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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100회 맞은 <저널리즘토크쇼J>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0-09-01

국내 지상파 유일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 평탄치만은 않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부활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100회는 혹독하게 자신을 쇄신하고 오랜 관행에 맞서며 대중의 눈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미디어 비평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하나둘 셋, 짝!”

허공을 날카롭게 가르는 짝! 소리와 함께 스튜디오는 긴장감에 돌입한다. 성역 없이 권력을 비판하지만, 서로는 비판하지 않는 성역, 언론사 간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죽비 소리. 여기는 일주일에 한 시간 방송되는 국내 지상파 유일의 미디어 비평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저리톡)다. 일요일 밤 9시 40분, KBS <뉴스 9>가 끝나면 55분 동안 한국 언론의 보도와 취재 관행 등을 기자들의 현장 취재와 전문 패널들의 토크를 결합해 비평하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6월 첫 방송을 한 저리톡이 2020년 7월 26일 100회 방송을 송출했다. 국내 최장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었던 KBS <미디어인사이드>1) 폐지 이후 2년 만의 독립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부활은,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평탄치는 않았다. 

2018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국내 지상파 유일의 미디어 비평 <저널리즘토크쇼J>가 100 회를 맞았다. 
<출처 - KBS <저널리즘토크쇼J> 방송 화면 갈무리>


성공적 부활 이끈 혹독한 자사 비평 

2003년 <미디어포커스>로 시작된 KBS의 언론 비평 프로그램은 2008년 <미디어비평>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13년 <미디어인사이드>로 프로그램명을 바꾸고 2016년 4월 강제 종영됐다. <미디어포커스>는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총괄하며 평균 8% 시청률을 자랑했지만, 정권이 바뀌며 방송 시간대 변경,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다룰 수 있는 주제와 비평의 칼끝이 무뎌졌었다. 

2017년 공영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6개월간 이어졌던 KBS 파업 기간, 기자들은 취재 TF, 보도 TF 등 여러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토론하며 변화된 방송의 청사진을 그렸다. 그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혀온 것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부활. KBS 스스로에 대한 비판을 포함해 언론 보도의 나침반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KBS 자사 비판이 유독 부족했고, 성찰적 저널리즘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학계의 평가(심훈, 2019)도 깊게 수렴됐다. 

돌아보니, 저리톡은 100회를 방송하는 동안 KBS 자사 비평을 9번 했다. 홍원식과 김은정(2013)이 분류한 비평 대상 유목으로 따져보면, KBS 자사 비평이 9차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 위주로 다룬 것이 40차례, 신문과 방송 전반이 37차례, 인터넷 5차례, 종편과 지상파가 각각 2차례 대상이 됐다. 지상파나 신문과 방송 전반을 다룰 때 KBS 사례가 들어갔던 것을 제외하더라도 10번 중 1번은 자사를 비평한 셈이다. 대통령과의 대담, KBS 산불 보도, 알릴레오와 김경록 보도, 시사직격 등 혹독한 자사 비평의 잣대는 가장 높은 비평 대상인 보수 신문에 대한 잣대와 다르지 않았다. 

비평 대상에 보수 신문이 가장 많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 신문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생명력은 사라지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그 포털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뉴스는 또다시 보수 신문의 뉴스다. 

‘취재를 취재한다’, 정말 사실이었을까? 

그러나 저리톡이 다룬 100회 아이템을 주제별로 들여다보면, 과거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과 다소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언론의 관행, 구조적 문제, 정파성, 사주의 영향력 등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주제지만, 새로이 등장한 것은 ‘팩트체크’다. 팩트체크가 있어 보이는 키워드여서가 아니다. 실제로 사실이 아닌 것들을 증거와 근거로 나열하는 ‘오보’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8년 9월 저리톡은 중앙일보의 <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이라는 주 52시간 때문에 간장게장 골목이 망해간다는 기사에 대해, 직접 현장을 취재해 해당 사진은 밤 11시가 아니라 새벽 2시(지면), 새벽 3시(디지털용)에 찍은 것을 밝혀냈다. 텅 빈 간장게장 골목 사진은 밤 11시가 아니라 새벽 2시였고, 실제로 만난 상인들은 주 52시간 때문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2020년 3월 감염병 코로나19 보도에 대한 비평도 역시 사실이 아닌 보도를 꼬집었다.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이 충남 아산에 격리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분노하며, 트랙터를 타고 집회에 나서며 “다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 날 죽이려고 그러는 거냐”라고 항의했다는 전형적인 분노 조장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저리톡 기자가 똑같은 현장에서 트랙터 노인을 인터뷰했더니 돌아온 답은 너무도 상식적이었다. “나는 인정을 하긴 해 (교민이) 들어오는 것은. 그러나 (정부가) 상의를 했어야지!” 공포를 끓어오르게 하고, 갈등을 조장한 것은 누구였을까. 인류가 처음으로 직면한 코로나19 위협을 님비(NIMBY)로 취급한 것은 누구였을까. 

주 52시간 때문에 간장게장 골목이 망해간다는 기사 현장을 직접 취재해 해당 사진이 다른 시간대에 찍은 것을 밝혀냈다. 
<출처 - KBS <저널리즘토크쇼J> 방송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보도에 대한 비평을 통해 사실이 아닌 보도를 비평하고 공포와 갈등 조장을 꼬집 었다. 
<출처 - KBS <저널리즘토크쇼J> 방송 화면 갈무리>


‘저널리즘’이 일상용어가 된 한국 사회에서 

“언론은 왜 조국의 딸에 대한 것만 보도하고 나경원의 아들은 보도하지 않나요?” 
“언론은 왜 정부 편만 드나요?” 
“언론은 왜 특정 사실만을 부풀려서 보도하나요?”

인터넷상의 커뮤니티에서는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정파를 가리지 않는다. ‘저널리즘’으로 검색해보면 가장 왼쪽부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커뮤니티 혹은 유튜브 방송에서도 저널리즘을 고민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높다. ‘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일상용어가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 이유가 불신이라는 점은 심히 부끄럽다. 

불신감으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20년 전부터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언론개혁’ 등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언론개혁’이라는 단어는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신문 보도에서 천여 건을 기록했다고 나온다. 

민주화 이후의 언론상(象)이 제대로 서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한 언론개혁은 당시에는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현재 시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연관 검색어는 ‘언론개혁’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바닥을 찍은 언론에 대한 불신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저널리즘에 대한 글을 쓰도록 하고, ‘리포트래시’나 ‘노룩뉴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문제가 되는 기사를 공개하고 기자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저리톡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적 시선을 사로잡았다. 평일 지상파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높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반향도 엄청나다.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했고, 안종필 자유언론상과 민주언론상 본상 등 굵직한 상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 비평을 기자들이 하려고 했으면 대중성을 잡기는 힘들었겠지만, ‘저널리즘’을 일상용어로 쓰는 시민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대화를 최욱, 정준희, 강유정, 정세진 등 패널의 입으로 들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정권에 따른 부침(浮沈)에서 취하는 교훈 

그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당위성에는 동의하나 한국 언론 지형에서 미디어 비평이 정권의 도구적 측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저리톡이 직접 기사를 다시 취재하고, 팩트와 데이터에 근거해 비평하더라도 일부에서는 “편향됐다”라는 주장이 멈추지 않는다. 이는 진보와 보수 정권의 교체에 따라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색깔이 바뀌었던 전력(홍원식·김은정, 2013)도 한몫한다. 미디어 비평이라는 것을 정권 도구적인 성격으로 이미 규정하고 바라보는 시선들이다. 남재 일(2005)은 국내 미디어 비평이 제 기능을 하지 못 한 이유로 자사 이익과 정파성에 의한 악용을 꼽기도 했다. 

그리하여 저리톡은 언론의 정파성이나 논조 그 자체를 비평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기사의 정파성을 보다 선명하기 위해 거들고 있는 근거와 증거들이 진짜 사실인지, 왜곡된 과정을 통해 취재한 것은 아닌지를 따져 묻는다. 비평의 대상도 언론이 생산한 생산물과 그 행위, 즉 보도된 기사나 취재에서 더 넓혀지고 더 깊어졌다. 언론사 조직의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일어났는지(KBS 산불 보도는 무엇이 문제였나), 뉴스룸 내부의 취재와 기사 작성의 관행은 무엇인지, 그러한 관행을 용납해 온 언론계의 규범은 무엇이었는지를 집요하게 찾아내고 묻는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는 비평 지속해야 

2019년 8월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서 시작된 이른바 ‘조국 보도 사태’는 한국 언론의 정파적 극단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그러나 정파성보다 더 심각한 저널리즘의 신뢰도 위기는 바로 ‘돈’이다. 소비자들에게 더 자극적인 뉴스를 남들보다 더 빠르게 먹잇감으로 던지는 행태는 왜곡과 오보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의기억연대 관련 무더기 오보 정정 사태는 극단적으로 ‘돈’과 ‘정파성’이 결합된 보도 형태를 보여줬다. 

보수든 진보든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입장은 차치하고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원칙들을 지켰는지가 저리톡의 비평 기준이다. 더불어 기레기라고 욕먹는 기자들이 싸잡아서 비판되지 않도록, 좋은 보도들을 선정해서 널리 이롭게 하는 것도 저리톡이 지향하는 비평의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상호 비평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서로 간에 발전적인 미디어 비평이 되기 위한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고 김세은 선생의 말을 인용한다. 

“비판받는 사람은 비판에 대한 자기 수용성과 자기 성찰을 높이고, 감정적 대응이 아닌 언론 본연의 장, 즉 충실한 취재와 분석이 있는 기사로 대응해야 한다. 그와 함께 언론사 내부로부터의 노력이 구체화돼야 한다. 이름과 형태는 다양하더라도 저널리즘 의 윤리와 원칙에 어긋나는 보도를 내부에서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 

<저널리즘토크쇼J>의 클로징 멘트는 시즌 1에서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에서 시즌 2를 맞아 ‘언론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이는 시청자에게 던지는 각성의 메시지에서 언론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을 향한 것으로 포괄된다. 

언론사 기자들은 매주 저리톡이 어떤 아이템을 다룰지 궁금해한다. 어느 기사에 문제가 있는지 제보하는 타사 기자들도 적지 않다. ‘조중동을 까기 위한 방송’으로 폄하하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저리톡은 이미 기자들 사이에서 손톱 밑 가시 같은 존재다. 문제가 있는 기사를 쓰다가도, “어, 이거 저리톡에서 다루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취재를 강화하게 됐다면, 그건 대단한 발전이라고 믿는다. 비판을 수용해 자기 성찰을 높이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형태(김세은, 2014)가 바로 저리톡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다. 

더 이상 ‘기레기’ 혹은 ‘기더기’로 불리고 싶지 않다면 뉴스 생산자는 끊임없이 개혁하고 쇄신해야 한다. 100회를 넘어선 저리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1)  2003년 KBS <미디어포커스>는 2008년 <미디어비평>을 거쳐 2013년 <미디어인사이드>로 이름을 바꾸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다 2016년 6월 폐지됐다. 13년 동안 KBS <미디어인사이드>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통틀어 매체 간 상호 비평을 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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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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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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