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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개정판 발간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11-26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예비 언론인과 현직 언론인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미국에서 2001년 초판이 나온 이래 20년 만에 네 번째 개정판이 지난 8월에 나왔다. 한국에서는 12월에 번역판이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번역판의 역자인 이재경 교수에게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4판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물어봤다. 편집자 주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네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초판이 나온 지 꼭 20년 만이다.

 

2001년 초판, 2007년, 2014년, 그리고 2021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니, 7년마다 새롭게 다듬은 책이 나온 셈이다. 올해로 89세인 빌 코바치(Bill Kovach)의 나이를 생각하면, 거의 30%에 이르는 내용을 수정한 이번 개정판 작업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공저자인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도 70대 근처다. 두 노인이 아마도 마지막일 수 있는 공동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번역자로 이들의 책을 세 번째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다시 한번, 이 두 사람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저자는 감사 인사의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썼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선배 언론인들에게 빚을 졌다. 그들은 수정헌법 1조를 만들었고, 거기에 의미를 불어넣었다. 그들의 유산이 우리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책임을 담당하도록 한다. 또 시민들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게도 한다.”

 

이 감사 인사에 두 늙은 저자의 책에 대한 진심이 담겨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또 저널리즘이 수백 년의 역사를 거치며, 많은 언론인의 노력이 축적돼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느끼게 된다. 언론은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이 자유로울 수 있고, 스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역할이라는 생각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의 핵심 가치다. 4판에서도 이 가치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가치를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원칙 열 가지도 초판 그대로 4판에서도 유지된다.

 

4판에서 바뀐 내용은 대부분 저널리즘을 둘러싼 정치, 경제, 기술, 문화적 맥락의 급격한 변화상을 반영한 내용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매우 빠르게 새로운 매체와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내면서, 저널리즘은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 새로운 개념과 형태의 미디어 회사들이 등장해 저널리즘의 생태계를 바꾸기도, 과거에 강력했던 매체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과 그러한 변화 때문에 만들어지는 수용자 행동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필요 등은 기존의 주요 매체들에서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신생 미디어들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4판에 새롭게 추가되거나 과거 내용이 고쳐진 부분들은 이렇게 새로 등장한 인물들과 그들이 시도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실험을 소개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이들이 저널리즘의 핵심 원칙들을 지켜내기 위해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이 언론 현장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도 세밀하게 설명한다.

 

4판이 강조하는 세 가지 맥락

 

공동 저자인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이번 4판에서 저널리즘 환경과 관련해, 특히 세 개의 흐름을 강조한다. 첫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재적 정치인들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겁박하는 현실이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브라질의 볼소나로 대통령 등은 독단적 권력을 휘두르며 취재를 제약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사와 기자를 ‘시민의 적’이라고 낙인찍기도 했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였다. 두 저자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정부는 이제 정부 스스로 언론을 대체해 버릴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유사 웹 사이트를 만들어 사이비 저널리즘을 공급하는 일부터, 동영상 보도 자료의 제작과 배포,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데 협조하는 기자들에게 금전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까지를 포함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심지어 정교한 신기술 망을 이용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공무원을 찾아내 겁을 주고 기소까지 추진하는 체제를 가동해 왔다고 저자들은 얘기한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두 번째 맥락적 흐름은 구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의 부정적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다. 4판의 내용을 보면, 2018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이라는 두 회사가 나라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디지털 수입의 60%를 가져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의 기업적 이익 중심주의가 민주적 가치들을 훼손하는 상황이다. 책에서 소개된 댄 길모어(Dan Gillmor)는 구글의 힘이 너무 커져서 그 회사는 이제 사실상 “인터넷을 지배한다”고 말했다.1) 레베카 매키넌(Rebecca MacKinnon)은 심지어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소수의 몇 개 회사는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의 지배자(sovereigns)들”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이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한 상태에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집단으로 쪼개는 행태를 걱정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는 각 개인의 특성과 집단의 성격에 맞춰 광고를 팔기 위한 표적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챙겨왔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사실을 중시하고, 차분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콘텐츠보다는 선정적이고, 의견이 강하고, 오류 가능성도 더 많은,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들을 더 잘 보이게 배치한다는 결과를 보고하는 연구를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영업 전략이 공동체를 분리하고, 공중 간의 대화를 단절해, 결국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현실을 걱정한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세 번째 흐름은 사회의 양극화, 의식의 극단화 추세가 계속 강화되는 현상이다. 이는 특히 미국 사회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부족화(tribalization)’ 라고도 표현되는 이 현상은 인종과 성별, 진보와 보수, 부자와 가난한 사람, 늙은이와 젊은이 등으로 사회가 쪼개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또한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깨어있는 시민들의 모임, 다시 말하면, 교양 있는 공중의 형성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변화 방향

 

이러한 맥락적 흐름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다시 2020년대 완전히 디지털화한 매체 환경에서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실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는 기자들이 취재 과정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저자들은 이 시대에는 어느 기자도 자신이 제시하는 기사가 수용자가 접하는 유일한 상품이라고 상정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자기 기사가 가장 뛰어나고 남다른 뉴스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얘기한다. 지금의 언론 환경은 수용자가 어디선가 부분적 정보에 접했으리라고 가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충고다. 그러니 언론은 혹시 그러지 못한 경우를 고려해 최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저널리즘은 또 이전에 전달된 잘못된 정보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러한 정보를 정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사상의 자유 시장에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을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이는 3판에서 소개했던 진실확인자(authenticator)의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주문은 더 철저하게 독자 중심의 기사 제작 체제를 확립하는 일이다. 미국 신문의 수입원은 과거 광고 중심에서 이제 수용자가 직접 지불하는 비용(구독료, 회원비, 기부금 등)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다. 인터넷과 SNS가 보편화하면서 뉴스의 가치를 계산하는 기준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사의 품질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방문자 수는 이제 덜 중요해졌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사가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는지, 기사가 공유되는지, 또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는지 등이 이제는 더 중요한 주목 요소로 등장했다. 이러한 독자 중심으로의 변화는 저널리즘의 사명과 사업으로서의 저널리즘의 관계를 한결 든든하게 묶어주는 대단히 긍정적인 동력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몇 세대 만에 처음으로, 드디어 언론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인 깊이 있고 독자적인 취재, 그리고 완성도 높은 기사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보도 등이 기업으로서 언론의 지속성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 번째 제안은 문제만 제시하는 과거 방식에서 나아가 해결책까지 찾으려 하는 보도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분절돼 있고, 양극화돼 있는 사회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협력적 지성(collaborative intelligence)의 추구도 저자들은 책의 여러 곳에서 강력하게 권고한다. 기자 교육에 솔루션 저널리즘이 포함되기를 권하고,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에 다른 매체들과의 협업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권한다.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해결책에 집중하는 일은 절대로 언론의 독립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접근은 저널리즘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또 더 유용하고 필요하게 만든다. 문제만 얘기하는 뉴스는 불완전하다. 맥락도 제공하지 못한다. 이는 저급한 저널리즘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뉴스의 기능은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공유하는 일련의 사실들을 제공하는 일과 함께 소통 통로를 만들고 포럼을 형성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또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포함한다.

 

재차 강조하는 투명성의 원칙

 

‘투명성’이라는 개념은 초판부터 이 책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중심 개념이다. 4판에서 저자들은 이 개념을 한층 더 강하게 강조한다. 디지털 환경이 저널리즘의 신뢰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다. 저자들은 기자는 당연히 수용자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취재원을 오도하거나 취재원에게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러한 원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 코바치와 로젠스틸의 판단이다.

 

“불행하게도, 그 원칙을 철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 기자들은 이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 취재원을 겁주거나, 기사의 내용을 진실하게 얘기하지 않거나, 혹은 기사의 초점에 대해 취재원을 속이는 일은 진실을 찾는다는 미명 아래 기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취재 기법들이다. 처음에는 정직함이 기자들에게 수갑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저자들은 워싱턴포스트의 제이 매튜스(Jay Mathews) 기자는 취재원에게 자기 기사의 초고를 보여주는 습관을 유지해 오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기자의 정직성이 디지털 시대, 독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저자들은 취재원의 정직성도 강하게 강조한다. 그들은 “기자들은 취재원으로부터도 같은 수준의 솔직함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고자 한다. 만약에 익명을 허용한 취재원이 기자를 오도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취재원은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명성 거래의 한 부분은 취재원의 진실성이기 때문이다.”

 

투명성은 아직 한국 저널리즘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개념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4판에서 강화된 투명성의 가치들이 우리 취재, 보도 현장에서도 더 늦기 전에 기본적인 취재기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1) Dan Gilmore, <Google, Please Be a Benevolent Internet Overload>, The Guardian, 2013.5.16,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3/may/16/google-io-conference-internet-dom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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