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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영국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1-05

 

영국 정부가 온라인 유해물 규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 확산을 막는 데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다하지 않으면 규제 당국이 전 세계 매출의 10%까지 벌금을 부과하거나 영국 내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영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시장경제처(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에는 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감독하는 새로운 부서가 신설돼 규제가 다각도로 강화될 전망이다.

 

베일 벗은 온라인 유해물 규제안

 

영국에서 디지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뉴스와 정보, 콘텐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2018년 3월,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 Cambridge Analytica) 스캔들이 터진 후부터다. 2016년에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가 무단으로 이용된 사실이 밝혀지자 기술 기업들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 왔다.

 

2019년에는 영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자해 이미지의 유해성 논란이 일었고, 플랫폼이 이러한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막는 데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다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반영해 2019년 4월,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 Sport)는 논란이 돼온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청소년 및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유해한 콘텐츠 등에 대한 광범위한 정부 규제의 도입을 제안하는 <온라인 유해물 백서(Online Harms White Paper)>를 의회에 제출한다.1) 당시에 다른 국가들이 명백하게 불법적인 허위 정보나 가짜뉴스,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데 집중한 것과 달리 영국 정부의 백서는 취약 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유해물’을 규제 범위에 포함해 관심을 끌었다.

 

취지는 분명 좋았지만 문제는 행동력이었다. 백서가 발표되고 1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규제안을 담은 법안이 발표되지 않자 2020년 6월, 영국 상원의 ‘민주주의와 디지털 위원회’에서는 DCMS가 법안을 발의할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BBC는 DCMS 각료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2021년 말까지 초안을 공개하는 게 힘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며 이 상태로는 2024년에나 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2)


결국 백서 공개 20개월 만인 2020년 12월 15일, 올리버 다우든(Oliver Dowden) DCMS 장관이 마침내 온라인 유해물 법안(Online harms bill)의 구체적인 모습을 <온라인 유해 백서 협의에 대한 정부 회신(Online Harms White Paper: Full government response to the consultation)> 문서를 통해 공개했다.3) DCMS는 2020년 중으로 입법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빠르면 2022년부터 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직접 규제 가능해져 

 

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구체적인 방식, 특히 영국 밖에 본사를 둬 행정조치가 어려웠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다.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온라인에서 피해를 유발하는 각종 불법 및 유해 콘텐츠를 정화하는 데 실패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게 1,800만 파운드(약 267억 3,500만 원), 또는 전 세계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전례 없이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전 세계 매출액의 4%로 벌금 최대치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번 영국의 법안은 그 2.5배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되면 영국에서 페이스북의 심각한 위반 사항이 밝혀질 경우, 잠재적으로 50억 파운드(약 7조 4,200억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규제 기관으로 확정된 오프콤(Ofcom)은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과 함께 특정 온라인 서비스의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영국에서의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하는 행정 조치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다우든 장관은 이번 법안을 통해 “영국이 온라인 규제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방식으로 온라인 안전을 위한 세계 기준을 제시하게 됐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멜라니 도스(Melanie Dawes) 오프콤 회장 역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이용자가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는 한편 표현의 자유를 포함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의 장점을 보여 줄 수 있는, 합리적이며 균형잡힌 규칙이 필요했다”며 이번 법안의 도입을 환영했다.4)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안에 백서가 제안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의 고위 간부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이 담기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오프콤에 의한 행정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명시됐지만, 온라인 유해물과 관련된 범죄의 소추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에 대해 다우든 장관은 이번 법안에는 형사 처벌안이 담기지 않지만 오프콤에 의한 벌금 처분이나 서비스 차단으로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안의 2차 제정을 통해 고위 간부에 대한 형사 처벌안이 도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5)


법안에 대한 다양한 반응

 

공개 이후 여론은 다양하게 나뉘고 있다. 법안이 공개된 12월 15일, 관계자들을 취재한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온라인 유해물 규제 캠페인을 벌여 온 기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6) 영국아동기구(Children's Commissioner for England)와 같은 비정부기구는 “아동 학대 및 착취 자료를 식별하는 문제에서 메신저 앱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온라인유해물재단(Online Harms Foundation)은 “효과적일 리 없고,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 애덤 해들리(Adam Hadley) 재단 본부장은 “기술 기업에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들이 콘텐츠 제거에 집중하게 해 불법이 아닌 콘텐츠까지 제거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음모론자들이 지하 플랫폼들로 내몰리게 돼, (우리가) 오히려 이들의 견해를 쉽게 감시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긴다”며 다른 가능한 부작용도 제시했다.

 

디지털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 역시 이번 법안이 잠재적으로 영국 디지털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분야를 대변하는 디지털경제연합(Coadec, The Coalition for a Digital Economy)의 돔 핼러스(Dom Hallas) 전무이사는 이 법안으로 인해 “규제 사항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을 갖춘 대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이들과 경쟁하는 업체에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갈 것이라 주장했다. 여기에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80%를 독점한 영국 광고 시장 상황에서 어렵게 경쟁하고 있는 영국 중소 테크 기업들이 온라인 유해물 법안 시행에 따라 콘텐츠 식별에 대한 내부 자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반영돼 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협회(TechUK) 역시 이 법안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런 식의 “가혹한 제재”가 추진되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7) 


시장경제처에 테크 기업 대상 부서 신설 

 

주목할 점은 영국 정부가 이번 온라인 유해물 규제 외에도 영국 테크 분야에서 소수의 기업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20년 11월 27일, 150억 파운드에 달하는 영국의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를 막고자 시장경제처 내부에 IT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독하는 디지털마켓유닛(DMU, Digital Markets Unit) 부서를 신설했다.

 

영국 정부의 공식 문건에 따르면8) DMU 부서는 구글 및 페이스북처럼 광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의 행동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적 강령(statutory code)의 도입과 집행을 위해 신설되며, 이 부서에 주어지는 권한에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벌금 부과뿐만 아니라 플랫폼이 데이터 이용에 대한 이용자 접근 및 조정 권한을 확대하는 것, 나아가 작은 비즈니스들이 이러한 플랫폼에서 존재감을 더 드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 방식을 바꾸는 것까지 다양하다.

 

다우든 DCMS 장관은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부서 신설과 관련, “소수의 테크 기업들에 권력이 집중화되는 문제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늘고 있다”며, 지금이 “이러한 문제에 개입할 시기”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기술 성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DMU의 업무 개시는 2021년 4월로 예상된다.

 

한편 신문 업계에서는 DMU가 생기면 그동안 구글 및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의 등장으로 광고 수입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어 온 신문사들의 수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9) 신문 기사가 플랫폼에 콘텐츠로 제공되는 문제에 대해 그동안 신문사들과 플랫폼들은 보상 문제를 두고 갈등해왔다. 프랑스와 호주의 경우, 신문사들이 미리보기 이미지와 헤드라인, 기사 인용과 같은 콘텐츠 이용에 대한 저작권을 지불하도록 구글과 페이스북에 요구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DMU가 신설되면 신문사들이 그와 비슷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온라인 유해물 법안과 디지털 기업의 경쟁 규제를 감독하는 행정 부서의 신설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영국 디지털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크 기업들이 가짜뉴스와 유해 콘텐츠 유통이나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몇 년이나 지속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막상 법안의 도입이 구체화되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콘텐츠 규제는 취약계층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분명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고, 디지털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 조항의 신설과 집행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정책적 시도들이 디지털 분야에 변화를 가져올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1) DCMS, , gov.uk, 2020.12.15,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onlineharms-white-paper/online-harms-white-paper

2) , BBC, 2020.6.29, https://www.bbc.co.uk/news/technology-53222665

3) Oliver Dowden, , gov.uk, 2020.12.15,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online-harms-white-paper/outcome/online-harms-white-paper-fullgovernment-response 

4) , Ofcom, 2020.12.15, https://www.ofcom.org.uk/about-ofcom/latest/media/media-releases/2020/ofcom-response-government-announcement-onlineharms-regulation

5) Naman Ramachandran, , Variety, 2020.12.15, https://variety.com/2020/biz/global/uk-online-harm-regulations-ofcom-1234853931/

6) Alex Hern, , The Guardian, 2020.12.15,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0/dec/15/online-harms-bill-firms-may-face-multibillion-pound-fines-forcontent

7) Leo Kelion, , BBC, 2020.12.15, https://www.bbc.co.uk/news/technology-55302431 

8) , gov.uk, 2020.11.27, https://www.gov.uk/government/news/new-competition-regime-fortech-giants-to-give-consumers-more-choice-and-control-over-their-data-and-ensure-businesses-are-fairly-t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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