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비평]
미디어비평 | 등록일 : 2022-07-29

 



2022년 5월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관련 워싱턴포스트 기사 <출처 -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다소 느긋한 마음이었다. 3박 5일간 정신없는 취재와 기사 작성에서 벗어나 비행기를 타도 14시간은 족히 걸리는 서울에서 타전하는 기사들을 실컷 즐기며 읽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기사가 너무 많았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제목들을 다 클릭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 <외교 정책의 초보자를 시험에 들게 한 바이든 방한(Biden visit tests new South Korean president, a foreign policy novice)>1)이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올라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부인의 패션과 바이든의 동선을 따라다니는 제목 말고 알맹이가 궁금했다.

 

‘뉴스 가치’라는 어려운 문제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보도의 주목도가 높다는 말에 캐서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전 주한 미국 대사는 깜짝 놀랐다.

 

“한국 사람들이 관심이 있나요?”

 

그에게는 의외였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6·25전쟁을 떠올리는 한국인들은 적지 않았다. 러시아 바로 아래 놓인 지정학적 위치, 싸우겠노라며 조국으로 돌아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두에게 우크라이나 뉴스의 가치가 높진 않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해당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타전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한 달 동안만 보더라도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는 보도량과 비중은 국가 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크라이나 뉴스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다루는 한미 양국의 보도를 비교해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새 대통령 취임부터 시작해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이어진 첫 한미 정상회담, 한 달 뒤 미국으로 날아와 열린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 그리고 7월 거의 5년 만에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 지난 두 달간 대한민국의 외교는 쉴 틈 없이 달렸다.

 

이 외교 행사를 미국과 한국 간 보도로 비교해 보긴 쉽지 않다. 우리로서는 국내 뉴스지만, 미국으로서는 국제뉴스다. 국제뉴스의 가치를 상당히 무겁게 보고 있는 미국이지만, 그만큼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미국과 관련 있거나, 미국이 영향을 행사했거나, 미국에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다. 

 

서로 다른 내용 집중한 양국 언론 

 

뉴스량은 당연히 한국 언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바이든 대통령 순방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귀국하기 전날인 5월 24일까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117건과 109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같은 기간(시차를 감안해 5월 19~23일) 16건, 워싱턴포스트는 6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속보체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다른 언론도 비슷했다). 조선일보는 <尹-바이든, 22초 간 손 꼭 잡아...이재용 안내 받으며 삼성 반도체 둘러봐>2), <바이든 “한미 기술동맹 통해 세계 더 발전…삼성 방문 중요한 의미”>3), <尹, 평택 삼성서 바이든 만났다…이재용엔 “진작 왔어야 했는데”>4), 중앙일보는 <삼성 가서 “우리 노동자 최고”…바이든의 ‘기술 깐부’ 활용법>5) 등의 제목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동선에 따른 말 한마디 한마디를 부나방처럼 좇았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뉴욕타임스의 <한국에서 바이든은 아시아를 아우르는 경제 관계를 재건하려 한다(In South Korea, Biden Seeks to Rebuild Economic Ties Across Asia)>6), 워싱턴포스트의 <바이든,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찬양하며 아시아 순방 시작(Biden kicks off Asia trip lauding tech cooperation with South Korea)>7)에서 드러나듯,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은 중국에 대응해 아시아 동맹을 규합하고, 특히 경제적 동맹을 재구축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바이든으로 시작하는 한국 언론과 윤석열 없는 미국 언론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는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117건의 조선일보 보도 중 ‘바이든’이 제목에 들어간 기사는 59건이고, 109건의 중앙일보 보도 중 ‘바이든’으로 시작하거나 ‘바이든’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는 57건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땠을까? 조선일보는 40건에서 ‘尹(윤석열 대통령)’을 제목에 넣었다. 중앙일보는 41건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과 공동 성명을 보도하는 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더 무게가 실렸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기사 본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 비서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도발이 주로 논의됐다. 이는 실제로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기대는 안보 의제의 1순위가 북한이었던 만큼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한 키워드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반도체였다.

 

<바이든, 인도 태평양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매력 공세(Biden’s charm offensive seeks to bolster ties with South Korea, Indo-Pacific>8), <바이든, 경제 계획 지지를 얻기 위해 도쿄 도착(Biden Arrives in Tokyo Seeking to Shore Up Support for Economic Plan)>9)처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둘 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일 양국 방문의 의미를 북한과 경제에서 찾았고, 이에 충실한 보도가 이뤄졌다.


가십 뉴스가 메인 돼서는 곤란해

 

사실 비교 대상이 없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빅 이벤트를 다루는 국내 언론의 모습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뒷이야기에 강하다. <바이든, 김건희 여사 만난 뒤 尹대통령에게 “뷰티풀”>10), <바이든 “尹과 난 married up”…알고보니 김건희 띄운 말>11)처럼 바이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기사화했고, 이를 또 포털 메인에 전송하며 클릭을 유발했다.

 

<美 백악관의 천기누설?…용산 집무실을 “국민의 집”이라 표현>12), <文은 ‘DMZ 철조망 십자가’ 줬는데…바이든, 김정은에 전할 말 “헬로”>13)처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기사도 있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십자가와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에게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은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일부러 둘을 묶어놓은, 그러나 실상은 별 내용 없는 기사도 적

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소소한 가십들을 일절 다루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은 첫 국빈만찬에서 반려동물과 가족 이야기를 통해 유대관계를 맺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네 마리의 개와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으며, 최근까지 백악관에서 최초로 보호견을 키웠다. … 메뉴에는 비빔밥, 만두, 수비드 소갈비가 포함됐다”는 가십을 다룬 것이 전부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양국 정상이 서로 얼굴을 트고, 친해지고,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소소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뷰티풀’이나 ‘결혼 잘했다’가 메인 뉴스가 돼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미국은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을 어떻게 다뤘나

 

미국 언론이 다룬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보도는 어땠을까.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최대 외교 이벤트지만 한국과 미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직접 비교하기엔 사실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면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논란 속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던 외교 이벤트를 어떻게 다뤘을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가 암살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경색됐지만 결국 석유 증산을 위해 먼저 무릎을 굽힌 셈이 됐다.

 

이해 당사자인 워싱턴포스트를 제외하고,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다루며 7월 15일 하루에만 12건의 관련 기사를 송고했다. 대단히 많은 분량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는 장면을 라이브 화면으로 중계했고,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사건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기왕 실리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무엇을 얻어와야 할지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밥’ 집착하는 한국 언론 무엇이 중요할까 

 

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때 가장 큰 관심은 밥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두 끼를 ‘혼밥’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외교적 홀대, 푸대접, 보복”이란 레토릭이 난무했다. 중국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는 데 밥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난해는 코로나19가 극심하던 때였다. 취임 후 우리보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일본의 스가 총리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묘사에 따르면 ‘가련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저녁 만찬을 거절당하고(코로나19 때문에 같이 밥 먹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오찬장에 연출용 햄버거를 달랑 올려놓은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코로나19에 지친 미국인들이 실내 마스크 해제 지침을 내린 때였다. 운이 좋았다. 스가 총리와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크랩 케이크를 마스크 없이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앉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먹었는지, 햄버거를 먹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했을까?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한국 언론을 비교하지 말라고들 한다. 차원이 다르다고. 사실이다. 워싱턴에서 특파원으로서 만나본 미국의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이 하루에 기사를 매일 한 건 이상 쓴다고 하면 냉랭해진다. 저널리즘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저널리즘을 하겠느냐고도 묻는다. 특히 외교 관계를 다루는 국무부 출입기자들은 동선 한 줄, 말 한마디를 갖고 받아쓰는 기사를 쓰지 않는다. 미국 유수 언론의 기사가 긴 이유는 그 안에서 맥락과 사실관계, 앞으로의 방향을 모두 알 수 있도록 쓰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선 그렇게 긴 기사가 읽히지 않는다는 항변도 맞다. 다만, 양보다는 질이,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중한 법이다.

 

 

 

 

 

 

1) Michelle Ye Hee Lee, <Biden visit tests new South Korean president, a foreign policy novice>, Washingtonpost, 2022.5.22,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2/05/22/bidenasia-yoon-south-korea/

2) 손덕호, <尹-바이든, 22초 간 손 꼭 잡아…이재용 안내 받으며 삼성 반도체 둘러봐>, 조선일보, 2022.5.20, https://biz.chosun.com/policy/politics/2022/05/20/3XDEZJPLGNG53HF2QHSXBYXHTE/?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3) 김명일, <바이든 “한미 기술동맹 통해 세계 더 발전…삼성 방문 중요한 의미”>, 조선일보, 2022.5.20,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05/20/QTDRJTZE6VHBHNB36SUX227JH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4) 고석현·김은지, <尹, 평택 삼성서 바이든 만났다…이재용엔 "진작 왔어야 했는데">, 중앙일보, 2022.5.20, https://www.joongang.co.kr/

article/25072862

5) 유지혜, <삼성 가서 "우리 노동자 최고"…바이든의 '기술 깐부' 활용법>, 중앙일보, 2022.5.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2986

6) Kanno-Youngs, Z. & Baker, P., <In South Korea, Biden Seeks to Rebuild Economic Ties Across Asia>, The New York Times,

2022.5.20, https://www.nytimes.com/2022/05/20/world/asia/samsung-biden-asia-economy.html

7) Cleve R. Wootson Jr., Michelle Ye Hee Lee & Seung Min Kim, <Biden kicks off Asia trip lauding tech cooperation with South

Korea>, Washingtonpost, 2022.5.20,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2/05/20/biden-south-korea-japan-trip-china/

8) Seung Min Kim, Cleve R. Wootson Jr. & Michelle Ye Hee Lee, <Biden’s charm offensive seeks to bolster ties with South Korea, Indo-Pacific>, Washingtonpost, 2022.5.21.,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2/05/21/biden-asia-koreajapan-meeting/

9) Zolan Kanno-Youngs, <Biden Arrives in Tokyo Seeking to Shore Up Support for Economic Plan>, The New York Times, 2022.5.22, https://www.nytimes.com/2022/05/22/us/politics/biden-japan-asia-economic-policy.html

10) 손덕호, <바이든, 김건희 여사 만난 뒤 尹대통령에게 “뷰티풀”>, 조선일보, 2022.5.22, https://biz.chosun.com/policy/politics/2022/05/22/L2HREW2EDRCFRGJ4N246BRCKOE/?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11) 배재성·김하나, <바이든 "尹과 난 married up"…알고보니 김건희 띄운 말>, 중앙일보, 2022.5.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3128

12) 김은중, <美 백악관의 천기누설?…용산 집무실을 “국민의 집”이라 표현>, 조선일보, 2022.5.22,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05/22/HMKTEYZLCNCYFELBJTGF6X2IK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13) 손덕호, <文은 ‘DMZ 철조망 십자가’ 줬는데…바이든, 김정은에 전할 말 “헬로”>, 조선일보, 2022.5.22, https://biz.chosun.com/policy/politics/2022/05/22/KFIKAWI4HNCGBE34ODCSN4L3UY/?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김양순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2-07-29
  • 조회수 : 72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