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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섰다. 사무검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유가율·성실률이 실제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검증 방식과 문제점, 이번 사태가 향후 신문 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ABC협회(이하 ABC협회). 신문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검증하는 국내 유일한 기구다. 부수는 신문의 영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민간·정부 기관의 광고비 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검증 과정은 어떨까. 일단 신문사로부터 부수 보고를 받는다. 그대로 믿을 수 없으니 성실률(격차) 확인을 위해 표본지국 공사를 준비한다. 표본지국 선정은 특정 관리자가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정한다. 표본 선정 과정 기록도 없다. 표본지국은 공사 7일 전 통보한다. 신문사 본사 직원이 공사 전 표본지국을 방문해 유료부수 증빙 자료를 직접 수정·관리한다. 신문사가 표본지국 교체를 요청하면 해준다. ABC협회 공사원이 표본지국에서 유료부수 증빙자료를 얼마나 어떻게 확인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는 없다. 3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의 ABC협회 사무검사로 드러난 대한민국 신문 부수 인증 실태다.
이런 과정으로 ABC협회가 확인한 2020년(2019년도분) 조선일보 신문지국 성실률은 98.09%.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1월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조선일보 신문지국 성실률은 55.36%였다.
이번 사무검사는 지난해 11월 “일간신문 공사 부정행위를 조사해야한다”며 ‘부수 조작’을 폭로한 ABC협회 내부 진정서가 문체부에 접수되며 시작됐다. 진정서에는 현실에서 등장할 수 없는 ‘유가율’이 적혀있었다. ABC협회가 내놓은 지난해 조선일보 유가율은 95.94%. 100부를 발행하면 96부가 돈 내고 보는 신문이라는 뜻이었다. 이를 두고 수도권 지역의 한 신문지국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치다. 지국에 들어오는 신문의 최소 3분의 1은 파지다. 2분의 1이 파지인 곳도 있다”며 “ABC협회는 오늘이라도 해산해야 한다. 그 사람들 때문에 신문 시장이 왜곡돼 파지가 늘었고 지국장들은 구독료가 아닌 파지로 먹고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조선일보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같은 해 한겨레 유가율은 93.73%였다. 문체부가 사무검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실제 유가율·성실률과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다
문체부는 사무검사 발표를 통해 “신문지국의 평균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은 62.99%, 평균 성실률은 55.37%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문사의 부수 보고→협회의 표본지국 선정·통보 및 공사원 배치→표본지국 공사(실사)→보정자료 인정 및 인증위원회 운영으로 이어지는 부수공사 과정 전반에서의 불투명한 업무 처리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개선 사항으로 △표본지국 선정과 공정성 검증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 △표본지국 통보 시기 조정(현행: 7일 전 통보→단축: 1~3일 전 통보) △특정 관리자가 임의 배정하는 공사원 배치 방식 개선 △공사원 역량 강화 등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현장에서 ‘유료부수 인정 불가로 확정된 자료’임에도 신문사가 ‘동일한 자료’를 추가 증빙 없이 보정 신청한 것을 유료부수로 인정해 준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ABC협회 인증위원회에 대해서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인증 보류 결정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ABC협회는 “신문사의 (표본지국) 사전 준비 여부는 알지 못하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현장에 있는 자료로만 인증할 뿐, 강제 조사 권한이 없어 자료의 진위 여부까지 밝혀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신문사 중심의 임원 구성과 회비수입 비중으로 인해 매체사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해왔다”고 진단하며 “합리적·객관적 의사결정을 위해 부수공사 대상인 신문업계가 주도하는 현행 이사회 구조를 전문가(제삼자) 중심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현 이사회는 매체사 12인, 광고주 7인, 광고회사 4인, ABC협회 2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회비 수입의 90% 이상이 매체사에서 나온다. 문체부 고위관계자는 “6월 30일까지 권고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부수공사 결과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매체사의 연쇄적인 협회 탈퇴가 예상되며, ABC협회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나는 2013년부터 ABC협회가 내놓는 유료부수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단지 ‘정확한’ 유료부수를 알고 싶었다. 2012년 말, ABC협회가 배포한 유료부수 보도자료를 처음 받아봤다. 주변에 신문 보는 사람이 없는데, 이렇게 신문을 ‘많이’ 보는 게 사실일까 싶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10.2%로 역대 최저치였다. 10년 전인 2010년 같은 조사에서 열독률은 52.6%였다. 그런데 ABC협회는 지난 10년간 일간지 유료부수가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언론수용자 조사에 의하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80% 가량 줄었는데 말이다. 이 격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언론의 존립 기반, 거짓으로 부풀려진 유료부수에 의해 파괴”
“언론의 존립 기반은 거짓으로 부풀려진 유료부수에 의해 파괴됐습니다. 국민이 자신들의 부수를 속여 광고주와 정부로부터 부당한 광고비와 보조금을 받은 언론을 어떻게 신뢰하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언론 자유를 위해 거짓 언론을 고발합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수 조작 논란에 국회가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 노웅래 단장은 3월 11일 “기성 언론의 유료부수 조작은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책무를 져버린 것으로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언론 정상화를 위해 수사기관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30여 명이 3월 18일 조선일보와 ABC협회 등을 보조금법 위반 및 형법상 사기·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ABC협회 조사 담당자들이 조사를 나오기 전 미리 조사 대상 지국들에게 통보하는 형태로 부수 공사 조작이 이뤄졌다”며 “피고발인들은 사전 조작으로 부수 공사 조작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면 보정자료를 통한 사후 조작으로 이를 보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원들이 자료 조작을 거부할 경우 명시적으로 압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공사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내부고발자’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은 중앙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이 같은 조작이 이성준 ABC협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성준 회장은 문체부 사무검사 결과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ABC협회 내부 관계자는 “이성준 회장이 ‘우리는 신문사를 주인으로 모시는 조직’이라는 마인드를 강조했다. 우리는 하인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며 “모 신문사와 관련해 회장이 내게 전화를 해서 왜 이 신문사 부수를 이렇게 적게 주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성준 회장은 “이곳은 내가 협박하고 압력 넣어도 통하지 않는 곳이다. 나는 도덕적으로 한 톨의 흠결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는 작년에 116만 부 유료부수를 가지고 국가로부터 보조금과 정부광고를 받았는데 유료부수가 절반밖에 안 된다면 절반은 사기로 받은 것으로, 국민 세금을 탈취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광고단가 자료에 따르면 중앙지의 경우 유료부수 60만 부 이상은 A군, 5만 부 이상~20만 부 이하는 B군에 포함되는데, A군에 해당하는 매체는 조선·동아·중앙일보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782건의 정부광고를 통해 76억 1,600여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동아일보는 95억 1,500여만 원(869건), 중앙일보는 83억 2,000여만 원(881건)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문체부 사무검사 결과에 따르면 조·동·중 모두 A군이 아닌 B군일 수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부광고법에 부수공사는 정부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자격으로만 명시돼 있다”며 “부수공사 결과는 정부광고의 단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2004년 미국의 댈러스모닝뉴스는 독자 수 약 4만 명을 속여 발표한 사실을 인정하며 광고주들에게 276억 원을 환불했다. 전체 부수의 1.5~5%를 속인 결과였다”며 “유료부수를 두 배 부풀린 조선일보는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라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사 또는 검증기관이 고의적으로 전년도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조작해 신고 또는 검증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로 인해 선정된 정부광고 등의 광고비의 세 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올해 재단의 각종 공모사업에서 ABC 부수공사 결과 반영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4월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신문이 폐기물처리장에서 계란판 제조용으로 팔리거나 동남아로 수출되고 있다. 부수 공사결과를 조작해 정부광고를 유리하게 수주한 행위는 부당한 고객 유인으로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사안에 대해 반드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저는 (이 사안이) 부당한 고객 유인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판단은 공정위에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정거래법에서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2%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T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해시태그>에서 “언론은 신뢰 산업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산업은 근본적으로 붕괴한다”며 “(붕괴를 막기 위해) 처벌이 확실해야 한다. ABC협회만 처벌할 게 아니라 조작에 가담한 언론이 있다면, 보조금 환수부터 그 이상의 배액 배상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협회 반발, 한겨레는 사과
부수 조작 사태, 이제 시작
한국신문협회는 “일간신문 부수가 실제의 절반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신문협회는 4월 16일자 신문협회보에서 “문체부의 유료부수 조사 방법은 (지난 1월) 인터뷰에 응한 신문지국에 대해서만 조사해 지국별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없었다. 표본지국 수도 3개 신문사의 14개 지국에 불과해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체부가 이번 지국조사로 입수한 자료는 지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를 추정한 것이어서 지국별로 편차가 있고, 표본의 한계(한정된 샘플, 지국별 자료량 차이 등), 조사 시점 및 조사원 경험의 차이 등으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문체부 현장 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기존 ABC협회 공사는 신문사 담당자들이 일종의 가짜 자료를 만들어 공사원에게 보여줬고, 우리는 확장일지·배포일지·수금 내역 등 실제 자료를 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더욱이 문체부는 지난 1월 현장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ABC협회-전문가-유관기관’ 등이 포함된 공동조사단을 구성, 6월까지 추가 현장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ABC협회나 신문협회 측의 협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한 신문지국장은 “최근 조선·동아일보 본사에서 지국장들에게 문체부 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신문협회는 “정부광고비 책정은 관행에 의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보조금은 다양한 배분 기준에 따라 집행돼 왔기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 등이 신문사가 정부광고비 및 보조금을 악의적으로 편취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반박했다. 오히려 ABC협회 신문 측 이사들은 이번 사안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박이 ‘부수 조작’을 정당화할 순 없다.
신문협회는 자신들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한겨레는 달랐다. 한겨레는 3월 17일자 지면에서 “한겨레도 부수를 부풀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사과문을 내고 “발송 부수의 투명성을 끌어올리는 내부 혁신에 먼저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유가부수 조작과 묵인, 그로 인한 정부광고와 지면 광고의 부당한 단가는 신문 사주와 경영진의 수익 전략이 얼마나 빈약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하며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로 신문 산업은 자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고 부수 조작을 공모하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부수 부풀리기는 곪을 대로 곪았던 부끄러운 비밀이다. 광고 따오기 경쟁 과열이 부수 부풀리기로 연결됐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해명의 여지는 없다. 신문업계의 자성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신문 권력의 종말을 가리키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경찰 조사와 문체부의 추가 조사, 국정감사까지 갈 길이 멀다. 대선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ABC협회와 신문 부수 조작 사태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본 기자는 ‘정확한’ 유료부수를 알고 싶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