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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추천 동영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이끌어준’ 콘텐츠가 주는 악영향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방법은 찾기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모질라재단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서 국내 언론이 주목해야 할 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빅테크 권력 감시
파수견(Watchdog) 저널리즘은 언론의 공익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상징하는 저널리즘의 이 역할 모델은 언론인의 자부심을 고양하는 근간이기도 하다. 법원과의 지루한 법률 논쟁을 거쳐 사회문화적 가치로 인정받기까지 20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만큼 이젠 저널리즘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이재진, 2008).
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권력 이동’을 불러오며 파수견의 감시 대상을 근본에서부터 바꿔놓고 있다. 권력의 속성과 작동 방식이 이전과 판이해졌다. 빅테크(Big Tech)로 상징되는 새 주류 권력들은 기술과 알고리즘, 방대한 데이터를 권력 행위의 무기로 삼는다. 이른바 코드 권력이자 데이터 권력이다. 이들은 국가 간 경계와 언어도 넘나든다. 은폐는 교묘해졌고 작동 방식은 난해해졌다. 상대하기 벅찬 감시 대상을 저널리즘은 숙명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일천한 권력 감시 보도의 경험을 지닌 국내 언론사들은 이러한 조류와 변화를 따라잡기 버거워한다. 코드 권력의 실체를 파헤칠 기술적 채비가 언제 완성될지 기약도 없다. 국내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의 공적 기여분을 재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 모델을 내려놓긴 어렵다. 여기서 소개할 모질라재단(Mozilla Foundation)의 보고서 <유튜브 유감(YouTube Regrets):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크라우드소싱 조사>1)는 파수견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국내 언론사들이 지금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산적 지침과 교훈을 제공하고 있기에 면밀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사용 언어가 사용자의 보호 여부를 가르게 해서는 안 된다”
모질라재단2)이 펴낸 39쪽 남짓의 <유튜브 유감> 보고서는 발견, 제안, 결론, 방법론 등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왜 문제인지, 구체적 근거와 데이터는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발견’에 담겨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발견 사항을 중심으로 요약해 보도3)한 바 있어 여기서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개괄만 할 것이다.
이 보고서의 연구진들이 파악한 유튜브 알고리즘의 핵심 문제는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들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거쳐 사용자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삭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조회수가 수백만 건을 돌파한 뒤에야” 사라졌다고 한다. 충분히 공유되고 퍼져나간 이후에야 삭제 조치가 이뤄짐으로써 잘못된 정보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연구 결과다.
또한 검색보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이 같은 류의 유감 영상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검색의 경우 1만 개 영상 중 9.6건이 유감 영상으로 제시됐다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하면 1만 개 중 13.9개가 유감 영상으로 제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색이나 추천 알고리즘이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정도가 더 심하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입증해냈다.
유튜브는 VVR(Violative View Rate)이라는 이름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영상의 노출 비율을 집계해 공표4)하고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1만 개당 17건 정도다. 이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유튜브 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해명을 감안할 때, <유튜브 유감> 보고서의 데이터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흔적은 없어 보인다.
보고서의 발견 사항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영어권에서의 유감 영상 비율(Regret Rate)이다. 영어권과 비교할 때 유감 영상의 노출 비율이 두드러졌다. 특히 브라질,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국가 리스트에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이는 크라우드소싱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자발적 시민 가운데 한국인 참여자 수가 적거나 거의 없어서다.
비영어권에서 유감 영상 노출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영어권 설계자들이 제작하고 영어권 데이터 중심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알고리즘 설계 및 작동 방식에 기인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은 “정책 위반을 감지하고 동영상을 추천하는 데 사용되는 알고리즘이 언어별 기계학습 모델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브 알고리즘 설계자들 대부분이 “영어 데이터에 대한 학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맥락에서 영어권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유튜브 유감 영상 비율이 비영어권 국가에서 60%나 더 높게 나타났다. 팬데믹에 대한 오정보로 한정하면, 영어로 된 유감 동영상 중 팬데믹 관련 비중은 14%였다. 반면 비영어권 유감 영상 중에선 이 비율이 36%로 높아졌다. 구체적인 사례로 포르투갈의 라이브 영상 ‘부패한 바이든, 백신의 사법화와 충분한 히스테리’와 슬로바키아의 ‘팬데믹이 왜 사실이 아니고 사기인가’를 들었다. 이들 비디오 중엔 30만 건까지 조회된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은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진들은 “사용하는 언어가 사용자의 보호 여부를 가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이 기억해야 할 교훈
서두에 짧게 언급했듯,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주된 교훈은 그들이 제안하는 대안과 방법론 장에 담겨 있다. 파수견 저널리즘을 민주주의 기여의 핵심 명분으로 삼고자 한다면 적어도 다음 내용만큼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1) 권력의 속성이 변하면 감시 기법도 진화해야
연구진들은 폭넓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방법론5)을 활용했다. 비학술적 시민과의 개방형 협업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를 위해 유감보고자(RegretsReporter)라는 크롬,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 확장 도구를 개발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투명성과 공개에 미온적이거나 인색한 현실을 고려한 보완적 조치였다. 이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한 시민 사용자는 190개국 3만 7,380명이었고, 이 가운데 한 건이라도 조사 기간 중 보고(제보)한 사용자는 모두 1,662명이었다. 연구진은 이 확장 도구를 통해서 유감 영상의 제목, 설명문, 조회수, 진입점, 동영상 보기 페이지의 링크, 시민 조사 참여자가 제보한 코멘트, 참여자가 판단한 심각성 정도 등을 확보했다. 더마크업이라는 기술 권력 탐사 전문 언론사가 ‘시민 브라우저(Citizen Browser)’6)를 통해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폐해를 실증적으로 밝혀낸 방식과도 흡사하다.
조사 기간도 2020년 7월부터 2021년 5월에 이르기까지 무려 11개월에 이른다. 하나의 연구 결과를 위해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고 펴내기까지 약 1년의 기간을 할애한 것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에도 구글 코랩(Google Colab), 빅쿼리, 파이썬 같은 프로그래밍 기법이 사용됐다. 이는 빅테크 감시가 왜 어려운가를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해주지 않는 이상, 이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숙련도, 데이터 수집,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의 활용 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다시 말해, 감시 대상, 즉 권력의 속성이 변화하면 감시를 위한 기법도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탐사보도 기자들의 전통적인 감시 취재 기법인 슈레더 리포팅(Shoe-Leather Reporting, 발로 뛰는 취재)의 비중이 줄어들고 데이터 수집-분석 기법이 주된 방법론으로 활용되지 않으면, 감시의 세밀함과 구체성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기법들이 비용과 인력의 문제로 외면받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빅테크 권력 감시의 주된 역할은 전통적인 저널리스트들이 아닌 또 다른 기술 개발 주체들로 넘어가고 있다.
2) 플랫폼, 정책 설계자, 사용자를 위한 제안 사항
빅테크 권력 감시의 대안을 담은 ‘제안 사항’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보고서는 플랫폼, 정책 설계자, 사용자 세 개 부문에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제안 내용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설득력도 있다.
우선 플랫폼을 향해서는 추천 시스템에 대한 독립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데이터 보호 및 보안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조건에서 연구자들이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핵심 지표와 소스 코드 접근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추천 알고리즘의 입력값으로 학습되는 데이터에 대해 사용자들이 제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옵션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유튜브 외 구글 제품의 이용 데이터가 추천 알고리즘에 통합돼 있을 경우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제어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을 둘러싸고 알고리즘 소스 코드 공개를 보편적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내 언론계의 논의와 구체성 측면에서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 관료 등 정책 설계자를 향한 제안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강력한 데이터 액세스 프레임워크의 법적 강제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투명성을 감시 가능한 수준으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삼자가 이를 조사 및 감사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익을 목적으로 독립 연구자들이 플랫폼의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약관을 위반하더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세이프 하버’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3)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끝으로 흘려넘기지 않아야 할 대목이 보고서 말미에 담겨 있다. ‘탄소중립 노력’이 포함된 이해관계 공개 설명이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준수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중립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해 분석했다고 적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운영 소재지를 명시함으로써 모질라재단의 철학을 잇고 있다고 강조한다. 보고서 작성 하나에도 탄소중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론의 감시 기능에 대한 성찰 우선돼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파수견 저널리즘의 조건과 역량은 더욱 확장되고 강화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감시 기능의 질적 개선을 위해 시민 참여와 기술의 도움이 긴요해지는 상황도 빈번해지고 있다. 감시와 비판의 최소 조건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언론사의 제목들처럼 ‘Big Tech Can’t Fix Itself’7), 즉 기술 권력은 스스로를 고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의 데이터를 배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은 한정된 사례를 기반으로 기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목소리를 ‘근거가 빈약하고 내부 데이터와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쉽게 반박한다. 동어반복의 해명이 수년째 이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기술 권력 비판에 무력감을 느끼는 기자들의 한탄도 들리곤 한다. 감시 기능의 쇠퇴로 이어질까 염려도 된다.
파수견 저널리즘의 위상을 지탱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시 기법의 변화에 능동적이어야 한다. 전통적 분석 기법에 기술 기반 탐사 기능을 더함으로써 보다 세련된 감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기술 오남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 특히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수록 더 많은 시민, 더 많은 조직과 협업함으로써 이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유튜브 유감> 보고서를 ‘좋은 인용 거리’로 대상화할 것이 아니라, 왜 저널리즘은 이 같은 수준의 감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저널리즘이 민주주의를 언급할 수 있는 명분을 지켜갈 수 있다.
1) https://foundation.mozilla.org/en/campaigns/regrets-reporter/findings/
2) 파이어폭스(Firefox)라는 웹브라우저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운영하는 재단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3) 금준경,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비영어권을 차별한다?>, 미디어오늘, 2021.7.2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
?idxno=214509
4) https://blog.youtube/inside-youtube/building-greater-transparency-and-accountability/
5) https://citizenscience.org/
6) <The Citizen Browser Project—Auditing the Algorithms ofDisinformation>, The Markup, 2020.10.16, https://themarkup.org/citizen-browser
7) Tarnoff, B. & Weigel, M., <Why Silicon Valley can’t fix itself>, The Guardian, 2018.5.3, https://www.theguardian.com/news/2018/may/03/why-silicon-valley-cant-fix-itself-tech-humanis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