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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열린 소셜미디어 생태계’가 움직이고 있다. 마스토돈, 블루스카이 등 탈중앙화 SNS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과연 대형 플랫폼에 맞설 수 있을지, 탈중앙화 SNS의 현황과 한계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탈중앙화 SNS 시대의 비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가 트위터에 자동으로 포스팅이 된다면? 유튜브에 올린 쇼츠 영상이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업로드가 된다면? 언론사 내에서 소셜미디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면 이보다 편리한 연동 구조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다른 SNS 사용자를 팔로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모든 사용자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제어할 수 있기까지 하다면? 이보다 만족스러운 그림이 있을까.
인터넷은 애초 이러한 연결과 연동, 개방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됐다.1)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폐쇄적인 환경과 서비스가 주류를 점하게 됐고, 이로 인해 관계와 연동이 끊겨버린 ‘쪼개진 인터넷’이라는 현재의 모습으로 남게 됐다. 열린웹(Open Web)을 지향했던 인터넷의 자유로움의 가치는 수익과 경쟁 앞에서 무력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새 판이 열리고 있다. 다시 인터넷의 가치와 지향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지고 있다. 이메일처럼 서로 다른 메일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메시지를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열린 소셜미디어 생태계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론 머스크가 불을 지폈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수많은 트위터 사용자의 반발을 샀다. 트위터발 디아스포라(집단이주)가 현실이 되면서 대안의 공간을 찾는 와중에 열린웹, 구체적으로는 탈중앙화 소셜네트워크(Decentralized Social Network)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운이 좋게도 그 수혜는 출범한 지 수년도 지난 마스토돈(Mastodon)에게 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블루스카이(Bluesky)가 뒤를 이어 미래의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만약 이들이 폐쇄형 SNS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래서 쪼개진 인터넷을 다시 이어붙이고 연결시킨다면 ‘플랫폼 종속과 횡포’라는 십수 년 이상의 패러다임은 종언을 고하게 된다.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로 넘겨준 수없이 많은 콘텐츠 데이터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들, 그렇게 구축된 빅테크 기업들만의 ‘데이터 사일로(data silo)’2)는 서서히 붕괴하는 흐름을 타게 된다. 과연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마스토돈 쏘고, 블루스카이 불붙이다
탈중앙화 SNS의 실체는 마스토돈과 같은 플랫폼 자체라기보다는 프로토콜이다. 프로토콜은 서로 다른 프로덕트끼리 콘텐츠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언어이자 규약이다. 공통의 통신 규약을 준수하고 지정한 포맷으로 콘텐츠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이다. RSS3)를 떠올리면 이해가 더욱 쉬워진다. 인터넷 초기 블로그에선 서로 다른 블로그 플랫폼을 쓰더라도 RSS라는 프로토콜의 도움으로 모든 블로그를 구독할 수 있었다. RSS를 기반으로 한 메타블로그도 유행했다. RSS가 바로 트랙백(trackback)4)과 더불어 열린웹을 상징하는 프로토콜의 하나인 셈이다.
탈중앙화 SNS를 이끌고 있는 프로토콜은 ‘액티비티펍(ActivityPub)’5)이다. 탈중앙화 프로토콜 하면 블록체인을 떠올리지만 액티비티펍은 블록체인과도 무관하다. 굳이 블록체인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탈중앙화를 실현케 해주는 열린웹 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액티비티펍은 2016년에 소개됐을 정도로 연식(?)이 좀 됐다. 게다가 최신 버전이 2018년 1월로 업데이트도 더딘 편이다. 그러한 프로토콜이 일론 머스크가 촉발한 트위터 디아스포라로 갑작스럽게 뜨고 있는 것이다. 메타의 스레드(Threads)가 앞으로 채택할 프로토콜이라고 공표6)할 정도다.
액티비티펍은 오픈소스를 지지하는 개발자인 에반 프로드로무(Evan Prodromou)7)의 노력으로 표준화가 시작됐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오픈소스를 강조하면서 아이덴티카(Identi.ca)를 개발했고 여기에 통용되는 프로토콜로 오스타투스(Ostatus)를 만들었다. 그리고 몇 번의 개편과 업그레이드를 거쳐 펌프닷아이오(Pump.io)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이 펌프닷아이오가 W3C8)가 정식으로 제안하는 액티비티펍9)의 전신이다. 열린웹 철학과 오픈소스의 자유를 오랫동안 지켜온 개발자들의 노력이 십수 년간 이어지면서 액티비티펍이 태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 이 프로토콜을 채택한 그 어떤 소셜미디어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에반 프로드로무가 개발한 소셜미디어마저도 제대로 조명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탈중앙화 소셜네트워크는 오랜 기간 자유 철학을 지향하는 일부 개발자들의 실험적인 전유물로만 남아있었다.
2022년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반전의 계기였다. 그리고 그 수혜는 온전히 액티비티펍을 적용한 마스토돈으로 돌아갔다. 2022년 12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50만 명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10)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따른 반사 이익을 한 몸에 받긴 했지만 인기를 오래 구가하기엔 여러 사용성의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지금은 트위터 창업자 중 한 명인 잭 도시(Jack Dorsey)가 참여한 블루스카이(Bluesky)가 탈중앙화 소셜미디어의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블루스카이는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가 트위터 CEO로 재직하던 2019년 사내 프로젝트로 시작됐다.11) 하지만 지금은 별도의 회사로 분리돼 독립적인 앱을 구축하는 중이다. 또 다른 열린웹 프로토콜 XMPP(Extensible Messaging and Presence Protocol)를 개발했던 제레미 밀러(Jeremie Miller)도 결합했다. 블루스카이는 마스토돈과 달리 자체 개발한 AT프로토콜(AT Protocol)을 적용하고 있다.
액티비티펍의 핵심 한계였던 계정이동성(Account Portability)의 범위, 사용자의 검증과 식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여전히 초대자만 사용할 수 있는 탈중앙화 SNS지만 지난 4월 앱 다운로드 수가 60만 회를 돌파할 정도12)로 관심을 받고 있다. 탈중앙화 SNS 프로토콜의 실패사앞선 사례에서 보듯 열린웹, 탈중앙화의 가치를 담은 SNS의 역사는 십수 년째 이어져 왔다. 그때마다 새로운 프로토콜이 발표되기도 했다. 오스타투스, 펌프닷아이오, XMPP, 오픈소셜(OpenSocial) 등. 하지만 성공의 로켓을 쏘아올린 곳은 사실상 전무했다. 2010년 론칭했던 구글판 트위터인 구글 버즈가 오스타투스라는 프로토콜과 호환이 됐지만 2년을 버티지 못했다. 오픈소셜이라는 오픈API를 채택했던 프렌드스터(Friendster)와 마이스페이스(Myspace)는 SNS 시대 초기의 문을 열었지만 유튜브나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13)
2017년 소개된 마스토돈도 2022년이 되기 전까지 그 이름을 들어본 사용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액티비티펍의 설계자 에반 프로드로무가 개발한 탈중앙화 SNS 아이덴티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탈중앙화 SNS를 위한 시도와 실험은 인터넷의 등장 이래 꾸준히 이어졌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대규모의 사용자를 유인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나마 프로토콜로서 RSS만이 블로그 서비스에서 널리 활용됐을 뿐이다.
탈중앙화 SNS의 역사적인 실패는 불편한 사용성(낮은 시장 경쟁력)과 제어 불가성에 기인한다. 마스토돈만 하더라도 사용자 신원 식별의 어려움, 콘텐츠 큐레이션의 단조로움, 비밀 메시지의 어색한 UI 등이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받고 있다.14) 특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짜 계정(서버)을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다는 단점이 확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익성에 대한 전망도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통상 소셜미디어의 수익은 광고로부터 나오고 광고는 콘텐츠 관리(content moderation) 알고리즘으로부터 시작된다. 해당 피드에 적합한 광고를 노출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시스템 유지에 투자하게 된다. 현재 마스토돈 같은 프로덕트에선 이러한 콘텐츠 알고리즘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식 론칭 전인 블루스카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T프로토콜을 선보였지만 최근 공격적으로 수익 공유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트위터와 비교할 때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게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탈중앙화 SNS의 인기는 엄밀하게 말하면 반사 이익에 따른 일시적 유행에 가깝다. 마스토돈 MAU의 빠른 추락이 이를 대변한다. 픽셀페드(Pixelfed), 피어튜브(PeerTube) 등 다양한 탈중앙화 소셜미디어들이 출현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 주류를 형성할 만큼의 사용자를 확보하진 못하고 있다. 마스토돈이 탈중앙화 소셜미디어의 미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대형 소셜미디어들이 액티비티펍을 채택하고 마스토돈 서버를 만들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이다. 고품질 블로그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을 비롯해 플립보드(Flipboard), 텀블러(Tumblr)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완전한 형태든 아니든 메타의 스레드까지 액티비티펍을 적용한다면 탈중앙화 SNS 시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스토돈의 인기가 사그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채택해야 할 동기가 강하지 않은 대형 빅테크들이 탈중앙화에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시장 우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선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열린웹을 향한 선한 엘리트주의는 역사적으로 실패를 거듭해왔다. 사용자 편의성과 수익 공유를 앞세워 투자자들의 자금을 잔뜩 수혈한 ‘독한 엘리트’만이 성공을 쟁취했다. 트위터가 그랬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그랬다. 성공한 SNS들은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그들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 취했다가 그것이 달성되면 곧장 내다버린 경험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이 메신저에서 개방형 프로토콜인 XMPP를 적용했다가 스스로 소셜미디어의 대세가 되면서 폐기한 사례15)가 대표적이다. 구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소셜미디어 대세론이 저물고 있는 시점에 열린웹 정신이 탈중앙화 SNS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 콘텐츠 알고리즘 횡포, 쪼개지거나 양극화한 인터넷의 폐해 등을 지켜보며 각성한 덕이다. 분명 뒤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탈중앙화, 분산화가 수없이 반복적으로 언급된 사실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더 이상 플랫폼 독점의 시대를 용인할 여유와 여지도 별로 없다. 탈중앙화 혹은 프로토콜의 시대는 그래서 하나의 주류적 흐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대형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의무를 강제하는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 Act)은 탈중앙화 SNS에 유리한 제도적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분산된 서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탈중앙 SNS의 특성상 그 사용자 규모가 DSA의 임계치를 넘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서다.16) 규제로부터 일정 수준 자유롭기에 대형 SNS와 비교할 때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다만 그것이 마스토돈이나 블루스카이가 아닐 수도 있다. 프로토콜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마스토돈이나 블루스카이가 문을 닫더라도 얼마든지 자체 서버 등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어서다.
그러려면 먼저 탈중앙화 프로토콜의 파편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더 많은 사용자와 서버 구축을 유인해야 한다. 인간의 연결 욕망도 지속돼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높은 사용성이라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당연히 자금 조달과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며 시장 우위를 증명해야 한다. 최근 블루스카이가 광고 중심의 수익 모델을 포기하고 맞춤형 도메인을 판매하겠다고 나선 건 그래서 고무적이다.17) 선한 의지와
명분에만 머물지 않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자금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다.
탈중앙화 SNS는 언론사의 소셜미디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줄 수 있는 무기다. 플랫폼 종속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소유할 수 있는 긍정의 경험도 선사할 것이다. 이것은 오직 열린웹이라는 선한 명분을 넘어, 사용성의 시장 우위를 증명할 수 있을 때만 맞이할 수 있는 비전이다.
1) <A short history of the Web>, CERN, https://home.cern/science/computing/birth-web/short-history-web
2) 서로 다른 목적과 목표에 따라 분리되어 교류나 협력이 없는 상태를 사일로라고 부른다. 데이터 사일로는 각 서비스 간 데이터가 상호 교류되지 않고 단절되어버린 부정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3) ‘RDF site summary(RDF 사이트 요약)’, ‘rich site summary(풍부한 사이트 요약)’ 또는 ‘really simple syndication(초간편 배급)’ 등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 웹사이트 간 자료를 교환하거나 배급하기 위한 XML 기반의 포맷. 편집자 주 <출처 – 두산백과>
4)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주요 기능 중 한 가지로, 간단히 역방향 연결 고리를 자동적으로 생성해 주는 기능을 말한다. 즉, 이 기능을 사용해 A포스트에서 B포스트로 정보를 보내면 B포스트에 A포스트로 연결되는 고리가 자동으로 생기는데, 이런 과정을 트랙백이라고 부른다.
5) https://www.w3.org/TR/activitypub
6) https://help.instagram.com/169559812696339
7) https://en.wikipedia.org/wiki/Evan_Prodromou
8) World Wide Web Consortium, 국제 웹 표준화 기구
9) 참고로 액티비티펍(ActivityPub)의 첫 이름은 펌프닷아이오(Pump.io)의 이름을 따 액티비티펌프(ActivityPump)였다.
10) Hoover, A., <The Mastodon Bump Is Now a Slump>, Wired, 2023.2.7, https://www.wired.com/story/the-mastodon-bump-isnow-a-slump
11) Graber, J., <Announcing Bluesky PBLLC>, Bluesky, 2022.2.7, https://blueskyweb.xyz/blog/2-7-2022-overview
12) Connelly, E. AJ., <Jack Dorsey-Backed Bluesky Gains Traction As App Downloads Surge 600% in April>, The Wrap, 2023.5.12, https://www.thewrap.com/bluesky-app-downloads-surge-jackdorsey-twitter/
13) 장길수, <구글 SNS 사업, 그 실패의 역사>, 전자신문, 2011.7.31, https://www.etnews.com/201107310001
14) Pierce, D., <Can ActivityPub save the internet?>, The Verge, 2023.4.20, https://www.theverge.com/2023/4/20/23689570/activitypub-protocol-standard-social-network
15)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9266769
16) Komaitis, K. & Louis-Victor de Franssu <Can Mastodon Survive Europe’s Digital Services Act?>, Tech Policy Press, 2022.11.16, https://techpolicy.press/can-mastodon-survive-europes-digitalservices-act
17) The bluesky Team, <Purchase and Manage Domains Directly Through Bluesky?>, Bluesky, 2023.6.5, https://blueskyweb.xyz/blog/7-05-2023-nameche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