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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20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세션4: 독자 커뮤니티와 참여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11-06

 

독자는 누구인가? 예상 답변 하나. 쓰는 사람의 반대말, 즉 읽는 사람. 예상 답변 둘. 언론이 존재하는 한 그 어딘가에 당연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던 대상. 예상 답변 셋. 이전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중요해진 개인 또는 집단.  

 

다시, 독자는 누구인가? 현실 답변 하나. 읽기만 하지 않는 사람.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사람. 현실 답변 둘. 언론이 존재하는 양태를 살피며 언제든지 언론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기를 거부 할 수 있는 행위자. 현실 답변 셋. 이전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한 개인이자 집단. 

 

저자와 독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 내에서의 정보 생산과 소비가 급변하면서 언론에 있어 독자는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조금씩 이동하는 중이다. 언론 내·외부를 가로지르는 변화를 감지하면서 독자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을 좌우하는 요체이자, 언론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시험지로 재평가되고 있다. 

 

언론 미디어 환경의 중대한 전환점을 반영하듯 지난 10월 23일 진행된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는 ‘독자 커뮤니티와 참여’를 네 번째 세션의 대주제로 선정했다. 외국 언론의 독자 공동체 구축 사례와 한국 언론의 독자 대상 서비스의 실패 및 성공 사례를 다루면서 독자를 우선으로 하는 언론의 전략이 왜 필요한지, 나아가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르몽드의 독자 전략

 

‘독자 커뮤니티와 참여’ 세션은 크게 세 편의 발제로 이뤄졌다. 첫 번째로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뉴스룸과 독자 사이의 새로운 신뢰 관계와 강력한 구독자 커뮤니티 구축하기’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의 대표 언론 중 하나인 르몽드의 독자 전략을 소개했다. 

 

르몽드의 독자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은 독자와 소통하고 그 결과를 언론사 조직 내부로 환류할 수 있는 역할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르몽드는 1990년대부터 프랑스어로 ‘메디아퇴르(Mé-diateur)’라 불리는 직책을 조직 내에 두고, 르몽드가 언론사로서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 및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최근 르몽드는 독자와의 관계를 심화하는 데도 메디아퇴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메디아퇴르는 전 세계에 있는 르몽드의 독자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 편집진과의 만남을 위한 콘셉트를 구상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한다. 또한 메디아퇴르는 ‘르몽드 독자 협회’와 함께 르몽드가 언론사로서 재정적·정파적 독립성을 가지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메디아퇴르가 주축이 돼 독자와의 만남을 꾀하는 행사로는 ‘르몽드 페스티벌’과 ‘저널리즘 페스티벌’을 들 수 있다. 매년 개최되는 ‘르몽드 페스티벌’은 독자와의 만남과 토론, 그리고 공연으로 이뤄지는데, 미래와 현재 사회의 여러 도전을 담론화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2017년에 개최된 ‘르몽드 페스티벌’의 경우, 약 2만 5,000명의 르몽드 독자가 참여했고, 유럽의 주요 언론사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인터넷과 정치, 탈진실(post-truth) 등의 문제에 대해 일반 독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르몽드 그룹이 후원하는 ‘저널리즘 페스티벌’은 ‘르몽드 페스티벌’에 비해 작지만, 지역과의 끈끈한 유대 안에서 개최된다는 특징이 있다. 매해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사흘간 진행되는 ‘저널리즘 페스티벌’에서는 저널리즘과 사회문제에 대해 작은 그룹을 단위로 집단 토론을 할 뿐 아니라, 콘서트와 전시회,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 등 복합적인 문화행사로서의 성격을 띤다. 행사 참여자들이 모두 함께 식사하며 유대를 생성하는 한편, 르몽드 기자들과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페스티벌에 관한 신문을 제작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단위의 연간 행사 외에도 르몽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화상으로 독자와의 팩트체크 시간을 마련하거나 외출 금지 기간 독자가 참여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 하기도 했다.  

 

이처럼 르몽드의 독자 전략은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제도화하면서 독자에 관한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인 구독 모델을 기획했다. 오랜 기간 독자의 구독 행태를 분석한 결과 르몽드는 구독료 정책에 대해 독자들이 각기 다른 요구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에 따라 구독료 등급별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계정의 개수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7월을 기준으로 2019년에 비해 구독자 수가 약 25.54% 증가했다. 

 

르몽드의 사례가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언론사가 재정적·정파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독자와의 신뢰 관계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르몽드 독자 전략의 특수성은 이러한 인식에 따라 긴 호흡의 독자 전략을 점진적으로 체계화해 나간다는 데 있다. 독자 수가 곧 구독료의 합이라는 근시안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언론사가 독자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서만 독자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뉴스를 발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형성된 신뢰 관계가 언론사의 건강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그림 1] 2017년 ‘르몽드 페스티벌’ 포스터(위)와 2019년 르몽드그룹의 ‘저널리즘 페스티벌’ 포스터(아래) <출처 - ‘르몽드 페스티벌’ 홈페이지, ‘저널리즘 페스티벌’ 홈페이지>

 

 

저널리즘의 미래 동력, 구독 경제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가 ‘독자 우선 전략과 지속가능한 뉴스 생태계 모델’ 이란 주제로 한국 언론 환경 내에서 어떤 방식의 뉴스 페이월(paywall, 지불장벽)을 설계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그에 따른 독자 데이터 분석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언급된 것은 구독 경제가 저널리즘의 미래를 이끄는 주요한 동력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제에서는 페이월 등 구독 경제의 핵심 전제를 검토했는데, 연관된 사례로 ‘미디어오늘 친구’(이하 ‘미오친구’)라는 유료 콘텐츠 서비스가 실패한 원인을 제시했다. 구독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수익’과 ‘고객의 행동 분석’, ‘관계의 강화’가 전제되는데, 미오친구는 이 중 어떤 조건에도 크게 부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비단 미오친구뿐 아니라, 국내 언론사의 초기 구독 서비스가 부침을 겪는 이유 또한 프리미엄 없는 하드 페이월(hard paywall, 유료 구독해야 기사를 볼 수 있는 완전 유료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독자 데이터 부족과 구독 관리 시스템의 부재를 경험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구독 모델을 통해 뉴스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사례로는 노르웨이의 일간지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이 언급됐다. 발제에서는 아프텐포스텐의 최고판매책임자인 토르 제이콥슨(Tor Jacobson)이 구독 모델을 발전시킨 비결을 함께 소개했다. 토르 제이콥슨은 그동안 아프텐포스텐의 “편집 회의에서는 어떤 기사가 가장 많은 트래픽을 끌어왔는지가 관심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기사가 가장 많은 구독자를 끌어냈는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고 말하며 콘텐츠 전략에 있어 구독 확대가 가장 우선하는 목표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프텐포스텐을 비롯해 스웨덴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 등 20여 개의 미디어회사를 소유한 미디어 그룹 쉽스테드(Schibsted)는 2011년부터 구독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전략 중 하나가 2019년을 기준으로 350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독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쉽스테드 그룹은 독자의 가입 정보 이외에도 로그인 이후 어떤 콘텐츠를 보고 얼마나 오래 체류하는지 등의 행동 데이터뿐 아니라, 어떤 유료 구독 모델을 선택하는지 등의 결제 정보도 함께 수집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독자를 공략하는 구독 모델을 정교화했다.1)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한국 언론사 또한 철저한 독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실적인 환경에 맞는 구독 비즈니스를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독자와의 관계성을 두텁게 함으로써 독자가 일상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며 열성 독자로 거듭난다면 미래의 저널리즘 생태계가 나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원 모델을 통한 독자 확대

 

류이근 한겨레 미디어전략부 부장은 ‘구독에서 후원으로 전환에서 부딪힌 도전’이라는 마지막 발제를 통해 한겨레가 구독 대신 후원 모델을 통해 독자층을 유지 및 확대해나가는 과정을 공유했다. 발제의 배경에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기술적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가 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놓여 있었다. 

 

발제에 따르면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구독제 모델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행태가 고착화된 가운데 언론사의 관점에서 유입되는 독자의 수는 늘었지만, 역설적으로 ‘돈 되는 독자’, 즉 구독료를 지불하는 독자의 수는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 또한 독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독자와의 소통이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 증대됐다고 보기 어려운 현실도 기존의 구독 모델을 고수할 만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류 부장은 언론사 내부에서 효과적인 독자 전략을 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생산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거나 관련한 대응 방안을 깊이 논의하지 못한 점이 구독 모델을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 2] 한겨레21의 매체후원제(위)와, 한겨레 기사후원제(아래) <출처 - 한겨레21 홈페이지, 한겨레 홈페이지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한겨레는 지속가능한 언론으로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독자 후원 모델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발제에서는 개별 기사에 대해 독자가 후원금을 선택할 수 있는 한겨레의 기사후원제와 취재를 후원하거나 타인을 위해 구독을 선물할 수 있는 한겨레21의 매체후원제가 소개됐다. 

 

한겨레가 후원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성찰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독자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종이신문 구독자의 감소와 디지털 뉴스 이용자의 증가는 독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에 따라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방식을 요청한다. 두 번째로 독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에 대한 분석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거 독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산발적으로 운영돼 유실된 전례와 달리 한겨레는 후원제로 전환하는 과정 초기부터 후원자 분석 틀을 만들었다. 세 번째로 독자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이 결국 독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해 나가야 함을 일깨워줬다. 네 번째로는 지속적인 후원제 관리의 일환으로 후원자와의 소통을 강화해야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마지막으로 편집국과 디지털기술부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디지털 커뮤니케이터’ 등의 역할이 요청된다. 후원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독자를 뉴스 콘텐츠 안으로 더 깊이 개입시키기 위해서는 뉴스 텍스트뿐 아니라, 이를 기술과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정교하게 설계해야하기 때문이다. 

 

‘독자 커뮤니티와 참여’ 세션의 세 발제는 각기 다른 사례를 다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피는 다양한 방법론이 개발돼야 함을 역설한다. 독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그를 토대로 한 구독제 등의 접근이 미래의 수익 모델과 직결되는 지점이라면 독자와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 공동체로서의 감각을 구성하는 과정은 언론사의 존재 가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독자 커뮤니티와 참여’ 세션의 세 발제는 각기 다른 사례를 다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피는 다양한 방법론이 개발돼야 함을 역설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사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독자를 바라본다면 미래는 물론, 현재의 독자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독자가 어떤 뉴스를 선택하고 그것이 어떤 행위로 연결되는지 철저히 수용자 중심의 사고로 전환할 때가 도래했다. 저널리즘이 내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제외한 관성적 태도와 결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누구도 아닌, 혹은 모두인 독자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다시 묻는다. 독자는 누구인가.

 

 

 

 

 

 

 

 

 

1)  강아영, <작년 디지털 구독 수입 964억원...노르웨이 ‘십스테드’의 성공 비결은>, 기자협회보, 2019.8.14,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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