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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독자층1) 확보는 오늘날 공영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이 마주한 공통 과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다시 여성 독자 확대에 나선 BBC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편집 회의에서부터 제작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BBC 뉴스룸에서는 여성 독자가 어떻게 BBC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감할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으며, 기사의 기획과 승인 과정, 구성 방식, 편집 회의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변화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의 대표성 문제와도 연결되며 ‘언론이 누구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뉴스 부서 전반에 걸친 이러한 노력은 일선 기자들의 판단과 선택에도 영향을 미쳐 기사 발제와 제작 과정에서 여성 독자를 의식하게 하고 한 번 더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BBC 본사 뉴스룸에서 편집 기준 및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필자는 BBC 뉴스의 모든 플랫폼에서 여성 독자 참여 확대를 위한 편집 전략을 동료들과 함께 설계했고, 이는 현재 기사 발제와 제작 과정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얼마 전 새롭게 출범한 ‘글로벌 우먼(Global Women)’2) 프로젝트와 기존에 잘 알려진 ‘50:50 성평등·다양성 프로젝트(50:50 The Equality Project)’3) 사례를 중심으로 BBC가 여성 독자의 참여를 높이고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여성 독자 확대에 꾸준히 힘써온 BBC
지난해 11월, BBC 뉴스는 글로벌 콘텐츠에서 여성의 스토리텔링을 적극 조명하겠다는 새로운 약속과 함께 ‘글로벌 우먼’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과 소녀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BBC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뉴스에 담아내고 이를 통해 스토리텔링 역량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피오나 크랙(Fiona Crack) BBC 글로벌 뉴스 부국장(Deputy Global Director, BBC News)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보다 BBC 뉴스를 덜 보고, 덜 읽고, 덜 듣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여성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더 많이 공유하고 여성의 공감을 얻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목표 아래 ‘글로벌 우먼’은 출범 이후 전 세계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연일 선보이고 있다. 여성들을 위한 독창적인 다큐멘터리와 탐사 보도, 단독 인터뷰, 오리지널 스토리 등을 단발성이 아닌 연중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디지털, 소셜미디어, 방송 등 BBC 뉴스의 모든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여성들과 만난다. 나아가 이 프로젝트는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연결짓도록 하는 참여형 기사를 만들고, 온라인상에 만연한 허위 정보를 바로잡으며 여성을 위한 뉴스 콘텐츠의 질과 깊이를 한층 강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일례로 덴마크 정부의 ‘부모 역량 평가 테스트(FKU)’로 양육권을 빼앗긴 그린란드 부모들이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4)는 전 세계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그동안 BBC 뉴스는 여성 독자 확대를 목표로 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는데, ‘글로벌 우먼’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편집 전략이 뉴스룸 밖의 독자들에게 체감될 수 있는 콘텐츠로 이어진 대표적인 최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전 세계 곳곳에 배치된 기자들은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여성 독자에 대한 기존 통념이나 발제 관행을 넘어선 뉴스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 독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우리 뉴스가 더 많은 독자에게 도달하도록 하고, 그들이 직접 참여하며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쓰고 있다.
뉴스룸 내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각 뉴스팀은 포괄적 편집 전략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과제를 설정하고, 파일럿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실제 적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콘텐츠 성장팀과 독자 분석팀은 전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뉴스 소비자로서의 독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정기적인 논의를 이어가며, 뉴스룸과 긴밀히 협력해 발제와 편집 과정에 반영되도록 지원한다. 이제 디지털 중심 편집 정책(digitalfirstBBC)5) 하에서 여성 독자 참여 확대는 수치 지표를 넘어 뉴스룸의 중요한 도전 과제이자 전략적 우선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

뉴스 제작에 변화 가져온 공영방송의 문제의식
‘글로벌 우먼’은 BBC 뉴스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편집적 시도지만 공영방송으로서의 문제의식은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BBC는 여성 독자와 여성의 목소리를 뉴스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해 왔으며, 이는 2017년 런던 본사의 뉴스룸에서 시작된 ‘50:50 성평등·다양성 프로젝트’6)에서 본격화됐다. BBC가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한 최대 규모의 공동 노력으로 잘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뉴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등장 비율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고, 이를 통해 BBC 뉴스룸 전반에 성별 대표성을 가시적인 데이터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BBC의 다양성 확보 전략에 맞춰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인종과 장애를 비롯 다양한 정체성의 대표성까지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확장됐다.7)
BBC는 영국 사회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공영방송의 콘텐츠와 이를 만드는 조직 역시 그 사회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인식 아래 ‘50:50 성평등·다양성 프로젝트’는 BBC 저널리즘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다 공정하게 담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작 관행을 정착시키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해 왔다. 뉴스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목소리와 얼굴을 점검하는 이 비교적 단순한 행위는 결국 뉴스가 어떤 독자를 중심에 두고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되짚게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도입된 이 프로젝트는 바쁜 콘텐츠 제작자들이 방송 내 다양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 도구로 기능해 왔다.
제작팀은 50:50 트래커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월간 보고서를 확인하며 제작 관행을 점검해 왔고, 이는 뉴스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누구를 위한 뉴스인가’라는 질문 시작해야
2022년 3월, BBC 독자 분석팀이 BBC 웹사이트와 아이플레이어(iPlayer), BBC 사운즈(BBC Sounds) 등 자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2,032명을 대상으로 한 여성 대표성 조사8)를 보면, BBC 콘텐츠에서 공정한 대표성이 독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9), 지난 2년간 BBC 온라인 콘텐츠에서 ‘남성과 여성의 비중에 변화가 있었다’고 인식한 응답자 가운데 69%는 ‘여성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 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인 62%보다 증가한 수치였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젊은 여성 독자층에서 더욱 뚜렷했다. 16~24세 여성 응답자 가운데 80%는 ‘콘텐츠에서 여성의 모습과 목소리가 늘어나면서 BBC의 온라인 콘텐츠를 더욱 즐기게 됐다’고 답했다. 전년도 조사와 비교하면 27%p 늘어난 결과였다. 뉴스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16~34세 여성 응답자 중 68%는 ‘여성 대표성이 확대된 이후 BBC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역시 전년도 조사 대비 10%p 높아진 수치였다.
BBC가 ‘50:50 성평등·다양성 프로젝트’ 성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 여섯째 해인 2024년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팀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더욱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뉴스, 콘텐츠, 영국 각국 및 지역 뉴스 부문에 속한 TV, 라디오, 온라인, 디지털 분야의 470개 팀이 관련 데이터를 공유했으며, 이 가운데 48%의 프로그램이 그해 3월 콘텐츠 내 여성 비율 50%를 달성했다. 그중 약 350개 팀은 인종과 장애인 대표성까지 함께 측정하며 추가적인 노력을 이어갔다. BBC에서 ‘50:50 성평등·다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 수는 760개로 늘어났으며, 프로젝트가 뉴스룸을 넘어 BBC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영방송의 대표성 문제는 결국 ‘누구를 위한 뉴스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오랫동안 공영방송은 사회 다수를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독자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집단은 충분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BBC가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 독자 확보에 나선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이러한 대표성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뉴스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반영하도록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독자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보다 많은 이용자가 BBC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글에서 논의한 두 사례는 독자를 최우선에 두고 있는 공영방송의 고민이 일상적 제작 관행 속에서 구체화될 때 독자의 경험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결국 여성 독자에 대한 BBC의 지속적인 문제의식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대표성과 책무가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있다.
1) BBC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세우고 이에 따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시청자’가 아닌 디지털 오디언스를 포괄하는 ‘독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2) <BBC World Service announces the launch of BBC Global Women>, BBC, 2025.11.18, https://www.bbc.co.uk/mediacentre/bbcglobal-women
3) <50:50 The Equality Project>, BBC, https://www.bbc.co.uk/5050
4) Bettiza, S. & Morris, W., <Our babies were taken after ‘biased’ parenting test - now we’re fighting to get them back>, BBC, 2025.11.23, https://www.bbc.co.uk/news/articles/c1wlw2qj113o
5) <Plan to deliver a digital-first BBC>, BBC, https://www.bbc.co.uk/mediacentre/2022/plan-to-deliver-a-digital-first-bbc/
6) Atkins R., <The 50:50 story>, BBC, https://www.bbc.com/5050/aboutus/ourstory
7) 이 글에서도 이후 ‘50:50 성평등 프로젝트’는 ‘50:50 성평등·다양성 프로젝트’로 표기한다.
8) <Our Audiences>, BBC, https://www.bbc.co.uk/5050/impact2022/audiences/
9) 본 조사는 유고브(YouGov) 패널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영국 내 16세 이상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으며 할당 표집과 가중치 적용을 통해 결과를 산출했다. 조사에서 언급되는 비율에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