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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영국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2-02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약 1년 5개월 동안 공공서비스방송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해 온 공적 논의와 연구 결과를 담은 협의안(Small Screen: Big Debate)을 지난달 발표했다.1) 최근의 매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2003년 통신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공공서비스방송 규제안을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프콤은 영국 창조 산업의 핵심인 공공서비스방송(PSB, Public Service Broadcasting)의 미래를 위한 혁신안 구상에 애써왔다. 지난 2019년 7월, 전국 규모의 포럼인 ‘스몰스크린: 빅디베이트(Small Screen: Big Debate)’를 발족한 후로 영국 공공서비스방송의 현황 및 문제,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주제로 공공서비스방송과 상업방송, 제작사, 정부, 이익 대변 단체, 시청자 단체 등 산업 내외부 주체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어왔다. 한편으론 대학 및 사설 연구기관에 수용자 및 산업 현황 분석을 의뢰했는데2) 이번에 발표된 협의안에는 그동안의 의견 청취와 이들의 연구 결과를 함께 반영해 내린 오프콤의 결론이 제시돼 있다.

 

방송에서 온라인으로

 

먼저 오프콤은 온라인 시청이 주가 되는 새로운 방송 환경에 적응하려면 공공서비스방송의 개념이 ‘공적서비스미디어(public service media)’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방송 채널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시스템으로는 “공공서비스방송이 생존할 수 없다”고 보고 2003년 7월에 제정된 통신법(Communication Act)에서 기존의 공공서비스방송에 요구하던 의무 제공(must offer)과 같은 공적 책무의 정의와 영역을 바꿔야 한다는 급진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영국에서 공공서비스방송에게 주어지는 면허권을 가진 방송사로는 BBC, 채널4, 채널5, ITV, S4C 등이 있다. 이들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영국산 오리지널 콘텐츠를 영국 내 지상파와 위성서비스와 같은 방송 플랫폼을 중심으로 의무 제공해 왔다. 오프콤은 그 과정과 결과를 감독하며 수신료 납부자들이 그 채널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현저성(Prominence)’이 확보됐는지도 확인한다.3) 이번 오프콤의 보고서는 방송 시청의 주 행태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공공서비스방송이 새로운 시청 환경에서도 수신료 납부자들이 잘 찾을 수 있는지, 방송 위주의 규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시청자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방송 콘텐츠를 시청하는 VOD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영국 공공서비스방송의 수용자 도달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떨어진 문제가 있다. 영국의 공공서비스방송 채널인 BBC나 ITV의 경우, 자사 콘텐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플레이어(iPlayer)나 ITV Hub 등의 주문형 방송 비디오(BVoD, Broadcast video-on-demand) 플랫폼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IT 및 미디어 기업들이 운영하는 월정액 가입형 주문형 비디오(SVoD, Subscription Video-on-demand)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문제가 본격화됐다.

 

2012년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를 필두로 아마존 프라임, 애플 플러스 등 미국발 SVoD 업체들이 연이어 상륙, 2019년 오프콤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영국 가구의 47.7%가 이용할 정도로 보편적인 서비스가 됐다.4) 작년 조사에서는 전체 영국 가구의 60%에 해당하는 1,700만 가구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SVoD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그림]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보건 위기로 두 차례에 걸쳐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면서 이 업계가 홈엔터테인먼트 지출이 늘어나는 ‘코로나 특수’까지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VOD 서비스 매출은 그 전년 대비 38%가 증가한 29억 파운드(약 4조 3,801억 6,000만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이동제한령 기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개별 분야로 거둔 성적 중 가장 높았다.5)

 

오프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 단순히 가입자 수 증가만 이뤄낸 것이 아니라 젊은 시청자 세대를 중심으로 SVoD 위주의 시청 습관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2019년 총 시청 시간의 67%가 공공서비스방송 콘텐츠에 할애됐는데, 16~34세 사이 수용자 집단에서는 그 수치가 38%로 떨어졌다. 이어 집행된 2020년 수용자 조사에서6) 영국의 젊은 수용자들은 “공공서비스방송사와의 연결감이 덜하다”고 느낀다며, 일부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만 영국 방송 콘텐츠를 소비한다고도 밝혔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5명 중 2명은 향후 5년 동안 “TV를 전혀 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답변, 이들의 시청 행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

 

하지만 오프콤이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을 때, 영국 내에서 공공서비스방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공정한 뉴스와 교육 콘텐츠, 영국인을 대변하는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공공서비스방송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as vital as ever)’이란 지적이 2019년 상원 특별조사에서도 나온 바 있다.7) 그렇다면 공공서비스방송을 온라인 시청 환경에서도 수용자 눈에 띄게 할 수는 없을까?

 

오프콤이 이번 협의안에서 제안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편성표를 중심으로 감독돼 온 공공서비스방송의 ‘의무 제공’과 ‘현저성’ 개념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개편, 방송사들이 직접 공공서비스방송 프로그램을 제시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중립 서비스(service neutral)’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방송 콘텐츠 의무 할당

 

오프콤은 온라인 시청이 주로 이뤄지는 디지털 기기에서도 공공서비스방송이 이전처럼 ‘현저성’을 갖게 하는 현실적인 대책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 TV에 공공서비스방송 앱을 기본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 TV의 경우, 전자 TV 가이드라 불리는 EPG(Electronic program guides)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영국 내 현행 통신법으로는 공공서비스방송의 의무 제공 항목을 적용할 수 없다. 출시될 때 VOD 서비스를 위한 앱들의 집합체가 화면에서 제시되기도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개별화(personalision)’ 특성상 이용자들이 인터페이스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이전부터 가전업계에서는 공공서비스방송 앱을 스마트 TV 첫 화면에서 잘 보이게 배치하라는 정치권의 제안에 대해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8)

 

그런데 오프콤이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것은 현재 영국에서 시판되는 스마트 TV에서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 앱들은 출시부터 탑재돼 시청자들이 곧바로 이러한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일종의 ‘현저성’을 얻었다는 지적이다. 반면 공공서비스방송인 BBC나 ITV의 스트리밍 앱들이 설치된 예는 드물었다. 일례로 오프콤 조사에서 LG의 2020년도 TV 모델들은 영국 공공서비스방송 앱들이 모두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됐다. 이후 8월부터 BBC의 iPlayer 앱이 설치됐지만 보고서가 나온 시점(2020년 12월)에도 다른 ITV나 채널4, 채널5의 앱들은 찾기 힘들었다. 오프콤은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도록 새로운 규제 체제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오프콤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공공서비스방송 편성에 참여하도록 장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 플랫폼들에서도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서비스방송 콘텐츠가 일정 이상 유통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넷플릭스와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플랫폼들이 다국적 TV 채널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을 하나로 모은 “중앙집권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오늘날 수용자들이 콘텐츠에 접근하는 지점에서 “권력을 갖게 됐다”고 지적하며, 캐나다와 독일의 예를 들어 공공서비스방송 콘텐츠가 온라인 플랫폼들에서 의무적으로 서비스되도록 하는 법규가 영국에서도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9)


환영하는 방송사들

 

멜라니 도스(Melanie Dawes) 오프콤 회장은 이번 협의안 발간의 변으로 “시청자들이 대규모의 예산을 가진 온라인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영국의 공공서비스방송은 변화와 혁신의 눈보라를 맞게 됐다”며, “디지털 시대에서 번성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미디어를 위한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 규제안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담긴 구체적인 제안을 확인한 영국의 공공서비스방송사들은 연이어 호평의 목소리를 냈다. ‘가디언’의 기사에 따르면10) BBC 대변인은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 적합한 규제 개혁에 대한 오프콤의 새로운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알렉스 마혼(Alex Mahon) 채널4 최고경영자는 “디지털 세계에서 공공서비스방송이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쉽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프콤이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현저성과 관련된 규제 개혁에 대한 제안”을 반겼다.

 

오프콤은 이번에 공개된 협의안에 대한 공적 협의를 거친 후 내년 여름, 정식으로 정부에 이번 개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 측이 받아들이면 2003년 제정된 통신법의 공공서비스방송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이 이뤄지게 돼 규제 체제에도 급진적인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1) <Consultation: The future of public service media>, Ofcom, 2020.12.8, https://www.smallscreenbigdebate.co.uk/

consultation

2) 오프콤은 지난해부터 ‘스몰스크린: 빅디베이트(Small Screen: Big Debate)’라는 제목의 정책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오프콤 자체 조사 외

에도 런던정경대, 리즈대, 미디어티크(Mediatique) 등 외부 기관을 고용해 영국 ‘공공서비스방송의 미래’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해 왔다.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 공공서비스 방송의 역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 이동제한령 기간 공공서비스방송과 수용자가 맺은

관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젊은 수용자층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 등이 다뤄졌다. 이 연구 결

과는 각각 보고서로 집필돼 포럼의 홈페이지(https://www.smallscreenbigdebate.co.uk/)에 공개돼 있다.

3) <Public service broadcasting (PSB)>, Ofcom,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information-for-industry/

public-service-broadcasting#:~:text=Public%20service%20broadcasting%20(PSB)%20has,5%2C%20S4C%20and%20

the%20BBC

4) <Media Nations 2019>, Ofcom, 2019.8.7, https://www.ofcom.org.uk/research-and-data/tv-radio-and-on-demand/media-nations-2019

5) Mark Sweney, <UK lockdowns fuel record year for home entertainment spending>, The Guardian, 2021.1.8,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1/jan/08/uk-lockdowns-fuel-record-year-for-home-entertainment-spending

6) <An exploration of people’s relationship with PSB, with a particular focus on the views of youngpeople>, Ofcom, 2020.7, https://www.ofcom.org.uk/__data/assets/pdf_file/0024/199104/exploration-of-peoples-relationship-with-psb.pdf

7) <Public service broadcasting: as vital as ever>, House of Lords, 2019, https://publications.parliament.uk/pa/ld201919/ldselect/ldcomuni/16/16.pdf

8) 2019년 관련된 상원 조사에서 또 다른 디지털 TV 제조업체인 삼성은 관련 규제가 신설되면 “이용자 체험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테크

놀로지 유형을 소개하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하는 TV 제조사들의 능력을 억압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House of Lords, 2019).

9) <Traditional UK broadcasting at risk without radical shakeup, Ofcom warns>, Ofcom, 2020.12.8, https://www.ofcom.org.uk/about-ofcom/latest/features-and-news/traditional-uk-broadcasting-at-risk

10) Archie Bland, <Ofcom proposes radical shake-up of UK broadcasting>, 2020.12.8,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20/dec/08/ofcom-radical-shakeup-uk-broadcasting-regulator-public-service-streaming-public-serviceprogramming-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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