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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2022 KPF 저널리즘 주간] 탈포털&독자 소통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11-25

‘2022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2일 차는 ‘편견OFF, 플랫폼을 벗어나다’를 주제로 구성됐다. ‘탈포털 시대의 뉴스룸’이라는 소주제로, 탈포털을 위한 언론사의 콘텐츠 전략과 독자 소통 전략에 대한 국내외 연사들의 발표가 이어진 세 번째, 네 번째 세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올해 초 언론사 대표들의 신년사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 중 하나는 ‘탈포털’이었다.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가 올해 변화의 분기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포스트 포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포털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독자를 확보하자는 전략은 비록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른 인상이지만, ‘포털 너머’를 그려보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기성 언론사들엔 작지 않은 진전이었다.

 

‘2022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2일 차 주제로 탈포털 시대의 뉴스룸을 이야기한 건 그런 맥락에서 필연이었을 것이다. 이날 ‘탈포털을 준비하는 언론사의 전략’에 대해 발표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도 “플랫폼과의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까지 와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서 초점은 ‘거리두기’에 있다. 이성규 대표는 “‘전면 탈포털’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의”라며 반드시 ‘부분적’이고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털에 종속된 언론

단계적 탈포털 전략이 중요

 

그는 세 가지 관점에서 탈포털 전략을 설명했다. 먼저 ‘Why(왜)’. 네이버-언론사 조인트벤처 1호인 조선일보 잡스엔(jobsN)이 네이버의 주제판 서비스 종료 이후 폐업을 검토중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촉망받던 글로벌 뉴스 스타트업 업워시(Upworthy)와 믹(Mic)은 페이스북의 정책 변경에 따라 매각되거나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이성규 대표는 “플랫폼 종속 정도에 따라 언론사가 받을 충격은 최악의 경우 문을 닫는 상황까지도 간다”고 했다.

 

원인은 ‘인프라 포획’에 있다. 이성규 대표는 “물적·인지적·문화적 형태의 포획과 달리 인프라 종속성은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우리 언론사들은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힘을 키우는 대신 포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길을 택해 왔다. 포털은 단순한 뉴스 유통 플랫폼이 아니다.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까지 포털이 제공하는 기술에 의존하고, 이를 근거로 어젠다 생산이 이뤄진다. 모든 독자 관여(engagement)가 인링크 된 포털 공간에서 일어나면서 “광고와 협찬, 그 외 파생 수익 등 모든 것들이 종속화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해야 할까. 이성규 대표는 네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먼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한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 것. 이성규 대표는 “그렇게 접근하는 순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시도를 중단하거나 플랫폼에 의존해서 그 플랫폼 수익만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거란 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면서 “먼저 수익 모델을 만든 상태에서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기획할 때부터 접근해야 된다”고 말했다. ‘전환의 공백’ 시기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했다. 전환의 공백이란 새로운 콘텐츠 유형이 등장하거나 새로운 지배적 기술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발생하는 공백을 말한다. 이성규 대표는 “그때 수용자의 파편화가 일어나고 수용자를 재합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우후죽순 성장하는데, 이 시기에 레거시 플랫폼이 힘을 덜 발휘하는 시점이 온다”면서 “그때 치고 들어가면 확률이 높다”고 했다. 

 

 

‘탈포털을 준비하는 언론사의 전략’에 대해 발표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한국언론진흥재단

 

 

또한, 이성규 대표는 “한 번에 탈포털하는 전략이 가장 어리석다”고 했다. 포털과의 제휴 강도에 따라 종속의 정도가 다르고, 빠졌을 때 수익 등 충격의 여파도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최소 결손’ 층위부터”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규 수익 모델 수립 전략이 병렬적으로 진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탈포털만 생각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간과하는 한 아무것도 성과를 못 내고 훨씬 더 종속의 정도가 커질 수 있다”고 이성규 대표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포털을 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포털을 영리하게 이용할 전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된다”며 “적이라는 도덕적, 규범적인 단어들을 내려놓고 훨씬 더 영리하게 포털과의 협상이나 관계 설정을 해나갈 때 탈포털 전략이 성공적인 방식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독자 신뢰 얻고 기자 역량도 키우고

 

“전면 탈포털이 어렵다면 어떻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낼까 생각하며 플랫폼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최근 포털에 신설된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심층 뉴스 같은 코너는 “그들의 경쟁 내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성규 대표는 “포털의 뉴스 프로덕트 경쟁은 생산자의 희소가치를 높인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만들기’를 발표한 이샘물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 팀장 Ⓒ한국언론진흥재단

 

결국,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건 포털 등 플랫폼에도 도움이 된다. 탈포털을 준비하는 언론사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많은 언론사가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포털에선 주로 경쟁이 ‘시간’과 ‘제목’ 차원에서 이뤄진다. 남들보다 빨리 쓰거나, 더 시선을 끄는 제목을 달거나. 그러나 그렇게 해서 조회수를 높인다 해도 이용자는 그 언론사의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런 기사를 봤다는 사실조차 이내 잊히고 만다. 그런 콘텐츠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기사를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목표로 한 건 그래서다.

 

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차별적 콘텐츠를 생산할 전담팀으로 2020년 처음 만들었고, 현재 6기 팀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샘물 동아일보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은 팀의 출범부터 지금까지 기획과 제작 등 다방면에 관여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만들기’를 발표한 이샘물 팀장은 히어로콘텐츠팀의 지향점을 “기억에 남고 공유할만하고 영감을 얻고 존중받을 수 있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팀의 최우선순위는 ‘퀄리티’다. 깊이 있는 저널리즘을 최적의 방식으로 구현하기, 기사가 거의 완성된 순간에도 ‘이 정도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 들면 취재 현장 다시 찾기, 그렇게 제약과 제한 없이 취재하도록 회사는 자원을 투자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투자 가치를 입증하기. 차별화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과연 실익은 있는가 하는 물음에 이샘물 팀장은 복스(Vox)의 설명을 인용해 이렇게 답했다. 최고가 처음보다 낫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가 처음 보도되는 무언가가 되기는 어렵다. 대신 이용자들이 가장 인상 깊은 결과물을 얻어서 우리 회사와 브랜드를 기억하고, 제작 과정에서 기자들도 업의 본질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장기적으로 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히어로콘텐츠팀을 통해 독자의 신뢰와 기자들의 역량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원하고 있다. 이샘물 팀장은 이것이 “언론사를 지탱하는 두 가지 큰 축”이라고 했다. 조회수를 노려 때때로 직접 취재하지 않은 기사를 써서 기자들이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란 생각이 들게 해서는 충성도 있는 독자를 모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많이 조회되는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퀄리티 저널리즘을 강화할까’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독자 의견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한 정환봉 한겨레 소통데스크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뢰는 소통에서 나오고, 저널리즘을 건강하게 한다

 

언론사를 지탱하는 두 축의 하나가 독자의 신뢰임은 자명하지만, 어딘지 공허한 말 같기도 하다. 실제 우리 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다수 신문사의 수익모델은 ‘아무도 보지 않는’ 종이신문에 실리는 광고와 포털에서 ‘클릭수’에 따라 부여되는 온라인 광고 수입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독자의 신뢰가 곧 수익과 직결되지 않고, 무엇보다 ‘우리 독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언론사는 독자를 모르고, 독자는 언론사 브랜드를 모르니 어떤 독자가 우리 기사에 돈을 내고 봐줄지 알 수 없다. 언론사들이 유료화를 궁극적 지향점으로 밝히면서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성공 모델로 언급하는 해외 선진 언론들에게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언론사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자들과의 관계 맺기에 힘을 쏟는다는 점이다. 신뢰는 소통에서 나오고, 신뢰에 기반을 둔 멤버십을 통해 건강한 수익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가 한 예다. 이날 ‘탈포털을 가능하게 하는 언론사의 독자 소통 전략’ 세션에서 화상 연결로 발표한 질 반 코트(Gilles Van Kote) 르몽드 독자서비스국 책임자는 독자와의 소통이 어떻게 독자의 신뢰와 양질의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건강한 수익 모델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들려줬다.

 

르몽드는 온·오프라인 구독자가 50만 명이고, 웹사이트 방문자는 매달 1억 8,000만 명 정도다. 수익의 절반 가까이는 구독에서 나오며, 약 4분의 1을 광고가 차지한다. 르몽드는 2025년 글로벌 구독자 목표를 100만 명으로 잡고 있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선 신규 구독자 확보 못지않게 기존 구독자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코트 부국장은 “기존 구독자에게 중요한 뭔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구독자와의 관계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프랑스 언론계에서도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던 구독자와의 관계 구축에 나섰다. 초점은 ‘투명성 강화’에 있다. 코트 부국장은 “독자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면서 “르몽드가 어떻게 취재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독자들과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번 15명가량의 독자를 본사에 초청해 미팅하는데, 뉴스룸의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하고, 편집장이 참여할 때도 있다. 독자는 르몽드 뉴스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고, 신문의 조직 및 지배 구조 등 모든 것을 물을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독자와의 대화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독자는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고, 르몽드는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려” 노력한다. 코트 부국장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처럼 내색만 하는 것으로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진실하게 독자와 대화하려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 연결로 독자와 강한 신뢰를 쌓는 법에 대해 설명해 준 반 코트 르몽드 독자서비스국 책임자 Ⓒ한국언론진흥재단 

 

르몽드의 사례를 국내에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 ‘국내 언론사의 독자·이용자 소통 현황과 전략’을 분석한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독자·이용자 소통 업무·창구가 일원화된 언론사는 없으며 소통 업무만 전담하고 있는 인력도 소수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독자 소통 전담 조직이 부재한 건 독자가 언론사 전략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주 신문으로 탄생했고, 30여년이 지나 ‘디지털 국민후원 언론’으로 확장을 시도한 한겨레가 독자와의 소통 노력에 가장 앞서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 독자와 기자들이 ‘이심전심’이었던 창간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디지털 언론 환경과 독자 구성은 크게 달라졌다. 정환봉 한겨레 소통데스크는 “사실 독자가 누구인가를 언론사마다 정의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떤 의견을 받아들이고 어떤 의견은 참고만 하면 되는지 고민이 되면서 독자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지게 되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국내 언론사의 독자·이용자 소통 현황과 전략’을 분석한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가령 같은 기사를 두고도 서로 다른 의도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다. 누구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왜 이렇게 크게 썼냐’고, 다른 독자는 ‘대통령 비판만 하는 거냐’고 항의한다. 혹은 한겨레가 최근 젠더, 기후 위기 등 새로운 어젠다에 주목하는 것을 두고도 찬성하는 독자들이 있는가 하면 ‘권력기관 감시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 등의 반론을 제기하는 독자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질 때 “모든 걸 다 거기에 맞게 반응할 수는 없다”고 정환봉 데스크는 말했다. “한겨레가 가진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어떻게 독자를 설득할 것인가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보도 윤리에 관한 지적에 대해선 독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투명성 제고를 강조하며 “칼럼이 됐든 다른 방식의 응대가 됐든 간에 우리가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밝히고 그 결정이 내려진 과정들을 설명해주는 게 저널리즘 전 영역에 있어야 독자의 신뢰를 높일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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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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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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