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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이용자 안중에 없는 OTT 전쟁] OTT 시장 바라보는 ‘엇갈린’ 속내
집중점검 | 등록일 : 2020-11-06

 

스트리밍 서비스, OTT(Over The Top)로 불리는 미디어 구독경제 시장의 확산세가 폭발적이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한 웨이브, JTBC와 CJ ENM이 합작한 티빙이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 OTT다. 국내에서 폭발적인 OTT 상승세를 이끈 건 단연 넷플릭스다.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인 만 20세 이상 개인의 넷플릭스의 월 결제 금액 총액은 462억 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9월 241억 원(추정)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수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며, OTT는 우리의 일상에 안착했다. 

 

 

OTT는 대세다. 2019년 11월 디즈니와 애플이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 5월에는 HBO, 7월에는 NBC까지 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출했다. 편성이 해체됐고, 시청자가 편성권을 갖게 됐다. TV 앞 실시간 시청자는 사라지고, 대신 인터넷을 통한 스마트폰 콘텐츠 소비가 익숙해졌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꺼내 들었고, 부처는 앞다퉈 OTT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KT까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고, 전통적 콘텐츠 사업자인 지상파 구성원이 속한 노동조합·협회는 규제 역차별을 호소하며 대응 전선을 구축했다.  

 

 

국내에서 폭발적인 OTT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연합뉴스

 

 

반(反) 넷플릭스 동맹 형성한 지상파 

 

OTT를 바라보는 속내는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올해 상징적 사건은 KT IPTV ‘올레(olleh)’가 8월 3일부터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앞서 2018년 넷플릭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LG유플러스는 그해 하반기 387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했지만 2019년 하반기 436만 명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가입자 증가세를 보였다. KT는 ‘시즌(Seezn)’이라는 자체 OTT가 있음에도 넷플릭스와 제휴를 선택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IPTV 가입자를 묶어둘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넷플릭스 종속’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사업자들은 KT·LG계열·딜라이브 등 1,700만플랫폼을 확보한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나섰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넷플릭스의 모바일 앱 순이용자는 637만 명 수준인 반면 웨이브는 346만 명 수준에 그쳤다. KT-넷플릭스 제휴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의 52.85%가 넷플릭스의 잠재 고객으로 흡수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넷플릭스가 IP(지적재산권)를 독점하고 저작인접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사랑의 불시착>(tvN)을 비롯해 <이태원클라쓰>(JTBC), <더 킹: 영원의 군주>(SBS), <슬기로운 의사생활>(tvN), <킹덤>(넷플릭스), <인간수업>(넷플릭스) 등 올해 넷플릭스 시청 순위권에 있는 국내 작품 대부분이 넷플릭스의 제작 투자를 받았거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넷플릭스는 △제작 이전 단계 투자 △제작 중간 단계 투자 △제작 완료 이후 투자 방식으로 드라마를 넷플릭스에 끌어오고 해외 판권을 얻는다. 넷플릭스 투자를 받은 <동백꽃 필 무렵>은 국내에선 KBS 드라마였지만 해외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JTBC, 스튜디오드래곤, CJ ENM과 다년 계약을 맺고 협력 강화를 밝혔다. 지상파 출신의 국내 유명 드라마 PD는 “넷플릭스는 양날의 검이다. 좋은 투자자로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장르적 다양성을 가져왔고 제작비도 한때 70%까지 대줬다. <미스터선샤인>(tvN) 제작비 400억 중 300억을 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판매만 되면 무조건 돈을 벌었다”고 밝힌 뒤 “하지만 지금 해외 판권을 담당해줄 만한 곳이 넷플릭스밖에 없어서 의존적 구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을 내고 “유료방송 1위 사업자 KT가 글로벌 공룡 OTT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지금껏 국내 미디어 산업계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온 KT가 맹렬한 기세의 해외 사업자에게 이토록 손쉽게 국내 시장 석권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매우 충격적이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힌 뒤 “넷플릭스의 토종 OTT 죽이기 전략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킬러 콘텐츠 제작 능력을 넷플릭스가 가져가고 있다. 지상파가 콘텐츠를 만들 유일한 주체인데 돈은 말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파 제작자 대부분이 소속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PD연합회도 공동성명을 내고 KT와 넷플릭스 제휴를 가리켜 “한국 미디어 생태계 교란의 신호탄”이라며 “이제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정부의 OTT 글로벌 사업자 육성 의지와는 무관하게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지배적 역외사업자(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확보해달라는 요구를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그동안 정부 당국과 국회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PD연합회는 “지금처럼 통신사업자들의 경쟁에만 맡겨 놓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재원을 더욱 위축시킬 뿐”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회를 향해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육성, 국내 OTT 사업자가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법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신 3사를 향해서는 “글로벌 OTT와의 제휴로 얻는 이익 일부를 국내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와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지난 9월 1일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처음 선보이며 OTT 시장 도전에 나섰다. 기존 제휴 방송사 콘텐츠 제공을 넘어 넷플릭스+유튜브 혼합 모델을 지향하는 모양새다. 신종수 디지털콘텐츠사업 본부장은 “올해 드라마 6개, 예능 19개 타이틀로 총 25개 타이틀, 350여 편의 에피소드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M은 지난해 <마리텔>을 연출했던 박진경·권해봄·권성민 MBC PD 등을 영입했다. 지상파 출신 연출자로선 ‘심의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반면, 지상파로서는 또 다른 숙제가 생긴 셈이다. 


‘디지털 뉴딜’ 나선 정부, OTT 진흥에 정부 부처 ‘신경전’ 

 

지난 6월 22일, 정부는 해외 OTT 공세에 맞서자며 각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내 업계는 칸막이식 규제 환경과 글로벌 미디어와의 불공정 경쟁 여건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며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규모 10조 원 △콘텐츠 수출액 134억 달러(약 15조 3,135억 2,000만 원)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를 목표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린 뉴딜’과 함께 정부가 밝힌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디지털 뉴딜’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OTT 관련 산업의 ‘진흥’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는 “전 세계 OTT 시장은 2014년~2019년 세 배 이상 성장했고 세계 각국 통신사·제작사·유료방송사 등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성장 중”이라며 “M&A로 인한 대형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OTT에 대한 이용자 비율은 전체의 22% 수준(2019년 기준)으로 해외 플랫폼에 비해 열세”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소규제’, ‘대형화 촉진’이란 키워드를 내걸며 정부 주도로 업계 M&A를 유도하겠다고 예고했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주요 과제 중 하나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IPTV 시장점유율 규제(유료방송 가입자 3분의 1 초과 금지) 폐지다. SO 인수합병에 나서는 KT·SKT 등 통신사 맞춤형 정책이다. 정부는 또한 OTT 사업자를 통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디오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자율등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으며 영화·방송 콘텐츠에 적용되는 제작비 세액공제를 OTT 영상물까지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이어 국내 OTT의 망 이용 부담을 줄이고, 공정한 망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상호접속제도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부처의 OTT 관련 정책은 이 같은 6월 발표의 연장에 있다. 하지만 OTT ‘컨트롤타워’를 놓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눈에 띈다. 지난 8월 비슷한 시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OTT 법제도 연구회’를 만들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OTT 콘텐츠 글로벌 상생협의회’를 만들었으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국내 OTT 활성화 협의체’를 만들었다. 방통위는 OTT 정책협력팀도 신설했다. 당장 각 부처 사이 서로 다른 정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당장 과기정통부는 OTT를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으로 규정하고, 문체부는 OTT를 온라인 영상 콘텐츠 사업으로 규정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에 혼란이 빚어졌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에서 “OTT는 가능하면 규제가 없어야 처음에 발전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본다. 법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법을 갖고 규제 없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방통위, 문체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교통정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대표 사업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11일, 정부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차관급)을 중심으로 국무조정실, 과기정통부, 문체부, 방통위 고위 인사가 참여하는 ‘OTT 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OTT 정책협의회는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OTT에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OTT 정책은 부처에서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 관련 정책이 부처별로 쪼개져 있는 가운데 ‘디지털 뉴딜’과 관련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미묘한 신경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 OTT 대응하는 국내 사업자 간 제휴·협력 필요 

 

일례로 지난 8월 24일 IT조선이 “방통위가 규제기관으로 토종 OTT 기업 간 경쟁 시장에 개입하려고 한다”고 보도하자 방통위는 입장을 내고 “OTT가 부가통신 서비스 사업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만으로 OTT 시장을 과기정통부가 주관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OTT는 새로운 방송과 통신 융합 서비스로 각 부처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대한 지원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데, 방송 통신 주관 부처인 방통위가 국내 OTT 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정책도 내지 말고 방치해야 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웨이브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은 콘텐츠 직접 제작 지원 방식 개선(지원 대상, 펀드 조성, 수익보장 방식 등)과 간접지원(제작비 세제지원 및 콘텐츠 R&D) 확대,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한 M&A 절차 간소화, 전반적 심의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8월 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OTT에 대응하는 국내 사업자 간 제휴·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콘텐츠사업자)처럼 넷플릭스·유튜브 등 해외 CP도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 KT·SKB·LG유플러스 등)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역차별 해소’ 방안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의 망 사용료는 2017년 기준 1,141억 원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가 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2분기 일평균 트래픽 발생량 상위 10개 사업자 중 국내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 해외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73.1%였다. 망 사용료 외에도 지상파 면허세 개념으로 부과되는 기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콘텐츠진흥기금으로 바꿔 넷플릭스에도 콘텐츠진흥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사업자와 정부 부처는 이처럼 OTT를 둘러싼 각종 규제와 진흥 정책 논의 속에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빠져있는 주체가 있다. 바로 이용자다. 이제 광고 없이, 편성 시간과 시청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 이용자들은 돈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광고로부터의 자유와 편성권을 줬다. 해외 OTT 공세에 맞선다며 내놓은 각종 규제 완화는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이용자에게 ‘디지털 뉴딜’, ‘토종 OTT’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용자’ 없는 논의가 다소 공허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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