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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Ⅰ: ABC 제도] 현장에서 본 ABC 제도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05-07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모두 쓰지 않은 지 오래됐다는 한국ABC협회의 부수 공사 결과. 정말로 광고업계에선 이 자료를 활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그런 걸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광고대행사 종사자에게 직접 들었다. ABC협회의 유료부수 조작 사태에 대한 광고 현장의 분위기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신문산업의 구조 개편을 지연시켜온 거대한 사기극’이라 불리는 한국ABC협회(이하 ABC협회)의 유료부수 조작 사태. ABC협회의 공사 결과를 실제로 활용해온 광고업계에서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월간 《신문과방송》은 광고업계 실무진에게 ABC 제도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4월 8일 두 명의 인터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석한 이들은 광고대행사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실무진들로,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ABC 제도, 현장에선 거의 쓰이지 않아


논란이 된 ABC 제도, 광고업계에선 실제로 얼마나 쓰이는지 물었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쓰이는지에 따라 ‘유료부수 부풀리기’가 미친 영향력이 다를 테다. 인터뷰이들은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광고를 집행하기 위한 판단 근거로는 전혀 쓰이지 않고, 쓰이더라도 유료부수 규모를 보여주기 위한 참고자료 정도로만 활용된다고 했다.

 

“광고주 요청에 따른 매체 부킹(광고지면 예약)에 ABC협회 자료는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유료부수보다는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하는 열독률을 중심으로 매체를 제안하고 있고, 협회에서 발표하는 유료부수는 수년간 거의 변동이 없어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신문광고를 아예 하지 않는 광고주에게 ‘유료부수가 이 정도다’를 보여주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정도다.” (대행사 A)

 

“우리는 아예 참고도 하지 않는다. 보지 않기 시작한 게 7년 정도 됐다.” (대행사 B)

 

ABC 제도가 쓰이지 않는 이유는 첫째, ‘유료부수’를 집계하는 게 의미가 없어서, 둘째, 몇 년째 바뀌지 않는 부수의 공신력을 믿을 수 없어서였다. 그렇다면 제도를 손질한다면 어떨까? 만약 ABC 제도가 ‘열독률’이나 온라인 트래픽 등을 반영하고, 실제 규모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면 다시 활용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새로 개선될 지표에) 관심 없다. 사실 광고주가 광고할 목적으로 신문광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광고주가 의뢰하는 경우는 아파트 공고, 법정 공고 등 법적으로 해야만 할 광고가 있을 때뿐이다. 홍보라는 고유의 목적에 따라 신문광고를 집행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광고업계에선 (ABC 제도를 둘러싼 논란에) 관심이 없다. (비유하자면) 물을 마실 일 자체가 없어졌는데 물 담을 컵이 괜찮게 바뀐다고 해서 그 컵을 쓰겠느냐.” (대행사 B)

 

“효과성 광고(효과를 측정해 집행하는 광고)를 위해 신문 매체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광고주는 주어진 예산 내에서 매체의 영향력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광고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신문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독자들이 지면으로 뉴스를 보지 않으니까.” (대행사 A)

 

이미 죽어버린 시장에서 ABC 제도를 바꿔 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에 더해, 두 사람은 실제로 광고주와 광고업계는 이 사태에 큰 관심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광고주는 ‘어떻게든 되겠지’란 태도란다. 어떻게 진행되든 관심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주와 광고업계가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물었다.

 

“ABC협회가 실제 유료부수를 반영해 줄어든 부수로 발표된다고 해도, 실무 입장에서 영향은 크게 받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유료부수가 반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광고단가가 떨어질 거냐?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 수십 년간 계속 고정돼 있던 단가로 계속 (신문광고를) 해왔기 때문에, ‘아, ABC협회가 나쁜 일을 했구나. 뭔가 개혁이 필요하구나’란 이슈 제기는 됐을지언정 대행업에 있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뭐? 광고단가가 떨어지지도 않는데?’란 생각이 든다.” (대행사 A)

 

“IMF 전, 90년대 자료를 찾아보면, 예를 들어 방송광고비가 한 1조 5,000억이라고 하면 신문광고비는 2조가 넘었다. 물론 90년대 광고비 통계가 잘못된 부분도 있기는 한데, 실제로도 (신문광고비는) 방송광고비와 비슷하거나 더 많았을 거다. 90년대 들어와서 우리나라 산업에 빅뱅이 일어났다. 사업자 수와 업종도 많아지고. 그러면서 광고도 빅뱅이 됐다. 광고비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씩 쭉 성장했다. 한 10년 동안 IMF 전까지. 그 돈을 주지 않으면 광고가 나갈 수 없던 때가 있었다. 그때 형성된 단가표가 (지금까지) 내려온 건데, 물론 단가가 줄긴 했지만 광고 시장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며 바뀌진 않은 것 같다.” (대행사 B)

 

사실 신문사가 시장 논리를 따르지 않는 광고 단가표를 가지고, 회사의 규모, 영업과 협상에 따라 ‘임의로 정한’ 광고비를 광고주에게 요구한다는 건 광고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주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ABC 제도가 합리적으로 바뀐다 한들, 신문사가 ABC협회 공사 결과에 따라 광고 단가를 바꿔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ABC협회의 ‘유료부수 조작 사태’는 신문의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단 걸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사태다. Ⓒ뉴스1

 

 

이미 죽어버린 신문광고 시장

 

2009년 ‘ABC협회의 부수 인증을 받은 매체만 정부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는 정부의 총리 훈령이 규정된 이후, ABC협회는 2011년부터 전국 일간지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동시조사를 시작했다. ABC협회는 홈페이지에 ‘광고주의 매체에 대한 광고비 집행 근거’로서 ABC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부수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 광고 시장이 ‘매체 영향력’과 ‘수용자의 크기’에 따라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왜 ABC 제도는 이 취지대로 운용되지 못한 걸까? 지금에라도 이 취지를 복원할 수는 없는 걸까?

 

“부수에 따라 광고비가 책정돼야 하는데, 처음 조사가 시행됐을 때 그것에 대해서 신문사가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처음 조사를 할 때는 부수에 따라 광고 단가가 조정될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실제론 반영이 안 됐다. 그러면서 신문 전체의 열독률이나 구독률이 내려가면서 광고 매체의 매력도 없어졌고, 신문이 일상적 광고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 거다. (…) 지금 와서 정상화하는 것도 안 될 거다. 실제 수요에 따라 광고비를 받게 한다는 건 “너 망하는 거에 도장 찍어”라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신문사가 거기에 왜 도장 찍겠냐. 당장 이익이 될 것도 없는데. 그나마 한 가지 방법은, ‘경영 정상화’를 얘기하는 거다. 쓸데없이 150만 부를 찍을 필요 없이, 연간 20만 부만 찍고 종잇값 200~300억을 절약하자고 하는 거다. 그것 외엔 신문사에 얘기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는 것 같다.” (대행사 B)

 

“정확해야 할 숫자가 계속 허수로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게 큰 문제였다. 협회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관리·감독도 전혀 되지 못했다는 얘기니까. 관행적으로 계속 이어졌던 게 지금 터진 건데, 지금 와서 투명하게 운영이 된들 이미 신문광고는 수요가 없는 시장이다.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단 생각이 든다.” (대행사 A)

 

애초의 취지대로 광고 시장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해봤자, 죽어가는 신문광고 시장을 심폐 소생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죽어버린 시장에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신문사에 ‘시장 논리에 따라 광고하라’고 주문하는 건 당장 문 닫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신문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현상 유지’밖에 없다. 인터뷰이들은 ‘이렇게 하면 신문광고 시장이 되살아날 거야’라고 말하기에도 처참할 정도로 신문광고 시장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미디어 접촉 시장에서 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야?”라고 묻는다면 전체 미디어 소비 시간에서 1%도 안 될 거다. (…) 신문광고 시장을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무의미해진 게 최소 5년이 지났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즈음해서 잠깐 경기가 반등했을 때, 그때가 어떻게 보면 기회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2012년 전후로 스마트폰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면서 소용없게 돼버렸다. 사실상 신문광고만을 담당하는 담당자도 광고대행사엔 없다.” (대행사 B)

 

“신문광고는 광고업으로 이야기하지 않게 된 지 오래됐다. 디지털이나 방송 광고 영업 담당자들은 개편이 있다고 하면 광고 실어달라고 설명회도 듣고 ‘영업 활동’이란 걸 한다. 그런데 신문광고는 일상적인 대화는 하지만 광고 부킹과 같은 실질적인 업무로 이야기하지 않게 된 게 오래됐다. 수요가 아예 없는 거다.” (대행사 A)

 

디지털 광고도 마찬가지로 미래가 없다. 언론사가 네이버에 뉴스 유통 권력을 넘겨주면서, 언론사 사이트에는 비뇨기과, 성형외과, 다이어트, 발기부전 등 온갖 지저분한 네트워크 광고만 남았다. 새로운 광고 전략을 써볼 새도 없이 ‘저질스러운 광고 시장’으로 고착됐다. 그나마 이러한 저질 광고로도 앞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순 없다. 인터뷰이 중 한 명은 네이버의 ‘전재료 폐지’가 텍스트에 붙는 디지털 광고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올해부터 전재료를 없애는 대신, 구독 기반 광고 수익으로 수익 배분 정책을 바꿨다. 수익이 예전만 못하면 3년간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근데 그게 뭐냐면, ‘명퇴(명예퇴직)’다. 기업에서 명퇴를 시킬 때 ‘너 5년 다닐 수 있는데 3년 치 월급 줄 테니 집에서 그냥 쉬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네이버조차 기사에 붙어있는 광고가 수익이 안 된다고 판단한 거다. 전재료와 대비해서 기사를 통해 크게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거다. 그만큼 시장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봐도 좋다.” (대행사 B)


죽어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결과

 

ABC협회의 ‘유료부수 조작 사태’는 신문의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단 걸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사태다. 인터뷰이들에 따르면 신문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였다. 지대수입은 물론이고 광고 수요도 없어졌음에도,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신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두 개의 상품을 판다. 하나는 종이신문을 팔고, 또 하나는 광고를 판다. 그런데 종이신문을 파는 지대 부분도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전거 경품, 상품권을 주는 등 과정을 거치며 판매시장에서 실질적인 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거다. 광고도 시장 논리를 따르지 않게 됐다. 시장에서는 신문이 지금 형태로 존재할 존립 근거가 사라진 거로 봐야 한다. 그렇게 된 지가 짧게는 5년, 길게는 십몇 년이다.” (대행사 B)

 

“신문광고 시장도 줄어들고, 유료부수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문사가 도대체 어떻게 유지가 되고 있을까? 왜 영업이익이나 수익은 떨어지지 않을까? 시장 논리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 신문의 영향력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에서, ‘그래도 신문사의 힘은 건재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ABC협회가 이용된 게 아닌가 싶다.” (대행사 A)

 

시장은 ‘죽음’을 통해 자생력을 얻는다.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기업이 있으면, 남아있는 기업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어떻게서든 경쟁력을 쌓아나간다. 만약 성장이 어려운 한정된 시장이라면, 그 시장에 기대어 먹고살 만큼의 몇 개 기업들만 남게 된다. 그렇게 불량 기업은 시장 밖으로 나가고, 소비자와 시장에 인정받는 건강한 기업만 시장에 남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사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부하며 경쟁력을 쌓을 기회를 놓쳤다.

 

“시장 논리에 따라 문 닫을 데는 문 닫고, 그런 과정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실 논의는 있었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이 배는 10명만 견딜 수 있어. 5명은 뛰어내려”라고 말을 못 하지 않느냐. 그래서 그걸 억지로 메꾸고 한 거다. 그러다 보니 그 배가 이젠 어디로 가도 살 방법이 없어진 거지. 이제 지금은 ‘저기로 가면 항구가 있어’, ‘저기로 가면 육지가 있어’라는 이야기를 아무도 할 수 없게 된 거다.” (대행사 B)

 

“신문사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수년간 폐간됐다는 신문사가 없다. 그렇다면 광고시장과 지대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신문사를 모두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부분도 고민할 필요도 있는 거다.” (대행사 A)

 

인터뷰이들은 신문 산업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도 한때는 많은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업으로 삼았던 광고 매체였는데,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게 아쉽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곪아 터질 때까지 외면해왔던 문제를 직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미 ‘죽었다’고 결론 내린 산업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두 인터뷰이에게 물었다.

 

“그래도 우리 신문은 아직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 콘텐츠에 대한 퀄리티도 워낙 좋지 않으냐. 플랫폼 변화로 인한, 그러니까 시대적인 변화로 신문 산업이 쇠퇴했다고 변명하고 넘어가기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충분히 변화할 기회도 있었을 텐데. (…) 신문사에서 더욱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층 기사 같은 경우는 회원가입을 통해 유료로 제공하는 식도 가능하지 않으냐. 예를 들어 더벨이라는 매체는 기업 심층 분석 기사를 회원가입을 통해 유료로 제공한다.” (대행사 A)

 

“우리 사회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고 경제체제는 자본주의다. 이 체제를 뒷받침하는 게 ‘정보의 대칭성’이다. 이익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 것도, 올바른 정치인을 뽑게 하는 것도 ‘정보’다. 신문이 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담당해왔는데, 그래서 ‘돈 못 버니까 죽어라’라고 할 수 없는 거다. 신문을 지속하기 위한 국가적, 사회적, 정치·경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대행사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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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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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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