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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대중화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산된 것은 2016년이다. 그해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을 지목했다. 슈바프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은 사이버 기술이 물리계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산업혁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같은 해 구글이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세돌 9단을 4대 1로 눌렀다. 알파고는 바둑 전문가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수를 두어 승리를 거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기계가 인간의 지도를 받지 않고도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여 진화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고조됐지만, 아직 대중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 같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은 소문만 무성할 뿐 대중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2022년 오픈AI가 챗GPT로 명명된 생성형 AI를 선보이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럴듯한 산출물을 생성해내는 인공지능 서비스는 인공지능 대중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등장 이후로 기술 플랫폼과 협력 업체들은 앞다퉈 새로운 인공지능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은 바드(Bard)와 제미나이(Gemini)를, 마이크로소프트는 빙(Bing) AI를,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출시했다. 2024년 들어 오픈 AI는 챗GPT 이외에도 소라(Sora)라는 이름의 고품질 동영상 생성 서비스가 개발됐음을 알렸고, 심지어 인간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휴머노이드의 시연 동영상도 공개했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향후 인공지능이 가져올 여러 가지 변화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GPU가 더욱 중요해지는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양산, FHD 영상을 4K나 8K 영상으로 업스케일링하는 AI 칩을 탑재한 텔레비전 출시, 인간을 대체하는 AI 금융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관련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이나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규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3월 유럽연합이 통과시킨 AI 법은 인공지능을 위험도에 따라 네 가지 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 규제 체계를 명시했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성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 중 하나는 언론계다. 언론계는 뉴스룸에서의 생성형 AI 활용 방안과 생성형 AI 개발에 학습 데이터로 투입되는 뉴스의 저작권 보호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룸에서의 생성형 AI 관련해서는 국경없는기자회가 주도해 2023년 11월 AI와 저널리즘 파리 헌장(Paris Charter on AI and Journalism)1)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룸에서 AI 활용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헌장은 투명성이나 책무성 같은 저널리즘 윤리 원칙을 강조했다. 뉴스룸이 사용하는 AI 시스템에 대해 저널리즘 윤리 차원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평가해야 한다든지, 현장 취재물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부분을 분명하게 구분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헌장은 적시하고 있다. 뉴스 저작권 보호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자적으로 생산한 뉴스 기사가 생성형 AI 개발에 무단으로 활용되거나 생성형 AI가 뉴욕타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주관하는 ‘AI 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은 이러한 국제적 노력과 궤를 같이하면서 인공지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결성됐다. 언론사나 언론인이 개별적이고 수동적으로 적응하기보다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언론계·학계·법조계·기술업계 전문가 32인이 참여하는 포럼은 세 개 분과로 구성됐다.
‘AI 활용 준칙 제정 분과’는 뉴스룸에서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분석하고 AI 활용 관련 국내외 준칙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뉴스 수집, 편집, 제작, 배포와 관련해 어떤 단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AI 활용과 관련해 관리 감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AI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허위 정보나 차별적 표현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제도 개선 및 지원정책 분과’는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 관련 뉴스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다룬다. 해당 분과는 저작권법 및 신문법을 분석하고 뉴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보완해야 할 법 조항이 있는지, 그리고 기술 개발 플랫폼과 언론사 간의 뉴스 이용 약관에 문제점은 없는지 분석한다. 아울러, 뉴스의 무단 이용을 방지하거나 이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에 대해서도 다룬다. ‘대가산정 및 상생협력 분과’는 생성형 AI가 뉴스를 학습할 경우 그 가치 평가 기준에 대해 논의한다. 뉴스의 가치 산정은 해당 뉴스 기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특성, 뉴스를 활용하는 용도나 공정이용의 범위, 뉴스를 활용해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기업의 가치나 수익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지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인공지능 대중화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미디어 환경이 조성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언론 산업과 관련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포털이나 검색 서비스와 다른 새로운 뉴스 서비스가 개발될 것인지, 뉴스 이용자의 행동 패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생성형 AI가 어떤 수익 모델을 갖게 될지, 특히 생성형 AI가 광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도 예측할 수 없다. ‘AI 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은 현재 단계에서 가시권에 있는 이슈들에 집중하지만, 이를 계기로 언론계가 새로운 기술 환경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범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