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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이용자가 특정 언론사의 뉴스를 자주 소비한다면, 해당 이용자는 그 언론사를 ‘신뢰’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용자와 언론사 간의 관계를 신뢰, 불신, 안심 등으로 나눠 뉴스 이용의 동기와 선호도를 분석한 논문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우리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 또는 불신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그친 적이 없다. 그런데 모두가 ‘언론 불신이 문제’라며 걱정하지만, 정작 신뢰(trust)를 안심(reassurance), 공신력(credibility), 신뢰할 만함(trustworthiness), 신빙성(believability)등과 개념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논의한다. 신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그것이 문제라며 염려하는 꼴이다.
이 연구에서 나는 언론 신뢰나 불신을 논하려면 신뢰하는 대상의 특정적이고 관계적인 속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고전적 문헌을 따라 신뢰를 ‘상대방의 배신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긍정적 기대를 갖고 상대방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의향’이라고 정의하면, 그것은 신뢰하는 자와 신뢰받는 대상 간 관계의 형성, 유지, 또는 단절 등을 배경으로 의미를 갖는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신뢰 또는 불신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믿어 보자’라든지, ‘배반 당할까 두려워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든지, ‘결국 그때 그래도 믿기를 잘했어’ 등과 같은 특정 대상과 맺는 관계에 대한 인식들을 동반한다. 즉 특정 대상과 계속 관계를 맺을지 또는 아예 그만둘지 결정하면서 동반되는 희망, 염려, 불안 등이 신뢰와 불신에 반영돼 있다.
이렇게 신뢰를 대상 특정적이고 관계적 관점에서 보면, 언론 제도나 매체 그 자체, 또는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보다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신뢰 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자연스럽다. 뉴스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계속해서 (특히 일정 기간 지속해서) 볼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에 해당 언론사에 대한 신뢰 또는 불신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어떤 뉴스를 접했을 때 외면하지 않고 ‘일단 뭐라고 보도하는지 들어나 보자’라며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도는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뉴스 내용이 편파적이고 저질이어서 다시는 안 볼 것 같다’며 관계를 단절하는 행위는 불신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신뢰와 안심의 차이, 그리고 ‘불신의 덫’
나는 야마기시 토시오(Toshio Yamagishi)1)나 에릭 우슬러너(Eric M. Uslaner)2)의 논의를 따라 신뢰를 안심으로부터 구분해서 보는 게 유용하다고 믿는다. 신뢰는 관계가 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관계에서 얻을 보상을 기대하여 그것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결과라면, 안심은 관계가 깨질 가능성을 제한함으로써 물질적 보상이나 심리적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누리려고 하는 의도 또는 통제감에 가깝다. 신뢰는 상대의 배신 가능성을 전제하고 또한 그것을 뛰어넘는 결단을 의미하지만, 안심은 상대가 배신할 가능성을 극적으로 낮추려고 통제하거나, 아니면 아예 상대가 배신하지 못하도록 계약·담보·보험 등으로 묶어 놓은 후 맺는 관계 유지에 대한 확신에 가깝다.
예를 들어, 보수 성향이 강한 한 독자가 보수 정파를 지지하는 신문을 후원한다는 생각으로 정기구독하거나, 진보 성향의 한 독자가 진보 정파의 방송을 보는 것을 뻔히 예상하기에 확인해 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신문이나 방송을 신뢰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어떤 위기 요인도 없고 주관적 긴장감도 없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특정 정파의 신문이 어떤 논조를 갖는지 대체로 짐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신문이 제공하는 뉴스를 접할 기회가 있을 때 일단 뭐라고 보도하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읽는다면, 이는 낮은 수준이지만 신뢰가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그 신문 보도에 실망해 다시 보지 않겠다고 결심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일단 읽기라는 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2024년 《한국언론학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신뢰와 안심이 경험적으로 연관성이 있지만 개념적으로 구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3)
나는 또한 불신이란 단순히 신뢰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 신뢰와 불신은 하나의 차원에 놓인 양극단이 아니라, 특정 대상과의 관계에 대한 별도의 기대와 전망을 담은 상태라고 개념화한다. 신뢰가 관계 맺기에 수반하는 염려나 의심에 대처하기 위한 고려에서 나온 대응이라면, 불신은 관계를 맺을 이유가 없다는 확신 또는 이미 관계가 형성된 상대방에 대해서 호혜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확인에서 유래한 실망감에 가깝다. 불신은 또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평가에 따라서 향후 맺을 관계가 손해를 유발하리라는 예단에서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미 불신하는 상대방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두고 이른바 ‘불신의 덫’이 작동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정 언론사 뉴스 본다고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는 뉴스 이용자 개인이 가지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신뢰, 불신, 그리고 안심이 각각 해당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의 이용 경험 및 이용한 뉴스에 대한 평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탐구했다. 특정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보는 것과 해당 언론사에 대한 신뢰 또는 불신 간 관계는 자명하지 않기에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그림 1]은 2024년 8월 1,000명의 응답자로부터 45개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사’인지 확인한 횟수와 ‘자주 이용하는 언론사’로 선택한 횟수 간 관계를 보여준다. 관계는 정(+)적이다. ‘가짜뉴스 언론사’라고 지목받은 언론사라면 신뢰받는 언론사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불신받는 언론사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언론사에 대한 뉴스 이용이 적은 게 아니라는 관계를 보여준다.

이 연구는 또한 특정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에 대한 평가가 신뢰, 불신, 안심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했다. 이 연구 질문은 해당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에 대한 평가는 대상에 대한 ‘신뢰할 만함(trustworthiness)’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도출한 것이다. 과거 연구들에 따르면, 신뢰는 대상의 (가)역량, (나)선의, 그리고 (다)성실성 등과 같은 신뢰할 만함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를 언론사에 적용하면 언론사의 취재 보도 역량, 사주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언론사로서 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고품질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행위적 일관성 등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신뢰할 만함 평가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신뢰, 불신, 안심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제시한 두 개의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 질문이 설정한 관계가 뉴스 이용자 개인과 언론사 간에 맺는 것이므로 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 이용자의 고유한 특성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뉴스 이용자의 고유한 성향들, 즉 (가)뉴스 선별 성향, (나)주류 언론에 대한 평가, 그리고 (다)대안 뉴스 이용과 같은 특성들을 측정해서 이들 개인차 요인들이 언론사에 대한 신뢰, 불신, 안심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로 검토했다. [그림 2]는 연구 모형을 간략히 제시한다. 연구 모형의 오른쪽에 제시한 뉴스 이용의 개인적 성향 요인들이 신뢰, 불신, 안심에 미치는 영향력 관계를 통제한 상태에서, 모형의 왼쪽에 제시한 뉴스 이용 및 뉴스 평가(즉 언론사에 대한 ‘신뢰할 만함’ 평가)가 신뢰, 불신, 안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는 [그림 3]에 예시한 것과 같은 다층적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24년 8월 한국리서치가 관리하는 웹 기반 조사패널에서 1,000명의 응답자로부터 45개 언론사에 대한 이용과 평가, 그리고 각 언론사에 대한 신뢰, 불신, 안심 등을 묻는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대상 언론사는 2021년 수행했던 연구에 포함했던 24개 주요 언론사에 인터넷 뉴스 동영상 채널을 포함했다. 따라서 연구 대상을 엄밀하게 규정하자면, ‘주요 언론사와 인터넷 뉴스 채널들’이라고 해야겠지만, 각자 독자적인 편집권을 행사하는 뉴스 제공자로서 같은 역할이기에 언론사로 통칭할 수 있다고 봤다.

신뢰는 긍정적 경험에서 나온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첫째,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이용하는 정도와 언론사에 대한 신뢰할 만함 평가가 언론사에 대한 신뢰와 안심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신뢰할 만함’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수록 불신이 증가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이용이 불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증거는 없었다. 이 발견은 언론사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결국 해당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경험에 근거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재확인해 준다.
둘째, 언론사별 이용수준에서 신뢰와 안심 간 상관 관계는 ‘0.6’ 수준으로 상당했지만, 신뢰와 불신 간 관계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이용과 신뢰할 만함 평가가 신뢰와 불신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고 나면, 어떤 언론사에 대한 신뢰는 불신과 무관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특정 언론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고 해서 불신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셋째, 뉴스 이용자의 뉴스 선별 성향은 언론사에 대한 신뢰를 낮추지만 안심은 높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불신에 대해서는 유의한 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이는 뉴스 이용자 수준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이념에 맞는 뉴스만을 찾아서 보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언론사에 대한 신뢰보다는 안심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신뢰와 안심이 서로 다른 동기로 형성되고 또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지된다고 주장한 야마기시 등의 논의를 뒷받침한다.
넷째, 뉴스 이용자가 주류 언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안심과 불신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치 성향이 보수적일수록 불신이 강하다는 결과도 함께 얻었다. 이는 한국의 주류 언론을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을 지닌 이용자는 대체로 언론사를 불신하게 되는데, 아마도 바로 그런 이유로 개별 언론사 중에서 자기 생각과 같은 뉴스를 보도하기를 바라고, 그래서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사에만 의존하려는 성향을 강화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다섯째, 뉴스 이용자의 대안적 뉴스 추구, 즉 유튜브 이용 빈도는 신뢰나 불신과 무관하지만 언론사에 대한 안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은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대두한 대안적 뉴스 추구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향은 뉴스 이용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정견과 유사한 언론사에 대한 안심을 추구하는 경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종합적으로 이 연구는 언론에 대한 신뢰와 불신을 언론사 수준에서 검토하는 일이 의미 있고 또한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뢰 대상과의 특정적이며 관계적 속성을 고려하면, 언론사에 대한 신뢰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이용 경험에 기반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언론사를 신뢰할지 말지는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당사자인 뉴스 이용자 쪽에서 결단할 일이지만, 그것은 언론사의 속성인 신뢰할 만함에 대한 평가에 의존한다는 것을 이 연구는 재확인해 주고 있다. 또한 언론사에 대한 신뢰는 결국 언론사에 대한 안심이나 불신과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는 속성이라는 결론을 지지한다.
연구 결과로부터 언론사 쪽에서 살펴야 할 실천적 함의를 다음과 같이 도출할 수 있다. 일단 신뢰의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서, 언론사는 자사의 편집 방향이나 논조에 동조하는 이른바 ‘집토끼’ 뉴스 이용자의 안심을 구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개별 언론사가 이른바 ‘산토끼’ 뉴스 이용자를 잡으려면 뉴스 이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언론사가 뉴스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정석적 제언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 Yamagishi, T.(1998), 《The structure of trust: An evolutionary game of mind and society》, Tokyo University Press
2) Uslaner, E. M.(2002), 《The moral foundations of trust》, Cambridge University Press
3) 이준웅·안송이(2024), <언론사에 대한 신뢰와 안심>, 한국언론학보, 68(6), 288-31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