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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독자에게 말 거는 언론] 언론이 독자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
집중점검 | 등록일 : 2021-07-02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독자다. 과연 우리 언론은 독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언론이 독자와 가까워져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고, 독자와 관계 맺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저널리즘이 마주한 경제적인 위협은 (…) 뉴스 미디어 시스템에 구조적인 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위기는 저널리즘을 재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1)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다시 고민하는 힘든 과정을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2)


짧지 않은 언론의 역사를 돌아볼 때, 언론이 위기에 처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자율성이 제한되는 등 외부 환경에 의한 위기뿐 아니라, 언론 윤리 위반이나 진실의 왜곡 등 내부적인 문제가 초래한 위기도 있었다. 이렇듯 언론을 향한 위기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했다. 이때 중요한 건, 당면한 위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앞선 인용구에서 보듯 언론의 위기에 대한 학계의 진단은 복합적이다. 언론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레거시 미디어를 활용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급격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인해 독점적 정보 제공자로서의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위협이 아니라, 기성 언론사가 독자를 잃어간다는 다소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언론이 지금의 위기를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인은 자신의 직업 정체성을 재점검하도록 요구받는다. 사회적 정체성이 타자와의 관계성 안에서 이뤄진다고 할 때, 언론인의 정체성 구성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타자는 바로 ‘독자’다. 즉, 언론인이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고민할 때, ‘독자’는 필수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독자 정의하기: 독자는 누구인가?

 

언론이 뉴스를 생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가 ‘알아서’ 찾아오던 시절이 있었다. 여느 종류의 정보와 견줘보더라도 뉴스의 가치가 월등히 높았고, 뉴스 생산자의 권위도 굳건한 위치를 차지했던 때의 이야기다. 이와 같은 양상에서 독자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언론인이 뉴스를 만들면 독자는 그 뒤를 좇을 뿐이었다. 언론은 독자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고, 독자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다. 과거의 독자는 언론에게 그저 ‘동질의 군중(homogenous mass)’에 불과했다.

 

시절은 변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뉴스 생산자가 끝없는 주목 경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독자가 누구인지 묻는다는 것은 독자를 동질의 군중으로 치부했던 과거와 결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독자를 정의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독자를 두고 ‘수동적 대상이냐 아니면 능동적 주체냐’를 따지는 이분법적인 도식만으론 부족한 감이 있다. 뉴스 독자에 대한 고정불변한 개념이 부재한 상황에서 독자의 상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제임스 로빈슨(James G. Robinson) 뉴욕타임스 글로벌 분석 디렉터의 말대로 “독자는 각자의 마음속에 상상된 형태(the audience in the mind’s eye)로 존재”할 뿐이다.3) 그럴수록 구체적인 맥락에 ‘독자에 대한 상상’을 자주 개입시켜야 한다.

 

독자 이해하기: 독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통상적으로 대중문화 산업에 있어 ‘대중’은 미지의 존재로 치부된다. 사전에 대중의 선호도를 조사하고, 대중적 성공을 이끈 전문가를 기용해 음악이나 영화를 만들어도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뉴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단일한 답은 절대 있을 수 없다.”4) 더군다나 뉴스의 독자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건 더 어렵다.

 

저널리즘 연구자인 제이콥 넬슨(Jacob L. Nelson)은 자신의 저서 《상상된 독자(Imagined Audience)》를 통해 오늘날 독자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넬슨은 언론이 처한 문제가 ‘불확실성’에 있다고 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언론이 독자들로부터 충분한 신뢰와 충성도를 얻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언론사들은 독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을 측정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독자와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넬슨은 미국의 여러 언론사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이 어떻게 독자를 인식하고 또 독자에게 접근하는지 분석했다.5) 그리고 언론사의 관행과 인식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 주(州) 단위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형 언론사는 독자를 주로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숫자’로 이해했다. 또한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을 관찰하는 수준에서 독자를 이해하는 데 그쳤다. 이 대형 언론사가 독자들과 맺은 관계는 ‘수용 중심적(reception-oriented)’인 특징을 지녔다. 즉 독자를 뉴스의 수용 단계에 가둔 채 파악하고자 했다. 이와 달리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삼은 지역신문과 참여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미디어 그룹의 경우, 독자를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진짜 사람들’로 여겼다. 이들 언론사는 독자가 인종, 젠더, 취향 등 개별화된 조건에 따라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받아들였다. 그런 배경에서 독자를 주체성을 띤 존재로 바라보고, 뉴스가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성찰했다. 앞선 사례와 달리 뉴스 생산 단계에서 독자를 반영하는 ‘생산 중심적(production-oriented)’인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이처럼 독자를 바라보는 언론사 간의 시각차는 단순히 해당 언론사의 보도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그와 더불어 각각의 언론사가 독자와의 관계 맺기를 위해 쏟은 노력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서도 차이를 낳았다. 그렇기에 독자 친화 전략을 세우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언론이 독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넬슨은 ‘독자를 이해하기 위한 합리화(rationalization of audience understanding)’의 과정이 이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통계적 수치를 이용해 독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지만, 독자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 이해에 있어 독자 행위의 근거를 찾기 위한 합리화의 과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6)


독자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

 

이 외에도 언론사가 독자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언론사의 관점에서 가장 실리적인 이유 세 가지만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유는 독자라는 타깃이 누군지 정확히 알아야 언론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덮어놓고 ‘이 정도면 독자가 좋아하겠지’란 접근 방식으로는 절대 독자와 가까워질 수 없다. 설령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더라도 독자가 반드시 그대로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독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으려고 노력한다면 뉴스 생산에 있어 독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수립한 독자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독자와 친해지는 것은 언론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일차적으로 독자를 이해하고 독자와 관계를 맺는 것은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을 돕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독자와의 관계는 안정적인 재정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광고에 의존하기보다 구독 모델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면 독자와의 관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친해짐으로써 언론사와 독자 간의 강한 연결, 즉 일종의 팬덤이 구성될 수 있다. 상호작용과 참여가 중요해진 디지털 환경에서 언론이 확장성을 가지려면 언론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지하는 독자-팬의 역할이 필요하다. 여기서의 팬덤은 정치적 파벌이나 진영주의와는 다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공동의 가치를 발굴하고 지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팬덤은 언론을 지지하면서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7)

 

실질적으로 독자와 가까워지려고 한다면 다음의 방법론을 참고할 만하다. 넬슨은 언론이 독자와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데 있어 [그림 1]과 같이 층화된 형태의 점검표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먼저 언론이 설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한 후에 개별 언론인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지를 면밀히 살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독자 참여 전략을 연구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디어 그룹 하켄(Hearken)이 구조화한 독자 참여 시스템 운영 방안도 참고할 만하다. [그림 2]의 방안에서 독자에게 질문하고, 독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에 대해 뉴스를 생산하면서 독자와 관계 맺는 과정은 순환적인 구조를 띤다. 이 같은 순환적 구조 안에서 언론은 독자의 실질적인 삶이 녹아있는 뉴스를 생산할 수 있고, 독자는 언론이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뉴스를 전달한다고 느끼게 된다.

 

 

[그림 1] 독자와의 관계 맺기를 위한 언론의 목표 설정 점검표 <출처 – Jacob L. Nelson, 《Imagined Audiences: How Journalists perceive and pursue the Public》, 2021.>

 

 

 

[그림 2] 미디어 그룹 하켄(Hearken)이 제안하는 독자 참여 시스템 운영 방안 <출처 - 하켄(Hearken) 홈페이지, https://wearehearken.com/>;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언론의 신뢰와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자구책이 없다면 독자와의 관계는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독자라는 ‘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바로 지금 들어야만 한다.

 

 

 

 

 

 

 

 

1) Pickard, V., 《Democracy without Journalism?: Confronting the Misinformation Society》, Oxford Scholarship Online, p.164, 2020, https://doi.org/10.1093/oso/9780190946753.001.0001

2) Anderson, C. W., 《Rebuilding the News: Metropolitan Journalism in the Digital Age》, Temple University Press, p.5, 2013.

3) Robinson, J. G., <The Audiences in the Mind's Eye: How Journalists Imagine Their Readers>, 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 2019.6.26, https://www.cjr.org/tow_center_reports/how-journalists-imagine-their-readers.php

4) Nadler, A., 《Making the News Popular: Mobilizing U.S. News Audiences》,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p.15, 2016.

5) 넬슨이 심층 인터뷰를 위해 선정한 세 개의 언론사는 대형 언론사 시카고트리뷴(Chicago Tribune), 비영리 지역 언론단체 시티뷰로(City Bureau), 그리고 독자 참여 전략을 조사 및 연구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디어 그룹 하켄(Hearken)이다.

6) 이 부분에서 오늘날 온라인 광고 마케팅에서 주로 논의되는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advertising)’이 가진 맹점을 떠올려볼 수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디지털 시장 내에서 소비자에 대해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과 행위 하나하나를 추적하고 축적하지만, 정작 행위 간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7) 일례로 브랜드가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참조할 만하다. 《스노우볼 팬더밍(Snowball Fandoming)》은 브랜드 팬덤을 구축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1단계에서는 브랜드 팬덤의 저변을 만들고, 2단계에서는 지지자를 발굴하며, 3단계에서는 지지자를 서로 연결한다. 4단계에서는 지지자를 팬으로 육성하고 5단계에 들어 팬 활동을 지속해온 데 대한 보상을 제공하게 된다(박찬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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