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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제보는 반갑고도 어려운 숙제와 같다. 취재원에게 받은 정보를 정확하게 검증해 뉴스로 제작하고 이후 사회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해야 한다. 기자들에게 제보는 어떤 의미인지, 지난 3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양순 KBS 기자의 진행으로, 이승환 뉴스1 기자, 신진 JTBC 기자, 원동희 KBS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원석진 MBC 기자는 서면으로 참석했다. 편집자 주
“보안이 핵심인 군 무전기에 중국산 부품이 들어갔다. 작동도 잘 안 된다. 캄보디아에 일하러 간 한국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사람들의 눈을 붙드는 뉴스는 현장의 생동감으로 펄떡이는 기사들이다. 현장을 넘나드는 기자의 모습에 심장이 쫄깃해지고 누군가의 억울함이 해소되면 덩달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힘이 있는 뉴스는 날것의 제보를 촘촘히 검증해 낼 때 생긴다. 기자라면 누구나 기삿거리나 제보를 받고 싶어 한다. 취재원에게 제보를 받고, 이를 검증해서 뉴스로 만들어내는 것은 도자기를 빚어내는 것처럼 지난하고 정교한 작업이다.
현장에서 쉼 없이 제보를 검증하고 뉴스를 제작하는 뉴스1 이승환, JTBC 신진, KBS 원동희 기자가 “제보가 뉴스가 될 때”에 자신만의 노하우와 고민을 나눴다. G1방송에서 MBC로 옮긴 원석진 기자는 서면으로 함께 했다. KBS 김양순 전 워싱턴 특파원이 진행했다.
새벽 6시에 온 수상한 카톡, 제보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승환 어느 날 새벽 6시 반쯤 출입처의 누군가가 카톡을 보냈다. 그런데 삭제됐다. 이거 뭐지? 하는데 잘못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한 일주일 뒤에 또 그렇게 보냈다가 삭제했다.
김양순 새벽 6시에 뭔가 왔다가 사라지면 기자로서의 촉이 오지 않나?
이승환 첫 번째는 진짜 잘못 보낸 줄 알았는데 두 번째는 좀 이상했다. 그분들도 어느 정도 출입처에서 위치가 있는데, 제보를 고민하다 불안했던 거다. 원치 않으면 기사로 쓰지 않겠다 말씀드렸더니 결국 내용을 알려줬다.
김양순 취재원에게 신뢰를 얻은 건데, 그 비법이 있을까.
원동희 내부 제보는 기관별로 친구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그분이 “내가 정말 믿는 기자야”라며 다른 분들을 소개해 주고, 이런 분들이 조직 내부에서 줄 수 있는 제보를 건네줬다. 또, 한 주제로 기사를 많이 쓰다 보면 관련 제보들이 많이 들어온다. 가령 단순 보도자료라도 기사 쓰고, 뉴스 출연을 하면 그걸 보고 제보가 들어온다. 한 번 취재해 본 거니까 더 잘 쓸 수 있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시스템적인 면을 부각한다거나 사례들을 묶거나 비교 보도를 하면서 제보자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다. 기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너는 리딩방만 취재하냐, 너는 왜 성범죄만 취재하냐 그런 경우가 생기는데, 제보가 선순환 구조가 돼서 기사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이승환 일단 가리지 않고 취재원들을 만나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술을 안 좋아하는 것 같으면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이어간다. 마치 소개팅 했을 때 ‘케미(조화나 호흡)’가 잘 맞는 것처럼 서로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다. 이후에는 그냥 ‘우리 밥만 먹자’라고 하거나 점심에 커피만 마시면서도 인연이 이어졌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고, 서로가 속한 조직에서 직업인으로서 ‘되게 괜찮은 사람’이 되면 (신뢰가) 됐던 것 같다.
신진 기자마다 스타일이 있겠지만, 일단 초창기에 굉장히 열심히 돌아다니는 편이다. 만나는 사람의 풀이 넓어야 그 안에서 나와 맞는 사람을 찾고 내년에 또 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앞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괜찮은 사람’이 되면 서로가 알아보는 것도 있고, 갑자기 일이 터졌을 때 “30분만 커피 한잔 할까요”라고 할 수 있는 사이가 된다. 초년생 때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조금 더 용기를 발휘해 다가가면 된다.
원석진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먹통’ 군 무전기 추적 보도를 있게 한 제보자는 군 간부 출신이었는데 넉 달 동안 인터뷰를 주저했다. 설득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내부 고발자인 만큼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지만, 이를 전부 기사화할 순 없다. 충격적인 폭로라고 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제보는 시작일 뿐, 검증 없는 보도는 없다
김양순 귀가 쫑긋 서는 제보가 들어오면 다음은 검증의 시간이다. 모든 제보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신진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분들에게 언론처럼 유용한 도구가 없다. 알면서 서로 주고받는 거다. 줄타기를 잘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취재한 정보를 줘야할 때도 있다. 한번은 이 과정에서 제보자가 우리가 취재한 정보를 본인을 위해 이용한다는 걸 다른 경로로 알게 됐다. 중간에서 취재를 멈췄지만, 이런 것을 판단하기는 평생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환 제보자의 의도를 역으로 틀어서 쓴 적이 있다. 미프진이라는 임신중절약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불법인 이 약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된다는 제보가 왔다. 제보자는 여성들의 불법 거래를 비판하며 제보했는데, 사건팀 기획 회의 과정에서 ‘누가 여성들을 이렇게 몰아냈나’라고 틀어 쓰기로 결정했다. ‘국가적으로 임신 중단 수술 같은 방법에 대한 정책이 없다 보니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정품인지 가품인지도 모르는 상품을 온라인 거래를 통해 사고 있다. ‘여성들도 피해자’라고 썼다.
김양순 제보자는 화가 났나?
이승환 당황한 것 같았다(웃음). 제보가 취재의 시작이었지만, 불법 거래다 보니 검증 과정도 불법에 발을 담가야 했다. 그래서 경찰과 함께했다. 보도와 동시에 경찰에서 수사가 들어가는 형태로.
신진 사건·사고야 눈에 보이고, 쉽게 확인되지만 소비자 고발은 진짜 피해라고 주장을 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애매하다. 피해를 얼마나 오래 호소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필요하면 전문가를 대동해 같이 가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허위 제보가 많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분들이 유사한 의견의 카톡방이나 텔레그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정 언론사를 공격한 것을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 그런 방들이 생겼더라. 그래서 허위 제보를 한다. 제보가 접수되면 욕설을 하고 그걸 캡처해서 자랑한다. AI로 짜깁기 한 제보를 주기도 한다. 물론 판별은 가능하지만 교묘하게 그럴듯한 제보들도 많다. 가령 대통령이 관저에서 체포에 응하지 않고 있을 때 ‘관저에서 뭘 하고 있다, 내가 경호 인력 중 한 명이다’라면서 굉장히 세밀한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그게 가짜였다.
김양순 달콤해 보이는 제보일수록 검증이 쉽지 않다. 최근 원동희 기자는 캄보디아 불법 리딩방, 원석진 기자는 군의 먹통 무전기 단독 보도를 했다. 제보로 시작된 보도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검증했는지 공유할 수 있을까.
원동희 캄보디아 리딩방 제보는 범죄 조직이 한국인을 상대로 리딩방 사기를 벌인다는 거였다. 제보자가 들고 나온 파일을 다 믿을 순 없지 않나. 제보자는 물론, 내부 문건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검증 작업이 필요했다. 파일 안에 리딩방 3기 프로젝트 이름이 있었는데 ‘허리케인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가 실재하는지 확인하고 인터넷 피해자 카페를 찾았다. 문건의 피해자 이름과 카페에 동일 피해자가 있는지 추적했다. 피해자와 접촉할 수 있었고 피해자가 갖고 있는 자료, 가령 조직원들이 보낸 문자, “입금했어요”라는 대화 내역, 이런 것들을 제보자의 내부 문건과 대조했는데 일치했다. 입금 내역과 실제 피해자가 입금했다는 일자, 금액도 동일하게 엑셀에서 증명이 됐다.
원석진 우리 군이 새로 도입한 무전기가 걸핏하면 ‘먹통’이 된다는 군 간부 출신의 제보로 취재가 시작됐다. 무전기를 추적하며 현역 군 간부와 장병들의 실제 사용기를 하나하나 취재해 제보자의 폭로를 상당 부분 검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군 무전기 제조업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했고, 제보자의 익명성을 문제 삼으며 보도의 신뢰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20명 이상의 군 장병 인터뷰를 받았지만, 한 중재위원은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내부 고발자 폭로를 다루는 보도는 여타 보도보다도 철저해야 한다.
이승환 그래서 기자들이 데스크나 게이트키핑 하는 사람들, 팀장이나 부장, 국장을 신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제보를 검증하고 보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데스크가 뭔가 다른 의도가 있거나, 외압을 받았다고 의심하며 신뢰가 무너질 때도 있다. 그런데 데스크 입장에선 이 기사가 나갔을 때의 파장을 생각하게 된다. 기자와 회사가 고소당하거나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더 꼼꼼히 보게 된다. 큰 단독일수록 잘못 나갔을 경우 파장이 더 크다.
김양순 ‘뭉개면 X 된다’고 하는데, 검증한다고 데스크가 시간을 들이다 타사에서 보도가 나가버리면 속이 쓰리지 않나?
신진 그때의 어떤 아픔이 떠오른다. 언제까지 신중해야 하나, 혹은 이걸 쓰는 것이 소탐대실인가, 또 반드시 공익적으로 필요한 일인가, 보도의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보는 게 어려운 일이다. 게이트키핑 얘기를 했지만, 그 판단을 빨리 해주는 게 좋은 리더라는 생각도 든다. 어렵지만 신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맞다.
원동희 기다리고 있다가 타사에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검증이 안 된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타사가 쓸 때는 그 쪽에서도 크게 나가지는 못한다. 그런 사례들을 모아서 제보자에 대한 설득이 이뤄지기도 한다. 우리가 열심히 취재하고 있는데 타사에 접촉해 기사를 내버리면 이렇게밖에 안 된다, 설득하기도 했다.

유튜브 아닌 언론이 할 수 있는 것, 세상을 바꾸는 제보 뉴스의 힘
김양순 제보는 언론사가 만드는 뉴스 중에 가장 자극적인 아이템이다. 누군가의 녹취를 날것으로 퍼 나르는 유튜버들에게 언론사는 밀리기도 한다. 언론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원동희 경찰 정보관들이 유튜버 000 같은 분들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한다. 제보가 하루에 수천 건씩 온다는 거다. 언론사는 밤새 당직 서도 수십 건 밖에 안 오는데… 오죽하면 요즘 시사 다큐멘터리가 재미없어진 이유가 제보가 다 유튜브로 가서 그렇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존에 언론사로 갈 제보가 돈 주는 유튜브로 활성화됐다는 얘기가 있다.
김양순 언론사에서 들어오는 제보들을 소홀히 다뤘기 때문에 유튜버들에게 뒤처지게 된 건 아닌가?
원동희 오히려 제대로 다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언론사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검증이 됐을 때 내보내는데 유튜브는 그대로 나가지 않나. 녹취를 그냥 그대로 틀어버리니 제보자들 입장에선 유튜브, 혹은 제보팀장, 김제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제보하는 게 의도를 실현하기에 훨씬 더 좋은,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승환 같은 의견이다. 유튜브는 사실 검증을 깊이 있게 하지 않고 내버리니, 제보자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억울한 사람이고 이걸 써줄 사람이 저기 유튜브다, 그렇게 된다. 하지만 언론은 언어를 유통하는 업이다. 유통, 많이 할수록 좋다. 그런데 불량식품을 팔면 안 되지 않나.
원석진 우후죽순 등장한 제보 플랫폼은 제보자 입장에선 3,000곳이 넘는 언론사에 한꺼번에 제보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 같다. 하지만 한 언론사가 먼저 기사를 쏘면 정작 열심히 취재해 보려 했던 기자는 김이 빠진다. 제보 내용에 대해 충실한 취재가 이뤄지길 원한다면 신뢰하는 언론사에 제보하는 게 질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다. 그래야만 기자도 제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
이승환 언론이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한 댓글에서 이런 걸 봤다. ‘아니, 유튜브도 아닌 언론이 왜 이렇게 보도하세요?’ 독자와 시청자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건 더 정제되고, 더 정직하고 정교하게 쓰는 것이다. 언론 보도라면 사실이라고 믿을 정도로 더 팩트체크를 많이 하고 원칙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신진 기성 언론이 제보를 잘 다루지 않아 제보자들이 유튜브로 몰려간다는 내용에 일면 동의한다. 사실 제보의 80~90%는 언론이 보기엔 쓸데없는 얘기지만 제보자는 절박하다. 제보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제보를 다루면서 이 부분에 부채감을 항상 느낀다. 버려지는 제보들에 대한 고민. 지금은 없어졌지만, 제보 코너를 하면서 즐거웠다. 시청자의 염원을 그렇게 대놓고 담아줄 수 있는 뉴스가 없지 않나. 제보 뉴스는 존재만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유튜브가 이렇게 성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한탕주의를 위해서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이 소송을 불사하고 검증 결과를 다룰 때는 후속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것이 유튜브와 다른 점이다. 관계 기관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수사를 한다. 그건 당연한 게 아니다. 아주 큰 역할이다. 제보를 잘 만드는 것, 언론사에게는 (시청자와) 소통을 위한 굉장한 도구라고 본다.
김양순 마지막으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원석진 취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 소규모 조직의 일원이거나, 조직 전체가 색출에 나서는 경우가 그렇다. 기자는 결코 어떠한 단서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승환 가끔 기자들끼리 자리를 가질 때 제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제보자는 보호돼야 하고, 그를 유추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라도 노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사건팀장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예민한 사안이라 제보자에게 불이익이나 피해가 갈 수 있는 건은 실명을 밝히지 말고 보고하라고 했다. 제보자, 진짜 보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