발자는 넘쳐나는 루머와 유언비어를 걸러내기 위해 메르스 확산지도2)를 직접 개발해 배포했다. 보건당국이 격리된 병원의 정보 공개를 차단하면서, 허위 정보는 극에 달했고 시민의 불안감도 증폭되던 시기였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모으고, 시민의 자발적 제보를 받아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가거나 격리된 병원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3) 당시 수많은 언론이 메르스 확산지도의 정보 투명성 가치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빅해킹을 낯설고 새로운 현상으로 묘사하면서 특정 시민의 영웅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데 머물렀다.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저널리즘 양태이자 흐름이라는 가치를 발견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발적 시빅해킹이 등장해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한 시민이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실시간 국내 감염자와 확진자 동선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자발적 시빅해킹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개인 개발자 이동훈 씨가 130일 선보인 코로나맵4)을 시작으로 코로나나우(23), ‘COVID-19’,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앱등이 잇달아 소개됐다. 허위 정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고, 시민의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한 시빅해커들의 자발적 노력이었다. 코로나19 관련 시빅해킹은 31번 확진자의 슈퍼 전파 사건 이후 극적 전환점을 맞게 됐다. 2월 말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5)이라는 자발적 모임이 결성됐고, 마스크 판매 데이터의 공개 등을 정부에 정식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정부와 보조를 맞춰 311 수많은 마스크 판매 현황 앱들이 동시에 출시됐고, 시민들은 비교적 편리하게 마스크 구매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시빅해킹 전문 협동조합인 빠띠의 발안으로 시작된 이 커뮤니티는 3월 중순 현재 100여 명의 시빅해커들과 기자들이 결합해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스트와 시빅해커의 경쟁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국면의 차이라면 저널리즘 진영과 시빅해커들의 공공적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국내 방송사를 중심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데이터 저널리즘팀들은 시빅해커들 못지않은 기술 서비스를 내놓으며 저널리즘의 역할 확장을 꾀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단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코로나19 인터렉티브’, ‘공적 마스크 판매 정보 조회6), SBS 마부작침은 코로나-19(COVID-19) 한눈에 보기7) 등의 데이터 기반의 저널리즘 서비스를 선보였다. 비록 포털사이트의 기술 수용성 한계로 폭넓은 노출과 관심을 얻지는 못했지만 척박한 뉴스 소비 환경에서 저널리즘 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를 평가받을 만하다.

데이터 저널리스트와 시빅해커의 경쟁이 협력으로 전환된 연결 고리는 데이터에 있었다. 코로나19 초기 국면만 하더라도 데이터 저널리스트와 시빅해커들은 서로 다른 접근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며 시민을 위한 기술 서비스를 제작했다. 하지만 공동대응의 공공데이터 개방 제안을 기점으로 두 집단은 서서히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게 됐다. 정부-시빅해커의 협업 구도가 정부-시빅해커-데이터 저널리스트의 인터페이스로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쟁과 협업 구도는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데이터 개방 압력을 강화했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참여와 유익으로 나아가는 선순환의 루프를 만들어내는 데 일정 수준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데이터 저널리스트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엄격한 기준과 원칙으로 인해 시빅해커들만큼 개인 중심적인 기술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이를테면 확진자의 동선 공개는 개인정보의 노출이라는 난해한 과제를 품고 있었기에 데이터 저널리스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자발적 운동가의 성격을 지닌 시빅해커 그룹과 전통적 저널리즘의 관행 안에서 보폭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데이터 저널리스트 사이에는 시민과의 적정 거리가 어디인가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민의 주목을 덜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대립적, 배타적 관점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시빅해커들은 저널리즘의 공백을 적극적 개입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저널리즘과 시빅해킹의 협업 영역을 창출했다. 또한 저널리즘의 전통적 관행을 일부 수용하며 정보 관리 및 메시지 전달에 활용하기도 했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도 시빅해커와 데이터 저널리스트 간의 갈등 및 상호보완적 역할 배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Cheruiyotet al., 2019, pp.1226-1227).

 

저널리즘과 시빅해킹이 협업할 시점

 

저널리즘과 시빅해커들의 경쟁과 협업은 국내 언론사에 몇 가지 성찰 지점을 던져줬다. 일부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 기술 서비스의 실험적 시도들과 달리, 다수의 언론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거나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재유포하며 제 살 깎기 경쟁을 펼쳤다. 도를 넘은 감시견 저널리즘은 정부 방역 행위를 향한 비판 경쟁을 유발해 부정확한 정보 양산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저널리즘의 신뢰를 또 한 번 갉아먹었다. 이 국면에서조차 언론은 가장 신뢰하지 못할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모멸감도 경험해야 했다.8)

시빅해킹은 비판 중심의 문제제기형 저널리즘에서 문제해결형 저널리즘으로 넘어갈 것을 압박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의 에밀리 벨(Emily Bell) 등은 이러한 흐름을 저널리즘의 위치 이동이라고 설명했다(Anderson, Bell, & Shirky, 2015). 관찰의 생산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로, 뉴스의 역할이 상향 조정됐다는 사실을 저널리스트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For 저널리즘을 제안하고자 한다. For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기능을 회복하려는 하나의 방향이다. 특정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들에게 해법과 실행 항목(Action Item)을 제안하는 유형을 의미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관조와 거리두기를 근간으로 삼는 객관주의, 현상적 문제만 나열하는 ‘About 저널리즘과는 대척점에 있다. 무엇을 행할 것인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기에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한 수용자의 요구, 끝 모를 듯 추락하는 저널리즘의 신뢰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스테판 백(Baack, 2018) 등이 강조하듯, 시빅해킹은 저널리즘의 전통적인 관행과 문화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저널리즘은 그들과의 협업 속에서 시빅해킹의 문제해결적 문화를 일정 수준 수용하게 된다. 문제해결형 For 저널리즘은 저널리즘과 시빅해킹이 공공적 이해를 매개로 협업할 수 있는 수렴점이다. 시카고선타임스(Chicago Sun-Times) 등 전례9)도 없지 않다. 시빅해커들의 활동을 관찰자로서 보도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뉴스룸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그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의 적극적인 저널리즘 역할 확장 노력에 나설 시점이 됐다. 저널리즘의 영토 확장은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아갈 때만 실현될 수 있다.

 

 

 

 

 

 

 

1) Jake Levitas, , Code for America, 2013.6.7.

2) https://www.facebook.com/mersmap

3) 이지현, <메르스 확산 정보, 웹으로 공유하자>, 블로터, 2015.6.5., http://www.bloter.net/archives/229467

4) http://coronamap.site/

5)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 인터뷰용 자료>,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 2020.3.13,

https://docs.google.com/document/d/1WHTrFSV8Ijc0syngV-bpSdrTwk27e3c-69izxh3FmKY/edit?fbclid=IwAR0SLcxuo5P6p0jXho7xPm8eS2N0AUgO8bFymWQS7LoFeyZwgJLwVDBRMEs#

6) http://dj.kbs.co.kr/resources/2020-03-11/?fbclid=IwAR21QV7AjQiAstE-fr-5S4nzEAeipFkwrefB2ZLnF0S9Tdw52JA7hQQNtu4

7) http://mabu.newscloud.sbs.co.kr/202002corona2/

8) 김현종, <코로나 대응 기관별 신뢰도 조사...“못 믿을 곳 1위 언론, 2위 청와대”>, 한국일보, 2020.3.4,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041425724924

9) Rui Kaneya, , Columbia Journalism Review, 2014.12, https://archives.cjr.org/united_states_project/chicago_civic_hackers.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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