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문과방송
신문과방송
전체기사 보기

신문과방송의 모든 웹 기사를 확인·검색할 수 있습니다.
웹 기사는 2020년 3월호부터 제공됩니다.

전체기사 보기
발행일
~
검색
총 게시물 0
  • [신방툰] 기자들은 왜 그럴까?
    [신방툰] 기자들은 왜 그럴까? <5> 휴가에서 생긴 일
    신방툰
     
    668 2026-07-31
  • [글로벌 미디어 현장] 인도_ IT 규칙 개정
    [글로벌 미디어 현장] 인도_ IT 규칙 개정 사회 문제된 딥페이크 플랫폼에 대한 정부 감독 강화돼
    2023년 11월, 인도 배우 라슈미카 만다나(Ras hmika Mandanna)는 자신이 촬영한 적 없는 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 젊은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는데, 그 영상의 주인공인 여성의 얼굴이 생성형 AI를 통해 라슈미카 만다나의 얼굴로 바꿔치기 된 것이다. 딥페이크로 얼굴이 바뀌지 않았다면 주목받지 않았을 그 영상은 인도 사회에서 중요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편집으로 얼굴을 바꾼 영상이나 사진 등의 콘텐츠는 이전에도 적지 않았지만, 이 영상은 과거의 것과 사뭇 다르게 실제와 꽤 비슷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실제와 비슷하게 얼굴을 바꿀 수 있다면 범죄에 악용할 수 있고, 인도 사회가 이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인도 국민 배우 아미타브 바찬(Amitabh Bachchan)은 법적 대응을 촉구했고,1) 인도 정부는 여러 관계자를 불러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허위 콘텐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24년 4월, 인도 총선의 첫 번째 단계2)가 시작되기 직전 <세 얼간이>의 주인공인 아미르 칸(Aamir Khan)이 여당인 인도국민당을 비판하고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 투표를 독려하는 영상이 퍼졌다. 이 역시 생성형 AI로 힘들이지 않고 만들어진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아미르 칸은 즉각적으로 이 영상이 자신과 무관함을 밝히고 해당 영상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인 란비르 싱(Ranveer Singh)이 딥페이크를 악용한 선거 운동의 피해자가 됐다. 딥페이크로 생성된 영상에는 란비르 싱의 얼굴을 한 인물이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이유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를 비판하고 인도국민회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3)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던 인도 정치는 이제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한 것이다.

    2023년 11월의 사건과 2024년 4월의 사건은 생성형 AI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도 사회에 각인시켰다. 첫 번째 사건은 누구나 손쉽게 타인의 얼굴과 신원을 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초상권과 사생활 보호라는 과제를 던졌다. 반면 총선에서 등장한 딥페이크는 허위정보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우려를 낳았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창작 도구인 동시에 개인의 권리와 공정한 여론 형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 분명해졌고, 인도 사회는 이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인도 배우 라슈미카 만다나의 2023년 딥페이크 영상 사건은 AI 생성  허위 콘텐츠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관련 규제 강화 논의 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
    인도 배우 라슈미카 만다나의 2023년 딥페이크 영상 사건은 AI 생성 허위 콘텐츠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관련 규제 강화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

    플랫폼의 책임 강화한 2차 개정안

    2026년 2월, 인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정보기술 규칙(IT Rules)」 1차 개정안을 확정했다.4) 개정안은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영상·음성 등 합성 콘텐츠를 ‘합성 생성 정보(SGI, Synthetically Generated Information)’로 정의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 콘텐츠의 신속한 삭제와 같은 대응 의무를 부과하는 등 생성형 AI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딥페이크가 규칙의 개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 규제 대상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 전반이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6년 3월과 4월, 인도 정부는 1차 개정안 확정에 이어 더 포괄적인 2차 개정안을 발표하고 보완했다.5)6) 인도 정부의 고민은 딥페이크로 대표되는 합성 생성 정보 대응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차 개정안은 AI가 만들어 낸 콘텐츠 자체보다는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과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이 정부의 지침(advisories), 명령(directions), 표준운영절차(SOP)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 플랫폼이 누려온 법적 면책(safe harbour)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금까지 등록된 디지털 뉴스 사업자에게 주로 적용되던 윤리 규범을 ‘뉴스 및 시사 성격의 콘텐츠(news and current affairs content)’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언론사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나 콘텐츠 제작자가 올리는 시사성 콘텐츠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개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 시대에 플랫폼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디지털 정보 유통 질서를 정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플랫폼이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한 디지털 뉴스와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기존 규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플랫폼의 책임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허위정보, 누가 판단하나

    그러나 2차 개정안은 발표 직후부터 언론계와 시민단체, 디지털 권리 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7)8) 첫 번째 논란은 정부의 지침과 권고가 사실상 강제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플랫폼이 정부의 지침, 명령, 표준운영절차 등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 면책에도 영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플랫폼이 정부의 요구가 적절한지 독립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법적 위험을 피하고자 정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의 과잉 대응과 자기 검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법적 면책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면밀히 검토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선제적으로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하는 편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플랫폼에 조치를 요구하기 전에 플랫폼이 먼저 자기 검열로 과잉 대응하는 것이다. 이 경우 명백한 허위정보뿐 아니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까지 함께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논란은 규제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개정안은 디지털 뉴스 사업자에게 적용되던 윤리 규정을 ‘뉴스 및 시사 성격의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질문은 “무엇이 뉴스 및 시사 성격의 콘텐츠인가?”이다. 유튜브 채널은 윤리 규정이 적용되는 대상인가? 개인이 블로그에서 시사 콘텐츠를 주로 다룬다면, 이 블로그 운영자가 정부의 ‘윤리 규정’을 따라야 하는가? 여기서 ‘윤리 규정’은 넓은 의미에서 정부의 규제이며, 개정안은 정부의 규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개인에게 적용될 여지를 남겨두었다. 규제의 대상이 불명확할수록 정부가 통제에 힘을 가지게 되고 이용자는 자신의 콘텐츠가 규제 대상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 허위정보인지, 그리고 누가 그것을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미 확정된 1차 개정안의 주요 대상인 딥페이크의 경우에는 이 질문에 답하기 비교적 쉽다. 하지만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 평가, 풍자와 논평은 사실과 의견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허위정보의 기준을 정하고 플랫폼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구조는 정치적 중립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온라인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회적 요구가 충돌한 것은 이번 정보기술 규칙 개정안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다. 이번에 개정된 정보기술 규칙은 2021년에 제정·공포됐으며,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디지털 뉴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특히 인도 내 등록 이용자가 500만 명 이상인 ‘주요 소셜미디어 중개자’에는 인도 내 최고 준법 책임자와 상시 연락 책임자, 민원 처리 책임자 등을 두도록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왓츠앱 등 대부분의 글로벌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했다. 

    또한 플랫폼이 정부나 법원의 적법한 명령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의무를 강화했고, 왓츠앱처럼 메시지 전달 서비스를 주된 기능으로 제공하는 주요 플랫폼에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 메시지의 최초 발신자를 확인하도록 했다. 디지털 뉴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는 사업자 자체 규제, 자율규제 기구, 정부 감독으로 이어지는 3단계 규율 체계도 도입했다. 당시에도 논란은 컸다. 최초 발신자 확인 의무는 암호화와 사생활 보호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받았고, 디지털 뉴스와 온라인 콘텐츠를 정부 감독 체계 안에 포함한 조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9) 이런 점에서 2026년 개정안은 완전히 새로운 규제의 등장이라기보다, 2021년부터 이어져 온 플랫폼 책임 강화와 정부 감독 확대의 흐름을 생성형 AI 시대에 맞춰 한층 보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르면서도 닮은 한국과 인도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2026년 7월 7일, 한국에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다. 이번 개정은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는 행위에 대한 가중 손해배상과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플랫폼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신고와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등 온라인 정보 유통 과정에서 플랫폼의 책임을 한층 강화했다.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과 인도의 정보기술 규칙은 동일한 제도가 아니다. 인도의 정보기술 규칙은 행정부의 플랫폼 권리와 디지털 뉴스 규율을 강화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민사적 책임과 플랫폼의 대응 의무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두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공통의 과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가까이 있는 사안은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핵심 쟁점을 분석하기에 앞서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사회적으로 나은 방법을 찾기 전에 나의 이해관계에 가까운 선택을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때로는 한 걸음 떨어진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유사한 문제를 살펴볼 때 쟁점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도의 정보기술 규칙을 둘러싼 논쟁이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권한 확대와 플랫폼 책임 강화가 과잉 삭제와 자기 검열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허위정보를 판단하는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데 유용한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 





    1) HT Entertainment Desk, , Hindustan Times, 2023.11.6, https://www.hindustantimes.com/entertainment/bollywood/amitabh-bachchan-rashmika-mandanna-deepfake-viral-video-legal-action-goodbye-101699260440254.html
    2) 인도에서는 유권자 규모와 지역적 여건 때문에 전 국민이 동시에 총선을 치를 수 없으므로 여러 단계로 나눠 투표한다. 2024년 총선은 일곱 단계에 걸쳐서 실시됐다. https://www.nec.go.kr/site/nec/ex/bbs/View.do?cbIdx=1147&bcIdx=235078
    3) Reuters, , Hindustan Times, 2024.4.22, https://www.hindustantimes.com/india-news/deepfakes-of-aamir-khan-and-ranveer-singh-raise-worries-over-ai-misuse-in-lok-sabha-election-2024-101713762883265.html
    4) MeitY, https://www.meity.gov.in/, , Government of India, 2026.2.10, https://www.meity.gov.in/static/uploads/2026/02/550681ab908f8afb135b0ad42816a1c9.pdf
    5) MeitY, , Government of India, 2026.3.30, https://www.meity.gov.in/static/uploads/2026/03/a71a21d35c107f2e528363d3eb17646a.pdf
    6) MeitY, , Government of India, 2026.4.21, https://www.meity.gov.in/static/uploads/2026/04/ec197f1206279efb4964965f0dede6c1.pdf
    7) Indumugi C. & Anam, J., , Internet Freedom Foundation, 2026.4.6, https://internetfreedom.in/iffs-comments-on-the-meitys-proposed-amendments-to-the-2021-it-rules
    8) Azdhan, , MediaNama 2026.3.31, https://www.medianama.com/2026/03/223-draft-it-rules-explained-news-post-socialmedia-fall-under-mibs-oversight-heres-what-means
    9) Chunduru, A., , MediaNama, 2021.4.28, https://www.medianama.com/2021/04/223-nama-it-rules-2021-legal-aspects
    668 2026-07-31
  • [글로벌 미디어 현장] 일본_ 지방지 니가타일보의 성공 사례
    [글로벌 미디어 현장] 일본_ 지방지 니가타일보의 성공 사례 신문 산업 위기에 맞서 지역 특화 AI로 승부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내리막을 달리는 자동차.” 

    최근 만난 한 일본 신문기자는 일본 신문사들의 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더는 산업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발행 부수가 급감하고 있다”면서다. 5대 전국지 상황만 봐도 아찔하다.

    일본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요미우리신문의 발행 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8.5% 줄어든 521만 2,170부다. 아사히신문은 311만 8,265부(4.9% 감소), 마이니치신문은 110만 8,806부(19.7% 감소),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122만 389부(6.7% 감소), 산케이신문은 76만 1,322부(5.2% 감소)로 계속 줄고 있다.1) 특히 마이니치신문의 감소 폭이 두드러지며, 부동의 3위 자리도 이미 닛케이에 내줬다. “한국에 비하면 절대적인 발행 부수가 여전히 많지만, 전국·해외 취재망과 종업원 수 차이 등을 고려하면 경영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일본 신문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뚜렷한 반전 카드도 보이지 않는다. 마이니치의 경우 최대 자산인 도쿄 본사(팰리스사이드 빌딩)의 매각·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획기적인 경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도쿄 핵심지인 고쿄(皇居·일왕이 거주하는 궁궐) 바로 옆에 자리한 만큼 사업 규모가 1,500억~2,000억 엔(약 1조 3,750억~1조 8,300억 원)2)에 이르는 데도, 각종 비용을 빼면 마이니치가 얻을 실수익은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각 이후 새롭게 발생할 사옥 임대료와 구조조정 비용은 물론, 신문 판매망 정리와 디지털 투자 결정 등의 많은 후속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결국 거액의 종잣돈도 그저 신문을 연명하는 비용으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다른 신문사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업인 종이신문의 쇠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탓에, 그나마 얼마 남지도 않은 자산을 갉아먹는 악순환에 빠졌다. 급기야 지국을 폐쇄하고, 기자 수를 줄이며, 급여까지 삭감하는 신문사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역발상 시도를 하는 신문사가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축소로 인해 전국지보다 사정이 더 열악한 지방지에서다. 니가타(新潟)현의 대표 신문인 니가타일보는 최근 2년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사업을 추진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일본 미디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급기야 니가타일보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지방지도 점차 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실험은 롱런할 수 있을까. 
     
    [표] 일본 5대 전국지 발행 부수(2026년 2월 기준)

    15년 치 지역 기사 활용한 ‘지역 특화 AI’ 

    창업 149주년의 니가타일보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신문의 영업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니가타현 인구는 1997년 약 249만 명에서 지난해 약 208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3)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로 지역 경제도 갈수록 쇠퇴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니가타일보의 발행 부수는 2020년 약 42만 2,000부에서 올해 1월 약 32만 부까지 떨어진 상태다.4) 여기에 일손 부족으로 신문 배달망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니가타일보는 종이신문의 하락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생성형 AI에 눈을 돌렸다. 니가타시 출신의 생성형 AI 전문가인 이시야마 고(石山洸) 엑사위저즈(ExaWizards) 대표이사의 신사업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신문사는 창간 기념일에 맞춰 2024년 11월 1일 자회사 형태로 ‘니가타일보 생성AI연구소(이하 연구소)’5)를 설립했다. 준비 기간은 대략 5개월 정도. 니가타일보만의 자산인 15년 치 신문 기사 데이터베이스와 지역 정보, 지역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생성형 AI와 접목한 시도였다. 이를 통해 니가타현에 특화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니가타일보는 이전에도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아카이브 형태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용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사업은 제자리를 맴돌며 수익으로 이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15년 치 니가타일보 기사를 생성형 AI 검색 기능과 결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니가타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지역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휴면 상태였던 아카이브를 쓸모가 있는 데이터로 바꾼 것이다. 사용자는 이 같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홍보 원고 초안 작성, 서비스 아이디어 도출, 업계 트렌드 파악, 회의록 작성, 관련 기사 공유 등에 활용할 수 있다.6)
     
    [그림 1] 니가타일보 생성AI연구소의 서비스 형태

    라멘 창업에서 기업·은행까지, 문의 쏟아져

    예를 들어 니가타에서 라멘 가게를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니가타일보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권별로 쇼유·시오·미소·돈코츠 등 어떤 종류의 라멘 가게가 몇 곳이나 있는지 등의 정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경쟁 현황, 가격대, 영업시간, 리뷰 평가 경향 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지리 정보와 엮은 보고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니가타일보의 생성형 AI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업자에게 추천하는 라멘 계열, 가족이나 학생 등의 타깃층, 심야 수요, 가격 전략, 출점 후보지 리스트 등의 정보를 담은 가설 기반의 전략안까지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 측은 “니가타에서 시작해 전국 단위의 라멘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이 필요한지도 제시하는 수준”이라며 서비스 활용의 확장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다.7)

    당연히 경쟁 상대인 범용 생성형 AI로는 이런 지역에 특화된 결과치를 절대 낼 수 없다. 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따른 엉터리 정보가 끼어들 여지도 없다. 여기에 오랫동안 지역에서 쌓아온 니가타일보만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더해진 결과, 지역에서 호평이 나오고 있다. 

    니가타일보는 우선 니가타의 대표 기업들로 구성된 ‘니가타일보 리더스(LEADERS) 클럽’ 소속 약 120개 사 회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수십 건의 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8)

    그중 니가타를 기반으로 한 다이시호쿠에쓰파이낸셜그룹(第四北越フィナンシャルグループ)이 가장 먼저 연계 협정을 맺었다. 지역 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지방은행인 만큼 지역에 특화된 생성형 AI 도입을 적극 검토한 결과였다. 은행은 이를 통해 고객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도 지원하고 있다. 니가타일보의 생성형 AI를 경험한 지역 기업이 다른 기업들로 서비스 경험을 전파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정보 유출 차단과 저작권 문제도 해소

    연구소에 따르면 이 독자적인 생성형 AI는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쉬운 몇 가지 기술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보안성이 높다. 기업이 범용 생성형 AI를 사용할 경우 입력한 내용이 고스란히 기계학습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선 정보 유출 위험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니가타일보 생성형 AI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학습되지 않는 설계’, ‘일본 국내로 한정된 폐쇄 운용’, ‘개인정보 필터링’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멀티벤더(multi-vendor)9) 대응도 니가타일보 생성형 AI의 강점으로 꼽힌다. 챗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등 어떤 모델이 유리한지는 기업이 처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구소는 주요 생성형 AI 모델을 모두 포괄하면서 용도에 맞게 최적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AI는 무엇보다 지역 정보에 대한 압도적인 깊이를 가지고 있다. 범용 생성형 AI는 전 세계 정보를 학습하지만, 한 지역의 비즈니스 정보나 생활 정보까지는 전부 담을 수 없다. 

    니가타일보는 15년 치 기사 데이터를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방식으로 검색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생성형 AI에 직접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참조하는 구조다. 니가타일보의 기사 아카이브를 마치 참고서처럼 활용해 세계 정보에 니가타의 구체적인 정보까지 더한 답변과 성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서비스를 AI 개발·학습 단계와 분리된 구조로 만들어, 생성·이용 단계에서는 학습이 완료된 모델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저작권 문제를 해소하면서 유료 부가가치 콘텐츠도 만들기 용이해졌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8개 지방지와 협력, 지역 과제 해결을 목표로 

    이같이 지역 특화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연구소의 조사 결과, 한 중견기업에서는 니가타일보 생성형 AI를 도입한 지 약 3개월 시점에 20개 업무 항목 전반에서 수십 퍼센트 이상의 생산성 향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에서도 이런 결과를 보고 도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 영역에서의 활용도 시작했다. 현립 니가타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 향상 연수 및 학생들의 탐구학습 지원에 니가타일보의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지방지들도 니가타일보의 이런 성공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이미 타 지역의 8개 지방지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각지에 생성형 AI를 보급하고 지역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발족한 ‘지방신문사 생성AI연구회’를 통해서다. 니가타일보 생성AI연구소가 사무국을 맡고 이와테일보(이와테현), 야마가타신문(야마가타현), 시모쓰케신문(도치기현), 후쿠시마민보(후쿠시마현), 이바라키신문(이바라키현), 시나노마이니치신문(나가노현), 기타니혼신문(도야마현), 도쿠시마신문(도쿠시마현) 등이 협력하고 있다. 지방지의 경우 판매 지역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으로 이해 충돌이 없어 이런 협력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10)
     
    [그림 2] ‘지방신문사 생성AI연구회’ 참여 신문사와 지역

    니가타일보를 포함해 9개 지방지가 속한 지방의 인구만 전국의 약 10%, 면적으로는 전국의 약 20%에 달한다. 앞으로 점차 다른 지역으로도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계획이다. 이런 연계 플랫폼을 통해 복지, 건강, 농업 등 지역이 처한 현실에 맞게 사업 영역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니가타일보의 재작년 매출은 신문 판매, 광고, 사업, 부동산 등을 포함해 145억 3,030만 엔(약 1,380억 원) 정도다.11) 그런데 생성형 AI를 통해서만 앞으로 10년 안에 연간 100억 엔(약 950억 원)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신문업계, AI 기회로 삼아야

    니가타일보가 이 같은 신사업을 막 검토했을 때만 해도 부담이 컸다고 한다. 일본신문협회를 비롯해 신문업계에서 “생성형 AI가 신문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경계심이 높아진 분위기 탓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의 경우 “기사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생성형 AI 업체인 퍼플렉시티(Perplexity)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나섰을 정도였다.

    심지어 사내에서도 “신문 구독이나 기존의 기사 아카이브 데이터베이스 계약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신사업이 기존 사업을 잠식하는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니가타일보가 신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은 신문 시장이 축소되는 속도보다 AI 시장이 확대되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쓰루마 히사시(鶴間尚) 니가타일보 생성AI연구소 대표이사는 “지방지로서 굳이 그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은 솔직히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럼에도 다음 단계를 시작하려면 이 사업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12)
     
    신문사가 안정적인 경영 기반 없이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심층 취재를 통해 양질의 보도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니가타일보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위기에 놓인 신문 산업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발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수 있다. AI 혁명의 시대, 신문의 역할은 재정의될 수밖에 없다. 신문사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할 차례다. 





    1) <新聞 月別レポートを更新しました>, 日本ABC協会, 2026.3.13,https://www.jabc.or.jp/news/abc_report/2026/03/13_4511.html?utm
    2) ブルームバーグ, <毎日新聞、本社ビルの再開発を複数社に打診>, 東洋経済, 2025.4.18,https://toyokeizai.net/articles/-/872496?display=b
    3) <にいがた県統計ボックス(統計課)>, 新潟県庁, 2025.3.31, https://www.pref.niigata.lg.jp/site/tokei/0727121.html
    4) <新潟日報社にお任せください!>, 新潟日報社, https://marketing.niigata-nippo.co.jp
    5) <生成AIで新潟の可能性を∞(無限大)に>, 新潟日報生成AI研究所, https://www.ai-niigatanippo.co.jp
    6) <生成AI時代のメディアの未来② 【対談】新聞社×生成AIで描く、地域の未来戦略とは>, 生活者データ・ドリブンマーケティング通信, 2025.11.19, https://seikatsusha-ddm.com/article/16213
    7) <蓄積した情報を地域の資産へ─新潟日報生成AI研究所が描くローカルメディアの未来>, Open Hub, 2026.5.13, https://openhub.ntt.com/journal/16112.html?location
    8) <新聞記事×生成AIで地域の課題を解決 今後10年で売上高100億円目指す――新潟日報生成AI研究所の戦略を聞く>, 讀賣新聞, 2025.1.31, https://www.yomiuri.co.jp/choken/kijironko/ckeconomy/20250128-OYT8T50081
    9) 서로 다른 회사의 장비나 솔루션을 조합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환경을 일컬음. 편집자 주
    10) <新潟日報生成AI研究所、福島民報社と「地域共創 生成AIパートナーシップ協定」を締結>, 新潟日報, 2026.4.14, https://www.niigatanippo.co.jp/articles/-/814082
    11) <会社データ>, 新潟日報社, https://www.niigata-nippo.co.jp/list/company/profile
    12) <蓄積した情報を地域の資産へ─新潟日報生成AI研究所が描くローカルメディアの未来>, Open Hub, 2026.5.13, https://openhub.ntt.com/journal/16112.html?location
    668 2026-07-31
  • [취재기 제작기] 서울경제신문  <AI LINK> 제작기
    [취재기 제작기] 서울경제신문 제작기 기자 눈높이로 만든 AI 뉴스룸, 뉴욕타임스 꺾고 정상에 서다
    최근 뉴스룸의 AI 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서울경제신문의 행보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기자가 동료들을 위해 직접 기획하고 조립한 ‘AI 링크(AI LINK)’가 뉴욕타임스 등을 제치고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어워즈(DMA) 2026'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강제적 지시가 아닌 자발적 입소문으로 뉴스룸에 스며든 철저한 ‘기자 맞춤형’ AI 솔루션, 그 치열하고 생생한 개발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2일, 나폴레옹 3세가 황후를 위해 지었다는 프랑스 마르세유 파로 궁전에서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주관하는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어워즈(DMA) 2026’ 시상식이 열렸다. 12개 카테고리 중 유일한 AI 부문(Best AI-Driven News Product, Format, or Strategy)에는 뉴욕타임스 ‘치트시트(Cheat Sheet)’, 세계신문협회 회장이 대표로 있는 스위스 3대 미디어 그룹 링기에(Ringier) 등 5개 후보작이 차례로 소개됐다. 최종 수상작으로 “AI 링크, 대한민국(AI LINK, Republic of Korea)”이 발표됐다. 객석에선 “어? 코리아?”라는 공기가 감돌았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 후보로 오른 것도, 수상을 한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선 57초짜리 쇼츠 하나로 시작해 어떻게 세계 1등까지 오르게 됐는지 ‘좌충우돌 뉴스룸 AI 조립기’를 두서없이 적어 보고자 한다. 앞서 분명히 할 것은 나는 코딩을 모르는 신문 기자다.

    물러설 수 없는 변화, AI의 한가운데로

    챗GPT, 생성형 AI의 등장부터 유심히 보고 있었다. ‘AI 미디어’, ‘AI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AI 행사 주최’ 등에도 관심을 뒀다. 2018년 블록체인 전문매체 ‘디센터’를 론칭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는 AI 태동기로 관련 시장과 서비스의 수준이 너무 올망졸망했다. 뒤에서 밀어줄 만한 플레이어가 없다는 판단이 섰고, 그냥 직접 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2024년 3월 초 회사대표에게 “AI 콘텐츠 프로바이더로 가겠다”라고 보고했다.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으로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AI를 어떻게 쓸까’로 방향을 정했다. 뭘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신문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1면 지면 기사’를 시작점으로 잡았다. 며칠, 몇 달을 취재하든 기사는 텍스트 형태로 하루를 살다가 잊힌다. AI를 활용한다면 기자들의 열정과 애정이 담긴 콘텐츠가 하루살이로 잠들지 않고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텍스트 기사를 카드뉴스, 동영상, 팟캐스트 등 다양한 포맷으로 바꾸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순간이 세계 1등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다. 거창한 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나와 인턴 한 명이 전부였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기술적 변곡점을 경험했다. 2000년 인터넷, 2010년 모바일, 2016년 블록체인. 그리고 2024년 AI라는 쓰나미가 왔다는 걸 확신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엔 구경꾼이 아니라 파도에 몸을 싣기로 했다는 점이다.
     
    필자(가운데)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 파로 궁전 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어워즈(DMA)’ 시상식에서 라디나  하임가르트너(Ladina Heimgartner)(왼쪽) 세계신문협회 회장,  장 크리스토프 토르토라(Jean-Christophe Tortora) 프랑스 CMA 미디어 부사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필자(가운데)가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 파로 궁전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어워즈(DMA)’ 시상식에서 라디나 하임가르트너(Ladina Heimgartner)(왼쪽) 세계신문협회 회장, 장 크리스토프 토르토라(Jean-Christophe Tortora) 프랑스 CMA미디어 부사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사내 스터디가 쏘아 올린 뉴스룸 AI, ‘노바’의 탄생

    2024년 4월 22일, 서울경제 1면 주요 기사를 요약한 1분짜리 쇼츠 한 편을 네이버TV 채널에 올렸다. AI로 만든 첫 번째 성과였다.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열 편이 넘는 샘플을 만들었다.

    한 달 반 만에 첫 편을 올린 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이리저리 여러 기사를 묶어 롱폼 영상도 만들고, 경제 용어 영상도 만들고, 영어 영상도 만들고, 로파이(lo-fi) 음악도 만들었다. 

    AI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검증된 기사로 다양한 포맷의 독자용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 그리고 뉴스룸 기자들을 위한 AI 툴을 만드는 투트랙 전략이었다.

    같은 달, ‘사내 공부 모임’을 ‘AI TF’로 바꿨다. 이 모임은 서울경제 복귀 직후인 2023년 11월, 코로나19로 소원해진 선후배가 격의 없이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했던 것이다. 뉴욕 특파원에서 복귀한 선배가 미국에 대해 얘기하던 자리에서, AI를 실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장으로 탈바꿈했다.

    첫 AI TF 모임은 ‘기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AI 서비스는 뭘까’를 주제로 시작했다. 그래서 얻은 답은 ‘제목 추천’. 기자들을 위한 첫 AI 서비스인 제목 추천은 그렇게 탄생했다. 개발한 서비스를 방에 공유했고,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해 나갔다.

    또 기자들의 숙명인 일보(기자가 매일 데스크에 올리는 짧은 취재 보고)와 관련해 막연한 생각을 그럴듯한 일보와 기사 방향으로 제시해 주는 ‘일보 버디’, 오탈자를 잡아주는 교열, 기사를 봐 주는 퇴고, 보도자료로 기사 초안을 작성해 주는 프로젝트, 외신을 우리 기사 형태로 옮기는 외신 초안 작성 프로젝트 등 하나둘씩 서비스를 늘려갔다. 그렇게 뉴스룸 도구인 ‘AI 노바(AI NOVA)’가 태어나 자라났다.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중시했던 건 ‘기자의, 기자에 의한, 기자를 위한 서비스’였다. 기자 눈높이에서 기자들이 쓸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천군만마와도 같았던 AWS 베드록

    막상 해보니, 아는 만큼 보이고 욕심을 내는 만큼 어려워졌다. 아무것도 몰랐을 땐 오히려 쉬웠다. AI 입력창에 넣는 명령어도 ‘기사 요약해 줘’처럼 10자도 안 되다가, 클로드 프로젝트로 넘어가면서 1만 자를 훌쩍 초과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AI는 묻는 만큼 답하고, 아는 만큼 묻게 한다. 더 알수록, 더 욕심낼수록 품질은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기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클로드 웹으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여러 단계의 로그인과 프로젝트를 찾아가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바쁜 기자들이 매번 찾아가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코딩을 하나도 모르는 기자 입장에선 대처가 불가능했다. 마치 개구리가 어느 순간 우물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심정이었다. 뉴스룸 기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법, 그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그걸 찾아야만 했다.

    2025년 7월, AWS(아마존 웹 서비스)를 만나면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이라는 서비스를 활용하면 뉴스룸 기자들이 쉽고 편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마켓플레이스라는 곳에 올리면 전 세계 사용자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흥분한 마음에 AWS와의 첫 미팅을 앞두고, 새벽 5시까지 끙끙대며 AI 채팅 앱을 만들었다. 코딩을 하나도 모르지만, AWS 화면을 하나씩 캡처해 클로드에게 물어가며 베드록 위에 챗봇 서비스를 올렸다. 그러면서 베드록은 레고 블록 같아서 누구나 관심만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조립이 가능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독자와 기자를 위한 4개의 AI 엔진 

    앞서 설명한 것처럼 AI 링크는 독자들을 위한 숏폼 제작과 기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사내 AI TF 모임에서 출발했다. 2024년 3월 시작해 지금까지 개발 중이다.

    AI 링크(Linking Insight, News & Korea: Let News Flow)는 AI 프리즘(AI PRISM), AI 노바(AI NOVA), AI 웨이브(AI WAVE), AI 글로브(AI GLOBE) 등 크게 네 가지 모듈로 구성된다. 이중 독자 서비스인 AI 프리즘(2024)과 독자용 AI 노바(2025)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고, 기자용 AI 툴인 AI 노바와 해외 독자를 위한 AI 글로브는 AWS의 미디어 점프 스타트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구축했다.

    AI 프리즘은 2024년 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구축한 후 2025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뉴스 편집권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1면부터 32면까지 언론사가 쥐고 있던 기사 편집권을 독자들에게 돌려줬기 때문이다. AI가 대학생, 사회 초년생, 주식 투자자 등 8개 독자 페르소나에 맞춰 기사를 고른 후 해설을 곁들여 요약해 준다. AI 웨이브는 기사를 스크립트로 바꾸고 내레이션을 입혀 영상과 팟캐스트로 변환한다. 구글 노트북LM을 통해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영상은 편집국에 신설된 AI 기반 콘텐츠 전담부서 ‘AX 콘텐츠 랩’이 반자동으로 생산한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서울경제 영문 홈페이지 AI 글로브는 한국어 기사를 영문으로 실시간 번역해 해외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단순한 기계 번역을 넘어서 맥락을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해 AI 검색엔진이 수집하기 좋은 구조로 내보내는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전략을 구사한다.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누적 노출 수 6,000만 회에 육박했다. 

    언론이 AI를 쓸 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하다. 사실을 지어내면 끝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세 겹의 안전장치를 뒀다. 첫째, AI 활용 기사는 데스크가 검수를 마친 지면 기사로만 한정했다. 외부 검색은 차단한다. 둘째, 자료에 없는 내용을 만들지 못하도록 출력 형식을 프롬프트로 엄격히 통제했다. 셋째, 발행 전 기자가 한 번 더 확인하도록 했다.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원칙을 명확히 했다. 발행은 반드시 사람이 하고, 발행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다. 이런 구조를 통해 환각이 끼어들 자리를 없앴다.

    AI 링크의 경쟁력은 생성형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프롬프트에서 나온다. 프로젝트마다 수천 자에서 1만 자가 넘는 프롬프트가 담겼다. 기자들이 사용하는 프로젝트는 400개가 넘는 프로젝트 중 엄선한 것들이다. AI 모델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 위에 쌓인 시행착오는 베낄 수 없다. 원칙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AI는 도구일 뿐이고, 모든 결정은 기자가 한다”라는 것이다. AI는 취재하지 않는다. 취재한 기자만이 AI를 부릴 수 있다. 또 AI가 쓴 기사는 없다. 기자가 AI로 쓴 기사만 있을 뿐이라는 원칙은 분명하다.

    입소문이 만든 뉴스룸 AI 확산

    사실 기자들을 위한 AI 서비스 개발의 핵심은 자발적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강제 사용은 역효과만 날 뿐이다. 대표이사의 ‘의무 사용’ 지시보다 사용한 기자의 ‘품질이 좋다. 쓸 만하다’라는 평가 한 마디가 백 배는 효과가 좋다.

    지난 3월 사내 CMS를 개편하면서 노바 서비스 중 6개를 바로가기로 붙였다. 도입 후 한두 명이던 사용자가 지금은 300명이 넘어 거의 전 직원이 가입해 사용 중이다. 한 주에 4,500건 안팎을 사용한다. 사용량의 절반 가량인 2,000건은 교열, 1,000건은 일보 버디 사용량이다. 

    AI 툴 확산의 원칙은 하나였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선택을 유도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효과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다. ‘노바를 한 번도 안 써 본 기자는 있어도, 한 번 밖에 안 써본 기자는 없게 하겠다’라는 원칙을 실천하고자 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한 명 한 명 설명하고 사용하게 하면서 입소문을 확산시켜 나간 것이 톱다운 방식의 어떤 지시보다도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기자들은 원래 피드백이 없다. 좋아도 싫어도 말이 없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갑자기 안 된다”, “오류가 났다”라는 메일이나 연락이 가장 반갑다. 열심히 쓰고 있고, 없으면 불편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부장들과 밥을 먹다가 “기사를 못 쓰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기사가 좋아졌다”라거나 “기사는 엉성한데 제목은 찰떡같이 달아서 보낸다”라는 얘기를 들어도 반갑다. 그러면 얘기해 준다. 그 기자가 AI 노바 서비스를 쓰기 시작했다고.

    일당백 하는 사람 얘기도 빠질 수 없다. 2025년 3월 말, 인턴 채용 공고에 한 지원자가 바이브 코딩하는 장면을 보냈다. 자기소개 영상으로 보낸 것이다. 바로 면접을 보고, 바로 출근하라고 했다. 문영광 매니저다. 구글 노트북LM이 한국어를 지원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 팟캐스트 샘플을 만들어 왔다. AI 웨이브의 전환점이 됐다. 기획과 방향은 내가 잡지만, 실행은 문 매니저가 담당한다. 방향은 핀트가 안 맞을 때도 있지만, 실행력은 일당백이다.
     
    AI 링크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미래전략부 인턴들 ⓒ서울경제신문
    AI 링크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미래전략부 인턴들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엔지니어 사이 벽을 부수다

    DMA 출품은 사실 우연이었다. 지난 1월 15일, 언론재단의 디플로마 연수 때 쓰던 단체 대화방에 세계신문협회 사무총장이 “DMA 지원 마감이 일주일 남았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마침 국내 혁신대상 지원서를 쓰고 있던 터라, 그 문서를 영문으로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근거는 있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AI와 뉴스룸의 미래’ 연수로 미국 12개 언론사와 기관을 방문했다. 당시 두 가지를 확인했다. 하나는 어느 뉴스룸이든 기자와 엔지니어 사이에 높은 벽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만든 도구가 이미 그 벽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일례로 연수를 같이했던 에스토니아 출신 편집인에게 AI 노바로 에스토니아어 기사에 대한 제목 추천을 즉석에서 보여줬더니 엄청 놀랐다. 에스토니아어는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AI가 자기보다 더 제목을 잘 뽑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놀란 표정에서 ‘경쟁력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지원서로 2월 국내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대상 대상을, 4월 마닐라에서 DMA 아시아 금상 2개(AI 링크·AI 프리즘)와 은상 하나(AI 노바)를 받았다. 아시아 금상은 한국 언론 최초다. 그리고 6월 마르세유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기자와 엔지니어 사이의 높은 벽에 코딩도 못 하는 기자가 구멍을 낸 셈이다. 물론 아쉽게도 뉴스레터 부문에선 AI 프리즘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1위를 내줬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준 높은 뉴스레터의 벽은 넘지 못한 것이다.

    기자의, 기자에 의한, 기자를 위한 AI 서비스시상식이 끝나고 자문했다. 뉴욕타임스의 치트시트 같은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왜 우리였을까. 기술력이라면 우리가 앞섰을 리 없다. 답은 연수에서 본 그 벽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용 AI의 대부분은 뉴스룸 밖 엔지니어의 손에서 나온다. 뛰어난 기술이지만, 일보와 데스킹, 마감과 지면의 결을 모른 채 설계된 도구는 기자의 손에 붙지 않는다.

    차이란 이런 것이다. 기자들에게는 제목 하나도 온라인용, 지면용, 그리고 통념을 비트는 창의형이 서로 다르다. 가령 지면 제목은 어깨 제목 15자, 본 제목 20자, 부제목 25자의 세트로 묶인다. 원고 손보기도 셋으로 갈린다. 틀렸으면 교열, 약하면 진단, 다듬고 싶으면 퇴고다. 사회면 교열은 송치와 기소, 구형과 선고를 가려 쓴다. 출고 직전엔 포털 벌점과 손해배상 위험까지 챙겨 봐야 한다. 이런 감각은 엔지니어의 기술 개발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뉴스룸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새롭게 공개한 사이트(ainova.news)에는 그 차이를 최대한 살린 도구를 담았다. AI 링크가 과분한 반응을 얻었다면, 이유는 결국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자의, 기자에 의한, 기자를 위한 서비스였다는 것.

    돌아보면 계단 하나하나였다. 지금 생각하면 15층짜리 건물을 그렇게 지었다. 시작할 때부터 전체 그림을 그렸던 것이 아니다. 화두 하나를 붙들고, 막히면 풀고, 풀리면 다음 단계로 옮겨갔을 뿐이다.

    같은 길을 고민하는 분들께 보탤 말은 세 가지다. 첫째, 질문을 바꿀 것. AI의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까가 아니라 AI의 강점을 어떻게 극대화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는 가진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뉴스룸의 진짜 자산은 검증을 마친 기사다. 그리고 마지막은 직접 해볼 것. 하나를 해보면 열 이상을 알게 된다.

    내가 보기에 지금은 특이점의 초입이다. 올 연말이면 누구나 휴대폰 쓰듯 AI를 쓸 것이고,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그다음 파도로 오고 있다. 5년 뒤 기자는 로봇 팔다리를 단 사람처럼 AI를 장착하고 지금의 열 배의 일을 해낼 것이다. 나는 지금 그 뉴스룸에 들어설 나무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중이다. 
    668 2026-07-31
  • [취재기 제작기] 한겨레21 <휴게소의 약탈자들>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한겨레21 <휴게소의 약탈자들> 취재기 고속도로 휴게소에 드리운 ‘도피아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해 본 이라면 음식이 유난히 비싸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21은 탐사보도 시리즈를 통해 그 이유를 추적했다. 비정상적으로 비싼 가격과 불공정한 운영 구조,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카르텔까지 휴게소 운영의 이면을 파헤친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고속도로를 타고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피곤하거나 배고파서, 혹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한 번은 휴게소에 들르게 됩니다. 휴게소에서 식사하려면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평범한 우동 한 그릇에 7,500원 정도를 써야 하고, 핫바, 알감자 등까지 곁들이면, 2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입니다. 6,000원이나 하는 짜장면의 내용물이 너무 부실해 놀란 경험도 있습니다. 푸석한 국수에 건더기도 거의 없었습니다. 몇 시간 참더라도 고속도로를 나가서 식사할 걸 그랬나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휴게소 음식은 편의점이나 동네 식당과 견줬을 때 확실히 비쌉니다. 별다른 대안도 없습니다. 다른 휴게소로 가려고 해도 약 20㎞를 더 달려야 합니다. 아예 고속도로 밖으로 나가야 다른 선택지가 생깁니다. 사실상 고속도로 위의 ‘독과점’인 셈입니다.

    시민들도, 정치권도 수십 년간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쌓이고 쌓인 불만을 포착한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 “휴게소 음식이 맛이 없는 데 왜 이리 비싸냐. 알고 보니 몇 단계를 거치며 중간중간 임대료, 수수료 떼먹는 게 절반이더라”라고 직접 국민의 불만을 전하기도 했고요. ‘비싸고 맛없다’는 불만이 수십 년 동안 쌓였지만 바뀌지 않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현실을 보여주고, 원인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살펴보자는 것이 저희 기획의 목표였습니다. 애초 주간지 한겨레21에서 2주 연속으로 다루려던 계획은 취재를 거듭하면서 바뀌었습니다. 생각보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전관들의 ‘도피아(도로공사 마피아의 합성어)’ 행태와, 불공정한 수익 구조, 그리고 일부 휴게소 운영사들의 ‘꼼수의 뿌리’가 깊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21은 이를 빠짐없이 살펴보기 위해 2026년 2월부터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습니다.
     
    휴게소 운영의 불공정을 폭로한 한겨레21 탐사보도 시리즈 ⓒ한겨 레21
    휴게소 운영의 불공정을 폭로한 한겨레21 탐사보도 시리즈 ⓒ한겨레21

    휴게소 음식이 비싼 이유 살펴보니

    우선 ‘휴게소 음식은 비싸다’라는 명제를 확인해 봤습니다. 라면, 우동, 짜장면, 김밥, 핫바 등 우리가 흔하게 휴게소에서 사 먹는 음식들의 가격을 종합해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미 ‘고속도로 공공데이터 포털’에도 많은 휴게소 관련 자료들이 공개돼 있지만, 저희는 조금 더 구체적인 개별 메뉴별 가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도로공사의 데이터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받은 자료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사내 IT국과 협업해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더 가성비 좋은 휴게소를 미리 찾아 일정을 정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자료를 받아 분석해 보니, 실제로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음식이 시중 판매가보다 10~60%가량 비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9,000원이 넘는 우동, 7,000원에 달하는 라면, 1만 1,000원을 넘는 돈가스 등 선택지가 없는 휴게소에서 비싼 음식을 강요받고 있던 것입니다.

    휴게소 음식이 왜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도 살펴봤습니다. 전국의 여러 휴게소를 직접 찾아가 식당 주인, 운영사 직원 등 여러 관계자를 만나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파악해 보니, 휴게소 음식은 ‘3중 구조’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전국 215곳의 휴게소 가운데, 민간 운영사에 위탁하는 ‘임대 휴게소’가 198곳입니다. 임대 휴게소는 특이한 형태로 운영됩니다. 휴게소 땅과 시설은 모두 도로공사가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낙찰받은 휴게소 운영사가 일정 기간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휴게소 운영사는 거둬들인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매달 도로공사에 냅니다. 그리고 식당 등 점포는 운영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휴게소에 입점한 식당 등 점포가 재료비, 인건비 등을 빼고 추가로 ‘물품 대금’이란 이름으로 임대료를 운영사에 내야 하고, 운영사는 또 도로공사에 임대료를 내야 하므로 결국 음식 가격이 시중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우리가 사 먹는 휴게소 음식 가격에 식당 등 점포가 운영사에 내는 수수료, 또 운영사가 도로공사에 내는 임대료가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운영사가 도로공사에 내는 임대료율이 매출액 대비 16~23%, 식당 등 점포가 운영사에 내는 돈이 30% 내외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보통 시중의 점포가 임대료로 내는 비율이 10~12% 정도인 것에 견줘 높은 비율입니다. 그래서 한 핫바 점포의 경우, 하나에 4,000원인 핫바 한 개를 팔아도, 수수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400원 정도가 남는다고 했습니다.
     
    도로공사로부터 운영권을 임대한 휴게소 운영사는 식당 등 점포와 ‘물품 공급계약’을 맺는다. 소비자가 낸 돈은 곧바로 운영사로 가고 운영사는  이중 일부를 수수료로 뗀 후 일부는 도로공사에 임대료로 낸 뒤 남은 금액을 입점 업체에 준다. ⓒ한겨레21
    도로공사로부터 운영권을 임대한 휴게소 운영사는 식당 등 점포와 ‘물품 공급계약’을 맺는다. 소비자가 낸 돈은 곧바로 운영사로 가고 운영사는 이중 일부를 수수료로 뗀 후 일부는 도로공사에 임대료로 낸 뒤 남은 금액을 입점 업체에 준다. ⓒ한겨레21

    28억 원 휴게소 운영사의 갑질

    그러던 중 저희는 중요한 제보를 입수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기흥휴게소에서, 휴게소 운영사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받지 못한 입점 점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임대 휴게소의 구조를 봐야 합니다. 도로공사로부터 운영권을 임대한 운영사는 식당 등 점포와 ‘물품 공급계약’을 맺습니다. 사실상의 임대지만, 도로공사는 운영사와 임대계약을 할 때 “영업권을 제3자에게 재임대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기 때문에 이를 우회한 것입니다.

    식당에서 소비자가 음식을 결제하면, 그 돈은 운영사에게 곧바로 갑니다. 그리고 운영사는 도로공사에 내야 할 임대료와 자신들이 챙길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식당에 보냅니다. 그런데 한 운영사가 아예 돈을 식당에 보내지 않은 것입니다.

    저희가 확인한 점포의 경우 수개월째 대금을 받지 못해 6억 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이 운영사가 운영하는 충남 천안시 망향휴게소에서도 같은 ‘물품 대금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운영사는 두 휴게소를 운영하면서 모두 28억 원가량의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들 휴게소를 운영하는 운영사는 인앤아웃과 제이에스물산으로 사실상 이 사건의 핵심으로 드러난 엄정욱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심지어 이 운영사가 물품 대금을 주지 않는 행태는 과거에도 있었고, 운영사로부터 수억 원을 받지 못한 한 상인이 도로공사에 민원을 넣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운영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해 끝내 목숨을 끊은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휴게소 안에는 분명한 갑을 관계가 존재했습니다. 운영사는 임대계약이 아닌 물품 공급계약이기 때문에 언제든 점주에게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은 당연히 운영사가 물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점포들은 운영사가 돈을 주지 않거나 갑질을 해도 민원을 넣거나 소송을 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물품 대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됐던 것입니다.

    인앤아웃과 제이에스물산은 물품 대금이 자신들의 돈이 아님에도 일종의 ‘무이자 대출’처럼 활용해 왔습니다. 점포가 번 돈임에도 이를 해외 도박 사업에 투자하고, 건설사를 운영하며 건설 사업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 회장은 회삿돈을 개인 금고처럼 쓰며 사적으로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엄 회장은 정치권과도 줄곧 관계를 맺어오면서 32년 동안 도로공사와 계약을 연장해 왔습니다. 특히 엄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에게 ‘휴게소 사업의 법적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민원을 넣은 사실을 취재로 확인했습니다.

    휴게소에 드리운 ‘도피아’ 카르텔

    무엇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장 깊이 파고든 문제는 ‘도피아’ 카르텔입니다. 취재에 앞서 선행 보도들을 살펴보니, 도로공사 전관들의 친목 모임인 ‘도성회’가 직접 휴게소 운영 사업에 진출했으며, 사모펀드가 장기 임대한 민자 휴게소에서 과도한 수익을 챙긴다는 의혹이 일부 보도된 바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도 도성회의 휴게소 운영 행태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파편적 보도와 무거운 문제의식 사이에서 취재 방법을 고민하던 도중 저희는 ‘귀인’을 만났습니다.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였습니다. 방대한 휴게소 운영 관련 정책과 역사, 뉴스가 집대성돼 있고,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수시로 올라오는 활발한 카페였습니다. 그리고 휴게소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카페 운영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전국의 휴게소 운영사와 관계자들을 만나가며 증언과 제보를 모았습니다. 이러한 귀인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그간 업계에서 소문으로 전해지던 현황을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뛰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시작했습니다. 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업 정보 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한 정보와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취합했습니다. 이렇게 전수조사를 거친 결과, 한겨레21은 도로공사 퇴직자 60명이 최근 10년간 전국 휴게소 10곳 중 4곳(42.8%)의 운영사나 관련 업체에 재취업하거나 이권 사업체를 창업한 사실을 단독 확인했습니다. 운영사에 재취업한 전관들은 도로공사가 매년 시행하는 운영 서비스 평가 때마다 ‘로비스트’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도로공사 현직 직원들에게 연락해 “등급을 올려달라”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채용해 준 운영사의 계약 해지를 막았고 카드 결제 중계 사업인 밴(VAN, Value Added Network)과 오수 처리 분야에까지 나서 수익을 챙겨왔습니다. 특히 이런 부대 이권 사업을 고발한 것은 한겨레21이 처음이었습니다.

    또 도로공사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도성회가 자회사 H&DE 등 3개 출자회사를 통해 휴게소·주유소·입점 브랜드 16곳을 운영하며 2025년 한 해 2,703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사업 구조도 보도했습니다. 나아가 이렇게 발생한 수익을 도성회에 수억 원씩 배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아울러 저희는 ‘공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사모펀드 맥쿼리자산운용이 전국 매출 1위와 2위 등 ‘알짜’ 민자 휴게소 세 곳의 운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적했습니다. 특히 매출의 20~24%를 매년 고정으로 보장받는 ‘최소 임대료’ 조항을 통해, 10년 동안 2,079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고수익 사업 구조의 이면에 위탁 운영사·입점 업체·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실태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 도로공사가 2025년 기준 연 매출 397억 2,900만 원에 이르는 하남만남주유소 운영권을 휴게소 운영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에 ‘임시 운영’ 명분의 수의계약 형태로 15년 동안 넘겨 온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 협회 부회장 자리에 도로공사 간부 출신 5명이 재취업한 사실까지 보도했습니다. 15년간 국고 수백억 원이 낭비된 정황을 포착한 것입니다.

    탐사보도 뒤 정부 “휴게소 운영 개편하겠다”

    저희 연속 보도 뒤에 정부에서도 발 빠른 반응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2026년 4월 9일 도로공사 담당 국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고, 4월 13일 한겨레21 보도를 언급하며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의 휴게소 운영 등 휴게소 운영 전반에 걸친 불공정 행위들을 발본색원하겠다”라며 ‘휴게소 불공정행위 신고센터’ 등을 운영하고, 모든 휴게소를 대상으로 납품 대금 미지급 여부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습니다. 특히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납품 대금이 미지급된 휴게소를 방문해 직접 휴게소 소상공인들의 피해 실태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민간단체인 휴게시설협회가 수의계약을 통해 하남만남주유소를 1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 직후, 정부는 즉시 이곳을 도로공사 직영으로 전환한다고 지난 4월 13일 발표했습니다. 15년째 매년 운영권이 민간단체에 넘어가 낭비되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정부는 같은 날 도로공사 출신들이 대표이사, 부사장 등 임직원으로 재취업하고 있는 ‘길사랑장학사업단’이 수수료를 받는 카드 결제 관련 사업에 진출해 휴게소 이권을 취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조처하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어 지난 7월 9일 이러한 내용을 종합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휴게소 입점 업체가 중간 운영사 등 ‘다단계’를 거치지 않고 공공관리회사와 직접 계약하도록 바꾸고,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도성회)의 휴게소 사업 참여도 원천 차단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도로공사는 공기업 ‘고속도로 시설공단’을 만들어 휴게소를 운영했다 폐지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달라야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수익을 내기 위한 식당가가 아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을 위한 공공시설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668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