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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발행 60주년을 맞은 《신문과방송》은 긴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편집을 담당했던 필자의 목소리를 통해 《신문과방송》의 가치와 지향점을 생각해 본다. 편집자 주
내 서재 책장 한편엔 《신문과방송》 49권이 반듯이 꽂혀있다. 《신문과방송》을 처음 맡았던 2018년부터 출산 준비로 휴직하게 된 2022년까지, 마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만들었던 책이다. 2년 전 휴직으로 책상을 정리하며 이 책들을 회사에 그대로 두고 갈까 고민했지만, 공들여 만든 책들이 자식과 같이 느껴져 그냥 둘 수 없었다. 결국 며칠에 걸쳐 이고 지고 해서 회사에서 집으로 49권의 책을 옮겼다.
《신문과방송》을 접한 건 16년 전,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언론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던 그때, 업계의 고민이 생생하게 담긴 《신문과방송》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기사를 밑줄 치며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미디어 현장의 고민에 동참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발행 담당자가 되어 《신문과방송》을 다시 만났다. 독자였던 내가 《신문과방송》을 만들게 됐단 사실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보다 크게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12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을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고, 이런 무지함 때문에 ‘깊이 있는 미디어 정보를 다루는 전문지’란 《신문과방송》의 명성에 누가 될까 걱정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신문과방송》 이름 하나만 보고 기꺼이 머리를 맞대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미디어 전문가가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현장의 고민을 나눴다. 한 기획위원은 매달 한 차례씩 고정적으로 기획회의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하면서도 5페이지에 달하는 기획안을 매번 준비해왔다. 교수와 기자, PD, 미디어 현업 실무자들도 공들여 원고를 써줬다. 《신문과방송》은 원고지 30매 분량 긴 호흡의 기사를 싣는다. 짧은 기사와 소논문의 중간쯤인 글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글보다 수집해야 할 정보량은 많은데, 기사 형태를 띠다 보니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원고 청탁을 할 때마다 ‘부담되는데 며칠 고민하고 답변드려도 되냐’는 답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고민 끝에 원고 청탁을 수락했던 분이 다수였던 걸 보면, 원고를 써야 한다는 부담보다 《신문과방송》에 대한 애정이 더 컸던 분이 많았던 듯하다.
《신문과방송》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게도 귀중한 자산이기에 회사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편집위원들도 편집회의에 열심히 참여했던 것 같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편집위원 중 한 분과 회사 후배, 내가 ‘《신문과방송》을 멋지게 잘 만들어 보자’고 도원결의했던 것도 기억난다. 매월 정해진 날짜에 맞춰 어떻게든 한 권의 책을 만들어야 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함께 《신문과방송》을 만들기 위해 도움 준 분들 덕에 고통을 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만든 《신문과방송》
《신문과방송》은 개인적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신문과방송》에 기사를 쓰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곤 했는데, 녹록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도 열정을 다해 본인의 업을 이어 나가는 이들이 많았다. <‘돈 먹는 하마’ 인식에 ‘디지털’은 뒷전>이란 기사1)를 쓰기 위해 만났던 개발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외쳤지만, 투자에 비해 얻는 게 적기 때문에 언론사가 실제론 디지털 부서를 찬밥 신세로 만든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언론사 구성원들에게 ‘쌍욕’을 먹어가면서도 디지털화를 준비하는 건, 그것이 언론의 미래임을 믿기 때문”이라던 한 개발자의 말이 당시 5년 차 직장인으로 매너리즘에 빠질 뻔한 나를 구출했다. 누군가의 열정은 전염되기도 한다. 나도 내가 일하는 업계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신문과방송》이 만든 생태계엔 이렇게 미디어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독자였다가, 발행 담당자였다가, 직접 기사를 쓰는 기자였다가 하며 그 사람들을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신문과방송》의 전신인 《신문평론》은 1964년 4월 창간호에서 “신문 인사들이 유쾌히 참가할 수 있는 토론의 광장이 될 것을 기약하는 바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다짐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편집 철학과 원칙의 명문화
《신문과방송》의 다음 과제
물론 끝내 못 이룬 일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명문화된 ‘《신문과방송》 편집 철학과 원칙’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문과방송》은 발행인, 편집인, 실무자, 내·외부 기획위원이 2~3년 주기로 매번 바뀌는 매체다. 그래서 그때마다 매체 지향점이 바뀌기도 하고, 관심을 두는 주제가 달라지기도 한다. 편집 규범을 바탕으로 매체를 제작한다면, 누가 와서 《신문과방송》을 만들든 ‘일관성’이 생길 수 있
을 것이다.
이 규범에는 ‘독립성’도 명시돼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문과방송》은 발행인·편집인에 따라 주제의 선정이나 편집의 방향성이 달라지기도 했다. 물론 어느 매체나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편집국의 완벽한 독립은 우리 언론에도 요원한 목표이지 않은가. 하지만 최소한의 독립성을 지향하고, 의식적으로나마 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편집 방향과 발행인·편집인·편집위원회의 권한, 기획위원회 구성 방식, 제작 지침, 편집 윤리 등을 명문화된 규정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 일은 다음에 《신문과방
송》 발행을 맡게 될 담당자들의 몫으로 남긴다.
육아에 전념하느라 일터를 떠난 내게, 《신문과방송》은 여전히 업계와의 연을 희미하게 이어주는 귀중한 통로다. 《신문과방송》을 들춰보며 미디어 현장의 일원이었던 그때의 감각을 되살리곤 한다. 내게서 배턴터치 받아 《신문과방송》을 열심히 가꿔나간 담당자분들 덕이다. 이와 더불어, 《신문과방송》을 발행하기 위해 수십 년간 《신문과방송》 생태계에 기꺼이 참여해준 모든 이들의 노고에도 경의를 표한다.
1) 김수지, <‘돈 먹는 하마’ 인식에 ‘디지털’은 뒷전>, 《신문과방송》 2018년 9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