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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의 다소 시끌벅적한 반응이 가끔 생각난다. 2006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마침 당시에 보급이 확대되던 스마트폰의 기동성과 결합한 트위터는 미래가 가장 주목되는 그야말로 핫한 미디어였다. 트위터는 매스커뮤니케이션과는 구별되는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그리고 매스커뮤니케이션을 능가하는 정보 전파력과 전파 속도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009년 유에스에어웨이(US Airway) 항공기가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 했을 때, 이 소식이 뉴스 전문 방송국인 CNN보다 앞서 트위터로 전파되면서 트위터의 정보 전파력과 속보성은 텔레비전 방송국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주목받았고, 그 가능성에 대해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뉴스의 신속한 전달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국가에 의한 전파 관리라는 국민국가 시스템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람에게 트위터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는 예지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2009년 6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에서 벌어졌을 때, 국가 기구의 검열로 텔레비전 방송에선 시위 소식이 통제됐지만 트위터 망을 통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렇다. 분명 트위터가 2010년 중동 시민 혁명 과정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트위터가 없었다면 알제리, 바레인, 이집트, 이란, 요르단, 리비아, 모로코, 튀지니, 예멘 등에서 도미노처럼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확산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반정부 시위대의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국경을 넘어 주변 국가로 전해지면, 소식이 도달한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 앞에서 흥분하지 않을 미디어학자는 없었다.
트위터에 기대했던 가능성 그리고 정착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등장과 트위터도 무관하지 않다. 엄청난 규모의 팔로워를 확보한 파워 트위터리안 오바마는 트위터를 통해 젊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선거자금을 모았다. 오바마의 열혈 지지자들은 파워 트위터리안 오바마의 트윗을 열성적으로 리트윗했다. 오바마는, 텔레비전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에게 심은 강력한 인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에 의해 시작된 텔레비전 정치 시대를 트위터 정치 시대로 대체한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고 나니 매스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불가능하게 됐던 개인과 개인의 직접적 의사소통이 트위터에 의해 다시 열릴 가능성에 주목하는 연구, 트위터의 공론장 기능을 분석하는 연구, 트위터와 투표 참여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연구, 트위터의 정치 참여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트위터의 가능성을 찬양하고 매스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에 열광했던 열혈 지지자들은 그로부터 불과 10여 년 후 트위터가 현재 사용되는 방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바마에 이어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정치인처럼 보였던 트럼프는 이른바 트위터 정치를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그리고 재선에 실패하고 난 이후에도 그만두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에 의한 2020년 1월 6일의 충격적인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도 트위터에 의해 가능했다. 결국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은 정지됐다. 트위터와 무관하다 할 수 없는 2020년 미국의 정치 풍경과 2010년 중동의 정치 풍경은 사뭇 대조적이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의가 펼쳐진다. 미디어의 역사를 들춰 보면,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당대의 논객은 현재 우리가 그 미디어를 사용하는 관습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모든 미디어는 세상에 처음 출현할 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정착된다.
각자의 기대가 투사된 초창기 라디오
라디오를 켜본다. 라디오는 현재의 라디오 사용법을 염두에 두고 발명된 것은 아니다. 전화와 라디오는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지금의 전화는 쌍방향 소통 장치고 라디오는 일방향 수신 장치지만, 초창기 라디오는 사용법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채 쌍방향 소통 장치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세상에 등장했다. 라디오는 초창기에 무선전화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니, 그때의 라디오는 지금의 라디오가 아닌 셈이다. 전화 발명가 벨(Alexander Graham Bell)이 생각한 전화는 지금처럼 사적 수다를 위한 미디어가 아니라 현재의 라디오에 가까웠다. 1876년 5월 10일 벨은 보스턴대 연구실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소리를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에 있는 관객에게 전달했다. 1881년 파리 국제전기박람회에서 테아트로폰(Thtrophone)이 가장 인기를 얻었는데, 테아트로폰은 수신기가 여러 개 달린 전화기였다. 관람객은 여러 개의 수신기 중 하나로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들었다.
기술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던 라디오였기에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았지만, 트위터에 온갖 기대를 걸었던 10여 년 전의 요란한 논의처럼 라디오 논쟁도 뜨거웠다. 모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은 라디오가 등장할 때도 어김없이 벌어졌던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대를 라디오에 투사했다. 작가 되블린(Alfred Dblin)은 라디오가 책 읽어주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했다. 작가다운 기대라 할 수 있다. 민중주의자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라디오가 쌍방향 미디어이자 민중의 교육 도구가 되기를 원했다. 민중주의자다운 꿈이다. 1929년 브레히트는 대서양 단독 횡단에 성공한 비행사 린드버그(Charles Augustus Lindbergh)의 스토리를 소재로 한 라디오 극을 기획했는데, <린드버그 비행(Lindberghflug)>을 통해 브레히트는 린드버그의 영웅적 행위를 널리 알리는 것보다는, 라디오를 메시지의 수신 장치에서 초창기 라디오가 품고 있던 수신 장치이자 동시에 양방향 소통 장치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라디오를 양방향 소통 장치로 실험하고자 하는 브레히트보다 라디오를 일방향 메시지 전달 장치로 삼고 싶은 히틀러의 힘이 강해지면서 브레히트의 실험은 그저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삐삐 혹은 미러클…
클럽하우스의 미래는
2020년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가 등장했다. 초대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고 연령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초창기의 라디오와 트위터가 그랬던 것처럼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라는 다소 기술적인 정의 이외의 사회문화적 함축을 담은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클럽하우스는 어떤 용도로 주로 사용되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생성 중인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 시대에 딱 알맞은 소셜미디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클럽하우스를 음성으로 하는 링크드인(Linkedin)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음성 기반 사교 미디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음성 기반 유튜브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아프리카TV의 라디오 판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이 기록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유일하게 흔적이 남지 않는 미디어이기에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위치의 높낮이 없이 수평하게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유명인을 팔로우하고 그의 트위터를 구독하듯이 유명인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전달되는 트위터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라디오와 달리 듣기만 해도 소속감을 주는 미디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브레히트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할 뒤늦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할 때 꿈틀거리는 기대 그리고 곧 겪게 되는 좌절된 기대, 반짝이는 유행과 미디어로서의 지속성, 상업적 변형과 반상업적 열망 사이에서 진자 운동을 하면서 클럽하우스는 자리 잡게 될 터인데, 우리가 ‘흔히 있는 일(The Same Old Story)’을 통해서 겪은 것처럼 현재의 기대와 미래의 모습 사이에는 적지 않은 격차가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10년 후 우리는 어떤 회고를 하고 있게 될지 벌써부터 사실 궁금하다. 클럽하우스는 ‘삐삐’로 기억되며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날까? 음성 트위터로 평가될까? 아니면 시작점인 클럽하우스는 기억에서 희미해졌는데, 클럽하우스를 참조한 카카오의 음성 소셜미디어 음(Umm)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까? 아니면 되블린과 브레히트를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 기적(miracle)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