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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클로드 미토스와 페이블이 던진 질문
667 | 등록일 : 2026-06-26

지난 6월 12일 앤트로픽이 개발한 클로드 미토스5와 페이블5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통제 지침을 받았다. 앤트로픽이 자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고 자부했던 이들 모델의 특징은 무엇이며 이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2026년 6월 9일, 앤트로픽은 클로드(Claude)의 공개 모델 중 가장 강력한 미토스5(Mythos 5)와 페이블5(Fable 5)를 선보였다. 하지만 사흘 뒤, 이 모델들에 대한 전 세계 고객의 접근이 일제히 차단됐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근거로 모든 외국인의 접근을 막는 수출 통제 지침을 내렸고, 클로드 사용자 중 누가 외국인인지 실시간으로 판별할 도리가 없는 앤트로픽이 할 수 있는 건 전체 고객 차단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1)

 

계산기에는 수출 통제를 걸 일이 없다. 미국이 수억 명이 사용 중인 상용 소프트웨어를 멈춰 세우기 위해 국가 안보라는 전가의 보도를 내세웠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 시스템을 더 이상 단순한 ‘도구’로만 대하지 않게 됐음을 보여준다. 조작하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인가, 아니면 날뛰지 못하도록 목줄을 채워야 하는 행위자인가. 클로드 모델들을 둘러싼 최근의 소동은 이 오래된 질문을 날카로운 형태로 우리 앞에 던졌다.

 

스스로 행동하는 오푸스 위 최상위 계층

 

먼저 클로드 미토스와 페이블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앤트로픽의 모델은 그동안 속도를 앞세운 하이쿠(Haiku), 균형을 맞춘 소네트(Sonnet), 성능이 가장 높은 오푸스(Opus)의 세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미토스와 페이블은 오푸스보다 한 단계 위의 최상위 계층이다.2)

 

미토스와 페이블은 원래 ‘에이전트 우선(agenticfirst)’으로 설계된 동일한 모델이다. 이는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도구를 쓰고 여러 단계를 거쳐 긴 작업을 수행하도록, 즉 ‘행동’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미토스·페이블은 기존보다 더 똑똑한 챗봇이라기보다, 시작한 일을 별도의 지시 없이, 필요하다면 추가 작업까지 해서 끝내버리는 ‘일꾼’에 가깝다.3)


미토스와 페이블은 본체 모델과 별도로 작동하는 안전장치이자 감시용 AI인 ‘분류기(classifier)’가 달려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분류기는 사용자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오용이나 탈옥(jailbreak)4) 시도로 의심되는 것을 걸러내고 본체가 답하지 못하게 막는다. 안전장치를 달아 일반 사용자에게 공개한 것이 페이블이고, 안전장치의 일부를 해제해 사이버 공격·해킹 방어 조직 등에 제한적으로 배포한 것이 미토스다. 

 

확실히 해 둘 점은 안전장치가 하는 것이 ‘거부’가 아니라 ‘우회’라는 점이다. 분류기가 위험 요청을 감지하면 페이블이 답하는 대신 한 단계 낮은 모델인 오푸스4.8이 답을 처리하고, 페이블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사용자에게 고지한다. 어떤 모델을 사용해 어떤 답을 줄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 인간은 개입하지 않는다. 현재 분류기가 위험을 감시하는 영역은 사이버보안, 생물학·화학, 증류(distillation)5)다. 앞의 둘은 테러 조직의 해킹, 생물무기 제작과 같은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고, 세 번째는 질의에 대한 페이블의 응답을 대량으로 모아 경쟁 모델을 학습시키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6) 접근 차단 이전의 얘기지만, 앤트로픽은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경우가 전체 세션의 5%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간 두 달 치 일을 하루 만에… 양날의 검

 

미토스와 페이블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모델의 성능과 자율성이 전례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페이블5가 다른 모델과 진행한 대부분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으며, 작업이 길고 복잡할수록 다른 모델과의 격차가 커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결제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인간 개발팀이라면 5,000만 줄 규모의 코드로 두 달 넘게 씨름할 작업을 페이블5가 하루 만에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앤트로픽은 미토스5로 결합 부위 선택, 도구 실행, 실패 복구 등 인간 과학자가 하는 일을 모델이 알아서 처리한 단백질 설계 연구를 진행했다고 보고했다.7) 이처럼 미토스·페이블은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도구를 넘어서는 행위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전례 없이 강력한 능력은 곧바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토스 계열 모델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도 잘하지만, 정찰·침투 같은 공격의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데도 능하다. 유전자 치료용 바이러스 설계와 같은 생물학 과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위험한 바이러스 설계나 고위험 생물학 연구에도 악용될 수 있다. 방어자에게 유용한 능력은 공격자에게도 그대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앤트로픽도 같은 계열의 일반 사용자용 공개 모델인 페이블5에 안전장치를 달아, 위험한 주제를 감지하면 한 단계 낮은 오푸스4.8로 답을 우회시키도록 한 것이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정부의 행보는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제3자가 제기한 범용 탈옥(universal jailbreak)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수출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이론상 범용 탈옥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그 방법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문제 제기에서 시연된 탈옥 역시 매우 제한적이며, 이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 특히 보안 취약점과 관련된 정보는 경미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공개 모델로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앤트로픽은 현재 미국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업계의 모든 신규 AI 모델의 배포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17일 기준으로 접근은 복구되지 않았다. 앤트로픽 주장의 타당성과는 상관없이 이미 특정 AI 모델의 역량이 안보 자산이자 위협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8)

 

미디어가 마주할 문제들

 

미토스·페이블과 같은 AI 모델들이 미디어 산업에 들어와 미칠 잠재적 영향은 막대하고도 구체적이다. 환각(hallucination)이나 가짜뉴스, 저작권 등 기존 AI를 두고 논의된, 여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꽤나 식상해진 문제들을 넘어서는 것들이다. 미토스·페이블 계열 모델 특유의 자율성은 새로우면서도 매우 무거운 문제들을 낳는다.

 

첫째, 책임의 공백이다. 보통의 AI에서는 사람이 늘 최종 고삐를 잡는다. 프롬프트를 넣고, 출력을 읽고, 고쳐 쓰고, 결과물의 신문이나 방송, 뉴스 사이트 게재 여부를 결정한다. 사람이 행위자이고 모델은 초안을 건네는 도구다. 그러나 목표만 주면 자료 조사와 초안, 분석을 며칠에 걸쳐 스스로 해내는 에이전트 앞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이전과 달라진다. ‘이 문장은 누가 썼는가’를 넘어 ‘내가 검토하지 않은 채 시스템이 내린 판단과 행동의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보와 명예훼손, 날조가 사람의 감독 없이 빚어졌을 때 그 책임을 모델 제공자와 언론사, 데스크 중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취재의 전 과정을 위임할 수 있게 될수록, 기자의 역할도 책임의 소재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종속과 ‘킬 스위치’ 위험이다. 이번 접속 차단 사건은 뉴스룸이 특정 AI 모델에 업무를 의존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의존하던 도구가 하룻밤 새 사라지면 정상적인 마감은 불가능해진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일수록 급작스럽게 사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렇다고 적당한 성능의 평범한 모델만을 사용한다면 이내 콘텐츠의 질은 하락하게 된다. 어떤 기업의 어떤 모델에, 어떤 계약으로 기대고 있고 대체 수단으로 무엇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편집국의 연속성을 가르는 문제가 된다.

 

셋째, 미토스·페이블의 분류기와 같은 안전장치가 관리하는 영역에 대한 보도 내용의 깊이다. 페이블은 사이버·생화학 주제의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한 단계 낮은 모델로 답을 내놓는다. 미국 사이버보안 교육기관 산스 인스티튜트(SANS Institute)의 한 전문가는 보안사고 대응이나 보안 취약점 탐지 같은 정상적 업무까지 자동으로 우회되는 것을 확인했다.9) 페이블 모델로 데이터 유출이나 생물 안보 정책을 취재했던 기자는 이미 영문도 모른 채 성능이 저하된 답을 받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미토스 계열 모델에는 30일간 데이터를 의무 보존하는 규칙이 붙어 있어, 민감한 취재원과 미공개 자료를 다룰 때 프라이버시 문제와 법적 부담을 남긴다. 이로 인해 기자가 모델에 제공할 수 있는 자료나 맥락이 제한돼, 분석의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현재는 매우 좁은 영역에 국한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장치는 특정 주제나 영역이 아니라 모델의 능력에 연동되기 때문에 적용 영역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모델의 능력이 확장될수록 사용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앤트로픽도 필요하면 자사 모델에 분류기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10)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화된 영향력 공작(automated influence operations)이나 설득과 같은 저널리즘 인접 영역은 앞으로 안전장치가 적용될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자동화된 영향력 공작을 이미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11) 취재 도구가 무엇을 조용히 막고 무엇을 들여다보는가는, 머지않아 좁은 영역에 국한된 기술 쟁점이 아니라 언론 자유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누가 스위치를 쥐는가

 

미디어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서면 더 큰 쟁점이 보인다. 미국 정부가 막은 것은 ‘외국인’의 접근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의 기업과 언론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미국 정부의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모델에 기대어 일할 것인가의 문제는 AI 주권과 공급 다변화라는 국가적 과제로 이어진다.

 

거버넌스 절차 문제도 있다. 앤트로픽조차 정부가 위험한 배포를 막을 권한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권한은 투명하고 공정하며 기술적 사실에 근거한 적법 절차를 통해 행사돼야 하고 이번 조치는 그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누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AI의 배포를 멈출 수 있는가.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이 물음은, 고성능의 프런티어 모델을 남의 나라에서 들여와 쓰는 처지일수록 더 무겁게 다가온다.

 

도구인가 행위자인가. 이번 차단 사건 자체가 답의 일부다. 이미 AI는 안보이자 권력인 무언가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답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안전장치를 단 강력한 도구라는 앤트로픽의 규정, 통제할 안보 자산이라는 정부의 시선,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델 자체의 자율성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분명한 것은, 그 사이에서 미디어가 설 자리를 다시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행위자에 가까워지는 AI 앞에서 검증하고, 책임지고, 신뢰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인가. 클로드 미토스·페이블이 던진 질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1) <Statement on the US government directive to suspend access to Fable 5 and Mythos 5>, Anthropic, 2026.6.12, https://www.anthropic.com/news/fable-mythos-access

2) <Claude Fable 5 and Claude Mythos 5>, Anthropic, 2026.6.9, https://www.anthropic.com/news/claude-fable-5-mythos-5

3) <What Is Claude Fable 5? Anthropic’s Mythos-Class Model for Agentic Work>, Mindstudio, 2026.6.11, https://www.mindstudio.ai/blog/what-is-claude-fable-5-anthropic-mythosclass-model

4) AI의 안전장치를 우회해 본래 막혀 있는 답변이나 기능을 끌어내는 기법을 말한다. 편집자 주

5) 원래 액체를 끓여 증기로 만든 뒤 다시 식혀 원하는 성분만 뽑아내는 과정을 일컫지만, AI에서는 ‘큰 모델의 능력을 뽑아내 작은 모델에 옮겨 담는다’는 비유로 사용된다.

6) Wells, R. L., <Anthropic Launches Claude Fable 5: Most Powerful Public Model, Gated by Safeguards>, Tech Times, 2026.6.9, https://www.techtimes.com/articles/318082/20260609/anthropic-launches-claude-fable-5-most-powerful-publicmodel-gated-safeguards.htm

7) <Claude Fable 5 and Claude Mythos 5>, Anthropic, 2026.6.9, https://www.anthropic.com/news/claude-fable-5-mythos

8) Kahn, J., <Anthropic disables Fable and Mythos AI models after U.S. government bars it from giving foreigners access>, Fortune, 2026.6.13, https://fortune.com/2026/06/13/anthropicdisables-fable-mythos-export-controls-national-security-threat

9) Brumfield, C., <Anthropic releases Mythos-class Fable 5 model with safeguards for cyber risks>, CSO, 2026.6.9, https://www.csoonline.com/article/4183094

10) <AI Safety Level 3 Deployment Safeguards Report>, Anthropic, 2025.5, https://www-cdn.anthropic.com/dc4cb293c77da3ca5

e3398bdeef75ee17b42b73f.pdf

11) <Building safeguards for Claude>, Anthropic, 2025.8.12, https://www.anthropic.com/news/building-safeguards-for-cla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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