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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이용자와 생산자 간의 거리감을 좁히거나 없애버린다. 이용자도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대중과 공유할 수 있으며 광고로 돈을 벌 수도 있다. 플랫폼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디지털 노동자’가 되는 시대. 인플루언서 이코노미 생태계를 들어다본다. 편집자 주
소셜미디어는 애초에 이용자와 생산자 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만들어졌다.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은 미디어 이용 권력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나의 채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갖고 자신의 생각 또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심지어 내 콘텐츠가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공유되고 이들을 나의 구독자 혹은 관객, 이용자로 만들 수 있다는 건 분명 매혹적인 일이다.
심지어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광고 수익을 통해 이용자들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플랫폼 사회에서 이러한 경제적 가치의 생산은 매우 중요하다. 일련의 과정이 직업으로서 유의미한 가치를 갖고 콘텐츠 생산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디지털 노동자가 된다.

이용자와 생산자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은 이용자와 채널의 거리감이 가깝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낸 정서적 효과 중 하나는 단연코 ‘줄어든 정서적 거리감’이다. 이는 이전까지 ‘허상 혹은 이상’이라고 여겨졌던 대상들이 일상으로 스며들 만큼 가깝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특히나 사회적 거리가 줄어들면서 생성된 ‘친밀감’이라는 감각에 있어서 디지털 미디어의 효과는 엄청났다. 텔레비전에서 본 스타들을 우리가 지나가다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우리는 ‘인사와 안부 묻기’를 지인들에게만 하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연예인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를 모르더라도 그렇다. 그것이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가 가진 일상의 침투성, 그리고 좁아지는 정서적 거리감을 통한 친밀감의 생성이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거의 실제와 유사하게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거나 없애버린다. 나도 시청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일반인’의 정체성이 소셜미디어 콘텐츠 안에 그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안에서는 유독 일상에 관한 콘텐츠가 많다. 먹방, 쿡방, 심지어 공부하는 모습을 편집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육아나 청소를 하고, 연인을 소개하는 등의 사적인 모습도 공개한다. <환승연애>와 <연애남매>가 방송국에서 기획한 ‘유사 연애 프로그램’이라면 소셜미디어 속 ‘데이트 브이로그’는 그야말로 ‘찐’, ‘리얼 연애’ 콘텐츠인 것이다.
대중은 리얼리티에 열광한다. 심지어 돌발적인 상황, 기획되지 않고 편집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콘텐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카메라를 앞에 두고 기획된 것이라 할지라도, 소셜미디어는 그 기획마저도 비가시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녹화가 아닌 라이브 방송이 그대로 송출되고 감정의 격앙도 가감 없이 노출한다. 사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카메라 앞에 민낯으로 선다. 모든 장르를 통합하는 리얼리티의 서사가 소셜미디어 속 콘텐츠에는 이미 형식으로 내재된 상태다. 우린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는 콘텐츠 속엔 일말의 ‘리얼’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소셜미디어가 가진 플랫폼, 형식 그 자체의 서사다.
관심이 돈이 되는 사회
대중의 관심을 받은 채널의 주인공들은 인플루언서가 된다.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관심이 만들어내는 유동적인 직업군이다. 이처럼 우리는 관심이 돈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경제는 화폐가 아닌 관심이라는 가치를 통해 순환한다. 인플루언서들은 철저히 관심경제의 원리로 행위하는 직업군이다. 구독자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이용자가 자신의 채널에 들러 조회 수를 높일수록 채널의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좀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강렬하고 파편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제작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관심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이용자들에게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유한한데 인플루언서들과 채널의 수는 급증하고 있고, 그렇다 보니 대중의 관심은 쉽사리 하나의 채널에서 다른 채널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은 이용자들로부터 얻은 관심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날것 그대로’, 혹은 더 많은 ‘자극’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는 모든 이용자가 생산자로 편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대신에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들에 대한 세밀한 필터링이 불가능한 특징을 갖는다. 이 때문에 개인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바다 안에서 자신이 직접 적절한 콘텐츠를 큐레이팅하고,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갖춰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상황에서 생산자에게 얼마만큼의 자유와 제한이 이뤄져야 하는지 그 경계조차도 ‘관심’이라는 경제적 가치에 파묻힌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국내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더 인플루언서>(2024)는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 아프리카TV,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77명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에게 생존은 관심과 직결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수많은 구독자와 시청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채널’ 그 자체다. 우리는 이 모든 인플루언서를 다 알지 못한다. 이는 미디어 생태계 변화로 인한 필연적 결과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대중들은 무한대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보니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거나, 자신이 검색하거나 큐레이팅한 콘텐츠만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한 개인의 세계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를 손에 놓지 않는 세대들에게 이러한 현상은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관심을 끌기 위해 ‘뭐든지 한다’는 모토로 진행되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진뿐만 아니라 현재 1인 미디어에 뛰어드는 많은 ‘인플루언서’ 후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관심’이 돈이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결과적으로 극적인 인간군상을 본다. 자극적인 서사를 만들고, 타인을 비방하거나, 과도하게 신체를 노출하고, 자기 폭로와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생태계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침묵해도 되는 것인가.
<더 인플루언서>의 티저에서는 이러한 문구가 흘러나온다. “관심과 영향력이 몸값이고 권력이 되는 세계”,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 세계에 살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삶에 결착되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라이프 스타일에 가까운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이용, 즉 일상의 소셜미디어화는 현재도 끊임없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사회에서 자신을 상품화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없이 떠오르는 질문 속에서 우리가 지속해야 할 것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텍스트를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