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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Ⅱ: 기후 위기와 미디어] 기후변화 보도의 새로운 모델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05-07

기후변화 보도는 쉽지 않다. 새로운 사건에 주목하는 뉴스 특성상 장기적이고 느리게 진행돼 기사화하기 어렵고, 전문성과 국제성을 띠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는 협업 저널리즘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보도를 위한 각국의 협업과 우리 언론에 필요한 조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22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일화적·비관적인 기후변화 보도

 

기후변화는 언론이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는 장기지속적이고 느리게 진행되는 과정이다. 반면, 뉴스는 새로 발생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시카고의 기온이 영하 40도 아래로 급강하했다든지, 사하라사막에 눈이 내렸다든지, 근래 없었던 대형 태풍이 발생했다든지 하는 ‘뉴스거리’가 있어야 비로소 기후변화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기후변화가 가지고 있는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양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순간에도 기후변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언론은 이를 주제적 프레임(thematic frame)보다는 일화적 프레임(episodic frame)으로 다루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언론이 기후변화를 다루는 데 부딪히는 또 다른 장벽은 과학적 전문성이다. 언론은 기후변화 관련 현상 중 극단적인 사례만 부각하거나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언론이 어떻게 인용하는지에 대한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특히, 뉴스 미디어에서 과학적 연구 결과나 결론이 광범위하게 잘못 인용되고 있다. 뉴스 미디어는 기후변화의 결과가 (실제보다) 더욱 파국적으로 보이고 짧은 시간에 닥쳐올 것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1)


과학적 전문성이 결여된 채 기후변화를 과장되게 파국적 현상으로 묘사하면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반대급부적 목소리가 힘을 얻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 말했다. “미래의 가능성을 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재앙을 예언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종말론적 예측을 거부해야 합니다.”2)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겨울철 기온이 예년보다 급격히 떨어졌을 때도, “뉴욕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는 도대체 어디 간 거야?”라고 비아냥거리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어둡고 불안한 미래보다는 밝고 안정적인 미래를 선호하는 심리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경고성’ 기후변화 보도는 불편하다. 이들에게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기후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후변화 보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정책이나 일상생활의 행동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기후변화 보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해주고,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공포 소구 중심의 보도는 행동을 억제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기후변화가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숙명으로서 받아들여지면 사람들은 이 문제를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적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보도의 난점은 코로나19처럼 문제의 국제성에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위해서는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가 사라지거나 전체 인류가 집단적 방역을 달성해야 한다. 단 한 개의 국가에서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전체 인류는 아직 코로나19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196개 국가가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처럼 국경을 넘어서 전체 인류의 노력이 없다면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도 기후변화를 국제적 또는 인류적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 기후변화를 우리와 관계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다루거나, 우리가 배출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외면하는 보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협업 저널리즘, 기후변화 보도의 새로운 모델


사건 중심 일화적 보도, 과학적 전문성 없이 공포심만 유발하는 보도, 자국의 책임은 외면하고 외국의 문제를 부각하는 보도를 지양하면서, 언론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공헌하는 실천적 방안 중 하나로 협업 저널리즘(collaborative journalism)을 들 수 있다. 협업 저널리즘이란 복수의 언론사나 정보 생산 전문 조직이 개별적으로 가진 인적·물적·정보적 자원을 상호 보완하거나 교환하는 공동의 노력을 벌이고, 공동의 노력을 통해 생산된 뉴스의 효과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맺는 협력적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3)


협업 저널리즘은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지만, 1846년 설립된 뉴스통신사 AP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Associated Press’라는 영문 명칭이 암시하듯이, AP는 신문사들이 개별적으로 특파원을 파견하기 어려운 원거리 지역의 뉴스를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개별적으로는 생산하기 어려운 뉴스를 독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신문사, 방송사, 조사 전문 업체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공동 여론조사도 협업 저널리즘의 한 형태다. 공동 여론조사를 통해 언론사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조사 전문 업체는 여론조사 보도를 통해 자신의 명성을 쌓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협업 저널리즘의 최근 사례로는 탐사보도 언론사 간 국제 협업을 통해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했던 ‘파나마 페이퍼’나 선거 시기 팩트체크가 협업 저널리즘의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기후변화 관련 협업 저널리즘은 2009년 ‘방송 매체와 기후변화에 대한 파리선언’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안됐다.4) 파리선언은 기후변화 문제의 긴급성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기후변화 관련 중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생존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임을 천명하고, 언론사들의 국제적·지역적 협업과 더불어 언론사와 전문가 집단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는 정보 공유 네트워크의 구축, 기후변화 관련 언론인 연수 및 콘퍼런스 운영, 과학적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강화, 보도물의 교환 및 공동보도 등을 들었다.

 

파리선언 이후 기후변화와 관련해 세 개의 주목할 만한 협업 저널리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이 세 가지 유형은 각각 기후변화 관련 △지속적 보도 △전문적 보도 △국제적 협력을 대표하는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

 

먼저, 지속적 보도를 지향하는 협업 저널리즘 네트워크로는 클라이밋데스크(Climate Desk)를 들 수 있다. 클라이밋데스크는 2009년 시사잡지 마더존스(Mother Jones)가 제안해서 결성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애틀랜틱, 슬레이트,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와이어드 등의 언론사와 예일대 환경대학이 참여한다. 클라이밋데스크는 참여 언론사 간 기사 교환을 통해 세계적으로 3억 명의 독자에게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고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 클라이밋데스크는 뉴스통신사와 유사하게 개별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뿐만 아니라 독자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네트워크 저널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네트워크는 미국 뉴저지에 소재한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이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전문가 집단과 협력을 통해 지역 언론사가 제작하는 뉴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주목표로 삼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지역 언론사가 취재물이나 사진과 같은 원자료를 클라이밋센트럴에 제공하면, 클라이밋센트럴은 해당 취재와 관련된 새로운 데이터나 그래픽, 과학적 연구 결과, 팩트체크 결과 등 기사의 전문성과 심층성을 높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절차를 거쳐 공동 제작된 뉴스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방송된다.

 

국제적 협업을 지향하는 네트워크로는 언론 비평지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Columbia Journalism Review)와 주간잡지 네이션(The Nation)이 주축이 돼 2019년 결성한 커버링클라이밋나우(Covering Climate Now)를 들 수 있다. 현재, 커버링클라이밋나우에는 57개 국가 460여 개의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 이외에 AFP, 로이터, 블룸버그 같은 뉴스통신사도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의 NHK와 아사히신문,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타임스가 참여한다.

 

협업 저널리즘의 다섯 가지 효과

 

이 같은 기후변화 관련 협업 저널리즘 네트워크는 크게 다섯 가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5) 첫째,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나 특정 국가의 산업을 죽이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언론사들이 기사나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기후변화 관련 보도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를 공유함으로써 수억 명에서 수십억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언론사의 협업 네트워크에 환경 전문가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언론사의 개별적 보도에서 전문가는 단순히 인터뷰 대상자로 등장하지만, 협업 네트워크 속에서 전문가는 뉴스 기사의 공동 제작자나 자문으로서 참여하게 되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보도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협업 저널리즘은 기후변화에 대한 의제 설정 효과를 높인다.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보도할 때보다 공동으로 보도할 때, 사회적으로 혹은 대중적으로 기후변화라는 의제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이 더 크게 인식된다.

 

넷째, 협업 저널리즘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한 더욱 폭넓고 완결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적 경계나 국가적 경계를 넘어 다수 언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기사는 기후변화 보도의 다양성과 심층성을 높인다.

 

다섯째, 협업 저널리즘은 언론사 상호 간 견제와 크로스체크 기회를 부여한다. 협업 프로젝트에 다양한 언론인과 전문가가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 보도에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기자가 홀로 취재하면서 발생하는 낙하산 저널리즘(parachute journalism)의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다.

 

기후변화 보도, KBS·연합뉴스 책무로 규정해야

 

기후변화는 언론을 단결시키고 있다. 언론은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와 겨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계에서 이런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언론인 31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협업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내에 협업 저널리즘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응답이 88.4%였다.6) 그리고 협업 저널리즘의 장애 요인으로는 언론사 간 경쟁의식이 40.6%, 언론사 간 이해관계 충돌이 31.3%였다. 언론사들이 시장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협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른 영역은 모르겠지만, 기후변화 보도에서는 그 가능성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국가 기간(基幹)’으로서 법률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언론사는 기후변화 관련 보도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국내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국제 협업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6호는 연합뉴스의 책무로서 ‘자연재해대책법 제2조에 따른 재해 발생의 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재난 뉴스통신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의2는 ‘한국방송공사(KBS)를 재난방송 등의 주관방송사로 지정’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재해나 재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상이다. 현행법은 태풍, 홍수, 강풍, 폭설과 같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현상만을 재해·재난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기후변화는 이런 재해·재난을 심각하게 만드는 선행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2020년 시행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 제11조와 제12호에 규정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재해·재난 보도의 영역에 새롭게 포함하고, KBS와 연합뉴스가 이와 관련된 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주관 언론사로서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명시할 것을 제안한다.

 

 

 

 

 

 

 

1) Ladle, R. J., Jepson, P., & Whittaker, R. J., <Scientists and the media: the struggle for legitimacy in climate change and conservation science>, Interdisciplinary Science Reviews, 30(3), pp.231–240, 2005.

2) Pomeroy, R., <At Davos, Trump urges the world to ignore the ‘prophets of doom’>, World Economic Forum, 2020.1.21,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1/trump-davos-apocalypse-greta-climate/

3) 김선호·고흥석, 《디지털 환경에서 협업 저널리즘 모델 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4) <Paris Declaration on Broadcast Media and Climate Change>, UNESCO, 2009, https://www.yumpu.com/en/document/read/29895617/paris-declaration-on-broadcast-media-and-climate-change-unesco

5) Porter C., <Adapting to a Changing Climate: How Collaboration Addresses Unique Challenges in Climate Change and Environmental Reporting>, Center for Cooperative Media, Montclair State University, 2020. 

6) 3)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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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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