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영국 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했다. 유료 부수 급감을 걱정하는 신문사들이 ABC협회에 발행 부수 인증 결과 비공개를 요청할 정도다. 지역 언론의 상황은 더 심각해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지역신문이 특히 심각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지난 몇 달간 사람들의 쇼핑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레 슈퍼마켓이나 거리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종이신문의 유통량이 급격히 줄었다. 영국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자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선(The Sun), 타임스(The Times) 등 업계 ‘톱’으로 여겨지는 일간지들이 ABC협회 측에 발행 부수 인증 결과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전례 없는 요청을 하게 됐다.1) “(신문사) 매출 감소에 대한 부정적인 내러티브”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ABC협회 측은 비공개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난 5월부터 이들의 발행 부수 집계 결과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단, 광고주들은 협회에서 자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신문들의 유료 부수 판매량은 이전처럼 공개됐다. 데일리메일(Daily Mail)이 5월부터 판매량 1위로 조사됐다. 지난 3월 113만 부에서 4월 94만 5,000부로 줄어든 판매량에도 1위를 기록했다.2) 이동제한령이 완화된 6월에도 전월대비 2% 증가한 97만 9,000부를 기록해 정상을 지켰다.3) 하지만 전년 성적과 비교했을 때는 15% 이상 부수가 줄어들었다. 다른 신문사들 역시 전년 대비 최저 8%에서 최대 78%에 이르는 발행부수 감소를 겪었다.[표] 코로나19가 신문사들에게 준 타격이 지표로 드러난 것이다.4)
[표] 영국 ABC협회가 집계한 전국 신문 발행 현황(2020년 6월) (단위: 부)
대다수의 지역신문이 입은 타격은 더 심각하다. 지역 독자와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만큼 종이신문 판매량과 매출이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BBC 보도5)에 따르면, 이동제한령 기간 동안 상당수 지역신문이 30% 가량 매출 감소를 겪었다.
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웨일스 지역 최대 신문사인 리치그룹(Reach Group)은 이번 이동제한령으로 그룹이 소유한 18개 신문사 전체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6)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고용 유지 정책 ‘일시해고(furlough)’ 제도를 이용해 전체 인력의 5분의 1을 일시적으로 해고했다. 해고 인력은 기존에 받던 급여의 80%를 정부에서 지급받고 있다.
같은 웨일스 지역에서 웨스턴텔레그래프(Western Telegraph), 프리프레스(Free Press), 티비사이드어드버타이저(Tivyside Advertiser) 등 유수의 지역신문들을 소유한 미디어 그룹인 뉴스퀘스트(Newsquest)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을 만났다며 일시해고뿐 아니라 남아 있는 직원들의 임금까지 삭감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해고되지 않은 직원들 중 1만 8,000파운드(약 2,724만 원) 이상을 버는 경우에는 급여의 15%가 일괄적으로 삭감됐다. 고위 관리자들은 2주간 무급 휴가를 떠나야 했다.
이용률은 역대 최고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동제한령 기간 동안 지역신문 독자들의 이용률(reach)은 전례없이 높았다는 것이다. BBC 인터뷰에서 리치그룹의 폴 롤랜드(Paul Rowland) 편집장은 “팬데믹 기간 동안 지역 독자들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절대적”이었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뉴스와 지역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이 온라인 서비스로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온라인 구독수의 증가가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역신문 대부분은 여전히 종이신문의 유료 부수 판매에 의존하는 데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광고를 유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뉴스퀘스트의 북웨일스 지역을 담당하는 수전 페리(Susan Perry) 에디터는 지역신문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제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독자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지역신문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영국 신문 산업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연간 7%의 매출 하락을 보여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종이신문 매출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디지털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와 팟캐스트 제공으로 반향을 일으켜 온 것이나 영국의 가디언이 후원제를 도입해 2018년부터 흑자로 전환한 것이 모범 사례라 할 것이다.7)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혁신에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에서 위기에 처한 지역신문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영국 정부의 공공 저널리즘 투자
지난해부터 영국 정부는 이처럼 종이신문, 특히 지역신문들이 겪는 재정적 문제에 공감하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7월 21일,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서 질 높은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안한 ‘케언크로스 리뷰(Cairncross Review)’8)를 참고해 지역의 공공 저널리즘에 기여할 뉴스 조직들에게 지원할 200만 파운드(약 30억 8,670만 원) 가량의 혁신 자금을 조성했다. 공익 뉴스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해 활동하는 뉴스 조직, 특히 소규모의 지역 뉴스 제공업체가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영국 전역의 다양한 독자층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제러미 라이트(Jeremy Wright)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은 “강하고 독립적인 언론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의 번영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이들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헌신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9)
제러미 라이트(Jeremy Wright)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첫 접수가 시작되자 영국 전국에서 178개의 지역신문과 뉴스 관련 스타트업 기관들이 지원했다. 그리고 3개월간 공익성 테스트를 받고 마침내 지난 2월 18일, 17개 뉴스 조직이 기금을 지급받게 된다는 최종 발표가 나왔다. 그중에는 위키피디아를 설립한 지미 웨일스(Jimmy Wales)가 뉴스 서비스를 위해 만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WT 소셜(WT.Social)도 있었다.
수상자들은 조직 규모에 따라 2만 파운드(약 3,027만 원)에서 최대 7만 파운드(약 1억 594만 원) 사이의 금액을 지원받아 향후 5개월 동안 공공 저널리즘에 기여하는 다양한 기술적, 재정적 혁신안을 추진하게 된다. 기금 운용은 공공단체인 네스타(Nesta)가 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수혜자 명단과 관련, 영국의 신문사를 대표하는 뉴스미디어연합(NMA, News Media Association) 측은 이번 수상자 리스트에는 40.6만 명 이상의 지역독자 도달률을 기록한 지역신문사들이 제외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10) 더불어 지역신문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의 지역 언론인을 고용하는 한편, 지역 공공 뉴스의 지속가능성에 공헌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앞으로 2~3년 동안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지역 뉴스 프로젝트’ 육성을 목표로 한 이번 혁신 기금 지원에서 선정된 단체들은 기존의 규모 있는 지역신문보다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블랙발라드(Black Ballad)나 지역신문 결제를 편리하게 하는 디지털 지갑을 개발한 아사테(Axate), 공익 뉴스 제작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소셜 네트워크 기술을 도입한 WT 소셜 등 기술 혁신을 강조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디어의 참신성이나 기술 혁신을 강조하다 보니 기존의 지역신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다. 물론 이번 혁신 기금은 첫 공모였다는 점에서 다음 공모에서는 지역신문들이 배려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구글, 지역신문에 구제 기금 전달
정부 혁신기금이 1차로 전달됐지만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현지 지역신문이 겪는 곤궁은 더욱 커졌다. 전염병 보도로 지역신문에도 비상이 걸리고 수용자 도달률이 급증했지만 매출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영국 신문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구글은 코로나19 이후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전 세계 지역 저널리즘을 지원하기 위해 구제 기금(relief fund)을 마련했고 5,300개 이상의 지역신문과 방송사들에 지원금을 전달한다.11)
구글은 “위기의 시대에 지역 공동체들을 위해 오리지널 뉴스 스토리를 제공한” 소규모 뉴스 제공업체를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26명 미만의 고용인을 갖춘 경우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다. 지원액은 개별 조직에게는 5,000달러(약 600만 원)에서 3만 달러(약 3,600만 원), 여러 조직이 속한 출판업자의 경우에는 최대 8만 5,000달러(약 1억 230만 원)로 각양각색이었다.
영국의 경우, 지역 라디오방송사인 채널103, 올트링엄투데이(Altrincham Today), 로치데일온라인(Rochdale Online) 등의 지역신문을 포함한 총 100여 개 뉴스 조직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프로그램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은 BBC
한편 코로나19로 방송사의 지역 시사프로그램도 타격을 받고 있다. 최대 상업방송사인 ITV가 일시해고 제도를 이용한 데 이어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적 서비스 방송인 BBC도 최근 들어 이동제한령이 끝나는 시점에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12)
이번 조치는 토니 홀(Tony Hall) BBC 사장이 지난 2015년 보수당 내각과 합의한 수신료 협상과 관련이 있다. 보수당 정부가 그동안 BBC 측에 제공되던 75세 이상 노년층을 위한 무상 수신료를 예산에서 삭감하면서 BBC의 재정난이 심각해졌다. 노년층에게 수신료를 징수해 이를 만회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시행일자를 6월 1일에서 8월 1일로 연기하면서 실질적인 수입이 대폭 줄게 됐다.
예산 감축을 위한 뉴스본부의 인력감축도 계획했지만 재난방송에 대한 공적책무를 다하기 위해 몇 달을 미뤄야 했다. 하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게 된 BBC는 뉴스본부에서 450명에 달하는 인력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리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예상되는 예산 감축액은 2,500만 파운드(약 379억 5,000만 원)였다.
문제는 지역 라디오와 TV 방송국이 입을 타격은 중앙에 비해 더 크다는 데 있다. 139명이 해고된 데 이어 낮 시간대의 시사 프로그램 수가 세 개로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쇼가 진행자 두 명 간 파트너십으로 구성돼 있는데 진행자 수도 일괄적으로 한 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결정에는 유명 지역 시사 프로그램인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의 퇴출도 포함돼 있다. 화려한 수상 경력에 11개의 지역판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쇼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언론인노동조합(NUJ, National Union of Journalists)은 BBC 계획이 현실화되면 “고품질 지역 뉴스와 탐사 저널리즘을 영국 모든 지역에 전달하는 공적서비스로서의 역할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BBC가 이번 구조조정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살펴본 것처럼 영국에서는 코로나19로 지난 몇 달간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고품질의 지역 정보와 뉴스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에 헌신한 지역 저널리즘의 조직들은 위기에 처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소규모의 신문이나 방송 조직이 자력으로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영국 정부가 마련한 혁신기금이나 구글이 전달하는 구제 기금은 단기 지원이므로 장기적으로 지역 저널리즘을 구할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영국 ABC협회에서는 매달 영국 일간지의 유료 부수 발행 및 유통 집계를 발표한다. 광고주가 이를 참조해 광고 단가를 계산하기 때문에 이 수치가 가지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
2) <ABC figures: Newspapers will no longer have to publish sales>, , BBC, 2020.5.21, https://www.bbc.co.uk/news/ entertainment-arts-52754762
4) Catherine Evans, <Coronavirus: News 'struggling to survive' pandemic>, BBC, 2020,5.25, https://www.bbc.co.uk/ news/uk-wales-52771503
5) 위의 기사
6) 현재 리치그룹이 웨일스 지역에서 발행하는 전체 신문 수는 18개로 데일리포스트, 사우스웨일스에코, 웨스턴메일, 웨일스온선데이 등 네 개의 일간지가 포함돼 있다.
7) Jim Waterson, <Guardian broke even last year, parent company confirms>, The Guardian, 2019.8.7, https://www. theguardian.com/media/2019/aug/07/guardian-broke-even-last-year-parent-company-confirms
8) <The Cairncross Review: a sustainable future for journalism>, GOV.UK, 2019.2.12, https://www.gov.uk/government/ publications/the-cairncross-review-a-sustainable-future-for-journalism
<£2 million Future News Fund to boost local public interest journalism>, GOV.UK, 2019.7.21, https://www.gov.uk/ government/news/2-million-future-news-fund-to-boost-local-public-interest-journalism
12) <BBC cuts 450 staff in regional restructure>, Advanced Television, 2020.7.2, https://advanced-television. com/2020/07/02/bbc-cuts-450-staff-in-regional-restru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