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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신문과방송이 만난 사람 30 - KBS 탐사보도부 송수진 기자
기획연재 | 등록일 : 2022-08-26

지난 6월 21일에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코스닥 개미귀신’ 편은, 그간 암암리에 문제시됐던 약탈적 무자본 M&A 세력의 존재를 드디어 우리 앞에 드러냈다.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멀쩡한 기업을 사냥해서, 그 안에 담긴 투자자들의 돈을 탈취하는, 말 그대로 ‘개미’ 투자자들의 진액을 빨아먹고 기업 껍데기만 남기는 ‘개미귀신’의 구덩이를 들춰낸 셈이다. KBS 탐사보도부 송수진 기자는 이 보도로 제165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 부문 상을 받았다. 그가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 창원방송총국에 근무하던 2014년에도 <뉴스인사이드 – 병실에 갇힌 황혼>이라는 기사로 지역보도 부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때 송수진 기자는 열악한 요양병원에서 여생을 마쳐야 하는 노인들의 현실을 취재하기 위해 해당 시설에 단기 취업하기도 했다.

 

 

KBS <시사기획 창> ‘코스닥 개미귀신’ 편으로 제165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 부문 상을 수상한 송수진 기자 <출처 - 필자 제공>

 

 

‘소리 없이 강한’ 기자

 

이런 이력을 접하고 나면, 탐사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열혈 기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앞자리에 앉은 그의 몸가짐은 사뭇 조심스럽고 말씨에 거친 구석이 없다. 실은 그런 그가 낯선 것은 아니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통해 이미 몇 번 마주하고 또 대화도 나눠보았던 차였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의 취재를 취재하는, 동종업계에서 결코 환영받기 어려운 일을 뚝심 있게 해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송수진 기자는 ‘소리 없이 강한’ 면모를 문득문득 내비치곤 했다. 유력 언론과의 유착 혐의에 관련된 곤란한 질문을 무척이나 예의 바르게 던지며 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을 집요하게 쫓던 그가 보좌관에 의해 시쳇말로 ‘넥 슬라이스(neck slice)’1)를 받고 문턱에서 저지당하던 장면이야말로 그의 은근한 강단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하지만 흔히 걷는 ‘꽃길’을 놔두고 굳이 택한 탐사보도부 보직을 정말 계속할 생각인 건지는 여전히 궁금했다.

 

“당분간은 변동이 없을 계획이에요. ‘코스닥 개미귀신’이 (방송) 나가고 나서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제가 하나하나 다 봤는데, 이런 보도에 대한 어떤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단지 수요가 있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뭐랄까, 굉장히 필요한 정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필요한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제공되지 못했던) 정보를 우리가 이번에 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다른) 언론사들 상황을 보면,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입해서 그만큼의 분석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체가 구조적으로 봤을 때 KBS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공영방송의 오랜 신념 가운데 하나로, ‘단순히 소비자들이 원하는(want) 걸 주기보다, 시민에게 필요한(need)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다소간 엘리트주의적인 혐의가 있다고는 하지만, 오래돼서 낡은 신념이기보단 오래간 재발견되어야 할 지향점임은 분명하다.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건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고, 혹여 확인되더라도 시장성이 없으면 공급 부족이 일어난다. 이른바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영역인 셈. 요컨대 송수진 기자는 자신이 공영방송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각(혹은 자부)하고 있으며, 적어도 당분간은 그 업무에 더 매진할 생각인 것 같았다. 순간 겸양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곧바로 이 말을 덧붙였다.

 

“아, KBS나 저 같은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웃음) 이게 꼬박 6개월 걸렸거든요. 6개월이요. 그 6개월 동안 한 회사를 거의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수준으로 장부나 거래내역서 이런 걸 다 살펴보고 지도를 만들다시피 했어요. 뭐, 6개월 주면 누군들 못 하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물론 실제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추가로 현장 취재도 해야 했고, (일반 기사나 뉴스 꼭지가 아닌 1시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도 시간이 들어가야 했단 말이죠. 그렇게 6개월을 투여해야 이 정도 결과물이 나오더라는 거예요. 근데 그만큼의 시간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언론사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 언론 지형에서는.”

 

맞다. KBS 규모의 공영방송이 아니라면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건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입지와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신료라는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공재원은 이런 긴 호흡의 투자를 가능하게도 하지만 시장과의 거리두기도 결단할 수 있게 해준다.

 

“제가 취재했던 회사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면, 유상증자 무렵에 주가를 띄워야 하니까, 언론사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유도하는 데 1억 9,500만 원을 썼더라고요. 유상증자가 있던 석 달 동안. 시가총액 1,000억 원도 안 되는 회사가 말이에요. 그렇다면 그보다 더 큰 규모를 가진 회사들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등의 주요 이해관계가 걸린) 무렵에 도대체 언론사들을 얼마나 관리해서 유리한 기사를 돈으로 살까 생각해보면, (…) 그런 공생관계에서 언론사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잖아요. (…) 이들이 비판적인 시각에서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지형을 훑는 기사를 쓰기는 어렵겠구나 싶었어요. 또 그건 결국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서, 그러니까 관련된 기사를 소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고, 오히려 교란하는 정보만 가득 찬 상황이라는 거죠.”

 

 

송수진 KBS 탐사보도부 기자 <출처 - 필자 제공>

 

 

도움이 되고 필요한 보도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정기능, 정치로부터의 독립 이상으로 중요해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신료 제도의 본질을 (혹시라도 미리 답을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훌륭히 짚고 있다. 그런데 수신료에 의해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고 하더라도 무려 6개월이나 소요되는 이런 탐사보도를 마냥 좋게만 보고 권장하는 분위기일까?

 

“(이번에 저희가 수행했던) 공시 분석을 (내부에서는)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도 해요. 우리나라 공시 제도가 꽤 선진적이기는 하지만, 공시된 정보는 해당 업체가 그냥 알아서 채워 넣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걸 일일이 다 들여다보고, 법인등기랑도 대조해 보고 그런 게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에요. 이건 안 해보면 모르거든요. 저희가 더블 체킹을 해보니까 오류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걸 밖에서는 잘 모르고 인정을 안 해주기도 하죠. (…) 다른 취재 부서와는 달리 저희는 사실상 시간적 리밋(limit)이 없어서 한참 진행하다가 엎어지기도 하고, 들인 시간과 돈과 인력에 비해 성과가 적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다른 부서 사람들은 ‘쟤 뭐하지? 쟤는 왜 저렇게 왔다갔다만 할 뿐 계속 노는 것처럼 보이지?’하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해요. 사실 탐사보도부는 굉장히 취약한 부서예요. 회사가 조직 개편을 한다고 하면, 과연 이 탐사보도부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존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디에 갖다 붙일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해요.”

 

공영방송 안에서도 이렇게 늘 ‘긴가민가하는’ 대상일 수밖에 없는 탐사보도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존재 의미를 입증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대중적인 반향이 있어야 할 테고, 적어도 수상 실적 등의 동료 평가나 전문가 평가라도 획득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 수 없게 마련이다. 다행히 ‘코스닥 개미귀신’은 수상 실적을 거뒀다. 시청자들로부터의 호응도 나쁘지 않다. 당장 유튜브 조회수 기준으로 현재 26만 회를 넘어섰다. 시청자들의 댓글 속에는 반색하는 기운이 확인된다. 모처럼 ‘필요한’ 보도를 KBS가 해줬다고 호평한다. 비결은 뭐였을까?

 

 

KBS <시사기획 창> ‘코스닥 개미귀신’ 편 <출처 - 필자 제공>

 

 

“저희가 나름대로 타깃 시청층을 정하고 들어갔어요.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3년 차 미만인 사람들. (…) 왜 3년 차냐면, 이때가 투자의 어떤 습관이나 루틴 같은 것을 잡는 시기인데 아직 정립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많이 휘둘리는 문제가 있어요. 이분들은 생각보다 ‘무자본 M&A’가 뭔지도 모르고, 투자 대상이 되는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지식도 부족해요. 예를 들면 휴대폰 케이스 하나 살 때는 단돈 몇 백 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다니면서도 정작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소위 ‘감성 투자’를 해요. 느낌 따라 간다는 거죠. 느낌 따라 리딩방에2) 의존을 많이 하고 지라시 찾고 그러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 보도의 목적이 투자 분석을 제공하는 데 있었던 게 아니라면, 어떤 종류의 도움을 구체적으로 의도했고 또 실제로 줄 수 있었던 걸까?

 

“코스닥 시장에 이런 (개미 투자자를 노리고 암약하는 무자본 M&A) 세계가 있다는 걸 알려서 투자 매수·매도 버튼을 누를 때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 딱 그거였어요. ‘여기가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에요. 악어 떼가 돌아다니는 곳이니 조심하세요’라고 약간의 경고음을 내는 것 정도가 저희의 목표였고, 댓글 반응을 보면 어느 정도 달성이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왜 그간에는 이런 보도가 없었을까? 그리고 공영방송 탐사보도부 기자 송수진이 그로부터 느꼈던 책무 의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주식시장에서 가장 정보가 부족한 집단, 정보로부터 소외돼 있고 손해를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을 주식시장의 약자라고 본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이런 보도를 하는 게 맞는 것 같거든요. 관련 전문가나 시장 내부자, 금융기관, 감독기관, 법조계, 언론 등은 ‘공평함’을 강조하면서 약자의 존재를 인정치 않거나, 투자자 책임론을 펼치거나, 심지어 강자 혹은 음험한 세력과 공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 우리 시장에 얼마나 이상한 놈들이 많은지를 아는 사람은 많은데,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고, 설혹 느낀다 해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더 없어요.”


울림 있는 이야기로 전달하다

 

이즈음에서 그에게 다시 한번 겸양 의식이 발동했는지,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매체가 이런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분 나빠하거나 “쟨 뭐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겸연쩍게 웃었지만, “제 솔직한 마음은 그렇다”며 강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사실 송수진 기자의 이력에서 탐사보도는 상대적으로 잠시 거쳐 가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그런 단계조차 시도하지 않는 기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왜 그는 굳이 이 어려움을 감수하기로 했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을까?

 

“사실 저는 ‘코스닥 개미귀신’에서 정보 전달이 아닌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정보를 넘어 대중적인 감성에도 호소할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의 힘은 단지 건조한 사실로만 채워진 A4 석 장 분량의 기사와는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주식 투자 초보자들이 저희 보도에 담긴 이야기를 접하고 ‘저 사람 참 나쁜 사람이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강도가 그런 내용을 다루는 신문 기사만 읽었을 때에 비해 훨씬 더 클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종의 변화에 이르게 하는 가능성도 더 클 것 같고요.”

 

그렇다. 탐사보도의 강점은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을 주체적으로 발굴하는 것에도 있지만 그것을 울림 있는 이야기로 전달하는 데에도 있다. 한편 그러다 보니 소재주의나 선정주의의 덫에 빠지기도 한다.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이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를 묻게 되고, 그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면 그냥 놔둘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하죠.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정말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만큼의 취재가 이뤄져야 하는 거죠. 예, 저도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이야기를 쉽고 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더 많은 취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저도 자신 있게 당사자의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하며 접근할 수 있었던 거고요. (…) 사실 저희가 다룬 무자본 M&A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겐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였거든요. 어려운 이야기를 더 쉽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많은 취재를 수반한 탐사보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도는 내밀한 정보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을 테고, 그만큼 제한된 취재원으로부터 믿을만한 이야기를 얻어내는 것에서도 조심할 점이 많았을 법하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 보면 의외로 공익적인 태도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자주 연락하고 서투르게나마 이것저것 여쭤도 보고 그러는 과정에서 ‘쟤가 지금 이걸 정말 취재하고 싶긴 하구나’하는 어떤 마음의 동요가 있었겠죠.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고요. (…) 대신 그렇다고 그 말을 다 믿거나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도 했죠. 이해관계가 명확한 판이니까요.”

 

탐사보도 경험을 통해 이런 깨달음에 다다랐다면, 저널리스트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하나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원칙을 미리 ‘학습’할 수 있고, 굳이 탐사보도를 거치지 않더라도 얻을만한 교훈이라 해도 무방하다. 저널리스트들이 탐사보도를 경험하고 수행해야 할 이유를 백 가지쯤 말할 수 있지만, 그걸 회피해도 좋을 이유 역시 수두룩하게 만들 수 있다.

 

“솔직히 권할만하지는 않아요. 책임져야 할 일이 많고요. 예를 들어 한 사람을 ‘조진다’고 치면, 소송도 대비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엄청 ‘빡세게’ 취재를 해야 하는 거예요. 설혹 소송이 들어와도 ‘이거 봐. 네가 잘못한 거 맞잖아’ 이렇게 할 수 있을 수준까지 쥐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결과물로 내보낸 것보다 훨씬 많은 취재 결과를 깔고 있게 되는데, 들인 비용에 비해 드러낸 성과가 작아 보이기 십상이죠.”


공영방송과 탐사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수진 기자는 자신이 선택한 탐사보도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고, 설혹 언젠가는 다른 종류의 보직을 맡게 될지라도 ‘당분간은’ 이런 궤도 위에서 더 앞으로 달려갈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 보였다. 그의 말마따나,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정보 약자의 필요를 발굴하고 그것을 충분한 정보에 토대를 두어 감성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양질의 저널리즘은 이런 종류의 탐사보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쉽사리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후배 기자들에게, 혹은 다른 영역의 저널리스트들에게 ‘탐사보도는 이런 장점이 있으니, 꼭 한 번 도전해보라’고 말할 만도 하지 않은가?

 

“음… 이렇게 말해 볼게요. 다들 나름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KBS 기자라는 직업은 평탄하다면 평탄한 삶을 살게 해주긴 하거든요. 그럼 고민거리가 언제 찾아오냐면 인사철에 집중되는 것 같아요. 인사 결과 내가 가고 싶은 부서에 가게 되면 한시름 놓고, 인생에서 어쩐지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것 같고, 혹 아니면 수렁에 빠진 것 같게 되고. 그런데 탐사보도를 하게 되면 그런 종류의 고민이나 관심에서는 멀어지고 취재 아이템 자체에 집중하게 돼요. 뭐랄까, 삶의 희로애락이 그로부터 나온달까? 기자가 자신이 취재하는 아이템에 대해서 정말 순수하게 ‘기자로서의’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확실히 탐사보도에 있는 것 같아요. 밤에 자기 전에 아이템 때문에 고민하면서 잠든 게 지금 말고 또 언제였을까 그런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내일 <9시 뉴스> 아이템으로 뭘 할까?’ 이런 궁리 말고, ‘내가 지금 취재하고 있는 이 아이템 속의 얘는 도대체 왜 이랬을까?’ 이런 순수한 고민 같은 거요.”

 

나는 <저널리즘 토크쇼 J> 이전의 송수진 기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동료 기자들이라면 한사코 손사래를 칠 미디어 비평이라는 ‘독배’를 들이켜야 했던 그가, 꽤 아파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함은 물론, 일반 기자라면 경험할 기회도 의지도 없을 ‘보도 제작’이라는 색다른 계기를 통해, 그 역시도 강조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을 키웠던 건 우연도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을 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는 다시 탐사보도부라는 험로를 굳이 걸어보기로 결단했고, 그 경험을 거쳐 저널리스트로서도 또 스토리텔러로서도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진 내면을 보여주게 되었다. 이것은 그가 처했던 (지금 이 시기의 공영방송 탐사보도부라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이 빚은 결과일까, 아니면 ‘기자 송수진’이었기에 그런 조건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좌충우돌하며 주체적으로 얻어낼 수 있었던 성과일까. 뻔하게도 그 두 가지 모두겠지만, 방금의 대답을 통해, 나는 후자의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 공영방송 기자라고 해서 모두 공영방송다운 저널리즘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1) 손날로 상대방의 목을 쳐 제압하는 격투 기술의 일종 

2) 투자 대상 분석을 해주는 커뮤니티 대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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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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