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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집중점검 | 등록일 : 2021-12-31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여러모로 화제를 남겼다. 과연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기존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과 무엇이 달랐는지, 이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문화 현상은 무엇이고 그것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주요 키워드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구글 검색 결과 269만 건. 유튜브 조회수 4,027만 회.1) 비드라마 TV 화제성 차트 2주 연속 1위.2)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남녀 타깃 시청률 1위.3) 콘서트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4) 누군가에겐 무덤덤한 숫자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이 안에는 스트릿 댄스를 소재로 평일 밤 시간대에 편성된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열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Mnet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라는 새로운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예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반응은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전 경연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터라 방송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또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시작이 Mnet의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걸스플래닛999>와 맞물리면서 방송사 차원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폭적인 지원을 하기엔 역부족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금세 우려를 딛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거나 이름난 스타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방송이 시작된 8월 말부터 종영까지 줄곧 폭발적인 검색량을 기록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을 유지했다.[그림 1] 미디어 보도에서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스팀뿐만 아니라 개별 댄서에 대한 언급이 빈번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중의 관심이 프로그램을 넘어 출연자 개개인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2]

 

 


[그림 1] 2021년 8~11월 <스트릿 우먼 파이터>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결과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그림 2] 2021년 8~12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언론 보도 연관어 분석 결과 <출처 – 빅카인즈>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성공 요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쉬운 만큼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성공한 결과에 대해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기에 용이하나, 그 요인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성공방정식’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대신 <스트릿 우먼 파이터>만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과연 오늘날 어떤 지점에서 대중적 감각과 조응했는지 살핌으로써 나름의 문화적 지형을 그려보는 것이다.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댄스와 미디어적 순간

 

댄스 장르가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0년 이후 등장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떠올려보더라도 여러 분야의 전문 댄서들이 경연을 벌이는 <댄싱 9>이 세 번의 시즌을 이어갔고, 아이돌과 전문 댄서가 협업해 경연을 벌이는 <힛 더 스테이지>, 10대 댄서들 간의 서바이벌을 담은 <댄싱하이>가 방송됐다.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 2의 파이널에도 댄스팀이 여럿 포함되는 등 댄스가 표출할 수 있는 스펙터클은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소비돼 온 셈이다. 다른 한편 지난 몇 년간 유튜브나 틱톡을 통해서도 댄스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영상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서 주목을 끌거나 반복 시청을 이끄는 데 댄스만 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안무가와 댄서의 이름도 덩달아 입소문을 탔다. 춤에 있어 새로운 표현과 기술을 보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같이 좀 더 집중적으로 그 욕구를 파고들 기제가 필요했을 뿐이다.

 

문화로서 스트릿 댄스


1990년대를 풍미했던 한 유명 힙합 뮤지션은 ‘힙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라고 답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스타 특유의 허세가 섞인 답변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되돌아보면 그만큼 진솔한 자기 철학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삼자에게는 힙합이 하나의 음악 장르에 불과할 수 있지만, 힙합 뮤지션에겐 그가 말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곧 힙합일 수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보여준 스트릿 댄스 또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스트릿 댄스의 장르적인 특성이나 역사가 다른 춤에 비해 빈약하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시대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스트릿 댄스에서 즉흥성을 겨루는 배틀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 또한 대중이 스트릿 댄스를 단순 장르가 아닌 문화로 받아들이는 데 일조했다. 물론 ‘최약자 지목 배틀’과 같이 리얼리티 서바이벌의 장치가 과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론 팀 동료들의 응원이나 배틀 상대에 대한 존중을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변화하는 경쟁 서사

 

국내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말 중 하나는 “We are not a team. This is a competition(우린 팀이 아니다. 이건 경쟁이다)”이 아닐까 싶다.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 출연자였던 제시의 이 한마디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급반전됐고, 대중 또한 경쟁이 생존 여부를 가르는 살벌한 현실임을 재확인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경쟁 서사에도 일말의 변화가 생겨났음을 감지케 한다. 그중 하나는 경쟁의 규칙만큼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도 여느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같이 생존자와 탈락자가 생긴다. 때로 탈락 결과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거나 생존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하는데, 이에 승복하는 과정의 감정선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탈락자와 생존자 모두의 존엄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보여준 또 다른 변화는 경쟁 결과에 있다. 통상적으로 경쟁은 배제와 질시를 바탕으로 삼아 마지막 단계에 가서 ‘하늘 아래 승자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폐쇄적인 구조를 띤다. 외연적으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우승팀이 하나라는 사실은 틀림 없다. 하지만 우승팀이 탄생하는 과정 가운데 출연 팀들 모두 (경쟁을 통해 배우는) 참조와 (필요할 때 한편에 서는) 연대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달랐다. 서바이벌이 끝나고 난 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출연 댄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 사실 나이 먹는 게 되게 무서웠거든요. 댄서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게 사형선고 같은 일이라고 느껴져서 ‘나이 들면 춤을 못 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어요, 나이 드는 게. 그런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언니들을 보면서 저렇게 세월이 지났으면 좋겠다. 내 세월이 언니들처럼 지났으면 좋겠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나이 먹는 게 안 두려워요. 언니들 보면서.”5)

 

 

[그림 3]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파생된 ‘헤이 마마’ 댄스 커버 챌린지 예시 <출처 – 틱톡 화면 갈무리> 

 

 

이 고백은 경쟁의 끝에 현재의 불안을 달래주는, 닮고 싶은 누군가가 놓여있을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밈이 만들어지는 시간

 

인터넷 문화에서 밈(meme)은 원본과는 다르게 재창작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영상 콘텐츠를 지칭하는데, 오늘날 특정 소재가 유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밈을 만들고 퍼뜨리는 현상은 방송 등의 레거시 미디어가 전달하는 일방적인 메시지를 수용자 관점에서 재해석·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참여 문화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한다.6) 다양한 미디어가 경합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대중에게 있어 밈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곧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점치는 기준이 된다. 여러 해석과 표현이 덧붙여질수록 밈이 일종의 집단문화적 상징으로 거듭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대중은 나아가 자신이 직접 관여한 밈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이를 퍼뜨리는 데 앞장서게 된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관련한 밈은 방송 초기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배틀 미션에서 등장한 “헤이(Hey)~”나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다양한 맥락과 접목 가능한 밈으로 거듭났다. 또한 2차 미션인 리더 계급 댄스 비디오 안무에 사용됐던 ‘헤이 마마(Hey Mama)’는 2021년도 하반기의 대표적인 댄스 커버 곡으로 떠올랐다.7)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증명한 밈의 효과는 관련 콘텐츠의 양적 팽창에만 있지 않다. 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컨대 재밌거나 멋있다고 느끼는 여러 감정과의 결합이 콘텐츠의 질적 심화를 가능케 했다.8)

 

말하는 몸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결국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어떤 면에선 방송 프로그램을 넘어서기도 한다. 특히 주된 시청자층으로 알려진 20~30대 여성들에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이상의 의미, 예를 들면 몸을 통해 각자의 일과 정체성, 가치관 등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줬다. 각자의 몸을 긍정하고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댄서들의 매 순간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때로 관음적으로 때로 경직된 방식으로 그려져 왔다. 그중에서도 춤추는 여성의 몸은 타자에 의해 대상화되는 것 이외의 선택지를 가지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춤을 추더라도 ‘섹시 댄스’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기를 지나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춤을 추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넌지시 일러줬다.9) 이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더 많은, 스스로 말하는 몸일지 모른다.

 

 

 

 

 

 

 

 

 

1) 유튜브 내 <스트릿 우먼 파이터> 관련 동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가수 제시(Jessi)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댄서들과 함께한 뮤직비디오 ‘콜드 블러디드(Cold Blooded)’로 4,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2021년 12월 11일 기준). https://www.youtube.com/watch?v=1JHOl9CSmXk

2) 온라인 여론 분석 업체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따르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지난 9월 1주 차와 2주 차에 걸쳐 비드라마 TV 화제성 차트를 차지했다.

3)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14일에 방송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 4회 방송이 유료플랫폼 수도권 가구 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 4.2%를 기록했다. 특히 15~39세 남녀와 20~49세 남녀 타깃 시청률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 <스트릿 우먼 파이터> 종영 이후인 10월 22일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댄스 크루가 총출동하는 콘서트(‘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의 예매가 시작됐는데, 서울 콘서트의 경우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부산, 광주, 창원, 인천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 콘서트도 매진됐다.

5)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11월 3일 방송(129회) 참고 

6) 김수아, <밈이라는 공동체 감각>, 《Littor》, 37쪽, 민음사, 2021년 10·11월호

7) 틱톡에서도 ‘헤이 마마’의 댄스 챌린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2021년 12월 13일을 기준으로 헤이 마마의 누적 조회수는 3,180만 회를 기록했다.

8) 어떤 측면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자체가 밈화됐다고 볼 수 있다. 유튜버 엔조이커플이 제작한 유튜브 콘텐츠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댄서들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패러디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코미디빅리그>와 <놀면 뭐하니?>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각각 ‘수틀린 우먼 파이터’, ‘스트릿 노비 파이터’ 등의 이름으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형식을 패러디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화제성을 실감케 했다.

9)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후속으로 방송되고 있는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1회에서 마스터로 출연한 팀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과거 여성 댄스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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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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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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