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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뉴스를 배포하는 새로운 관문이 되고 있지만, 불투명한 선택 기준과 편향된 출처 등으로 언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IPPR은 영국 사회가 ‘정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한국 언론에 주는 교훈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2026년 1월,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 Th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는 <AI가 전하는 뉴스: AI는 정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가?(AI's Got News For You: Can AI Improve Our Information Environment?)>1)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문제의식은 진지하다.
IPPR은 영국 사회가 이른바 ‘정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성인 10명 중 4명은 매달 허위 정보나 딥페이크 콘텐츠를 접한다. 글로벌 미디어 리터러시 순위는 계속 하락 중이다. 정치인·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역대 최저치다. 원래 이 위기의 해법은 저널리즘이어야 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공론장을 열며,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뉴스 산업은 위태롭다. 광고와 구독 수익은 줄어들고, 독자의 신뢰는 낮으며, 지난 15~20년간 270개 이상의 지역 뉴스 매체가 사라질 정도로 지역 취재 인프라는 무너지고 있다.
IPPR은 AI가 이 위기를 더 깊게 만들 수도,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분기점은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보고서가 다루는 영국의 상황은 한국 언론의 현실과도 겹친다. 지역 언론의 급속한 약화, 생성형 AI 서비스의 빠른 확산 등이 그렇다. IPPR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바를 짚어본다.
AI는 뉴스를 어떻게 고를까
IPPR은 AI의 뉴스 출처 선택 행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챗GPT, 구글 제미나이, 구글 AI 오버뷰, 퍼플렉시티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생성한 100개의 뉴스 관련 질문을 던졌다. 연구진은 각 AI 도구의 답변에서 2,500개 이상의 출처 링크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네 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패턴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소수 매체로의 극단적 쏠림이다. AI 도구들은 뉴스 질문에 답할 때 평균적으로 약 40%를 언론사 출처에 의존했는데, 가장 많이 인용된 매체 하나가 전체 언론사 인용의 34%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된 매체보다 네 배 이상 자주 등장한 것이다. AI가 광범위한 뉴스 생태계에서 다양한 시각을 종합하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의 매체에 집중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구조에서 AI는 강력한 게이트키퍼다. AI의 선택을 받은 매체의 관점만 이용자에게 ‘중립적 정보’로 전달되지만 매체 선택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영국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 즉 BBC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BBC는 챗GPT와 제미나이의 답변에서 인용되지 않았다. BBC가 뉴스 콘텐츠에 대한 AI의 무단 크롤링을 차단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BBC는 AI 도구에 BBC의 보도 내용에 대해 질문한 경우, 원본 대신 2차 출처를 참조해 작성된 답변이 제공되는 기묘한 방식으로 인용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왜곡될 수 있고, BBC의 브랜드는 부정확한 내용과 연결될 위험이 생긴다. 콘텐츠를 막아도 브랜드까지 막을 수는 없는 구조다.
세 번째는 상업적 계약에 따라 출처별 인용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AP, 로이터 등 오픈AI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매체들이 챗GPT의 상위 인용 매체 목록을 차지했다. AI 기업들은 이를 ‘라이선스 콘텐츠의 도달 범위 확대’라고 설명하지만, 보고서는 상업적 계약 관계가 편집 결과를 좌우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서도 문제는 투명성이다. AI 기업들이 출처 우선순위 결정 논리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는 자신이 받는 정보가 어떤 논리로 선택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네 번째는 AI의 소스 선택이 하룻밤 사이에도 바뀐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질문에 대해서도 AI가 인용하는 출처의 40~60%가 한 달 만에 완전히 바뀐다. AI 기업들이 소스 선택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수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성은 언론사가 노출을 예측 불가능하게 하고, 이용자는 오늘과 내일 받는 정보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AI 시대, 흔들리는 뉴스 비즈니스 모델
AI가 뉴스 소비의 관문이 된다는 것은 언론사의 생존을 결정하는 수익 구조의 문제와 직결된다. IPPR 보고서는 AI가 세 가지 방식으로 뉴스 비즈니스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는 제로클릭의 급증이다. 구글이 검색 결과를 AI로 요약해 보여주는 ‘AI 오버뷰’ 기능이 도입된 이후, 2024년 5월~2025년 5월 사이에 뉴스 검색 후 어떤 링크도 클릭하지 않는 제로클릭 비율이 56%에서 69%로 상승했다. AI 요약이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 이용자의 실제 뉴스 사이트 방문율은 15%에서 8%로 반토막이 났다. 콘텐츠는 소비됐지만, 언론사에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추론(Inference)’의 강화다. 추론은 AI가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기 위해 기사를 직접 긁어오는 과정이다. 이미 AI 기업의 추론 목적 크롤링은 학습 목적 크롤링을 앞질렀으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픈AI의 추론 목적 크롤링 대비 트래픽 반환 비율은 179:1에 달한다. AI 기업들은 언론사 콘텐츠를 대규모로 활용하면서도, 그 대가로 트래픽을 거의 돌려보내지 않는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이 부분이 AI와 언론의 관계에서 간과되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AI가 뉴스 콘텐츠를 ‘학습(Training)’하는 저작권 문제보다 더 즉각적인 위협이 ‘추론’ 단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는 구조적으로 불균형한 AI 라이선스 계약이다. AI 기업들이 언론사에 대가를 지불하기 시작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AI 라이선스 계약의 68%가 뉴스 기업과 체결됐다. 하지만 이런 계약은 소수의 대형 언론사에 집중돼 있다. 중소 언론사와 지역 언론은 협상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한다. 게다가 구글처럼 노출 자체를 무기로 삼는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언론사는 구조적 열위에 있다. 검색에 노출되려면 AI 크롤링을 허용해야 하지만, 크롤링을 허용하면 콘텐츠가 무상으로 활용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해인 딜레마다.
AI 뉴스 질서를 위한 세 가지 해법은?
IPPR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보고서는 AI의 뉴스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어떤 유형의 출처로 구성됐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표준화된 ‘뉴스 성분표(Nutrition Labels)’ 도입을 제안한다. 성분표에는 전문 매체의 뉴스, 동료 평가를 거친 연구, 비검증 일반 출처 등 각 출처의 비율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이용자가 자신의 출처별 선호도를 직접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표준 개발에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언론 업계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둘째는 경쟁 당국의 시장 개입과 단체 라이선싱이다. 대형 매체만 협상력을 갖는 현재 AI 라이선스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영국 경쟁시장청(CMA)가 구글의 ‘전략적 시장 지위’를 인정했지만, 더 나아가 각 매체에 실질적 AI 크롤링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보상 기준과 관련된 구체적 지침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 언론사들의 집단 AI 라이선싱을 위한 태스크포스 설치도 중요하다. 또한 추론과 학습을 구분해 추론 단계 콘텐츠 이용에 대한 보상 체계를 별도로 설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세 번째 제안은 가장 대담하다. 소수 빅테크에 의한 뉴스 생태계의 종속을 막기 위해, 영국 정부가 BBC의 AI 역량을 ‘국가 주권 AI 자산(sovereign AI asset)’으로 취급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모델과 BBC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공익 AI 뉴스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를 다른 언론사들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동시에 상업적 유인이 작동하지 않는 탐사보도와 지역 뉴스에 대해서는 공공 재원을 투입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와 공정한 뉴스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보고서의 세 가지 처방을 한국 맥락에 가급적 그대로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된다. 투명성 측면에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AI 뉴스 서비스에 대한 소스 공개 표준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공정경쟁 측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AI 검색 서비스의 뉴스 데이터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단체 라이선싱 측면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중소·지역 언론사들의 집단 협상을 지원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 공영 AI 측면에서는 KBS·MBC의 데이터와 AI 역량을 공익적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국가적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제안의 실현 가능성을 지금 세세하게 따져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를 통해 우리 언론계가 마주해야 하는 몇 가지 사안은 도출된다. 첫째, AI의 한국 뉴스 소스 이용 행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챗GPT, 제미나이, 네이버 AI 브리핑은 한국 뉴스 관련 질문에 어떤 매체를 인용하는가? 어떤 매체는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어떤 매체는 배제되는가? 라이선스 계약이나 트래픽 규모가 인용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기초적인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두 번째 종속은 이미 시작됐다. 네이버 AI 브리핑은 2025년 9월 기준 통합검색 쿼리의 15%에 적용되며 3,000만 명 이상이 이용한다.2) AI를 통한 뉴스 소비는 이미 현실이다. 한국 언론이 2000년대 포털 의존 구조에 진입한 방식은 느리고 점진적이었다. 의존이 명확해졌을 때는 이미 협상력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I 의존으로의 이행도 같은 경로에 있다. 지금 구조적 대응을 설계하지 않으면, 두 번째 종속은 더 깊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셋째, 한국 공영방송이 공익적 AI 서비스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IPPR이 BBC의 AI 역량을 ‘국가 주권 AI 자산’으로 제안한 이유는 명확하다. BBC의 신뢰 자산과 아카이브 데이터가 빅테크 중심의 AI 정보 생태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공익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KBS와 MBC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자산과 역량의 문제와 함께 신뢰의 문제가 있다.
IPPR 보고서는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는다. 지금까지 AI는 뉴스 생태계에 해를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방향은 바꿀 수 있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시장 구조 확정 이전의 정책적 개입이 공정한 뉴스 생태계 설계에 이바지한다고 IPPR은 주장한다. 한국 언론은 포털 의존이라는 첫 번째 종속의 교훈을 아직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두 번째 종속의 파고를 맞고 있다. 속도는 더 빠르고, 영향력은 더 크다. IPPR이 영국을 위해 제기한 질문들은 우리 모두에게도 던져진 것이다.
1) https://www.ippr.org/articles/ais-got-news-for-you
2) 네이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2025.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