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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트렌드]콘텐츠 시장의 핵심 동력, 팬덤의 시대
미디어&AI트렌드 | 등록일 : 2025-03-28

우리 사회에서 ‘팬덤(fandom)’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팬덤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면서 다방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서 팬덤의 위치와 의미, 한계와 전망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과정은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순간적이다.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복제·확산되는 과정은 예측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비정형적이기까지 하다. 어떤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공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순간적으로 수만 번의 조회수와 ‘좋아요’가 기록되며, 그로 인해 더 많이 노출되면서 그 콘텐츠는 몇십만 건이 넘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무리 중 하나가 팬덤이다.

 

팬들은 ‘기술적·문화적·사회적’으로 진화한다. 초기의 ‘팬’은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으로 하나가 된 단순한 수용자 집단으로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콘텐츠 생산자, 미디어 전략가, 동시에 반복되는 혁명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문화적 실천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팬들은 스스로 팬 경험을 축적하며, 그 경험을 통해 멀티 생산자로 활동한다.

 

팬들이 이렇듯 다양한 생산자로서 위치를 점유하게 된 것은 이용자가 ‘좋아요’나 추천, 콘텐츠를 공유하는 행위가 가능한 소셜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이용 행위가 생산 가치를 압도하는 특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소셜미디어는 원본과 복제본이 공존하고, 이용자들이 생산자가 만든 콘텐츠를 선별·홍보하고 유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탄생한 다양한 일반인 셀러브리티들은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들을 팔로잉하는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노출하고 유통시켜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팬들은 이러한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 온, 미디어 경험의 축적자들이다. 미숙한 미디어 이용자들의 유입 또한 이러한 적극적 팬의 참여가 주축이 된다. 콘텐츠에 달린 코멘트에 반응하고,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서비스의 또 다른 이용자들을 불러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연예인 혹은 콘텐츠)의 미디어 유통 과정에 아주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의 중심에는 이용자이자 생산자이며, 유통 경로가 되는 ‘멀티팬’이 있다. 이러한 멀티팬은 또 다른 멀티팬을 창조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콘텐츠의 반복과 변주는 멀티팬의 가장 큰 특성이다. 그들의 폭넓고 적극적인 참여는 다른 팬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며, 그들이 또 다른 멀티팬으로 변모할 수 있게 만드는 본보기가 된다.

 

생산자, 마케터로 진화하는 팬덤의 경제적 가치

 

2024년 <유튜브 문화와 트렌드 리포트(YouTube Culture & Trends Reports)>에 따르면 Z세대의 66%는 원작 콘텐츠보다 팬이 제작한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4~44세 사용자 중 80%가 스스로를 팬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제 팬덤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경제·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혜인(2022)은 <2022 엔터 르네상스의 시작: K-POP 산업 재도약>이라는 보고서에서 엔터테인먼트사가 가진 자산 중 하나를 ‘팬덤’으로 분석한다.

 

학계는 원작을 밀렵해 2차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브컬처를 활성화하는 ‘텍스트 생산 가능자’로서의 팬덤의 정체성에 주목해 왔다. 이러한 관점은 팬덤을 문화 매개자로 분석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발전은 팬덤의 수행성을 다양한 경로로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콘텐츠 유통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 덕분에 팬덤은 자신이 소비하는 콘텐츠 대상의 ‘연관 콘텐츠’를 생산하며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 팬덤 경제학은 이처럼 팬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상정한다.

 

팬덤은 자발적 콘텐츠 생산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팬덤 대상을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마케터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동시에 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자발적으로 구하지 않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미디어를 통해 팬들은 팬 대상에 대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소비하고, 심지어 유료화하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이러한 팬덤의 파생 콘텐츠를 무임으로 얻고 있다.

 

소비자를 팬덤으로? 슈퍼팬덤의 등장

 

이 때문에 팬덤은 단순한 이용자나 소비자보다 원천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와 애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차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생산하는 적극적인 ‘생산자 팬덤’의 경우 △팬덤의 소속감을 통해 연대하고 커뮤니티를 생산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팬 커뮤니티를 통해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이용자 영입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팬 커뮤니티의 확장을 통해 생산된 팬 콘텐츠가 콘텐츠 산업의 일부 생태계 요소로 편입될 경우, 소비 영역의 확대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팬 생태계의 선순환은 팬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생산하는 콘텐츠가 실질적인 ‘산업적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연유로 콘텐츠 이용자를 ‘팬덤’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업계의 다양한 전략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슈퍼팬덤’이란 조 프라이드와 아론 글레이저(Zoe Fraade-Blanar & Aaron M. Glazer)가 2017년 출간한 «슈퍼팬덤: 소비자는 어떻게 팬이 되는가»에 등장한 용어다. 여기서 두 저자는 “성공적인 팬덤이란 팬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갖는 최소 필요 인원과 그러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의사소통 플랫폼의 이용 기회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배우 변우석이 지난해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팬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팬덤은 소비자를 넘어 산업을 이끄는 핵심 경제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뉴스1

 

 

실제로 K-POP뿐만 아니라 콘텐츠 IP 생애주기를 확장하고, IP 확장에 있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자의 슈퍼팬덤 전환을 고려하는 업계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콘텐츠 IP의 팬 커뮤니티가 생성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러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콘텐츠 IP를 통해 팬들이 친밀성과 유대감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자발적으로 연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플랫폼들의 개발이 점차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이 반드시 산업적 이윤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모든 콘텐츠 산업 장르가 팬덤을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팬덤을 움직이는 힘이 감정, 즉 애정과 사랑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행위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콘텐츠 산업 이용자의 팬덤 전환, 궁극적 해답일까

 

K-POP과는 달리 현재 콘텐츠 IP 확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드라마, 시리즈, 영화 산업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큰 폭의 몰입을 제공하는 콘텐츠다. 깊고 빠르게 몰입한 이용자들은 팬덤으로 전환되더라도 드라마가 끝나거나 시리즈 제공이 끊기면 다시 빠르게 해체된다. 팬덤의 대상이 되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팬들이 소비할 만한 또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간극이 상대적으로 길며, 팬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과 사교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팬덤이 생성되기 힘든(혹은 생성되더라도 빠르게 해체되는) 맥락이 존재한다. 동시에 콘텐츠 장르 특성상 영상 IP는 팬덤의 대상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팬덤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동돼 성공을 거뒀던 tvN의 <선재 업고 튀어>, JTBC의 <연애남매>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프로그램이 끝나고 후속 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포맷 특징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인 관심을 얻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특정 콘텐츠의 팬덤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산업적 이윤 추구를 위해서는 장르마다 팬덤과 팬 대상의 상호작용성을 높이고 친밀성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개별적인 전략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덤의 구성 요소, 혹은 생성 환경에 대한 맥락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이를 콘텐츠 산업별로 팬덤화에 적용시킬 수 있어야만 팬덤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무형자산이란, 그 자산의 가치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팬덤은 산업적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으나, 동시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팬덤에는 ‘우호적인 팬덤’ 이외에도 ‘안티팬덤’의 생성 가능성이 나란히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애착은 종종 애증으로 전환되기 쉽다.

 

우리는 팬덤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긍정적인 감정(좋아함 혹은 사랑)뿐만 아니라 증오와 혐오도 함께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할 때가 많다. 미디어와 사회적 네트워크는 팬을 육성하면서, 동시에 (안티)팬덤도 함께 생산한다. 인간은 애정뿐만 아니라 증오도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즐거움과 불쾌감, 팬덤과 안티팬덤은 연결돼 있으며, 팬과 안티팬의 행동 양상은 놀랍게도 서로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용자의 팬덤 전환에 있어, 안티팬덤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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