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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프랑스에서 발간된 《정보는 공공재다: 미디어 소유권의 재편》은 프랑스 미디어 산업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제안이 담겨 있다. 먼 나라 프랑스의 이야기지만 우리 언론 또한 꼭 검토해 볼 만하다. 과연 어떤 부분을 주목해야 할지, 책의 내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출처 - 필자 제공>
르몽드의 독립을 위한 비영리협회 ‘엉부뒤몽드’에 참여하는 사람들. 줄리아 카제는 엉부뒤몽드의 운영 책임자다. <출처 - Un bout du Monde>
《미디어 구하기(Sauver les mdias)》라는 책으로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프랑스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Julia Cag)의 새로운 저서가 지난 2월 등장했다. 법률가인 브누아 위에(Benot Huet)와 함께 저술한 신간, 《정보는 공공재다: 미디어 소유권의 재편(L’information est un bien public : Refonder la proprit des mdias)》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정보의 공공재적 속성에 대한 줄리아 카제의 오랜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현재 프랑스 미디어 산업의 심각한 시장구조를 재편하고 뉴스와 저널리즘 영역의 새로운 미래 지향을 제시하는 정책적, 법적, 제도적인 변화의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저서는 한국의 언론 정책의 미래 전망이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검토돼야 마땅한 파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저자들 스스로 이 책이 2022년 5월로 예정된 프랑스의 대선 일정에 맞춰 언론 개혁을 위한 새로운 정책 대안(‘정보의 민주화법(loi de dmocartisation de l’information)’ 제정이 가장 핵심적이다)의 제시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내일이면 늦으리”
“내일이면 너무 늦으리”라는 경고성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첫 장부터 언론 문제 해결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선 현재 프랑스의 언론 정책이 1882년 제정된 기본법(「언론 자유에 관한 법률」) 이후로 사실상 1944년 8월 종전 직후 드골 임시정부가 발표한 행정명령1), 프랑스에 처음 민영방송과 유료방송이 도입된 1982년의 개정 방송법2), 그리고 신문 산업의 소유 집중 완화를 목적으로 1986년 개정된 신문법3) 이후로 언론 분야에 관한 그 어떤 법적·제도적 조치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언론 자유의 특성을 고려한 정부의 최소 개입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뉴스 미디어 산업 전반이 그 과정에서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고, 이를 정책적으로 제어할 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저자들은 그 30년 동안 프랑스의 언론계와 미디어 산업이 처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매우 엄중하게 진단하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 돌입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과 더불어 프랑스 언론의 재정 위기로 인해 수많은 언론사가 거대 재벌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 것이다. 1984년 신문법 최초 제정 당시 10개의 주요 미디어 그룹이 경쟁하던 신문 시장은 2021년 현재 단 두 개의 복합 미디어 그룹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새롭게 등장한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사업자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기 시작한 1990년대의 프랑스 미디어 시장은 이제 세 개의 대형 이동통신사가 전체를 장악하다시피 하는 거대한 독점 시장으로 변모했다. 30년 전의 입법 사항들은 이제 거의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 시장의 독점화를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신간 저서의 부제가 ‘미디어 소유권의 재편’인 것도 어쩌면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 대한 경고의 신호일 것이다.
저가형 뉴스의 경제학, 혹은 저널리즘 생태계의 교란
줄리아 카제는 2015년 《미디어 구하기》라는 저서4)에서 이미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뉴스의 질을 하락시키는 메커니즘을 지적한 바 있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 제작에 투여되는 비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이 만들어 낸 공짜 뉴스에 대한 소비 경향은 차츰 생산자들에게 ‘돈이 들지 않는 저가형 뉴스(low-cost news)’에 대한 선호를 뿌리내리게 만든다. 이는 물론 저널리즘 생태계에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2017년에 간행된 공저서 《수익에 눈먼 정보(L’information tout prix)》에서는 한층 세밀한 관점으로 저널리즘 생태계가 디지털로 이행한 이후 나타난 정보 생산의 (저하되고 있는) 평균 비용, 기자들의 (나빠지고 있는) 직무 환경,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쟁점들의 전망(저작권, 정부의 언론계 지원, 언론사에 대한 정치적 압력, 수용자들의 다양한 정보 요구 등 모든 영역에서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이 책 역시 결론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크라우드펀딩, 공적 기금, 기부금, 미디어 바우처)을 본격적인 정책적 대안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결말 짓는다. 그리고 이러한 제안들은 최근 저서에서 한층 구체적인 정책의 형태로 모색됐으며, 이를 입법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논의들을 결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더욱 높은 퀄리티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프랑스 언론인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과 충분한 자원이 투여되는 상황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프랑스는 독점화된 미디어 산업으로 언론 독립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는 2015년 카날플뤼스(canal+) 그룹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사적 이익에 이 그룹의 뉴스 전문 채널을 이용하려 들었다. 이후 종사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볼로레는 100명이 넘는 언론인을 해고하고, 채널 이름을 쎄뉴스(CNews)로 변경한 다음, 탐사보도와 퀄리티 정보가 사라진, 동시에 극우적 색채가 강한 채널로 탈바꿈시켰다. 이른바 ‘프렌치 폭스뉴스’가 탄생한 것이다.
프랑스 최대의 잡지 그룹인 리월드미디어(Reworld Media) 역시 2021년 4월에 자신들이 간행하는 과학 전문 월간지 《시앙스에비(Sciences & Vie)》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전체 기자들의 90%를 해고한 바 있다. 이들이 내세운 향후의 잡지 운영은 한마디로 ‘저널리스트 없는 저널리즘’, 즉 저널리스트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싼값에) 대체 가능한 뉴스 콘텐츠 생산 구조를 도입하고,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의 기존 언론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지원 혜택을 받는 방식이었다(Cassini & Dassonville, 2021.4.14). 이 사례가 가져다준 충격은 이 저술 곳곳에서 관찰된다. 대안적 미디어 소유 구조, 그리고 지속가능한 독립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은 이처럼 현재 미디어 시장의 독점 구조에 대한 제한, 그리고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적 혜택을 도입할 새로운 입법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구체화시켰다.
미디어 산업 자본의 ‘탈성역화’, 혹은 대안적인 미디어 소유 구조의 모색
그런 면에서 미디어 산업의 영역에서 더욱 대안적인 미디어 소유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은 새롭게 출간된 저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 줄리아 카제 스스로가 이미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 르몽드의 독자위원회 위원장이자 르몽드그룹 전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된 비영리 협회, 엉부뒤몽드(Un bout du Monde)의 운영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 협회는 독자와 언론인들이 매체 운영 자금 조달에 참여하는 주주가 될 것을 권장한다. 각 주주는 동일한 투표권을 갖게 되며 가장 활동적 회원은 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수 주주가 편집권에 개입할 수 없게 하고, 집단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을 통해 독자 신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내세운 르몽드, 나아가 프랑스 저널리즘 전체의 미래는 보다 직접적으로 시민들을 위한 저널리즘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기업의 자본 구조를 ‘신성화(sanctuariser)’하는 방안, 즉 독립성의 원칙을 구현하는 방안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독립성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의 네 가지 원칙 역시 함께 제시되고 있다. △언론인뿐 아니라 독자도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구축 △아그레망(agrment) 권리의 일반화, 즉 미디어 기업의 자본 변화에 대한 언론인의 동의 절차의 보장 △미디어 기업의 경영과 소유 지분에 대한 투명성 원칙 그리고 △뉴스 생산의 퀄리티 보장을 위한 투자, 즉 최소한의 기자 수를 보장하고 언론사 수익의 상당 부분(35% 이상)을 기자들(뉴스 생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제시된 ‘정보의 민주화법’ 초안의 핵심을 이룬다.
저자들은 2010년대 이후 프랑스 언론계에서 주목해야 할 소유 구조의 변화로 협회·협동조합(association)의 미디어 기업 소유를 꼽고 있다. 이는 언론사의 공익적 기능과 상업적 목표를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흔히 설명된다. 1905년에 창간해 현재도 최대 발행 부수를 가진 지역 일간지 우에스트프랑스(Ouest-France)의 협동조합 전환(2018년)이나 ‘르메디아(Le Mdia)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일간지 리베라시옹 혹은 온라인 독립 언론인 메디아파르트(Mdiapart), 그리고 지역 일간지들의 공동 소유 프로젝트인 바렌재단(Fondation Varenne)의 사례처럼 영리 혹은 비영리 재단을 통한 기부금을 축으로 소유·운영되는 언론사의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 자본을 협회, 재단 또는 기부 기금과 같은 비영리단체로 이전함으로써 성역화한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저자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법안이 어떻게 작성되었는가에 따라 기부 기금은 매체 독립의 수호자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복종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5) 그럴 경우 정책과 입법의 초점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이러한 대안적 소유 구조의 실험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그 운영의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가? 그리고 비영리 미디어의 소유 주식과 같은 경제적 자본에 대한 법적 지위를 새롭게 하는가? 등이 문제가 될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자본의 형태가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기금(fonds de prennit)’으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이 지속가능성기금은 무엇보다 영리 법인의 주식을 무상으로, 그리고 회수 불가능한 형태로 비영리 법인의 주식으로 취득하는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미디어 기업의 소유 주식을 점차 시장에서 손쉽게 거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신성화’시켜 나감으로써, 소유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들의 제안은 궁극적으로 미디어 산업 전반이 협회, 협동조합, 혹은 재단 형태의 ‘비영리 조직’에 의해 소유되는 것이 사회적 규범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적 규칙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경우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세부 쟁점들 역시 적지 않다. 이 주식은 상법상 거래에서 어떤 위상과 제약이 부과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과세 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기성 미디어 기업들의 전통적인 시장 구조를 근간으로 설계된 정부의 언론 지원 제도 역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해진다.
언론의 독립을 위한 시민의 실천, 미디어 바우처
저자들이 제안하는 언론 지원의 개혁 방향은 시민이 언론 생태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바로 ‘미디어 독립을 위한 바우처(Bons pour l’indpendance des mdias)’의 도입이 그것이다. 뉴스는 공공재이므로 정부가 아닌 시민에 의해 언론이 후원받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대안이 바로 바우처 제도의 도입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존의 언론 지원 제도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언론사 소유 구조가 거대 재벌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확립돼 중소 규모 언론사들보다는 거대 언론사의 잇속을 챙기는 데 일조해 왔다. 더구나 국가가 개입하는 이러한 언론 지원 시스템은 언론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그러므로 이를 개혁해 뉴스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자들은 시민이 자신이 선택한 하나 이상의 매체에 후원할 수 있도록 각 시민에게 매년 10유로(약 1만 3,500원)의 바우처를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단, 조건이 있다. 앞서 언급한 언론의 독립성 구현을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원칙, 즉 민주적 거버넌스의 구축, 아그레망의 권리, 경영의 투명성, 퀄리티를 위한 투자 등의 원칙 기준을 충족하는 매체에 한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이 자신의 입맛에 맞다는 이유로 비정상적 언론사를 후원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바우처가 소수의 주류 매체, 즉 가장 눈에 잘 띄고 따라서 경제적으로 덜 취약한 매체에만 혜택이 제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각 매체가 전체 바우처의 1%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은 ‘미디어 독립을 위한 바우처’가 국가의 개입과 무관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언론의 공적 지원 시스템이라 주장한다. 바우처 제도가 다른 대안들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의 개입을 피해 언론의 독립성을 보존할 수 있는 제도이기에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기존의 언론 지원 시스템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다.6) 부가세 인하 혹은 기타 세금 감면과 같은 간접 지원에 비해서도 더 선호할만하다. 실제로 이러한 조세 지원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미디어나 가장 성공한 매체(예를 들어, 구독자 수를 많이 보유한 매체)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바우처 제도는 거대 주류 미디어뿐 아니라 소규모 미디어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다원주의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아울러 미디어 바우처는 오늘날 재정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점점 더 심각해지는 신뢰도 하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언론을 회복시키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즉, 시민과 언론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을 재창조함으로써 언론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의 제안대로 5,000만 프랑스 성인 시민에게 연간 10유로(약 1만 3,500원)의 바우처를 지급하게 되면 총금액은 5억 유로(약 6,747억 8,500만 원)가량이다. 이는 현재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금과 유사한 규모지만7) 언론사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6% 수준에 그친다. 연간 10유로(약 1만 3,500원)의 바우처 할당은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언론사에는 턱없이 모자란 비용인 것이다. 다만 공익적이면서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규모 매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여 저자들은 민주주의 유지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감안할 때 더 큰 금액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용기
이 책의 많은 제안은 프랑스와는 상당히 다른 저널리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이상적인 것으로 들리지만, 그럼에도 지금부터 우리가 곱씹어야 할 많은 의제를 던져주고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 그리고 뉴스 미디어의 위기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그것이 공동체의 안녕과 민주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서 몇 년 동안 나란히 최하위를 다투는 두 나라가 함께 고민하는 지점이 절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뿌리 깊은 역사적 잔재와 현실적 어려움을 얼마나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정면으로 응시할 용기를 가지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들의 제안은 문제의 뿌리를 30년이 넘은 프랑스 미디어 산업의 소유 구조에서 찾고 있으며, 그것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정책 의제를 구체화하고자 한다.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극도로 높아지고 또 산업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추상적인 평가는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들을 위해 더욱 퀄리티 있는 뉴스 생산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한국의 연구자나 언론 종사자 모두에게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또 논의의 과정에서 종종 소외되기 쉬운 기자들 스스로가 변화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 역시 빠뜨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라 하겠다. 이 책은 분명히 언론인과 시민을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무장해야 할 주체로 상정한다. 이들이 퀄리티 저널리즘의 독점적인 생산자는 아니지만 일차적인 주체인 것은 분명한 만큼, 이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법적으로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주체와 함께 지혜를 모아서 ‘정보의 민주화법’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 보자.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출발의 훌륭한 가이드북이자 용기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정식 명칭은 ‘프랑스 언론의 조직화에 관한 1944년 8월 26일 자 행정명령(Ordonnance du 26 août 1944 sur l'organisation de la presse française)’이다.
2) 정식 명칭은 「방송에 관한 1982년 7월 29일 자 법률 제82-652호(Loi n° 82-652 du 29 juillet 1982 sur la communication audiovisuelle)」다.
3) 정식 명칭은 「신문의 법적 지위 개혁에 관한 1986년 8월 1일 자 법률 제86-897호(Loi n° 86-897 du 1 août 1986 portant réforme du régime juridique de la presse)」다. 1984년에 처음 제정된 이 법률은 신문 시장 내의 소유 제한 상한선 30%를 둘러싼 논란 끝에 헌법위원회의 ‘위헌’ 판정을 받고 1986년에 현재와 같이 개정됐다.
4) 이 책은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출간된 영어판(《Saving the Media : Capitalism, Crowdfunding, and Democracy》, 2016)을 비롯해 약 10개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어판은 《미디어 구하기》(이영지 옮김, 글항아리)라는 제목으로 2017년에 출간됐다.
5) 일례로 메디아파르트의 ‘자유 언론을 위한 기금(Fonds pour une presse libre)’은 그 정관이 언론의 확고한 독립성을 보장하는 반면, 리베라시옹의 기부 기금은 이 기금을 설립한 통신사 SFR에게 강력한 권한을 보장하도록 설계돼 있다.
6) 오래전부터 프랑스의 언론 지원 정책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한 언론 생산 및 소비 구조를 외면한 채 종이신문 산업을 연명하는 것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언론 지원의 방향은 종이신문과 디지털 신문 사이의 왜곡된 경쟁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디지털 모델에 대한 과감한 혁신 및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최민재 외, 2020).
7) 2020년 프랑스의 언론 지원에 할당된 지원액 규모는 직접 지원(다원주의 지원, 신문의 현대화 지원, 신문 배포 지원, 지역 밀착 사회정보 미디어 지원, 언론의 미디어 교육 활동 지원 등)과 간접 지원(조세 지원, 언론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 우편요금 지원 등)을 모두 합해 총 5억 5,000만 유로(약 7,424억 7,800만 원)가량이었다(최민재 외,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