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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버려야 할 관행, 지켜야 할 원칙 - 편향적 기사
기획연재 | 등록일 : 2021-03-09

편향의 시대다. 개인이 원하는 만큼 많은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구축됐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미디어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만 간편하게 소비한다. 내가 보고싶지 않은 정보는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고,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한 나의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자극할만한 ‘피곤한’ 정보는 가볍게 패스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극대화된 정보 선택의 자율성은 위태로울 만큼 편향된 정보 소비패턴으로 귀결된 것 같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며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재확인하려는 심리적 기제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사람들이 뉴스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내가 이미 소비한 콘텐츠를 기준으로 그와 비슷한 정보를 큐레이션(curation)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이러한 정보 소비패턴을 더욱 강화한다. SNS의 활발한 이용까지 더해져 비슷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 간 소통은 강화되는 반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공유하는 숙의(熟議) 과정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더욱 강화된 기존의 신념과 가치관, 더욱 극단화된 집단의 의견으로 여론이 양극단으로 갈리는 쏠림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 제공하면 언론?

 

사람들은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허위·조작정보(24.6%)’와 ‘편파적 기사(22.3%)’를 꼽지만,1) 자신이 접한 정보가 정확한 것인가를 점검하기위해 다른 미디어나 플랫폼을 찾아보는 일에는 인색하다. 그러기엔 너무 바쁘고, 어떤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를 분별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편파적이지 않으며, 정확한 뉴스 정보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공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다. 언론은 이러한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숙의의 장을 마련하고, 사회 통합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언론의 정의 자체가 무뎌져, 정보를 제공하면 모두 언론이라는 인식이 각인된 것처럼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제시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20대의 77.6%가 포털을, 42.7%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며, 26.1%가 네이버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모두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적 오판(誤判)은 아무 근거 없이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의 언론이 포털이나 유튜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별다른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는 질적으로 더 우수하지 못한 뉴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 전문가들이 만든 뉴스는 적어도 해당 정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다양한 관점과 이해 당사자를 충분히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치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편파적인 정보와 가짜뉴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노이로제가 극에 달한 요즘 시대에 굳건하게 지켜져야 할 언론의 역할이며 본질이다. 그러나 좋은저널리즘연구회가 국내 일간지와 방송사의 뉴스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 언론의 질적 수준은 다른 미디어나 플랫폼에서 비언론인이 만들어낸 정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2) 상술한 정확성과 신뢰성, 다양성이라는 저널리즘 가치를 중심으로 짚어보면, 첫째, 직접 인용의 문제가 있다. 국내 방송사와 일간지의 제목에서 직접 인용구를 사용한 기사 비율은 각각 30.9%, 59.1%다(미국 NBC는 13.6%, 뉴욕타임스는 2.8%, 영국 BBC와 더타임스는 0%다). 특정인이 그렇게 말한 것 자체가 ‘사실(fact)’이므로, 직접 인용은 기자에게 주관적 판단의 개입 문제에서 벗어나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는 편리한 기사 작성 방식이 된다. 취재원의 말은 특정인의 ‘의견’이나 ‘주장’임에도 이에 대한 독립적인 사실 확인과 검증이라는 저널리즘 실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저널리즘에서 사실과 의견의 엄격한 분리가 중요한 원칙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특정인의 의견(opinion)이나 주장(argument)을 사실(fact)로 오인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치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인플루언서의 말, 의견, 주장을 맥락적 정보 없이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 보여주는 통로는 그들의 개인 SNS로 충분하다. 굳이 언론이 아니어도 된다.

 

둘째, 정보의 익명성 문제가 있다. 방송 뉴스에서는 보도 대상을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로, 신문기사에서는 A씨, B씨로 보도하며 취재원을 투명하게 밝히는 일에 소극적이다. 한국 방송사에서 취재원의 육성을 변조한 비율은 19.5%이고(NBC와 BBC는 0%다), 영상 모자이크 처리 비율은 53.2%나 된다(NBC는 12.9%, BBC는 9.7%다). 국내 일간지에서 토대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이 익명인 경우는 전체 분석 대상의 8.4%다(뉴욕타임스는 0%, 더타임스는 3.7%다). 취재원을 익명 처리할 경우 익명 보도의 이유를 명시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원칙도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취재원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한층 흥미롭고 자극적인 정보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나 다른 비언론 매체에 넘쳐난다. 언론이 제공하는 ‘진짜’ 뉴스는 정확한 정보원을 밝히지 않은 채 입맛대로 가공된 정보를 내세우는 가짜 정보와는 달라야 한다. 취재원을 투명하게 드러내려는 노력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셋째, 관점의 다양성 부재 문제다. 취재원 다양성과 관점(의견)의 다양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구성하는 전제 가치이고, 개별 뉴스 기사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Entman, 1985). 다양한 취재원에 근거한 정보는 다양한 관점을 포괄할 수 있기에 취재원 수를 다양성 측정의 척도로 삼기도 하지만, 비슷한 의견과 관점을 지닌 취재원을 여럿 배치한 정보를 내용 다양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한국 언론에서 등장하는 취재원 수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나지만(국내 방송 뉴스 리포트 1개당 평균 취재원 수는 2.4명, NBC는 3.7명, BBC는 5.2명이다. 국내 신문 기사 1개당 평균 취재원 수는 3.3명, 뉴욕타임스는 12.1명, 더타임스는 6.1명이다), 그것만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부스터나(Busterna, 1988)가 지적했듯이, 민주주의 사회의 여론과 의견 다양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관점(viewpoint)의 다양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관점의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는 한국 언론의 심각성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방송 매체의 약 59%, 신문 매체의 약 60%가 완전히 단일한 관점만을 제공하며, 사안에 대한 복합적 관점을 전달한 기사의 비율은 각각 방송 23.3%, 신문 17.1%에 불과하다.[그림 1] 기사에서 다루는 이해 당사자 수의 문제도 있다. 국내 일간지는 뉴욕타임스나 더타임스보다 기사 하나에서 다루는 이해 당사자의 수가 현저히 적다.[그림 2] 사안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잘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은 특정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해 당사자를 어느 범위까지 봐야 하는가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일차적으로 이해 당사자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뉴스는 그렇지 않은 뉴스보다 편향적인 정보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한 관점만을 보여주며 ‘대놓고’ 편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매체는 너무 많다.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줌으로써 언론은 불특정 다수의 매체 선동가(demogogue)와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국내 언론의 관점의 다양성 (단위: %)

 

 

 

[그림 2] 국가별 기사 1개당 이해 관계자 수 (단위: 명)

 

 

여전히 대중은 전통 미디어를 믿고 기다려준다

 

한국 언론의 허술한 저널리즘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막연하게나마 언론을 믿고 기다려주고 있는 것 같다. <2020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 미디어의 신뢰도가 3.54점으로 가장 높고(TV는 3.71점, 종이신문은 3.37점이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신뢰도는 2.96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포털이나 유튜브가 언론이라고 생각하며 그 정보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통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 느낀다. 대중의 신뢰와 기다림에 이제 언론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많은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관점으로 제공해야 할 저널리즘의 가치를 스스로 지켜야 할 때다.

 

언론인이라면, 저널리즘의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고 자신의 기사를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나의 기사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지, 이 기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대중의 목마름이 해소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보길 바란다.

 

 

 

 

 

 이번 호를 끝으로 <버려야 할 관행, 지켜야 할 원칙>을 마칩니다.

애써주신 좋은저널리즘연구회와 애독해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1) <2020 언론수용자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2) 이 글에서 사용한 데이터는 좋은저널리즘연구회가 한국 일간지와 해외 유력지를 비교 연구한 《기사의 품질》(2018)과 국내외 방송사의 텔레비전 뉴스를 비교 연구한 《텔레비전 뉴스의 품질》(2020)에서 제시한 분석 결과다. 국내 언론사의 비교군으로써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NBC, 영국의 더타임스와 BBC의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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