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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OTT 저널리즘] 저널리즘 역할 확대되는 OTT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3-04-28

OTT가 드라마와 예능을 넘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티빙은 를 최근 공개했다. OTT가 저널리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나는 신이다>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사이비 교주의 실체를 폭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지난 3월 3일 공개 전부터 파장을 예고했다. 성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JMS 정명석 측이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 이는 우리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첫 사례였다. OTT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자, 누군가는 OTT를 ‘언론’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장면이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정명석의 신도들에 대한 성범죄 혐의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관련 내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유사 피해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저널리즘적 측면을 인정한 것.

 

그리고 파장은 컸다. <나는 신이다>는 공개 3일만인 3월 5일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장르로는 최초였다. 3월 15일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명석 씨를 가리켜 “엄정한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뜨거워지며 사회적 분위기 변화까지 감지됐다.

 

<나는 신이다>를 출신의 현직 MBC 시사교양 PD가 연출했다는 사실도 향후 방송계에 미칠 파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는 신이다>는 MBC에서 먼저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 협업을 제안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처음엔 오대양 사건에 집중하다 ‘판’이 커지면서 JMS까지 다루게 됐고, MBC에서도 <나는 신이다> 편성을 검토해봤지만 높은 수위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나는 신이다>가 사회적으로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타 방송사의 관심도 높아졌다. KBS의 한 시사교양 PD는 “<피지컬100>에 이어 MBC에서 저 정도 성과가 나오니 평PD들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자극받는 것 같다”며 “간부로부터 넷플릭스 협업을 적극 권장한다는 지침도 받았다. 뭐든 해도 된다고 하더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껏 드라마와 예능만 OTT로 연출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나는 신이다>는 시사교양물도 넷플릭스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SBS의 한 시사교양 PD는 넷플릭스와 협업을 두고 “평PD는 다 하고 싶어 한다. 지상파 시사·다큐 편성이 줄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OTT와 제작 경험이 쌓이다 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계약이 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PD는 특히 “심의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하며 “OTT는 표현의 자유도 다르고, 다룰 수 있는 수위도 다르다. OTT도 지상파에서 못하는 걸 원한다”며 OTT가 시사교양 PD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할 시장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PD들 입장에선 기획만 좋으면 넷플릭스가 CG 담당자까지 제작진을 전부 갖춰주고 충분한 제작비와 제작 시간까지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성공하면 세계적인 영향력까지 갖게 되기 때문에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티빙에선 오리지널 콘텐츠로 ‘MZ세대 150명과 함께하는 대규모 실험 다큐멘터리’ 콘셉트의 를 공개했다. SBS 내에선 쿠팡플레이와 시사교양물 오리지널 콘

텐츠 제작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나는 신이다> <출처 – 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 하청기지?

“지금 흐름을 되돌릴 순 없다”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성공하면 ‘배 아프다’는 지상파의 딜레마적 상황은 여전히 피할 수 없다.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있다면 MBC는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PD도 사내에서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등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한 상황에선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그러나 <나는 신이다> 총괄 프로듀서였던 김진만 MBC PD(현 MBC 시사교양본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번 협업을 두고 “방송사의 막강한 자산인 아카이브를 활용했고, 의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PD들 입장에선 사내 예산으로 하기 어려웠던 큰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 경험을 (사내에) 공유할 수 있다. 언젠가는 늘어나는 제작비 감당이 어려울 OTT와 IP 협상에서 윈윈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협업이 PD들에겐 실시간 편성에 갇혀있던 연출 욕구를 발산하고 MBC에겐 지상파 플랫폼 독점시대가 끝난 지금 ‘콘텐츠 사업자’로서 MBC 브랜드를 높일 ‘새로운 길’이라는 의미다. 앞서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지난 1월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계에선 ‘도전에 열려있는 MBC 분위기가 부럽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상황이 단순하진 않다. MBC 사측 관계자는 “넷플릭스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성공한 PD들은 회사를 떠나버린다는 딜레마가 있지만 지금 흐름을 되돌릴 순 없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을 연출하며 ‘글로벌 1위’라는 흥행을 맛본 장호기 시사교양 PD는 최근 MBC에 사표를 제출했다.

 

지상파 3사 시사교양 PD들이 넷플릭스를 비롯해 OTT 오리지널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미 2021년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2022년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처럼 살인이나 강력범죄를 다룬 시사교양 오리지널 콘텐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강력계 형사들의 범죄 추적을 담은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는 <나는 신이다>와 같은 날 공개됐다. 연출자인 배정훈 SBS 시사교양 PD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보통 TV 파일럿을 완성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리는 데 비해 이번 작품은 1년 걸려 완성했다. 다큐 제작자로서 해오던 관습적 선택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론적 고민을 녹여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는 신이다> 연출자 조성현 MBC PD는 지난 3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신이다>는) 2년이란 기간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며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했다면 8~10주 동안 만들었을 거다. 만나는 사람도 적었을 거다. (이번에는) 200분 넘는 분을 인터뷰했다. 어떤 방송보다 심층적으로 취재해 들을 수 있었다”며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조성현 PD는 “(JMS 피해자) 메이플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하기까지 40일을 기다렸다. 으로 만들었다면 아쉽지만 만나지 않겠다고 결정했을 것이다. 편성이나 취재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게 큰 차이였다”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과정의 경험을 전한 뒤 “(이번 기회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OTT를 통해 시사교양 콘텐츠를 본다는 걸 알게 됐다. OTT 시청자층에게 우리의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좋은 매체다. 다큐가 소비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저널리즘에 득일까 독일까

 

사회 고발 성격이 강한 시사교양물 오리지널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나는 신이다>처럼 가처분 신청 사례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넷플릭스도 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이라는 주장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 뉴스 배열을 하던 네이버를 2009년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 규정하며 언론중재법 중재 대상으로 포섭한 것처럼, 넷플릭스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제도적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앞서 유튜브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오자 국내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저널리즘 영역에 두는 논의는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는 시사 보도 기능을 하는 일정 영향력 이상의 유튜브 채널을 언론 중재 조정 대상으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 또한 “구독자 수가 수십만 되는 유튜브는 기성 언론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방송도 아니고 인터넷 매체도 아니다”라며 “사실상 미디어 기능을 하는 유튜브도 언론중재법상 언론에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상의 플랫폼이 된 OTT 오리지널이 구현하는 저널리즘도 어느덧 우리의 눈앞에 다가온 만큼, 위와 같은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지금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심의한 사례는 없다. 심의위 내 통신소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심의할 순 있지만, 불법성과 유해성이 명확한 경우 정보통신심의규정 15조 1항에 따라 삭제 또는 접속 차단이 가능하지만 통신 심의는 주로 불법 영상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나는 신이다> 같은 시사교양 콘텐츠에 삭제 또는 접속 차단을 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때문에 OTT 오리지널에 대한 심의 요구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해 심의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는 OTT 플랫폼에선 어떤 표현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는 상황이고 사후 제재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제작자 각자가 알아서 제작 윤리를 판단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넷플릭스가 <19금 PD수첩> 또는 <19금 그것이 알고싶다>를 원하는 측면도 간과할 순 없다. 지상파 심의 규제에 익숙했던 우리 사회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의 흥행이 ‘선정성’ 이슈로 이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다.

 

3월 10일 <나는 신이다> 간담회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저널리즘 원칙이 있다. PD는 심판자가 아니다. 최소한의 객관성을 지키고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떨어져서 사람들이 판단할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큐도 피사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런 원칙을 지키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이건 대자보이거나 고발장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너무나 순수한 악이기 때문에 (이번 다큐가) 정당화될 수 있지만, 다른 제작자가 다른 사안에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은주 조선일보 에버 그린 콘텐츠 부장은 <나는 신이다>를 ‘시사 다큐 포르노’로 정의하며 “사악한 사건을 사악하게 다뤘다”고 했다. 조선일보만의 비판은 아니다.

 

<나는 신이다>는 아주 오랜만에 시사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주목을 받은 사례이자,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저널리즘적 영향력을 발휘한 사실상 첫 사례다. 앞으로 유사 이슈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에 관련 논의가 콘텐츠에 대한 호불호로 끝나선 안 된다. <나는 신이다>가 심의에서 자유로운 OTT 플랫폼이 저널리즘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를 판단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년 전 우리에게 TV 채널은 KBS, MBC, SBS, EBS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TV 채널은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웨이브다. 콘텐츠 접근성과 영향력 관점에서 그렇다. 2022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일 평균 이용자 수는 303만 명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티빙은 115만 명, 웨이브는 100만 명 수준이었다. 플랫폼의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제는 저널리즘의 주도권도 내어줄지 모른다. 언젠가는 언론인 손석희가 출연하는 OTT 오리지널이 등장할지 모른다. OTT 시대, OTT 저널리즘을 맞이할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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