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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더마크업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6-04

더마크업은 미국의 비영리 뉴스 스타트업으로 탐사 보도를 전문으로 한다. 최근 더마크업은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를 진행해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추적하고 있다. 더마크업이 시민과 연대해 밝혀내고자 하는 알고리즘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금 너의 생각은 스스로의 것일까? 알고리즘이 인도한 것일까? 그들의 블랙박스에 들어 있는 알고리즘을 파헤쳐라.” -더마크업

 

우리는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며 ‘푸른 눈의 목격자’ 은유를 즐겨한다. 1980년 그날의 광주를 목격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증언한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 기자는 이제 한국 저널리즘에서 하나의 상징이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론의 사명은 역사의 현장에 서서 보고 들은 것을 치우침 없이 보도하는 데 있었다. 지금도.

 

그런데 언제까지 이 고전적인 목격자라는 ‘밥줄(bread and butter of work)’에만 매달릴 거냐고 분연히 나선 이들이 있다. 미국의 비영리 뉴스 스타트업 더마크업(The Markup)이다. 줄리아 앵윈(Julia Angwin)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블랙박스 알고리즘으로 대중이 어떤 뉴스를 소비하도록 지시합니다.”

 

오월의 광주나 2021년의 미얀마는 눈으로 보고 발로 뛰고 기록할 수 있다. 목격자의 저널리즘이 작동하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스마트폰 안에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은 누가 목격할까? 개인화된 알고리즘 속에서 파편화된 정보를 목격한다고 해서 뭐가 문제인지조차 알 수 있을까?

 

그들의 블랙박스에 들어 있는 알고리즘을 파헤쳐라. 더마크업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알고리즘의 문제를 감시하다니, 너무 거대 담론이잖아?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페이스북 피드에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포스트만 보였다. 평소 통찰력 있는 글을 올려 자주 읽게 만드는 사람이거나 삶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이들의 포스팅이 주로 타임라인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외 다른 수많은 ‘친구’들은 내 타임라인에 ‘배열’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혹은 사고하는지는 알 수 없게 됐다. 페이스북이 내게 제공하는 ‘맞춤형 알고리즘’은 나도 모르는 새 ‘내가 선호하는 무의식의 세계’로 나를 ‘가두리양식’하고 있었다.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페이스북의 가두리양식이 딱히 맘에 들었던 건 아니지만, 귀찮았다. 안 보이는 친구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글을 한동안 열심히 눌러줘야 가두리양식장이 좀 넓어지겠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어서 말았다.

 

이 고백을 하는 이유는 더마크업의 최근 프로젝트가 페이스북의 가두리양식에 반기를 든 것이기 때문이다.

 

“나만 이 뉴스를 자꾸 보게 되는 건가?”, “내가 여성이어서 자꾸 이 광고가 나에게 보여지나?” 하는 궁금증. 더마크업은 어떻게 촘촘히 발라내고 있을까.

 

Case 1. 미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페이스북이 부추긴 당파성

 

- 2021년 1월에 치러진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당시.

-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선거 관련 뉴스보다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른 자극적인 홍보물을 훨씬 많이 보게 됐음.

- 페이스북은 온갖 가짜뉴스와 음모가 횡행하는 2020년 미 대선 당시 선거 관련 확인되지 않은 홍보물은 뉴스피드에서 걸러내겠다고 선언.

- 그러나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이같은 통제 시스템(알고리즘)을 꺼버림.

-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는 2석 싸움이었지만, 이를 얻는 당이 다수당이 되는 구조여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음. 즉, 대선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짜뉴스와 음모가 횡행했음.

- 페이스북이 통제 알고리즘을 끈 결과, 사람들의 뉴스피드에는 CNN, ABC, 뉴욕타임스 등 기성 언론의 선거 관련 뉴스나 포스팅 대신 “공화당에 표를!”, “워녹(민주당 후보) 채널” 등 당파적인 포스팅이 우선적으로 표출되는 결과를 가져옴.

- 페이스북을 주로 보는 나는, ‘선거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고, (공화, 혹은 민주) 놈들은 악질이군’이란 결론에 이르게 됨.

- 어쩌다 이런 일이? 페이스북이 말을 안해서 알 수 없지만, 광고 비용 때문이 아닐까 추정. 선거 광고는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후보 한 명이 쓴 돈은 10억 정도) 페이스북은 가짜 정보를 보여주는 대신 정정당당하게 선거 광고비를 챙긴 것.

 

Case 2. 왜 내게 이 광고가 뜨는 거지?

 

- 미국 캘리포니아의 법은 광고함에 있어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

- 예컨대 신용카드 광고를 20대(돈이 없잖아)에게 안 보여준다거나, 주택담보 대출 광고를 40대에게만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은 불법.

- 페이스북도 예외는 아님.

- 그런데 특정 신용카드들이 특정 연령대의 타임라인에서만 눈에 띄는 것을 발견.

- 정말? 1,800명 패널의 뉴스피드를 보니, 2021년 3월 16일부터 2021년 4월 21일까지 기간 동안 91개의 특정 광고가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뉴스피드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됨.

- 광고사들은 ‘몰랐다’며 항변하고 페이스북은 ‘침묵’.

- 더마크업 보도 일주일 뒤, 페이스북은 사과하고 연령 차별적인 신용카드와 대출 광고를 모두 삭제함.

- 비슷한 사례로, 특정 제약회사의 광고가 특정 질병을 앓거나 해당 증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표출된다는 것을 입증.

- 패널들의 페이스북 피드를 들여다본 결과, ‘유방암의 날’ 포스트에 ‘좋아요’를 클릭했거나 ‘산소’라는 단어에 반응한 사용자들에게 각각 암과 폐 질환 약 광고가 피드에 나타남.

 

Case 3. 반쪽짜리 ‘창’…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둘로 쪼개진 세상을 선사한다


- 트럼프 지지자와 바이든 지지자가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보는 미디어는 어떻게 다를까?

- 여성과 남성이 페이스북에서 보는 언론사는 같을까, 다를까?

- 밀레니얼과 베이비부머가 쓰는 해시태그는 뭐가 다를까?

- 결론은 다 다르다.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themarkup.org/citizen-browser/2021/03/11/split-screen?feed=millennial_boomers 

 

과학수사 기법 사용한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

 

알고리즘의 블랙박스를 완전히 꺼내든 건 아니지만(그건 내부자도 모를 듯)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지 실체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데는 ‘목격자’가 과학적으로 활용됐다. 이른바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 말 그대로 시민들의 브라우저-웹 화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더마크업이 고안해낸 저널리즘의 새로운 증거 수집, 감시 방식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 어떤 뉴스와 내러티브가 증폭되거나 억제되는지,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도록 권장하는지 등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개발한 맞춤형 웹 브라우징 앱으로, 일종의 확장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 애플리케이션 <출처 – 필자 제공>

 

 

이 앱을 설치하면 더마크업은 사용자에게 연령과 성별 등을 묻고, 페이스북과 유튜브 화면에 로그인하도록 한다. 그럼 끝. 해당 사용자가 로그인한 페이스북 피드에 뜨는 뉴스피드를 더마크업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는 모두 제거한다. 그러면 어떻게 상관관계를 파악할까? 더마크업과 패널 계약을 맺을 때 본인이 직접 써낸 연령, 성별, 취향, 당파성, 거주지 등의 정보에 근거해서 개별 식별번호를 매겨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거다.

 

누가 자신의 브라우저를 공개할까?

 

사실 브라우저를 공개한다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용해 로그인한 소셜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공유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미 48개 주에서 2,500명가량의 패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비용이 지급된다. 비용 지급에 대해 더마크업은 이렇게 말한다.

 

“자원봉사자나 자발적 참여자를 원한다면 모두 ‘민주당’ 이거나 ‘LGBT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태반이다. 비용을 지급함으로써, 다양한 패널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비용 지급이 가능한 이유는 더마크업이 미국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 list) 창업주로부터 펀딩을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 언론사기 때문이다.

 

 

남성 vs. 여성에게 페이스북이 추천하는 그룹 <출처 – 필자 제공>

 

 

그런데 더마크업 처음 들어보는데, 영향력이 있나?

 

솔직히 미 언론에서 보기 힘들다. 미디어 전문지에도 이런 매체가 생긴다는 소식(2018년)과 시민 브라우징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2020년)가 등장했을 뿐 딱히 이렇다 할 찬사는 아직 없다. 편집장인 줄리아 앵윈이 월스트리트저널과 프로퍼블리카에서 열일하는(열심히 일하는) 탐사 전문기자였던 데다, 기술 권력을 감시해온 탐사 전문 매체는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언급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소구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더마크업은 딱히 대중을 노리는 것 같진 않다. 일단 글쓰기 자체가 미국 언론인들의 세련되거나 술술 읽히는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건조하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풀어놓는 방식이다 보니 대중적으로 빠져들어 읽게 되지도 않는다. 한국 기자들 표현으로는 딱히 ‘야마(글의 핵심)’를 잡아서 쓰지 않는 것도 눈에 띈다. 이름 그대로 철저하게 증거를 마크업(디자인에서 점점이 도트를 따라 박아서 선을 만드는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재미있는 건 더마크업이 분석한 내용으로 미 의회에서 질문이 간혹 나온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의원이나 미 하원 상무위원회에서 테크 기업을 소환해 질문을 던질 때, 더마크업의 기사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오히려 대중이 여론을 형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입법가들을 공략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걸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더마크업은 후속 보도를 꽤 하는 편인데, 1)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사를 쓰고 2)의회에서 문제 제기된 발언을 또 쓰고 3)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어떻게 조처했는지 다시 쓰는 방식이다.

 

이 과정이 모두 하이퍼링크로 잘 연결돼 있어서 어떤 기사를 먼저 보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순서도처럼 그림을 그려 순차적으로 기사를 연결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우리는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이 주로 정파적으로 이뤄져 왔다. 연구자들이 알고리즘을 역으로 만들어 분석해보기도 했고, 네이버나 다음이 배열하는 뉴스들을 30분 간격으로 수집해 알고리즘을 역산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틀은 정파적으로 이뤄졌다. 진보에 우호적인지, 혹은 보수에 우호적인지. 대부분 선거 국면에서만 활용돼온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전통적 언론사들의 게이트키핑과 어젠다세팅은 눈에 훤히 보였다. 신문 1면에 실렸고 메인 뉴스에서 방송됐다. 우리는 그들의 결정이 뭐고, 그 결과가 뭔지 다 알게 됐다. 그러나 알고리즘 게이트키퍼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 다른 뉴스피드를 보여준다. 그래서 딱히 이렇게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무엇을 증폭시키겠다고 선택하고 있나?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배제하기로 선택했나?”

 

더마크업은 이게 우리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들의 행위를 볼 수 없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더마크업은 가능할까? 시민 브라우징 프로젝트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진실과 투명성을 위해서, 비용을 받으며 자신의 브라우저를 공유할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네이버, 카카오의 맞춤형 뉴스 제공 방식도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한 프로젝트겠지만, 더마크업은 깃허브에 자신들의 데이터와 코드를 거의 모두 공개해놓고 있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일은 아니다. 뉴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한다.

 

가두리양식은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는 참 쉬운 일이다. 입맛에 맞는 먹잇감만 제때 제공하면 되니까. 가끔 별미 간식도 줘가면서. 하지만 누구도 가두리양식을 당하는 붕어가 되고 싶진 않을 거다. 특히 몸이 아니라 뇌가, 마음이 가두리양식을 당하면 그게 오래되면 참사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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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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