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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총리 브리핑, 언론 앞에 선 정부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5-07

정부가 언론과 소통 문제로 불화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통과 개방’을 내걸며 임기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언론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시작된 총리실의 ‘개방형 정례 브리핑’은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필자의 글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제35차 목요대화’가 열렸다. 목요대화는 사회 갈등 해결을 위한 스웨덴식 대화 모델인 ‘목요클럽’에서 따온 것으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가감 없이 소통’하는 자리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정부와 언론소통의 변화 방향’이었다. 언론현업인을 대표해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과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이 참석했고, 학계에선 지난해 ‘출입처 제도와 취재 관행’을 주제로 공동 논문을 쓴 박재영 고려대 교수와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자리했다.

 

대화의 흐름은 자연히 출입처, 기자단 문제로 모였다. 박재영 교수는 과감히 “기자실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고,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 대부분도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듯했다. 그리고 바로 일주일 뒤, 전 부처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방형 정례 브리핑’이 시작됐다. 기자단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정책 현안에 관한 질문에 총리가 직접 답했고, 그 과정이 e-브리핑과 KTV,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매주 한 차례 시간을 정해, ‘행정부 2인자’가 직접 기자들과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였다. 심지어 총리는 앞으로 “개인 미디어, 인플루언서들까지 열어놓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무총리실은 2회차 브리핑 때부터 기자들의 질문 외에 소셜미디어 댓글 중에서도 질문을 선정했고, 3월 25일부터는 ‘문턱없는 d-브리핑’으로 신청을 받아 선정한 인플루언서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총리 브리핑 이후 일부 부처에서도 언론과의 소통 강화 움직임을 보였다. 일례로 통일부에선 ‘출입기자단 소통 계획’이란 제목하에 한 달에 2~3회 공식 브리핑 외에 실·국별로 돌아가며 업무를 설명하는 테마 브리핑 일정을 세우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부처엔 디지털소통 전담 부서가 신설돼 카드뉴스를 만들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전용 콘텐츠를 올리며 부지런히 ‘소통’에 힘쓰고 있다. 소통과 개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불통’ 대통령 가고 ‘소통’ 대통령 왔는데…

 

개방형 브리핑이 처음 도입된 것은 참여정부 때다. 민주화 이전만 해도 언론은 소통이 아닌 통제의 대상이었다. 군사 정권 시절엔 정부가 직접 출입기자단의 수를 정하고, 언론을 통폐합해 매체와 기자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당시엔 소수의 신문(일간지)과 방송만이 출입기자단에 가입하고 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들 언론은 통제를 당하는 동시에 특혜와 특권을 누렸다. 문민정부 들어서도 기자실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다 기자단 촌지, 향응 수수 사건이 알려지며 기자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2000년대 초 인터넷 매체 창간이 붐을 이루면서 기자실 운영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여기에 칼을 빼든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류 언론의 특권을 부정하며 그동안 출입기자제로 운영되던 기자실을 개방하고,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청와대 역시 ‘열린 청와대’라는 모토 아래 개방형 등록제로 전환하고 춘추관을 개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정부 부처 사무실을 드나들며 취재하는 관행이 일부 남아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마저도 금지하고 기자실을 폐쇄, 브리핑룸을 통폐합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추진했다가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기자실 문턱을 낮추고 개방에 힘썼던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악평을 받은 계기였다.

 

이렇게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내 언론과 불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부터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언론에 ‘프렌들리’ 했는가는 굳이 따져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언론을 소통이 아닌 통제, 혹은 길들이기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에선 과거 군사 정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고, 그 결과 방송사 장기간 파업, 언론인 해직 사태가 잇따랐다.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소통’과 ‘개방’을 전면에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기존의 홍보수석실을 국민소통수석실로 이름을 바꾼 것부터 그랬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특히 소셜미디어 같은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폈다. 정부 정책을 알리고 청와대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 라이브, 청와대나 정부 고위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는 ‘국민청원’ 등이 신설됐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내부 행사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는가 하면, ‘B컷’ 사진과 영상을 과감히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잇따라 디지털 소통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존의 언론 대응 업무 외에 디지털 채널을 통해 직접 홍보에 나섰다. 정부가 언론을 매개하지 않고도 국민과 만날 방법이 많아지면서 ‘언론 패싱’이란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이젠 ‘라떼’ 시절 이야기로 치부될 정도로 미디어 환경 변화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렇게 해서 이 정부가 애초에 공언했던 대로 소통과 개방이 확대됐을까. 적어도 기자들 입장에선 선뜻 그렇다는 답을 내놓기 어려울 것 같다. 올 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이 나온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반드시 기자회견만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다”고 답했다. 물론 기자들과의 소통이 전부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시장이나 행사장을 자주 찾고 그 모습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로 중계된다고 해서 소통이 잘된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약속했던 소통도 비단 지금과 같은 방식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표준국어대사전이 설명하는 소통(疏通)의 뜻은 이렇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언론과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의 의미는 꽤 다른 것 같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홍보의 의미로 생각한다. 보도자료를 뿌리고 카드뉴스와 영상 자료를 제작해 정책이나 해당 기관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이미 정부 부처는 물론 공공기관들도 국민과 직접 소통할 채널을 가진 상황에서, 언론이 과거처럼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래서 언론에 차별화된 정보 공급자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고, 그러려면 ‘출입’이 아닌 정보 접근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자실 문턱보다 정보 접근 문턱 낮추는 게 우선

 

앞서 언급한 ‘목요대화’에서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기자실 폐지를 주장하며 그 전제조건으로 “기자가 출입처에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공개 패스트트랙(fast track), 정보공개 담당관 지정 등을 제안했다. 한 번이라도 정보공개청구를 해 본 기자라면 격하게 공감할 제안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에 의하면 공공기관이 정보공개 청구를 받으면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10일’이라는 최댓값이 기본값이 됐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기관(부처)이 10일을 꽉 채워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그마저도 비공개 아니면 부분적으로 공개하기 일쑤다. 시의성이 중요한 이슈면 정보공개 결정을 기다리다 지쳐 아이템이 ‘킬’ 되는 경우도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공개’로 인한 책임에 부담을 느껴 방어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열흘, 연장해서 또 열흘, 그러고도 비공개 결정을 했다가 결국 행정소송에서 지고 나서야 공개하는 등 시간과 비용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일도 허다하다. 정 전 총리는 “언론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신속하게 거기에 응해야 된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책임 소재 문제 해결 없이는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입법 등의 문제로 정보 접근성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면 개방형 브리핑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방형 브리핑이란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언론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책임 있게, 공개적으로 답하는 것”이라고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설명한다.

 

이제 정부 부처의 웬만한 브리핑은 공개로 이뤄지고 ‘e-브리핑’을 통해 생중계되며, 속기록까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처는 여전히 기자실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언론, 모든 언론인이 질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항상 “책임 있게” 답하는 것도 아니다. 국방·통일·외교부 같은 곳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답변 중 하나는 “확인해 줄 수 없다”이다. 청와대에서도 브리핑을 하긴 하지만 정례 브리핑이 아니거니와, ‘온 마이크’ 발언이 아닌 이상 ‘고위관계자’, ‘핵심관계자’식으로 익명 보도하는 게 원칙이다. 대변인을 대변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수석을 수석이라 하지 못하는 촌극이다.

 

그래서 ‘행정부 2인자’인 총리가 직접 언론 앞에 서서 모든 정책현안에 대해 답하겠다고 했을 때 반색하는 반응도 있었다.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기자, 언론인도 어떤 현안이든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진행된 브리핑을 보면 기대감은 한풀 꺾인다. 일례로 지난 4월 1일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민주당에서 나온 ‘부동산 실수요자 관련 대출 규제 완화’ 발언에 대해 정부와 교감이 있었는지 물었는데, 정 전 총리는 “직접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게다가 지난 2월 25일 시작된 총리의 정례 브리핑은 4월 1일 이후 열리지 않았다. 정 전 총리는 재·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4월 16일 퇴임했고, 이와 함께 총리 브리핑도 단 5회 만에 끝났다. 정 전 총리는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총리 브리핑 소식이 알려졌을 때 기자들 사이에서 ‘대권용 행보’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던 이유가 여기 있다.

 

새 총리가 들어서도 정례 브리핑이 계속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현 정부가 소통과 개방을 표방했던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더 확대돼야 한다. 미국 백악관에선 대변인이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브리핑을 하고, 속기록을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외교, 산업, 이민자 문제 등 행정부의 모든 사안을 기자들은 물을 수 있고, 대변인은 필요하면 담당 보좌관 등을 대동해 성의껏 답변한다. 이런 브리핑 제도가 우리에게도 도입되려면 우선 정부를 대표할 만한 자격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하고, 책임 있게 답변해야 하며, 그 과정과 결과는 모두에게 공개돼야 한다. 지금처럼 공개된 브리핑 외에 기자단만 참석 가능한 ‘백브리핑’이 빈번히 이뤄진다면 개방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시효가 다 됐든 아니든, 총리 브리핑을 계기로 정부가 언론과의 소통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바꾸겠다고 한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소통이 일방적인 홍보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선 정부가 알리고 싶어 하는 정보만이 아니라 언론이 진짜로 알고 싶어 하는 정보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대면 취재가 전보다 어려워진 요즘, 소통에 대한 요구는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문턱만 낮춘다고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정부와 언론, 각 주체가 애쓰고 공들여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우리는 지금,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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