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세계뉴스미디어총회는 전 세계 언론인과 언론 산업 관계자가 모여 뉴스 미디어 분야의 현안을 논하는 회의다. 올해로 74회 차를 맞는 이번 총회는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의 주요 주제와 논의 내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3 세계뉴스미디어총회(World News Media Congress)는 지난 6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3일에 걸쳐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됐다. 세계 각지에서 온 800명 이상의 언론인 및 언론 산업 관계자, 그리고 80명 이상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뉴스미디어 분야의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과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 2023년 현시점의 뉴스미디어 시장 동향,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인한 언론 산업의 변화, 뉴스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등이 주요한 주제로 논의됐다.
언론 자유 위협과 AI로 인한 허위 정보 확산
이번 총회의 개회사 연설자들은 공통적으로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허위 정보 확산에 대처하는 것이 현시점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회장인 페르난도 데 야르자(Fernando de Yarza)는 현재 세계적으로 언론이 큰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중국, 미얀마, 러시아에서 많은 언론인이 박해받고 있고 여성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공격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을 지적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는 뉴스 생산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잘못 사용될 때는 재난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Maria A. Ressa) 역시 정부에서 비판적 언론사를 폐쇄하거나 민주주의 국가들이 언론인 보호를 위한 법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언론인들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이용자 정보를 분석해 광고 전략에 사용하고 있으며,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뉴스 조직이 직면한 도전 과제임을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
본회의 기조연설에서는 라스무스 클라이스 닐슨(Rasmus Kleis Nielsen)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교수가 2023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의 주요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온라인 뉴스 소비에서 뉴스 웹사이트 이용은 감소하는 반면, 소셜미디어 이용은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계속 줄어들고 젊은 세대는 틱톡,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뉴스 생산자들도 이러한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페이스북에서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뉴스 유통 창구를 변경하는 추세라고 했다.
한편 조사 대상국 전체 시장에서 뉴스에 대한 신뢰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증가했다가 이제는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라스무스 교수는 뉴스에 대한 신뢰는 정치적 요인과 관계있으며, 사람들이 뉴스와 언론에 대한 비판에 많이 노출될수록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비판은 주로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행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2023년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언론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며,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독자 기반 비즈니스 모델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들은 유료 온라인 구독 모델을 많이 시도하는데, 로컬뉴스 기업이 구독자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고 전국 단위 대형 뉴스미디어에 구독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라스무스 교수는 구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광고 표시 제한, 저렴한 구독 요금, 여러 매체에 대한 접근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임을 강조했다.
생성형 AI, 구원자인가 암살자인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이 미디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총회 본회의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미디어의 구원자인가 암살자인가?(Generative AI – Media Saviour or Killer?)’라는 별도의 세션을 통해 다양한 참석자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네덜란드 미디어 기업 NPO의 혁신전략국장인 에즈라 이먼(Ezra Eeman)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원천데이터로 훌륭한 창조물을 산출할 수 있으며, 기존의 지식에 약간의 추가 콘텐츠를 덧붙임으로써 새로운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아직 신뢰성이 부족해 뉴스 생산 업무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데, 잘못된 정보의 생성과 여성 및 특정 인구 사회학적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덴마크 미디어 기업 제틀랜드(Zetland)의 대표인 타브 클리트가드(Tav Klitgaard)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업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타브는 인공지능 기반 모델이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며 스스로를 테크 기업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또 제틀랜드는 디지털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통해 구독자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뉴스를 텍스트, 오디오 형태로 제공하고 이용자 경험을 향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미디어 기업 십스테드(Schibsted)의 연구소장 아그네스 스텐봄(Agnes Stenbom)은 책임 있는 인공지능 활용 방안 도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십스테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평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는 것을 공유했다. 또 엔지니어, 비즈니스 담당자, 저널리즘 에디터 등의 다양한 관점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융화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올바른 인공지능 활용방안이 산출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세션에서는 생성형 AI 시대에 인간 저널리스트들이 어떠한 역할과 차별성을 담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확산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우리는 이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뉴스 생산 과정 일부가 자동화되면 저널리스트들은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인 감정, 의심, 회의를 통해 콘텐츠의 진실성, 팩트체크, 내러티브를 강화한 고유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저널리스트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와 양질의 저널리즘
뉴스미디어 기업들은 온라인, 모바일, 소셜미디어 환경을 거치며 생존과 혁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광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총회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뉴스미디어 기업들의 사례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인도네시아에서 8,000만 명 이상의 독자를 확보한 IDN타임스(IDN Times) 대표 윈스턴 우토모(Winston Utomo)는 자사의 비즈니스 다각화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는 자카르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역의 정보격차가 큰 상황이며, IDN타임스는 이와 반대로 모든 지역의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비즈니스 다각화 전략으로 뉴스 외에도 콘텐츠 분야(육아, 비즈니스 등), 플랫폼 분야(글로벌 플랫폼 의존이 아닌 자체 플랫폼 구축), 원스톱 광고 솔루션 분야, 엔터테인먼트 분야(영화 상영, 음악 제작)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대만 TNL미디어(TNL Media) 설립자 조이 청(Joey Chung) 역시 자사의 비즈니스 다각화 현황을 공유했다. TNL미디어는 대만에서 설립 후 아시아로 확장하고 있으며, 사업 다각화 전략의 핵심은 기업 인수라고 밝혔다. 뉴스 기업, 테크 기업, 스포츠 기업, 데이터리서치 기업, 모바일 서비스 기업, 이커머스 기업 등을 인수해 사업 분야를 다각화했고,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한 덕분에 코로나19 시기에도 이커머스, 데이터 비즈니스, 이벤트 사업의 수익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미디어 기업 클라린(Clarin)의 최고운영책임자 에밀리오 바사빌바소(Emilio Basavilbaso)는 거대 플랫폼과의 경쟁은 쉽지 않고 광고 수익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수익 모델 개발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물론 뉴스룸이 중요하긴 하지만 다른 비즈니스 유닛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클라린은 신문 외에도 광고, 교육 콘텐츠, 잡지, 스포츠, 부동산포털 운영, 게임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5년 전 디지털 구독을 시작해 지금은 디지털에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데,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보다 이용자들의 행동 데이터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비즈니스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수익성에서 성과를 얻은 미디어 기업에 여전히 남은 과제는 양질의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전략 사이의 균형일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뉴스 편집이 재무 성과와 분리됐던 과거의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뉴스 편집과 비즈니스 파트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독자들이 원하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다양한 포맷의 뉴스를 통해 수익성을 추구하면서도 양질의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겨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