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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연예 뉴스의 댓글 창이 폐지됐고, 네이버와 다음은 다양한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포털의 댓글을 막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악성 댓글의 문제에 언론의 책임은 없는 건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른바 팬데믹 상황이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오늘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와 발생 지역을 확인한다. 각국의 상황도 알아보고, ‘K-방역 뉴스’를 보며 ‘국뽕’에도 취해 본다. 코로나 사태를 겪고 총선을 치르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동시에, 정부의 대응, 한국에 대해 논평하는 일본, 모처의 확진자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는 댓글도 넘쳐난다. 관심이 쏠리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지역이나 종교, 성적 지향을 근거로 특정 집단을 싸잡아 비난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온라인 뉴스 댓글, 특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하는 악성 댓글은 늘 논란거리였다. 지난해에도 설리와 구하라 등 유명인이 죽음을 택한 주원인으로 악성 댓글이 지목됐고,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다음은 악성 댓글에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해 10월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올 2월에는 혐오, 폭력을 담은 댓글에 대한 신고 기준 및 규제를 강화하고,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이나 이용자를 숨기는 기능, 댓글 영역을 접어두는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도 올해 3월 5일부터 연예 뉴스의 댓글 기능을 폐지했고, 같은 달 19일에는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과 댓글 이력을 공개하고 신규 가입 회원은 가입 7일 후부터 뉴스 댓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했다. 4월 2일부터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해 본인확인제를 실시했는데, 이를 총선 종료 후에도 유지하고 있다.
댓글 규제의 성과 논의, 아직 이르다
네이버의 댓글 이력제 실시 후, 이 조치가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는 진단이 나왔다(정진욱, 2020.4.8; 홍지인, 2020.4.5). 이들 보도에서 인용한 자료는 네이버에서 댓글 이력제 도입 후 2주간의 댓글 이용 통계를 도입 전 2주간의 수치와 비교 분석한 결과다. [그림 1], [그림 2] 댓글 이력을 공개한 후 2주 동안 욕설, 인격 모독 등 규정 미준수로 삭제된 댓글은 1만 5,236건으로 그전 2주간 삭제된 댓글의 33% 수준이다. 하루당 평균 3,400건에서 1,000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1인당 댓글 수도 3.1개에서 2.5개로 줄었고, 이용자가 스스로 삭제한 댓글도 이력제 실시 이전 2주간에 비해 40%가 감소했다. 네이버 측은 댓글 작성자 집중도가 낮아지고 규정 미준수 댓글과 이용자 본인의 직접 삭제(해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 댓글 수가 준 것이 전반적인 댓글의 질 향상을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이제 댓글 이력제 도입 후 약 두 달이 지났다. 한 달여 전 보도된 긍정적 분석이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 필자가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댓글 이력제 실시 전후로 두 달씩, 총 4개월간의 댓글 통계를 살펴봤다. 1월 20일부터 3월 19일까지 하루 평균 뉴스 댓글은 41만 3,333건이고, 이용자 본인이 삭제한 댓글은 7만 423건, 규정 미준수 댓글은 2,300건이었다. 3월 20일부터 5월 19일 사이 일평균 댓글은 38만 4,115건, 본인 삭제 댓글은 3만 9,317건, 규정 미준수 댓글은 799건이었다. 댓글 이력제 도입 전후로 전체 댓글 가운데 본인 삭제 댓글의 비중은 13.69%에서 10.24%로 감소했다. [그림 1] 악성 댓글에 해당되는 규정 미준수 댓글의 비율은 댓글 이력제 도입 이전 0.45%에서 도입 이후 0.21%로 줄었다. [그림 2] 네이버에서 기대하고 분석한 것처럼 댓글 이력제는 댓글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이버의 분석에 포함된 4주간은 물론, 최근 4개월은 댓글 이력제 도입의 성과를 확인하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특수한 시기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18일 코로나19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3월 중순까지 확진자가 폭증했다. 이로 인해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 전체 댓글 수는 물론 이용자 직접 삭제 댓글과 규정 미준수 댓글도 급증했다. 대구·경북 지역 봉쇄 발언이 보도되고 대통령 탄핵 청원이 본격화된 2월 26일에는 총 댓글 수가 92만 2,236건, 본인 삭제 댓글이 12만 6,560건, 규정 미준수 댓글이 8,128건으로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네이버가 댓글 이력제를 실시를 공지한 3월 19일은 폭증하던 확진 추이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롤모델로 보도되기 시작한 시기다. 따라서 댓글 수 변화의 추이를 댓글 이력제의 영향으로만 설명하기는 조심스럽다. 보다 장기간의 데이터가 누적되면 그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네이버뉴스 본인 삭제 댓글 비율(2020.1.20.~5.19). 댓글 이력제 도입 전 2주와 도입 후 2주 간 기간을 회색 음영으로 처리했다.
회색 선은 전체 댓글 수 추이를 나타낸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그림 2] 네이버뉴스 규정 미준수 댓글 비율(2020.1.20.~5.19). 댓글 이력제 도입 전 2주와 도입 후 2주 간 기간을 회색 음영으로 처리했다.
회색 선은 전체 댓글 수 추이를 나타낸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악플 권하는 뉴스
특정 분류의 뉴스에 댓글을 차단하거나 작성 이력을 공개하는 등의 댓글 규제가 과연 적절하고 유효한 조치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악성 댓글이 생기는 원인을 두루 살펴야 한다. 악성 댓글은 그것을 작성하는 개인의 문제일까? 사람들은 과연 왜 이런 댓글을 쓰는 것일까? 관련 연구들을 참고해 보면, 개인의 성향이 일정 부분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학생들이 댓글을 읽고 쓰는 양상을 살펴보면 공격성, 충동성,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을수록 악성 댓글을 더 많이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김지인·이소연, 2019). 하지만 익명적인 온라인 환경에서는 악성 댓글 작성의 원인을 타인이나 상황에 귀인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커지고 그로 인해 악성 댓글이 늘어난다고 한다(김한민·김기문, 2018). 중학생들의 경우 부모와의 긴장과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이 악성 댓글 작성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이성식, 2009). 악성 댓글을 작성하게끔 하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도 분명히 존재하므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악성 댓글 뒤에 숨어 있는 언론이다. 하나의 뉴스 플랫폼에서 여러 뉴스 생산자들이 경쟁하는 온라인 뉴스 환경에서, 뉴스의 품질보다는 눈에 띄는 제목을 통해 독자를 유인하려는 소위 ‘헤드라인 저널리즘’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이준호, 2015).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헤드라인을 작위적으로 변경하거거나, 본문 내용과 일치도가 떨어지는 제목을 붙이거나, 동일한 기사에 헤드라인만 변경해 방문객을 유도하거나, 임의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사용해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 등이 그 예다(김위근·김성해·김동윤, 2013; 방영덕·박재영, 2009). 기본적으로 댓글은 기사에 대한 반응이다. 자극적이고 갈등을 부각시키는 제목의 기사는 그만큼 자극적이고 갈등적인 댓글을 유발한다. 그런데 악성 댓글의 책임을 작성자에게 돌리는 것은 적절하거나 충분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포털에서 뉴스 생산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모니터링 및 이용자 신고를 바탕으로 기사의 부정행위를 규명하고 대응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에서는 중복·반복 기사 전송이나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의 남용, 관련 뉴스 및 실시간 주요 뉴스 영역 남용과 같은 어뷰징 행위, 선정적, 자극적, 잔혹, 음란한 내용 및 범죄나 재난 피해자나 당사자의 감정·피해를 배려하지 않은 기사 등 악성 댓글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을 부정행위로 규정해 해당 언론에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벌점에 따라 시정 요청, 경고 처분, 서비스 노출 중단, 계약 해지 등의 단계별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현재 포털 뉴스 서비스에 게시되는 기사들의 제목을 볼 때 이러한 조치가 과연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런 부정행위는 비단 소수 언론사에만 해당되는 일탈이 아니라 사실상 대다수 언론이 행하는 관습에 가깝다. 김형과 양혜승(2013)은 2012년 10월 15일부터 2주간 네이버에 게시된 뉴스 제목 946건을 대상으로 제목이 문법적으로 불완전하거나, 특수어를 사용하거나, 적절하지 않게 직접인용부호를 사용하거나, 약어, 신조어, 전문어, 은어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기사 본문과 내용이 불일치하거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표현 또는 과도한 감정 표현이나 선동적인 표현을 활용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런 기사가 전체 기사의 87.6%에 달했다. 대다수의 뉴스가 독자의 소속 집단을 조롱하고, 소수자나 외부 집단을 비하하고, 비속어를 사용하며 너는 이 편이냐 저 편이냐를 묻는 판국에, 기사를 읽고 몇 줄 의견을 적는 댓글 공간에서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토론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뉴스 품질 개선 없는 댓글 규제는 무의미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한다고 해서 악성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연예 뉴스뿐 아니라 정치, 사회 기사에도 댓글을 쓴다. 정치인, 공직자나 사건 사고와 관련이 있는 평범한 시민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댓글은 포털 뉴스에만 달리는 것도 아니다. 포털뿐 아니라 카페,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로 뉴스가 확산되고, 그 모든 곳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포털에서 댓글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악성 댓글의 문제는 포털 이용자들을 규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법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이성규(2009)의 연구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개인에 대한 처벌보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동체 규범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낮은 품질의 기사를 생산하고 자극적이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제목으로 독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이전투구 하는 언론의 책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언론은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상황이다.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각국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 언론은 조사에 포함된 2016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최하위의 성적을 받았다. 그 와중에 온라인 뉴스 이용자들 사이에서 언론인은 ‘기레기’에서 ‘기더기(기자+구더기)’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론은 ‘악플러’를 때린다. 어떤 언론이 죄가 없어 감히 댓글을 쓰는 독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기더기보다 더한 것으로 변신하기 전에 서둘러 기사와 제목을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