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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위변조 뉴스, 언론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4-08

점점 정교하고 계획적인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 언론사도 피해를 보고 있다. 기성 언론의 이름을 대놓고 표방하며 확산하는 날조 기사에 해당 언론사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위변조 뉴스 사례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조작되기 전 연합뉴스의 2020년 신년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허위 정보의 확산 방식이 더 교묘해졌다. 형태와 출처가 불분명한 찌라시(증권가 소식지)에서 기성 언론사의 기사로 변화하며,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한층 어려워졌다. 이제 언론사는 떠도는 말 중 사실인 것만 골라내 전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들이 자사 이름으로 사람들 사이에 돌고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 1월 21일, 한 장의 사진이 SNS를 달궜다. 기자회견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 “대통령님, 말문 막히시면 원론적인 답변부터 하시면서 시간을 끌어보십시오”라는 문구가 나와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해 연합뉴스의 신년 기자회견 사진을 조작한 것이었다. 원본 사진에는 모니터에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구체적 목표는?”이라고 기자가 한 질문의 요약 문구가 나와 있었다.

 

 

조작된 연합뉴스 사진(일부) <출처 - 필자 제공>

 

 

사실 연합뉴스는 지난해 더 심각한 사건을 경험했다. 4월 총선 약 한 달 전, 연합뉴스의 로고와 함께 <긴급속보: 2020년 3월 7일 0시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행정명령으로 조선족은 1개월만 거주하면 주민증, 선거권 발급(종합2보)>라는 제목의 완전한 날조 기사 이미지가 유포됐다. 2월에는 연합뉴스 로고와 ottoke@yna.co.kr라는 가짜 이메일을 사용한 <[일반][속보] 문 대통령, 코로나19 확진 양성>이란 제목의 허위 정보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기도 했다.

 

2월 중순께 파이낸셜뉴스가 겪은 사건에 비하면 양반일런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시기와 접종 약제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을 당시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보배드림 등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 총리 “코로나19 백신 접종 내달 26일부터 시작…접종 거부 시 긴급 체포”>라는 파이낸셜뉴스의 기사 화면을 캡처한 듯한 이미지가 확산했다. 개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완전히 조작된 이미지였지만 파이낸셜뉴스의 로고가 버젓이 포함돼 있었기에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해당 언론사의 몫이었다. 실제로 당시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에는 이 이미지를 실제 기사로 오해한 사람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1)


 

파이낸셜뉴스 이름과 로고를 도용한 날조 기사 이미지 <출처 - 필자 제공>

 


기성 언론 이름 도용한 감쪽같은 날조 기사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8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캠프의 팀 머토(Tim Murtaugh) 대변인은 트위터에 <고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된 2000년 11월 8월 워싱턴타임스 1면 사진을 올렸다. 그는 여기에 “언론이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사진”이라는 말을 붙이며 당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보도는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2000년 미 대선 직후 언론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지만 결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지 W. 부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던 것처럼 결국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메시지였다. 하지만 머토 대변인이 인용한 사진 역시 조작된 것이었다. 해당 날짜의 워싱턴타임스 1면에는 ‘부시 대통령’이란 헤드라인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조작된 사진으로 국민을 호도한다는 신문사 측의 즉각적이고도 맹렬한 비판을 받은 머토 대변인은 별다른 해명조차 없이 슬그머니 트윗을 삭제했다.

 

 

팀 머토 대변인이 트위터에서 인용한 조작 이미지와 워싱턴타임스의 반박 <출처 – 워싱턴타임스 트위터 화면 갈무리>

 

 

이들 사건에 이용된 날조·변조 기사나 이미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성 언론사의 정확한 로고나 명칭을 내세우는 동시에 일반적인 기사 형식을 상당 부분 준용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날조 기사를 진짜인 것으로 믿게 하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실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허위 정보들의 대표적인 형식은 바로 ‘증권가 정보지(찌라시)’ 내지는 ‘언론사 정보 보고’였다. “A가 모월 모일 B와 만나 OOO를 하기로 함. 동석했던 C도 참여를 권유받았으나 현재 받는 경찰 수사 때문에 거절함”과 같이 3~4개의 개조식 문장이 묶인 형태다. 취재했거나 정보를 정리한 곳이 어디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어딘가 비밀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이런 형식은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어떤 사람들은 권력에 나보다 더 가까이 있는 사람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찌라시를 믿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출처도 없고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정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쓰레기 취급했다. 하지만 언급한 사건 속 위조·변조 기사는 작성 주체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 일반적인 뉴스 이용자는 한눈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름이나 로고를 도용당한 언론사가 수십 년간의 업력을 통해 쌓아온 평판이나 신뢰도까지 등에 업고 사람들을 속이려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포털을 통해 대부분의 뉴스 소비가 일어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 뉴스를 가장한 허위 정보, 즉 ‘페이크뉴스(fake news)’ 2)의 유통은 대개 ‘페이크뉴스 사이트(fake news site)’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취재를 아예 하지 않거나, 취재하더라도 공정성이나 객관성과 같은 저널리즘 가치와는 벽을 쌓은 채 홈페이지의 형태와 명칭, 생산되는 콘텐츠의 형식만 기성 언론사의 것을 따온 유사 언론이 페이크뉴스 사이트다. 이런 사이트는 허위나 날조 정보를 쏟아내 사람들을 호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뉴스 이용자들이 웹사이트의 이름만 보고도 곧바로 정보를 폐기하거나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작성 주체 자체에 어느 정도 진위 판단의 여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영화 제작자 알렉스 존스(Alex Jones)가 운영하는 ‘인포워즈(Infowars)’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9.11 테러 배후로 미국 정부를 지목하는 등 온갖 음모론과 극우 성향의 허위 정보를 유통하다가 결국 2018년 페이스북, 유튜브, 애플, 스포티파이 등 대표 IT 기업 플랫폼에서 차단당했다. 공식적인 토론이나 발표 석상에서 인포워즈를 인용하는 것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물론이다.

 

강한 정치색을 드러내는 허위 정보

 

하지만 언급한 사례들은 기성 언론사의 이름을 방패 삼아 페이크뉴스 사이트가 남겨놓았던 일말의 진위 판단 근거조차 없애버렸다. 뉴스 이용자들은 형식이 아닌 내용 분석을 통해서만 정보가 거짓일 가능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게 됐다. 찌라시나 페이크뉴스 사이트에서 유포되는 허위 정보보다 한층 교묘하고 악랄한 형식이다.

 

이런 유형의 허위 정보의 다른 공통점은 모두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팀 머토 대변인의 경우도 트럼프 재선 캠프의 정치적 정당성을 강하게 설파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국내 사례와 별로 다르지 않다. 기성 언론사의 이름을 도용하는 이유 역시 이런 의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이름을 빌린 날조 정보의 사례가 늘고 있다. 통신사의 짧은 속보 형식이 장문의 기사보다 날조하기 쉽기도 하지만, 조선일보나 한겨레같이 강한 정치색을 띠는 언론사보다 상대적으로 무색무취인 국가기간통신사의 기사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문제는 언론사가 이런 유형의 기사 위조·날조에 대응할 똑부러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사 형식의 허위 정보를 최초로 작성한 사람을 파악할 수 있으면 고소·고발에 나서겠지만 정보의 원본과 작성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합뉴스는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허위 정보를 게시한 세 명과 조선족 선거권 발급 허위 정보 게시자 두 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 기자회견 사진 조작에 대해서는 트위터를 통해 해당 사진이 연합뉴스와 무관하며, 사진 유포에 주의해달라는 공지만 내보냈다. 파이낸셜뉴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이미지가 조작된 것임을 알린 데 이어 이미지 최초 제작·유포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이 인물이 법정에서까지 특정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날조·변조 기사의 유포는 유포자가 허위 정보임을 모르고 있었다면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하기가 더 어렵다. 그리고 최초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처벌이 저해된 언론사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회복해주지도, 허위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저열한 허위 정보, 이용자도 가려내야

 

안타깝지만 공은 다시금 언론사와 뉴스 이용자로 넘어온 듯하다. 언론사는 자사 기사와 자사 기사에 대한 뉴스 이용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뉴스 이용자들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반응이나 뉴스 수용 형태가 나타났다면 왜 그런 반응이 나타났는지를 빨리 파악하고, 만일 그러한 반응이 날조·변조된 자사 기사 형식의 허위 정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즉시 사실과 허위 정보가 무엇인지 고지함으로써 허위 정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언론사는 워싱턴포스트의 아크(ARC)와 같이 실시간 독자 분석이 가능한 통합 콘텐츠관리시스템(CMS)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모든 거래(기사의 작성과 수정, 배포) 내역을 장부에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언론사가 아닌 곳에서 날조하거나 변조한 기사가 플랫폼 차원에서 유통되지 않게 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 이용자들은 현재 뉴스와 정보, 허위 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더욱 신중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전파해야 한다. 사실, 언급했던 국내 사례들은 잠깐만 생각해 봐도 말이 되는 구석을 찾을 수 없는 저열한 수준의 허위 정보들이다. 기자회견 조작 사진은 2021년에 마스크 하나 없이 기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부터 이상하고 파이낸셜뉴스 사례의 경우 고작 백신 안 맞는다고 체포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정도의 큰 사건에 대한 정보는 한 언론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비교해가며 종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뉴스를 접했을 경우 실제로 그러한 뉴스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뉴스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SNS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과 실제 뉴스의 내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진짜로 확신할 수 있는 정보와 뉴스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 일인 동시에, 개인 차원에서는 허위 사실의 유포로 인한 송사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1) 박지은, <뉴스·보도사진 손쉽게 조작… 허위정보에 멍드는 언론사들>, 기자협회보, 2021.3.3,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987 

2) 일반적으로 ‘가짜뉴스’라고 번역하지만, 번역어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원어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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