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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카인즈] 빅카인즈로 살펴본 ‘n번방 기사’
빅카인즈 | 등록일 : 2020-07-03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와 언론 등의 공동체 무감각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초 보도 이후, 유력 용의자 체포라는 발표가 있기 전까지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언론은 제때, 제대로 이 사건을 기사화하지 못했다. 그 까닭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검색·분석 포털 빅카인즈(https://www.bigkinds.or.kr)1)를 활용해 정량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몇몇 남성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러 여성의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수치스러운 영상 등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으로 찍은 성착취물을 수만 명의 남성에게 판매·공유한 사건이다. 보안이 강한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을 주 통신수단으로 활용한 점도 새로워 텔레그램도 부각됐다. 이런 ‘노예’ 영상을 함께 본 수만 명 가운데 여럿은 채팅창에서 자신의 영상도 공유하고 성폭행 논의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n번방은 공동체의 무감각증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추적단 불꽃’이 사건의 제삼자로서 이 사건을 처음 기록하고 출판한 시점은 지난해 9월 2일이었다.2)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한 매체가 최초 보도한 때도 지난해 11월 10일이었다.3)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심각성에 걸맞은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 사건이 대중의 관심사로 비로소 떠오른 때는 유력 용의자가 붙잡힌 올해 3월 중순 이후였다. 인권을 기본 가치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개인, 특히 미성년자의 인격이 익명의 다수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는 일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면, 우리 공동체는 그런 범죄에 걸맞은 관심과 대응을 제때 만들어냈다고 하기 어렵다. 

 

이 무참한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공감 얻는 데 실패했던 원인은 둘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잘 전달되지 못하면 당연히 제대로 된 반응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둘째, 전달은 됐으나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경우다. 보고도 모른다면 그것은 더 중증이랄 수도 있다. 본 글은 전자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검색·분석 포털 빅카인즈를 활용해 정량적으로 n번방 사건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뉴스 생산과 유통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지난 《신문과방송》 6월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은 바 있다. 그는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의 얼굴이 공개되던 3월 25일 몰린 수많은 기자가, 앞서 이 사건이 알려진 지난 6개월 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이런 비대칭의 원인을 △다른 언론사의 단독을 따라가길 꺼리는 관행 △왜곡된 경쟁의식 △언론사 의제 설정 시스템의 마비 등으로 꼽았다. “다른 언론사가 먼저 치고 나간 이슈를 따라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한국 언론의 기형적인 경쟁 구도”가 있다는 것이다.4) 

 

빅카인즈 검색을 통해 이를 숫자로 살펴보면 이 대표의 문제 제기는 타당해 보인다. n번방 관련 기사를 전체 기간(1990년 1월 1일 이후)을 대상으로 검색하면 총 1만 595개의 기사가 나온다. 이 가운데 무관한 2016년 한 기사를 제외하면 관련 기사는 총 1만 594개이며, 최초 기사는 2019년 11월 10일 한겨레의 <[단독]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이다. 사용한 검색식은 ‘n번방 OR (텔레그램 AND 성착취)’였다. 사건 초기에 이를 다룬 기사에는 ‘n번방’이라는 단어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색식을 포함했다. 

 

[그림 1]은 지난해 11월 10일을 시작으로 n번방 관련 기사 수를 주간 단위로 나눠 그린 차트이다. 국내 기사량은 요일의 영향을 받아 주중에 많고 주말에 적기 때문에 주간 단위로 나누면 적절한 편이다. 실제 조주빈 얼굴이 공개된 3월 25일이 포함된 주에 기사량은 극적으로 올라갔다. 내내 바닥이었다가 3월 15일~21일에 228개, 3월 22일~28일에 2,971개로 급증하는 것이다. 전까지 국내 언론에선 이 주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빅카인즈 수록 대상에는 온라인 매체와 종합편성 방송의 뉴스 등은 빠져있어 모든 뉴스를 포괄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주요 종합일간지와 방송 3사를 포함한 54 개 매체 뉴스를 집적하고 있으므로 언론이 무엇을 다루고, 다루지 않았는지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다 하겠다.


[그림 1] n번방 관련 기사 개수 추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서비스, 블로그 등으로 정보 유통의 채널이 다양화된 현대에는 뉴스량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사까지 확인하긴 어렵다. 이에 보조적으로 검색량의 추이도 살펴봤다. 

 

사람들이 검색 엔진에 어떤 키워드를 넣었는지는 해당 시기 온라인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의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 서비스를 통해 같은 기간 ‘n번방'이란 단어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봤다.[그림 2] 3월 20일 검색이 폭발하기 전에 이 키워드의 검색량은 역시 거의 바닥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1월 20일이었는데 이날은 최대치의 20% 수준으로 검색이 뾰족하게 솟았다. n번방을 잡기 위해 네 명의 활동가가 뭉쳐 결성한 ‘리셋(ReSET)’의 청와대 청원 홍보가 트위터 등으로 번지고, 경향신문이 전날 리셋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으며, 정의당 여성본부가 n번방에 대해 논평한 날이었다. 구글의 키워드 검색량을 살펴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서 역시 같은 조건으로 살펴봐도 비슷한 추이를 그렸다.[그림 2] 3월 20일쯤 급증하기 전에는 대체로 별 차이가 없는 바닥 수준이었다. 요약하면 빅카인즈와 네이버, 구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여론은 3월 20일 전까지 n번방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림 2] 네이버의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와 구글 트렌드를 통한 ‘n번방' 단어의 검색량 추이


 

경찰의 검거 발표 이후 기사 쏟아져

 

3월에는 n번방에 대한 국민일보의 연속 기획이 있었다. 한겨레의 최초 보도와 달리 국민일보의 보도는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차이에서 비롯됐는가에서 언론의 실패를 번복하지 않을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터이다.

 

국민일보 기획은 3월 9일 <[n번방 추적기①]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4회 “우린 포르노 아니다” 함께 싸우는 여성들>로 3월 13일까지 이어졌다. 1회 제목의 “강간노예”에서 드러나듯 국민일보 기사는 성착취 내용을 다른 언론사 기사보다 자세히 묘사한 점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이후 큰 반향을 가져온 차이로 지목되기도 했다. 

 

빅카인즈에서 국민일보의 최초 보도가 있었던 3월 9일부터 가장 많은 기사가 생산된 3월 25일까지 기사 생산 추이를 일 단위로 보면 [그림 3]과 같다. 주간 단위 차트와 마찬가지로 일간 단위 차트 역시 비슷한 모양을 그리고 있다. 국민일보 기획 시작부터 끝까지 국내 다른 언론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4회 시리즈가 마무리된 3월 13일 이후를 보면 14, 15일은 주말이지만 그 다음 주 월요일(16일) 역시 n번방 관련 기사 수는 전무하다. 검색량 데이터를 봐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경우 16일 n번방 관련 검색은 최고점(3월 20일) 대비 0.12%에 지나지 않았다. 17일 역시 0.50%로 거의 반응이 없었다. 구글 검색량 역시 16일 1% 미만, 17일 3%에 불과했다. 

 

기사 수가 늘기 시작한 것은 3월 17일에 이르러서다. 대중의 검색량은 그 이후에 후행해서 늘기 시작한다. 17일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빅카인즈에서 17일 기사를 검색하면 모두 12개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이날은 경찰이 n번방 운영자 ‘박사’의 유력 용의자(이후 실제 운영자로 자백한 조주빈)를 잡았다고 밝힌 날이다. 

 

 

[그림 3] 2020년 3월 9일부터 일간 단위


 

한겨레 기사와 마찬가지로 국민일보 기사에도 다른 언론은 이 사건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검색량 추이를 보면 다른 경로로 정보가 유통되면서 대중의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것 같지도 않다. 물론 여기에는 SNS나 메신저 서비스 등을 통한 기사 공유나 정보 유통에 대한 분석이 빠져있으므로 실제 일어난 일의 전체 그림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매우 낮은 키워드 검색량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 밖이었다고 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국민일보 보도가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경찰의 박사 검거 직전에 보도가 선행하면서 만들어낸 착시에 가까운 듯하다. 

 

n번방 보도의 실패 원인은 출입처 시스템의 폐해

 

언론이 이 문제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결정적 차이는 17일, ‘경찰의 검거’ 발표였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국내 언론이 n번방을 제때 다루지 못한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출입처 시스템’을 지목하고자 한다. 국내 언론의 출입처 시스템은 각 기자가 맡을 영역을 정해 놓고 그 대상 안에서 기사 취재 및 발제 등의 일상 업무 수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를 말한다. 출입처 구성은 정부의 조직 구성과 연동되는 경향을 보인다. 출입처 시스템은 기자 개개인 사이 영역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권력 감시에 빈틈이 없도록 틀을 짤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기자가 자신의 영역에 안주하고 출입처 사이 회색 지대에 있는 이슈에 대해선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는 단점 역시 안고 있다. n번방 사건의 경우 단점이 어떤 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로 보인다. 

 

경찰이 ‘박사’를 검거하기 전까지 이 사건은 출입처가 없는 사건이었다. 조직에서 개인이 자신의 책임이 명확하게 구획되어 있다고 여길 때 그 책임 밖의 일에 나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돼 버린다. 먼저 서로 내 일이 아니라 주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설사 눈 밝고 직업의식 투철한 어떤 기자가 나서려 해도 자신이 이미 맡은 책임에 끼칠 리스크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팀장이나 데스크라 해도 제약은 비슷하다. 이런 개별적 기자의 문제는 집단으로 모이면 사회적 실패가 될 수 있다. 국내 언론사 대부분이 이런 구조를 획일적으로 유지하다 보니, 여러 언론사가 그토록 많은 취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n번방과 같이 정작 중요한 이슈에 사회 전체가 눈뜬장님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반대로 그런 이슈도 출입처가 명확해져 기존 시스템의 영역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사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기도 한다. 

 

 

[표] n번방 관련 기사 빈출 단어 상위 10

 

 

한편 같은 출입처의 기자가 모두 뛰어드는 경쟁이 시작되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과열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본질에서 빗겨난 자극적인 보도, 대중이 알아야 할 내용과 거리가 먼 클릭 유도용 단독 기사 따위 등의 범람이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성폭력범죄보도 세부 권고 기준> 실천 요강 등을 살펴보면 n번방과 같은 성범죄 보도의 경우, “성범죄를 유발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기보다는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함몰”되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범죄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악마’ 같은지, 이중적인지 등 대중의 분노에 부채질하고 기사의 트래픽을 높일 부분에만 초점을 맞출 위험이 있는 것이다. 

 

n번방 사건 역시 이런 문제가 반복됐다. 시기별 기사들이 주로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엿보고자 빅카인즈의 기사를 내려받아 명사가 추출된 ‘키워드’ 항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추려봤다. 기사에 관용적으로 쓰이는 단어 등 분석에 불필요한 단어는 제거했다. 이후 최다 빈출 상위 10개 단어를 살펴봤다. 최초 보도가 있었던 주(2019년 11월 10~16일)의 경우 상위 단어는 ‘아동’(71회, 1위), ‘경찰’(57회, 2위), ‘성착취’(41회, 4위) 등이다. 국민일보 보도가 있었던 3월 8일~14일 경우 ‘사진’(59회, 1위), ‘피해자’(51회, 2위), ‘노예’(35회, 4위) 등이 상위에 올랐다. 그런데 박사가 검거되고 난 뒤(3월 15~21일)의 단어를 보면 ‘조씨’(701회, 2위), ‘공개’(698회, 3위), ‘신상’(689회, 4위) 등 조주빈의 신상 공개에 대한 내용이 대표 단어로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박사가 검거되고 난 뒤 대량의 기사가 쏟아졌던 그 다음 주(3월 22~28일)도 마찬가지여서 ‘공개’(5,169회, 2위), ‘조주빈’(4,631회, 3위), ‘신상’(3,616회, 5위) 등이 압도적이었다. 이런 경향은 대상만 바뀌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이 검거돼 다시 기사가 크게 늘었던 5월 10~16일 빈출 단어를 보면 ‘갓갓’(2,344회, 2위), ‘공개’(1,436회, 4위), ‘문형욱’(1,382회, 5위), ‘신상’(974회, 8위) 등이 올랐다. 조주빈이 문형욱으로만 바뀌어 계속되고 있던 셈이다.[표] 


이번 사건의 경우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대중의 목소리가 컸음은 사실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본격적으로 기사가 생산된 뒤에 상위에 오른 단어 다수가 범죄자 신상 공개에 머무는 점은 안타까운 지점이다. 

 

결론을 맺자면, 빅카인즈 활용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결과 언론은 한겨레 보도는 물론이고 국민일보 보도 뒤에도 n번방을 주목하지 않다가 경찰 검거 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낡은 출입처 시스템의 단점이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동시에 이슈가 출입처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경쟁적 보도가 시작된 뒤론 범죄자 신상에 초점을 맞춘 뉴스를 과대 생산하는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 빅카인즈는 199011일부터 기사 작성 시점(2020619일 기준)까지 54개 매체의 6,5357,453건의 기사를 수집 공개하고 있다.
2) <[2019년 제1- 우수상]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 텔레그램 불법 활개-(취재팀 불꽃)>, 뉴스통신진흥회, 2019.9.2,

http://www.konac.or.kr/%ED%83%90%EC%82%AC%EB%B3%B4%EB%8F%84%EB%AC%BC-%EA%B3%B5%EB%AA%A8/?pageid=3&mod=document&uid=902

3) 김완, <[단독]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 한겨레, 2019.11.10,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6496.html 

4) 이정환, <“기사 몇 번 쓰고 끝나겠지”… 타사 좋은 일 시키기 싫은 언론 풍토>, 월간 《신문과방송》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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