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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의 활용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검색과 게임, 영상 제작을 넘어 커머스로까지 확장되며 본격적인 AI 에이전트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 환경 전체를 재편하며 종합 플랫폼화 되고 있는 AI의 발전 현황과 이로 인한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생성형 AI는 ‘글을 대신 써 주는 도구’, ‘이미지 몇 장 만들어 주는 툴’ 정도로 인식됐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동영상 SNS, 게임·웹툰·음악·광고 제작, 쇼핑·결제까지, 생활·업무·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가 하나의 종합 플랫폼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특히 세 가지 흐름에 주목한다. 먼저 소셜미디어에서의 리믹스·비디오 창작, 그리고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의 통합, 마지막으로 커머스로의 확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본격화될 ‘에이전트화’와 알고리즘 기반 개인화가 정보 환경 전체를 재편하면서 어떤 문제를 낳을지 검토한다.
소셜미디어: 프롬프트로 만드는 리믹스 비디오
숏폼 플랫폼은 이미 생성형 AI를 일반 이용자의 창작 도구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튜브 쇼츠는 ‘드림 스크린(Dream Screen)’이라는 AI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배경 영상과 효과음을 자동 생성해 준다. 크리에이터는 실제로 촬영하지 않아도 ‘설탕으로 된 도시’, ‘밤하늘을 나는 고래’ 같은 장면을 생성해 숏폼에 바로 쓸 수 있다.
구글은 최신 영상 생성 모델 ‘비오3(Veo 3)’를 쇼츠에 통합해, 카메라 워크와 오브젝트 움직임까지 상당 부분 자동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틱톡도 일반 이용자를 위한 AI 영상 편집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누구나 프롬프트 몇 줄로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카메라를 드는 사람보다 프롬프트를 조합하는 사람이 주된 창작자가 된다. 기존에도 밈·듀엣·패러디 등 리믹스 문화는 활발했지만, 원본을 직접 촬영·편집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제는 텍스트 몇 줄과 약간의 편집만으로 무한히 변주 가능한 영상 리믹스가 가능해졌다. 드라마 장면, 뉴스 클립, 유명인의 발언이 AI를 거치며 빠르게 재해석·재조합되면서,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은 넓어지는 동시에 사실과 조작, 풍자와 명예훼손, 밈과 딥페이크(deepfake) 사이의 경계는 더 흐려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 창작 툴에서 통합 생태계로
콘텐츠 산업 내부에서는 생성형 AI가 개별 기능이 아니라, 제작 파이프라인 전체를 잇는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광고·마케팅 제작 자동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틱톡은 2024년 ‘틱톡 심포니(TikTok Symphony)’라는 크리에이티브 AI 제품군을 내놓고, 2025년에는 ‘심포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Symphony Creative Studio)’를 광고주에게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제품 URL만 넣어도 자동으로 동영상 광고를 만들어 주고, 기존 영상을 다른 언어로 더빙하거나 디지털 아바타 내레이션을 입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틱톡 스타일 숏폼’을 몇 분 만에 찍어 내는 마케팅 자동화 스튜디오인 셈이다.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Firefly)라는 생성형 AI 모델을 포토샵에 통합해, 텍스트 지시만으로 이미지의 일부를 채우거나 제거·변형할 수 있게 했다. 2024년 이후에는 한 번에 최대 1만 장까지 배경을 바꾸는 ‘벌크 크리에이트(Bulk Create)’ 기능, 동영상을 14개 언어로 자동 더빙·립싱크하는 기능까지 추가해 대량 이미지·영상 후반작업을 거의 공정 수준으로 자동화하고 있다.
프리미어 프로에는 텍스트 기반 편집(Textbasedediting)과 생성형 편집(Generative Extend)이 도입됐다. 영상 편집자는 먼저 영상의 대본을 만들고 프리미어 프로가 대본을 따라 영상을 자동으로 받아쓰게 한 뒤, 대본에서 문장을 삭제하거나 이동하는 방식으로 러프 컷을 만든다. 이후 부족한 구간은 ‘몇 초 더 연장’, ‘뒷배경에 사람 지우기’, ‘비롤(B-roll, 보조 영상) 생성’ 같은 명령으로 채운다.
웹툰·애니메이션 영역에서도 비슷한 통합이 진행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작가를 위한 ‘AI 페인터(AI Painter)’를 도입해 채색·배경 작업을 돕고, 이용자용으로는 사진을 웹툰 스타일로 바꿔 주는 ‘툰 필터(Toon Filter)’ 등을 제공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컷을 자동으로 자르고 말풍선을 제거해 30초짜리 숏폼 예고편을 만들어 주는 ‘헬릭스 쇼츠(Helix Shorts)’를 선보여, 홍보 영상 제작을 상당 부분 자동화했다.

이런 환경에서 창작자는 더 이상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AI가 뽑아낸 수많은 스케치·컷·클립 중에서 쓸 만한 것을 골라 구조를 잡고, 톤·맥락을 조율하는 ‘감독’에 가까워진다. 즉, 생성형 AI는 단일 툴이 아니라 기획–제작–편집–홍보를 잇는 창작 생태계의 운영체제(OS)에 가까운 위치로 이동 중이다.
검색창을 건너뛰는 쇼핑 에이전트
커머스 영역에서 생성형 AI의 확장은 대화형 쇼핑 에이전트로 구현되고 있다. 아마존은 2024년부터 ‘루퍼스(Rufus)’라는 생성형 AI 쇼핑 어시스턴트를 미국·유럽에 도입했다. 루퍼스는 아마존 상품 카탈로그와 웹 정보를 학습해, ‘등산 초보자를 위한 가벼운 트레킹화’, ‘반려견 알레르기 걱정 없는 카펫’ 같은 자연어 질문에 답하면서 상품을 추천한다. 아마존의 설명에 따르면, 루퍼스를 사용하는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구매 전환율이 높다. 2025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기만 하면 비슷한 상품을 찾아주는 실시간 시각 검색 기능 ‘렌즈 라이브(Lens Live)’를 루퍼스와 결합해, ‘보고–찾고–사는’ 과정을 하나의 AI 경험으로 통합했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쇼피파이 매직(Shopify Magic)’과 ‘사이드킥(Sidekick)’이라는, 상점 운영 전반을 돕는 판매자용 AI를 제공한다. 상품 설명, 광고 문구, 홍보 블로그 포스트를 자동 작성하고, 판매 데이터와 재고·마케팅 지표를 분석해 매출 감소 원인과 대응 전략까지 제안한다. 업주 입장에서는 AI라는 이름의 직원을 두고 상점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 X(Hyper CLOVA X)를 기반으로 한 AI 쇼핑 추천·검색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5년 상반기 전용 AI 쇼핑 앱 출시 계획을 밝히며, 개인별 취향과 구매 패턴 기반의 초개인화 추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퍼클로바 X는 이미 셀러용 상품 등록 도우미, 개인 맞춤 상품 추천 서비스(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커머스 영역에서 생성형 AI는 ‘플랫폼 안의 부가 기능’을 넘어, 소비자–판매자–플랫폼을 매개하는 대리인(agent)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쇼핑 방식은 쇼핑몰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에게 욕구를 설명하고, AI가 정리해 준 후보 중에서 고르며, 결제까지 맡기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에이전트 플랫폼: 세 흐름이 만나는 지점
이러한 흐름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보고–만들고–사고–보여주는 전 과정을 통제하는 구조다. 이미 이런 구조를 보여주는 서비스들도 몇 개 가시화됐다. 오픈AI와 스트라이프는 2025년 ‘인스턴트 체크아웃(Instant Checkout)’을 도입해, 챗GPT 대화창 안에서 바로 엣시(Etsy) 플랫폼과 쇼피파이(Shopify)의 상품을 결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용자는 웹브라우저에서 쇼핑몰을 찾아 들어가는 대신, 챗봇에 요구를 설명하고, 챗봇이 제시한 상품을 바로 결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운영체제 수준의 AI 에이전트 통합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1의 검색창을 ‘코파일럿(Copilot)’ 채팅 인터페이스로 전환하고, ‘헤이 코파일럿(Hey Copilot)’ 음성 호출과 화면 전체를 함께 보며 작업을 도와주는 ‘코파일럿 비전(Copilot Vision)’ 기능까지 도입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안드로이드·워크스페이스에 통합해, 한 번의 명령으로 메시지 보내기·일정 등록·유튜브 뮤직 재생 등 여러 앱에 걸친 작업을 수행하도록 실험 중이다. 네이버의 클로바 X(CLOVA X) 역시 자사 검색·지도·쇼핑 등과 플러그인 형태로 연동되며, 한국 이용자 환경에서의 ‘국산 에이전트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강화되면 이용자의 선택 단위가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는 ‘어느 포털, 어느 쇼핑 앱을 쓰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AI 에이전트를 나의 대표 에이전트로 둘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이력·취향·관계를 축적해 갈수록, 이용자는 특정 플랫폼보다 자신의 에이전트에 더 높은 충성도를 갖게 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텍스트·이미지·영상·쇼핑·업무를 각각 지원하는 도구를 넘어, 생활과 소비 전반을 조율하는 상위 레이어, 즉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매개하는 개인화된 정보 환경
앞서 살펴본 생성형 AI 기반 플랫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희·몰입·소비 전환율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화된 장(場)이라는 점이다. 이런 공간과 관련된 몇 가지 이슈가 있다.
리믹스·숏폼 환경에서 생성형 AI는 밈·패러디·패션·게임 영상과 함께 정치·사회 이슈를 다룬 클립도 손쉽게 조작·재편집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창작 파이프라인 통합은 제작 효율을 높이지만, 동시에 창작자의 노동 구조와 저작권·수익 배분 체계를 흔들 수 있다. 쇼핑 에이전트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한편, 어떤 상품을 우선 추천할지, 잘못된 정보·과장 광고가 섞였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지워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쟁점을 낳는다.더 큰 문제는 정보 접근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만들어낸 요약·추천·리믹스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정보 소비의 출발점이 될수록,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 어떤 관점으로 정리되는지를 에이전트와 플랫폼이 사실상 결정하게 된다.
이런 흐름은 뉴스 소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포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에 AI 요약·추천이 강하게 결합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Similarweb)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한 2024년 1월~2025년 5월의 뉴스 관련 질의에서 챗GPT 프롬프트는 212% 증가한 반면, 같은 주제의 구글 검색은 5% 감소했다. 또 2024년 5월 구글 AI 오버뷰(AI Overviews) 도입 이후 뉴스 검색의 ‘제로 클릭’ 비중은 56%에서 69%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뉴스 사이트 유입은 23억 회에서 17억 회 미만으로 줄었다. 이는 정보 환경 전체가 개인화·알고리즘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대부분의 이용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관점과 취향에 맞춘 정보만 접하게 됨으로써, 공적 논의가 이루어질 공통의 정보 기반 자체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
이 새로운 정보 환경에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알고리즘이 매개하는 개인화 시대에, 공적 정보의 신뢰와 접근성을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