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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카인즈] 빅카인즈로 보는 아동학대 보도
빅카인즈 | 등록일 : 2021-03-09

가엾은 죽음으로 ‘정인이’는 이제 모든 국민이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우리 언론은 이 충격적인 사망 사건을 어떻게 다뤘을까? 더불어 지난 수십 년간 아동학대 관련 보도 사례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1)를 통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어린 정인이가 학대 끝에 숨진 사건은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애달픈 죽음을 추모하는 ‘#정인아미안해’ 해시태그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고 가해자를 향한 비난은 폭발했다. 부실 수사에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고, 아동학대 신고 접수 즉시 수사토록 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번개같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큰 충격을 언론은 어떻게 다뤘고 나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동학대에 대한 보도는 어땠을까?

 

빅카인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인이 사망 관련 최초 뉴스는 지난해 10월 14일 <응급실 실려온 16개월 아기 사망…온몸에 멍투성이>라는 제목의 SBS 기사다. 정인이는 전날 낮 12시께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와 응급조처에도 결국 숨졌고, 의료진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과거에 이미 여러 번 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이날 이후 본 뉴스 수집 시점(2월 16일)까지 빅카인즈에 등록된 이 사건 관련 뉴스의 일간 추이는 [그림 1]과 같다. 검색어는 ‘(16개월 AND 사망 AND 학대) OR 정인이 OR 정인아 NOT 이근’으로 했다. ‘NOT 이근’이라는 식이 포함된 이유는 ‘가짜사나이’ 등의 유튜브 영상으로 알려진 이근 해군 예비역 대위가 배우 ‘정인아’ 씨 사망 관련 뉴스로 여러 번 언급됐기 때문에 해당 뉴스를 검색에서 빼기 위해 넣은 것이다. 해당 기간 총 보도 건수는 3,303건(중복 기사 등 제외)이다.

 

 

[그림 1] 정인이 사망 사건 관련 기사 추이 (단위: 건)

 

차트를 보면 이 사건은 지난 1월 3일부터 보도가 크게 늘기 시작해서 1월 6일 383건의 뉴스가 쏟아지는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를 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뉴스가 급증했던 1월 13일(282건)은 양어머니 장 아무개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고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한 날이다. 이런 양상은 1월 2일 이 사건을 집중 조명해 방영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이는 왜 죽었나?’ 편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 프로그램이 공분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제작진이 단순히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방송 예고 시점부터 SNS를 통한 ‘정인아 미안해’ 추모 챌린지를 제안하는 등 능동적으로 이슈 만들기에 나섰단 점이다. 이 챌린지에 방탄소년단(BTS) 지민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과 정치인 등이 동참해 소셜네트워크에 게시물을 노출하고 언론이 이를 뉴스로 재생산하면서 이슈는 더욱 증폭됐다.

 

가해자 응징에 초점 맞춘 보도

 

정인이 사건 보도 내용 전반은 어땠을까? [그림 2]는 빅카인즈가 검색 결과 정확도 상위 100건의 뉴스를 이용해 검색어를 중심으로 그린 관계도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관련된 단어가 두드러진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최대 비중(동그라미 크기)의 단어가 ‘검찰’인 점을 비롯해 ‘공소장’, ‘변호인’, ‘경찰관’ 등이 그렇다. ‘정인이’ 외에 유일한 인물로 등장하는 ‘신혁재’도 재판 중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의 부장판사 이름이다. ‘아동복지법’이란 단어는 맥락이 달라 보이지만 해당 기사를 들여다보면 아동복지법에 ‘대해’ 다루기보단 범죄기사에 등장하는 ‘○○법 위반’이라는 관행적 문구로 아동복지법이 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 2] 정인이 사건 기사의 관계도

 

 

 

빅카인즈에서 정확도 상위 1,000개 기사로 말구름(워드클라우드)을 그려봐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그림 3] ‘살인죄’, ‘살인 혐의’, ‘국민적 공분’, ‘장씨’(양모의 성) 등 가해자 응징과 관련된 단어가 다수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기고 칼럼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 양태에 대해 “문제의 원인을 손쉽게 개인으로 귀속시킴으로써 문제적 개인을 사회에서 ‘격리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 관련 뉴스 하나하나가 국민 관심을 끈 큰 이슈였기 때문에 처벌 절차 단계마다 기사를 쓸 유인이 강했으리란 점을 감안해도, 그런 뉴스가 압도하고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제도적 모색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쉬운 일이다.

 

[그림 3]에선 오히려 아동학대 보도에서 피해야 할 것으로 거듭 지적돼 온 가해 상황에 대한 묘사와 관련된 단어가 주요 키워드로 올라 있기도 하다. ‘온몸’, ‘응급실’ 등과 같은 단어들이 그렇다. 이 밖에 시민의 정인에 대한 이어지는 추모 반응을 전하는 단어들(정인의 묘가 있는 ‘하이패밀리 안데르센’이나 ‘시민들’ 등)도 눈에 띈다.

 

 

[그림 3] 정인이 사건 기사의 말구름

 

 

이런 결과는 ‘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사건 보도 권고 기준’을 보면 “피해자나 가해자 위주의 아동학대 사건 지칭을 말아야”한다고 권고하는데, 이번 사건 경우 피해 아동이 이미 숨을 거둔 상태에서 이슈가 됐고 정인이란 이름이 입양 전의 이름이기도 하면서 많이 지칭된 면이 있다. ‘정인’을 빼고 ‘아동학대’로 같은 기간의 뉴스를 살펴보면 어떨까? ‘정인’의 경우 보다 두 배가량 많은 모두 6,096개의 뉴스가 나오는데 말구름을 그려보면 [그림 4]와 같다. ‘정인’, ‘양부모’ 등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 중심 보도의 경향이 보이긴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주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앞서 경우와 사뭇 달라 보인다. 그런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인용된 뉴스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실상은 좀 달랐다. 현황과 대안을 진단하는 보도가 없진 않지만, 대다수는 이 이슈가 터진 와중에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개소했다’거나 ‘어느 도지사가 기관을 방문했다’거나 하는 내용의 홍보성 기사다. 이런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 각 지자체가 대응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언론이 그 홍보 자료를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림 4] ‘아동학대’ 검색 기사로 그린 말구름

 

 

1990년대부터의 아동학대 보도 양상

 

범위를 확대해 빅카인즈가 최초 기사를 수록하고 있는 1990년 1월 1일부터 올해 2월 16일까지 ‘아동학대’ 뉴스 보도 양상을 살펴봤다. 빅카인즈가 해당기간 중간에 누락 없이 모든 기간 동일한 조건으로 뉴스를 보유하고 있는 매체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부산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전북일보, 중부매일,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0개다. 이 매체들만 한정해 검색했다. 기사량의 규모가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해 늘 있는 뉴스인 ‘교통사고’를 검색했을 때 결과와 비교해 그린 차트는 [그림 5]와 같다.

 

 

[그림 5] ‘아동학대’와 ‘교통사고’의 기사량 추이

 

 

우선 아동학대 문제가 비교적 근래에야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단 점이 눈에 띈다. 2013년 전까지 언론은 ‘아동학대’ 관련 보도를 별로 다루지 않았다. 10개 매체를 합한 월간 기사의 숫자가 보통 한 자릿수에 그친다. 그러나 2013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교통사고’와 비교해도 상당 비율이 될 정도가 됐고, 지난달을 포함해 큰 사건이 터진 시기에는 추월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동학대 문제가 이 시기 들어 갑자기 늘었다고 보긴 어려우므로 이는 대중의 관심이 점차 높아진 점을 반영한 결과라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지난 31년간 ‘교통사고’의 총 기사 수는 11만 7,913개, ‘아동학대’는 1만 4,379개였다. 지난 30여 년 사이 처음으로 ‘아동학대’ 관련 기사가 세 자릿수(127건) 이상 나오며 언론상의 사회문제로 부상한 때는 2013년 5월이다. 이 시기 문제는 어린이집 학대였다. 부산 공립 어린이집을 비롯해 충북 제천, 서울 서대문구 등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잇따라 불거진 달이다. 1년 뒤인 2014년 4월에는 가정 안에서 벌어진 아동 상대 끔찍한 폭력이 큰 충격을 던졌다. 경북 칠곡의 의붓딸 학대 치사 사건이다. 당시 의붓어머니는 숨진 동생의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자 허위 진술까지 강요했는데 이 사건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 전 아동학대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된 시기는 2015년 1월(기사 718건)이다. 다시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학대가 문제였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행사한 폭력인데, 맞은 아이가 멀리 나가떨어지는 폐쇄회로텔레비전 장면이 방송 뉴스 등을 타면서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6월엔 ‘천안 가방 감금 살인’ 사건에 많은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그림 6]은 31년간 아동학대 기사를 바탕으로 그린 관계도다. 앞서 분석 대상 매체 가운데 중부매일은 특정 지자체장에 대한 과도한 기사가 분석에 영향을 미쳐서 제거했다.

 

 

[그림 6] 지난 31년 ‘아동학대’ 기사 관계도

 

 

우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연계된 ‘아동복지법’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온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전담 공무원’ 등 대체로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그림이 형성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정 사건 시점이 아닌 30여 년간의 전체 기사에서 키워드를 뽑았을 때 이런 관계도를 그린 것은 그래도 대응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왔다는 긍정적인 점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림 7]은 같은 기사를 바탕으로 주요 키워드를 뽑아 말구름을 그린 것이다. 관계도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라면 ‘어린이집’이 매우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단 점이겠다. 빅카인즈의 관계도와 말구름은 구성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관계도는 검색어와 관련성 높은 상위 100개 기사를 바탕으로 그리지만, 말구름은 상위 1,000개 기사를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따라서 말구름이 관계도의 10배 되는 기사 텍스트를 바탕으로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더욱 다수의 기사를 활용한 말구름을 보았을 때 지금까지 ‘아동학대’ 보도는 가족 안 폭력보다는 어린이집이라는 가족 밖 공간의 폭력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림 7] 지난 31년 ‘아동학대’ 기사 말구름

 

 

가정보다 어린이집에 초점

 

덧붙여 보수 성향으로 구분되는 중앙일보와 진보성향으로 구분되는 한겨레의 31년 치 기사에 대한 관계도도 비교해 봤다.[그림 8] 둘 다 ‘보건복지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같지만 ‘보건복지부’ 주변 네트워크를 보면 중요한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영유아보호법’이 주요 키워드로 중요 위치에 있지만, 한겨레는 ‘아동복지법’이 중요하게 연결돼 있으며 또 중앙일보에 없는 ‘아동학대처벌법’ 노드가 있다. 아동복지법은 1961년 제정된 아동의 복리에 대한 기본 성격의 법인 반면 영유아보호법은 1991년 제정된 보육 시설의 확대와 관리를 위한 목적이 강한 법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 대상 학대에 대한 보다 엄격한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런 바탕에서 보면 중앙일보는 아동학대를 주로 보육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다뤘지만, 한겨레는 아동의 행복을 해치는 범죄라는 관점에서 다뤄온 경향이 엿보인다고 하겠다. 앞서 10개 매체 말구름에서 본 것처럼 국내 보도 전반은 ‘어린이집’ 쪽에 더 비중이 실려있다.

 

 

[그림 8]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관계도 비교

 

 

끝으로 보건복지부가 2018년 낸 ‘아동학대 사건 보도 권고 기준’에서 경계하는 보도 행태 가운데 하나가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다. 사건 묘사에서 ‘계모’나 ‘양부모’와 같은 가족 특징을 부각함으로써 그런 가정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9]는 지난 31년 동안 ‘아동학대’ 기사에서 ‘계모’란 표현이 쓰인 기사의 수를 살펴본 것이다. 두 지점이 단연 눈에 띈다. 2014년 4월과 2020년 6월이다. 2014년 4월은 ‘칠곡 학대 치사 사건’ 보도가 집중된 달로 136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6월은 ‘천안 가방 감금 살인’ 사건이 부각된

달인데 119개의 기사가 나왔다. 기사 숫자만 보면 지난해 6월이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전체 기사 숫자를 안배해서 보면 그렇지 않다. 2014년 4월 총 기사 수는 7만 9,512개, 지난해 6월 6만 9,326개로 이 숫자로 나눠 각 달의 ‘계모’ 기사 비중을 계산하면 근소한 차이지만 지난해 6월이 오히려 높다. 다만 기사를 단어 단위로 잘라서 보면 2014년 4월 ‘계모’ 단어 수는 578개인 반면, 지난해 6월은 285개로 많

이 줄어들긴 했다.

 

 

[그림 9] 아동학대+계모 기사 수 추이 (단위: 건)

 

 

종합하면 아동학대에 대한 보도는 2013년 들어서야 비로소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는데 ‘정인이 사건’은 보도량 측면에서 정점에 있는 사건이었다. 과거 아동학대 보도 전반을 보자면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학대보다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학대에 주로 초점을 맞춰온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면에서 언론은 여전히 사안을 가해자에 대한 응징 위주로 다루는 한계를 드러냈다. 편견 조장 측면에선 개선된 편이지만 아직 미흡하다 하겠다.

 

 

 

 

 

 

 

1) 빅카인즈는 1990년 1월 1일부터 기사 작성 시점(2021년 2월 18일 기준)까지 54개 매체의 6,976만 8,531건의 기사를 수집·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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