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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영국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12-07

영국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도미닉 커밍스(Dominic Cummings) 수석보좌관이 지난 11월 13일에 해임됐다. 그와 오랜 시간 ‘동맹’을 맺어온 리 케인(Lee Cain) 공보최고수석의 사임 소식이 들린 지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영국 언론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초부터 의회 취재기자단인 ‘로비(Lobby)’와 대립해 온 그는 코로나19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긴 후로는 아예 언론과 척을 져왔다.

 

 

커밍스가 총리 관저를 떠나는 모습을 보도한 일간지 인디펜던트 아이(왼쪽)와 가디언(오른쪽) <출처 – 인디펜던트, 가디언 지면 갈무리>

 

 

도미닉 커밍스는 누구인가?

 

도미닉 커밍스는 2016년에 치러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찬성’ 캠페인의 전략을 짠 존슨 총리의 최상위 정치 고문이다. 지난 1월 31일,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이후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수당 내각이 ‘노딜’(아무런 합의 없는 탈퇴)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에도 그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졌다.

 

그렇기에 이번 커밍스의 갑작스러운 실각은 정계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총리실 내부에서 분열이 감지되고 있다는 가십성 기사들이 종종 등장한 적은 있지만 그와 총리의 불화설이 공론화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커밍스가 짐을 싸 총리실을 나오는 모습이 포착된 지난 11월 13일, 주요 일간지들은 1면 기사를 통해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알렸다. 인디펜던트의 아이(i)는 “총리의 팀이 불화로 인해 갈기갈기 찢겼다”고 보도했고, 타임스와 가디언 역시 각각 “브렉시터 숙청”, “커밍스 시대의 끝”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이번 일로 커밍스와 총리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진단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대체 커밍스가 왜 갑자기 사퇴했는지 그 배경에 쏠리고 있다. 막강한 권세를 누려오던 그가 갑자기 사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커밍스 측근과 총리의 갈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은 커밍스의 심복으로 알려진 리 케인 공보최고수석이 총리와 새로운 공보수석의 임명을 두고 갈등하면서 시작됐다. 먼저 그는 그동안 웨스트민스터 의회 출입 기자단을 의미하는 ‘로비(Lobby)’를 대상으로 하던 정책 브리핑 방식을 바꿨다. 장소를 10번가(No. 10)라 불리는 다우닝 10번지에 위치한 총리실로 바꿨다. 이에 대한 기존의 로비 기자단의 반발은 컸다. 지난 1월, 브렉시트 관련 유럽연합과의 무역협상 기자회견에서 케인이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자, ‘총리실이 친(親) 보수당 성향의 매체 위주로 브리핑 대상을 선별하려고 한다’며 출입이 허용된 모든 매체의 기자들까지 가담해 총리실 취재를 보이콧하기까지 했다.1)


하지만 이후로도 케인이 이끄는 총리실은 언론 대응 방식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려 했다. 최근에는 총리실에서 이뤄지는 기자회견을 대중에게 생방송으로 공개하는 안을 추진했다. 존슨 총리도 코로나19 사태로 추락한 내각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그에 동의했는데, 문제는 카메라 앞에 누굴 세우나 하는 것이었다. 케인은 BBC 출신의 엘리 프라이스(Ellie Price)를 밀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가디언 기자 출신으로 BBC의 <뉴스나이트>에서도 활약해온 알레그라 스트래턴(Allegra Stratton)를 고집했고, 결국 그녀를 선택했다.2)


공보담당자의 문제로 충돌하기는 했지만 케인의 입지는 내각 내에서 견고해보였다. 지난 11월 11일, 영국 신문들은 케인이 곧 비서실장(chief of staff)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3)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존슨 총리의 약혼녀인 캐리 시먼즈(Carrie Symonds)를 포함한 내각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극심하게 일어났다. 시먼즈는 보수당 대변인 출신으로 정치권 공보 분야에서 활동해왔는데, 최근 언론에 총리실 기밀이 누출된 문제로 케인과 충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4) 텔레그래프에 의하면 존슨 총리의 기자 회견이 있기 전에 방역에 대한 중요한 결정들이 일부 언론에 유출되는 사고가 잇달았는데 시먼즈를 비롯해 총리실의 몇몇 관계자들이 그 배후에 케인이있다고 의심했다. 결국 시먼즈는 케인의 승진설이 언론에 노출되자 그 임명을 “반대한다”라고 총리에게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공보실에 들어온 알레그라 스트래턴도 시먼즈의 의견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케인 공보최고수석이 내각의 기밀을 언론에 흘렸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확실한 사실은 11월 11일, 존슨 총리가 결국 케인에게 떠나 달라고 통보한 것이다. 그러자 이틀 뒤인 13일, 케인과 한 몸처럼 총리실에서 동맹 관계를 맺었던 커밍스 수석보좌관 역시 그 결정에 반발해 총리실을 떠났다.

 

BBC에 의하면 커밍스가 떠난 총리실 내부의 여론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커밍스의 퇴장이 “축복”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를 놓아준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BBC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보리스 존슨이 “논란이 됐지만 그의 정치적 비전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두 명의 보좌관을 잃었다”라고 총평했다.5)



 

데일리메일의 영국 정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 <출처 – 데일리메일 지면 갈무리>

 

 

커밍스 실각의 또 다른 배경


한편 영국 언론은 최근에 커밍스가 대중에게 노출된 것이 이번 사퇴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커밍스 수석보좌관이 코로나19 이동제한령 기간차로 장거리 이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총리실에서 그의 입지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BBC의 로라 쿠엔스버그(Laura Kuenssberg) 정치 기자는 앞서 기사에서 “(정치)고문은 보일 순 있어도 들려서는 안 된다”며 총리실이 커밍스의 스캔들로 여론이 악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커밍스 수석보좌관은 이 사건 이전까지 존슨의 “도발적인 수석 정치고문”으로 정계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영국 전역에 이동제한령이 걸린 지난 3월 말,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를 운전해 가족과 함께 부모님이 사는 더럼(Durham)까지 264마일(약 418km)을 여행한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까지 악명을 얻게 됐다.

 

당시 커밍스는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완강하게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자가 격리를 위해 부모 집으로 간 것이라 지침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지침은 “집에 머무르고 필수적이지 않은 이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반박당할 여지가 많았다.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 자유민주당 등의 야당은 “국민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그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른 것이냐”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존슨 총리는 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경찰 조사가 마무리될 때쯤 “커밍스는 책임감 있게, 법을 지키며 행동했다”고 그의 행동을 옹호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었다.6)


커밍스 역시 이후로도 무고를 주장하며 되레 그 일을 보도한 언론을 탓해 논란을 가중했다. 경찰 조사가 끝난 지난 5월에는 총리실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대중이 자신의 일에 분노하는 원인은 언론이 부정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대중의) 분노는 미디어가 진실이 아니었던 것을 보도한 것에서 나왔다”며 “신문이나 읽거나 TV에서 본 모든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특유의 회의론을 펼치기도 했다.

 

보수당 내각의 언론 대응 바뀌나

 

커밍스의 실각이 확실해지자, 이번 일이 총리실과 언론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지 언론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가디언의 11월 16일 기사는 <도미닉 커밍스의 미디어 접근은 무는 것보다 짖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커밍스의 지난 언론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이전부터 커밍스는 기성언론에 부정적인 언론관을 드러냈으며, 일례로 총리실이 의회 출입 ‘로비’ 기자단과 갈등을 겪자 가디언 측에 “우리의 기막힌 새 내각이 로비를 박살내고 진리와 빛으로 대체할 테니 기다려 봐라”고 밝힌 적도 있다. 그동안 존슨 내각이 언론과 충돌한 배경에 장관을 능가하는 권력을 발휘해 온 그의 특정한 언론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책임론이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잇따른 방역 정책 실패에 대한 야당의 질책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전까지 존슨 총리에게 우호적이었던 매체들마저 그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보수지인 데일리메일과 텔레그래프까지도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은 지난 10월 이후로 논평 섹션의 상당 부분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전략을 비판하는 데 쓰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영국 의학 저널의 몇 연구를 인용하며, 이동제한이 집단면역 시도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며 “그래서 그들은 언제 (이러한 연구들을) 들을 것인가”라는 헤드라인으로 존슨 총리를 직접 겨냥하는 글을 실었다.7) 텔레그래프 역시 사설에서 에든버러 대학의 연구를 인용해 “과학자들은 정부의 코로나 전략이 잘못됐다고 말하는데 왜 그것이 지속돼야 할까?”라며 현재의 전략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논지를 전개했다.8)


그러자 당시 공보최고수석이었던 케인은 기자들을 한데 모아 내각이 앞으로 언론에 더욱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겠다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내각 책임론이 대세가 되는 것을 막고자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몇몇 매체들과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한 상태였다.

 

특히 총리실은 내각에 불리한 기사를 보도한다는 이유로 주요 방송사들의 뉴스 프로그램들을 최근까지도 보이콧 해왔다. 지난해 12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후 총리실은 커밍스가 평소 “보수당의 적”이라 불렀던 BBC에 대해9) 브렉시트에 대한 ‘좌편향’적 보도를 한다며 장관들의 시사 프로그램 출연을 막았다. BBC 라디오 4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인 <투데이(Today)>, BBC TV2 채널의 탐사저널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Newsnight)> 등이 피해를 본 사례다. 존슨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한 ITV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도 지난 4월부터 장관들과 인터뷰하는 매체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커밍스와 케인의 연이은 사임이 공식화되자마자 이러한 보이콧이 풀렸다는 것이다. 맷 행콕(Matt Hancock) 보건부 장관이 11월 16일에 굿모닝 브리튼과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10) 가디언은 이번 일이 케인과 커밍스가 떠난 10번지(총리실 주소)의 “언론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11) 이러한 변화가 그동안 수신료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내각과 BBC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1) 김지현, <‘언론과의 전쟁’ 선포한 보리스 존슨, ‘언론 통제’라며 맞서는 언론사들>, 신문과방송, 2020년 3월호.

2) Jim Waterson, <Dominic Cummings' media approach often more bark than bite>, The Guardian , 2020.11.16,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20/nov/16/dominic-cummings-media-approach-often-more-bark-than-bite

3) Jessica Elgot, <Vote Leave's Lee Cain tipped as next Downing Street chief of staff>, The Guardian, 2020.11.11,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20/nov/11/vote-leave-lee-cain-tipped-as-next-downing-street-chief-of-staff

4) Tony Diver & Christopher Hope, <What does Boris Johnson's chief of staff do, and who are the frontrunners?>, The Telegraph, 2020.11.23, https://www.telegraph.co.uk/politics/0/boris-johnson-who-chief-staff-what-role/

5) Laura Kuenssberg, <Why Dominic Cummings is going>, BBC, 2020.11.13, https://www.bbc.co.uk/news/uk-politics-

54925324

6) Rajeev Syal, Matthew Weaver, & Peter Walker, <Johnson's defence of Cummings sparks anger from allies and opponents alike>, The Guardian, 2020.5.24,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20/may/24/boris-johnson-defence-dominic-cummings-anger-from-allies-and-opponents-alike

10) Charlotte Tutton, <Piers Morgan blames Dominic Cummings and Lee Cain for government's GMB boycott>, Mirror, 2020.11.16, https://www.mirror.co.uk/tv/tv-news/piers-morgan-blames-dominic-cummings-23016261

11) Jim Waterson, <Dominic Cummings' media approach often more bark than bite>, The Guardian, 2020.11.16,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20/nov/16/dominic-cummings-media-approach-often-more-bark-than-b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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