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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종종 ‘서유럽에서 가장 뚱뚱한 남자’로 비유된다. 4년 전 OECD 조사에서 비만 인구가 서유럽권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난 후 붙여진 별명이다. 현재도 영국 성인의 63%가 과체중 혹은 비만 상태다. 어린이 비만 문제도 심각해 초등학교 졸업생 3분의 1이 과체중으로 조사됐다. 영국 보건부는 비만 관련 질환 치료에만 매년 60억 파운드(약 9조 3,201억 원)를 쓰고 있다.
이에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돼 왔다. 특히 비만을 유발하는 정크푸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도 그에 호응해 정크푸드 유통과 광고 규제 방식을 2년 전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련 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행정 조치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비만’ 정책 내놓은 배경
영국 보건부는 지난 7월 27일,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비만 문제 해결하기: 영국의 성인과 어린이에게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독려하기(Tackling obesity: empowering adults and children to live healthier lives)>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내놨다.1) 비만 인구가 코로나19에 더 취약해 합병증이 생기거나 사망 위험이 높다는 공중보건기구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해, 국민의 체중 조절을 돕는 새로운 정책들을 제시했다.
보건부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을 보인 확진자 중 7.9%가 체질량지수(BMI) 30~35를 나타내 비만으로 분류됐다. 이들의 코로나19 사망 위험률은 정상인보다 40% 이상 높았다. BMI가 그보다 큰 40 이상인 경우, 사망 위험이 90%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전술했듯이 현재 영국 성인의 과반수가 과체중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중병을 앓거나 사망할 고위험군 규모가 다른 유럽 국가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전부터 과체중으로 알려진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는 지난 3월 27일, 세계 정상으로는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이상 투병 생활을 했다. 그는 퇴원 후 회복이 느렸던 이유로 “(자신이) 지나치게 뚱뚱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비만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졌던 존슨 총리는 입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2018년까지만 해도 그는 정크푸드를 제재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종종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당분 함유량이 높은 청량음료에 부과되는 ‘설탕세’2)에 대해 설탕 소비라는 죄에 대한 ‘스텔스 텍스(stealth tax, 납세자들이 별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새로 생긴 세금)’라며 비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후, 그는 비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아예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비만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책을 발표한 7월 27일에는 기자들을 불러 애견인 딜런(Dilyn)과 산책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영국 국민에게 코로나19에 대비해 체중을 조절할 것을 당부했다.3)

‘더 나은 건강’ 위한 정책들 선보여
영국 보건부는 비만을 ‘코로나19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1,000만 파운드(약 155억 2,6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 ‘더 나은 건강(Better health)’이란 제목의 전국민 비만 방지 캠페인을 출범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4) 국민 개개인이 건강한 식생활과 체중 조절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국립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가 운영하는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체중 조절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5)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규제책도 내놓았다. 슈퍼마켓에서 초콜릿, 과자, 설탕 등 가공식품을 묶음판매 하거나 계산대 근처 배치를 금지하는 것부터 250명 이상의 고용인을 가진 큰 규모의 레스토랑에서 칼로리를 공개하는 것 등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2년 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정크푸드 광고 규제안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노동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2년 전부터 보통 ‘정크푸드 광고’라고 불리는 고지방·고염분·고당분(high in fat or salt or sugar, 줄여서 HFSS 광고)을 포함한 식품들에 대한 광고를 TV에서 오후 9시 이전까지 방영 금지하는 방법을 검토해왔다. 광고에 대한 어린이나 청소년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를 받아들여 영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정크푸드 TV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공공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도 이에 동의해 여론조사에 참여한 결과, 스코틀랜드 지역 응답자 중 74%는 오후 9시 이전에 정크푸드 TV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에 찬성했다.6)
주목할 점은 이번 ‘더 나은 건강’ 캠페인이 그보다 더 강력한 광고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TV뿐 아니라 다른 전통 매체들과 온라인 미디어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전반에서 정크푸드 광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정크푸드 광고 제한
어린이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정크푸드 광고의 퇴출이 논의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이전부터 어린이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상대로 정크푸드 광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07년에는 TV 프로그램이나 쇼의 주 시청자가 7~9세인 경우, 정크푸드 광고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7)
하지만 이 규제안이 큰 효과가 없음이 얼마 안 돼 드러났다. 어린이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는 정크푸드 광고가 퇴출당했지만 <엑스팩터(X-Factor)>나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처럼 어린이와 성인이 모두 즐겨보는 인기 프로그램 전후로는 여전히 정크푸드 광고가 많이 보여 실제 노출 시간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디언이 인용한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8) 최근까지도 영국의 주요 상업방송사인 ITV와 채널4, 채널5, 유료방송인 스카이1 등에서 방영된 식품 관련 광고의 절반 가까이가 고지방·고염분·고당분을 포함한 유해 식품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시청하는 오후 6~9시 방영 프로그램에 60% 가까이 배치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미첼(Michelle Mitchell) 암연구소 회장은 이처럼 ‘끊이지 않는’ 정크푸드 광고들이 나쁜 식단을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normalized) 이를 갈망하게 만든다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정부의 새 계획대로 영국에서 아동 방송 시청 가능 경계선(watershed)인 오후 9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러한 인기 프로그램 상당수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사실상 정크푸드 광고가 TV에서 퇴출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이어 광고 규제까지… 광고 업계 불만 커
방송업계는 산업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TV의 경우, 오후 9시 이전 방영 정크푸드 광고 제한 시 약 2억 파운드(약 3,102억 원) 상당의 손해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ITV와 채널4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는데, 두 채널은 광고 수입에서 각각 1억 파운드(약 1,551억 원)와 4,000만 파운드(약 620억 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방송 산업 관계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채널4와 ITV에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던 마이클 그레이드(Michael Grade)는 가디언 기사에서 정크푸드 광고를 TV에서 제한하는 것이 한 국가의 비만율을 낮추는 데 기여한 어떤 예도 찾을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이 오히려 방송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9)
방송 산업 간부들 역시 정부가 정크푸드 광고 규제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어린이의 일일 칼로리 소비량 1.7 칼로리 감소라는 발표에, ‘무시할 수 있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산업이 감당해야 할 손실보다 얻는 효과가 미비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광고 업계의 평가도 좋지 않다. 스티븐 우드포드(Stephen Woodford) 영국 광고협회 회장 역시 정크푸드 광고 규제에 난색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영국 경제가 입을 타격이 비만율을 낮추는 효과보다 클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제 회복을 늦출 수 있는 어떤 규제도 재고돼야 할 시점에 섣부른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영국의 주요 광고주들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영국광고주협회(ISBA, Incorporated Society of British Advertisers)의 필 스미스(Phil Smith) 사무총장은 “광고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제한이동령이 내려진 기간 동안 공공 보건 캠페인을 지원·개발하는 한편 직원들을 보호하고 이들에 지원책을 마련해왔다”며 이번 규제안 도입은 코로나 사태로 이미 힘들어하고 있는 광고 산업에 ‘무분별한(ill-thought-out)’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송 및 광고 산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 정부가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그 파장이 클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TV 채널 프로그램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제불황 장기화가 기정사실로 되는 상황에서 광고 수입 손실을 제작비 삭감으로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여론이다.
나아가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온라인 매체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광고 규제안에는 TV뿐 아니라 온라인 정크푸드 광고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린이 시청자들의 인터넷 이용이 최근 급증한 것이 고려됐다.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0세의 영국 아동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15세가 되면 그 수치는 94%로 증가했다.10) 최근에 많은 식품회사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어린이 소비자를 공략하는 만큼, 이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매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 이 이번 정책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TV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부터 온라인까지 정크푸드 광고를 퇴출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비만 문제 해결에서 실제로 성과를 거둘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대비에 도움이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1) <Tackling obesity: empowering adults and children to live healthier lives>, GOV.UK, 2020.7.27,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tackling-obesity-government-strategy/tackling-obesity-empowering-adults-and-children-tolive-healthier-lives#what-next
2) 영국에서는 2018년 4월 6일부터 설탕세가 도입돼 청량음료 100mL당 설탕 첨가물이 5g 이상 8g 이하일 경우엔 1L당 0.18파운드(약 280원), 설탕 첨가물이 8g 이상일 경우 1L당 0.24파운드(약 373원)를 과세하고 있다.
3) <‘I Was Way Overweight’: Boris Johnson Urges Brits to Exercise To Help Tackle Obesity>, Bloomberg QuickTake News, 2020.7.27, https://www.youtube.com/watch?v=EtwFoTzVdZs
4) <New obesity strategy unveiled as country urged to lose weight to beat coronavirus (COVID-19) and protect the NHS>, GOV.UK, 2020.7.27, https://www.gov.uk/government/news/new-obesity-strategy-unveiled-as-country-urged-to-loseweight-to-beat-coronavirus-covid-19-and-protect-the-nhs
5) https://www.nhs.uk/better-health/
6) <Public Support for Junk Food Advertising Restrictions>, Action on Sugar, 2019.6.6, http://www.actiononsugar.org/news-centre/sugar-in-the-news/2019/2019-stories/public-support-for-junk-food-advertising-restrictions.html
7) <Ban on junk food ads introduced>, BBC, 2008.1.1, http://news.bbc.co.uk/1/hi/health/7166510.stm
8) Elgot, J., <Web ads for junk food could be banned under UK government plans>, The Guardian, 2020.7.27, https:// www.theguardian.com/society/2020/jul/27/web-ads-for-junk-food-could-be-banned-uk
9) Waterson, J., & Sweney, M., <UK junk food ad ban ‘could force deep cuts on TV channels’>, The Guardian, 2020.7.24,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0/jul/24/uk-junk-food-ad-ban-tv-channels-boris-johnson-coronavirus
10) McQuater, K., <Children’s digital independence driven by mobile>, Research live, 2020.2.4, https://www.research-live.com/article/news/childrens-digital-independence-driven-by-mobile-/id/50646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