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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가 하나둘 등장한 지 몇 년. 요즘은 이메일로 뉴스레터 한두 통 받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대부분의 언론사도 뉴스레터 서비스를 통해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 중이다. 언론사 뉴스레터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몇 년 전부터 이메일 기반의 뉴스레터가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닉(NEWNEEK)과 어피티(UPPITY)의 성공은 국내 언론사들이 기존 뉴스레터를 재정비하거나 새롭게 이 영역에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1)
사실 이메일 기반 뉴스레터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이 서비스가 각광받게 된 것은 예전처럼 뉴스레터가 단순히 자사의 주요 기사를 일괄 요약해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스레터는 포털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인식 역시 언론사들을 이 전혀 새롭지 않은 서비스로 이끌고 있다.
언론사별로 그 성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뉴스레터는 독자들에게 정크푸드 같은 정보들 사이에서 호흡을 가다듬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통찰을 전달하기도 한다. 심지어 상당수의 밀레니얼은 뉴스레터 구독 전용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이메일 이용자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응답자 중 8% 이상이 뉴스레터 전용 이메일 계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2) 그 정도로 이메일 기반 뉴스레터의 인기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많은 뉴스레터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언론사 뉴스레터 역시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게 핫(hot)하다는데 우리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소수 인력의 희생에 기대는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이다.
뉴스레터, 새로운 붐의 이유
뉴스레터 붐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구의 다양한 미디어 조직이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비즈니스와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스킴(Skimm)과 모닝브루(Morning Brew)가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일 것이다. 2012년 창립된 스킴은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주 독자로 삼아 빠르게 성장한 매체다. 무엇보다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는 통로로써 이메일이 가진 뉴스 유통 채널의 가치를 재발견해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뉴닉은 바로 이 스킴을 벤치마킹한 서비스다. 비즈니스 뉴스에 관심을 두는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관련 최신 뉴스를 선정, 요약해 제공하는 뉴스레터 서비스인 모닝브루는 ‘뉴스레터계의 아이돌’로 통한다. 지난해 300만 명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레터로 떠올랐다.
기존 뉴스 조직 역시 디지털 구독 또는 멤버십 구축을 위해 이메일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SNS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이들을 통한 뉴스 및 콘텐츠 유통에 언론사들이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이들 SNS는 콘텐츠를 일부 독자에게만 노출하는 알고리즘을 가동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독자의 정확한 인적 구성도 알기 어려운 데다, 도달 알고리즘도 안개에 싸여 있어 독자 개발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기울여야 하는지가 고민거리였다(진민정 외, 2019).

시애틀타임스(The Seattle Times)의 퍼블릭 서비스 개발 책임자인 크리스티 웨이트(Kristi Waite)는 “페이스북 사용자보다 뉴스레터 이용자를 구독자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덜 힘들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목표가 무엇이든 이메일을 통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온라인 오디언스를 포착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Lichterman et Boltik, 2019).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뉴스레터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유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에 뉴스레터는 구독자와 교류하며 관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잠재적인 유료 구독자를 개발하는 중요한 소통 채널이다.
미디어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표적인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도 이 구식 형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8년 말 이 신문의 뉴스레터 구독자는 1,400만 명에 달했고, 이후 신문 구독자 수 역시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 역시 몇 년 전부터 뉴스레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알렉시스 델캉브르(Alexis Delcambre) 르몽드 디지털 혁신 책임자는 최근 뉴스레터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로 모바일을 통한 정보 이용의 대중화를 꼽았다. 뉴스레터 형식은 모바일에서의 빠르고 효율적인 읽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뉴스레터를 재정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구독 모델의 확산 때문이다. 르몽드는 뉴스레터에서 프리미엄 모델(잠재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콘텐츠와 유료 콘텐츠를 혼합해서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는 구독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르몽드의 디지털 버전 유료 구독자는 34만 명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는 연초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물론 이 증가가 단지 뉴스레터 때문이라 단언하긴 힘들다. 그러나 델캉브르는 “뉴스레터는 독자와의 연결을 만들고 유지하는 도구다. 구독자를 위해 예약된 최고의 기사를 일부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르몽드의 모든 콘텐츠에 액세스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아직 구독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구독하고 싶은 욕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Bresson, 2020.10.26.).
또한 이메일은 끝없는 알고리즘의 흐름으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거의 유일한 민주적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메일을 읽거나 혹은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으며, 미디어 조직들은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에게 도달하는 방식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 즉, 독자와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Lichterman et Boltik, 2019).
언론사 뉴스레터는 가성비 낮은 서비스?
우리 사회에도 뉴스레터 바람이 불면서 많은 언론사가 뉴스레터 서비스에 뛰어들었다.3) 몇몇 언론사는 단순히 기존 기사를 요약, 나열했던 과거와는 달리 전담 인력을 두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세우며 뉴스레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대부분 소수 인력 투입에 그쳐 업무 로드가 상당하고, 소속 언론인들의 협업 역시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뉴스레터 서비스에 대한 언론사 차원의 투자가 그리 적극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한국일보의 경우처럼 “포털 말고 독자를 만날 기회를, 어떤 모양새로든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온갖 버전의 접점을 계속 고민하다가 뉴스레터를 시도한 케이스도 있다.4) 그러나 많은 경우, 가벼운 마음으로 “디지털에서 새로운 실험을 해보자는 취지로”, “맨땅에 헤딩하듯”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 이전에 독자를 대상으로 이들이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생략되기 일쑤다.
인터뷰에 응한 A일간지 뉴스레터 담당 기자는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새로운 시도나 혁신에 대해 우리 사회 대다수 언론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처럼 뉴스레터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게 진짜 효과가 있는 것인지, 가성비가 터무니없이 낮은 서비스인 건 아닌지…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언론사 내부에서도 혹 쓸데없는 시도는 아닌지 부정적인 시선들이 오가는 것이다”
몇몇 뉴스레터 전문 서비스가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언론사는 언론사만의 사명이 있는데, 굳이 그런 모델을 레거시 미디어가 따라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B일간지 뉴스레터 담당 기자 역시 뉴스레터 서비스 운영이 어려운 이유로 기성 언론사의 혁신에 대한 거부감을 지적했다. “젊은 기자건 나이 든 기자건 이미 이 레거시 미디어에 익숙해져 버려 뭔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큰 것 같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면 원래 하던 일이 명확하게 줄어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존 취재 부서 사람을 빼 와야 하는데, 이로 인해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원래 하던 것도 잘하고, 디지털 친화도 잘하고… 뭘 또 더 하라는 거야”라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뉴스레터 전문 미디어 조직은 일반 언론사와는 출발점부터 확연히 다르다.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시사 뉴스레터 전문 서비스인 뉴닉의 경우, 처음부터 치밀한 이용자 조사를 바탕으로 이용자 기반 서비스 모델을 구현해왔고, 뉴스레터 제작에 네 명의 에디터가 투입되고 있다. 경제 전문 뉴스레터인 어피티 역시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타깃 리서치를 집중적으로 진행한 이후에 금융경제를 주제로 잡았다. 주 5회 발행되는 뉴스레터 제작에 다양한 필진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렇게 개편하면서 구독자 수도 급증해 지난 6월 기준, 17만 명가량에 달했다.
독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새로운 느낌을 주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타깃 독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C일간지 뉴스레터 담당 기자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어떤 연령대의 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혹은 내용 측면에서도 진지하고 심층적인 뉴스레터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팩트만 요약해서 제공하는 방식이어야 하는 건지, 질의응답 형식이어야 하는지 혹은 친절한 설명을 제공해야 하는 것인지도 결정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아직 독자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막연히 짐작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처럼 뉴스레터가 포화상태인 상황에서는 피로도가 쌓인 독자들을 계속 붙들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10월, MZ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1.3%(1,070명)가 시사 뉴스레터를 따로 구독한 경험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이들이 뉴스레터를 구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뉴스레터가 스팸처럼 느껴지거나(40.5%), 내용은 흥미롭지만 메일로 뉴스레터 수신을 원하지 않기 때문(20.6%)이었다.
뉴스레터가 효과적인 도구가 되려면
수많은 뉴스레터가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더구나 언론사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레터를 지속가능한 서비스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뉴스레터 운영자조차 자주 회의에 빠지곤 한다. B일간지 기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항상 공부해서 책 보고 기사 보고 그리고 나서 질문 뽑아서 만들고, 때로는 사람들이 하지 않은 얘기도 다 정리해서 만드는 거다. 그러다보니 과부하가 온다. 그래서 중간에 또 갈등기도 좀 있었다. 계속 이렇게 만드는 게 맞는 건지…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피드백이 오는 게 있지만, 이 피드백이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을까?”
꽤 많은 뉴스레터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이유다. 그럼에도 뉴스레터는 지금 시점에서 언론이 적극적인 뉴스 수용자를 만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 8월, 20~30대 뉴스레터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 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한 적이 있다. 거기에 참여한 밀레니얼들은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요인으로 “모두를 위한 정보라기보다는 나만을 위한 정보를 소유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공통으로 응답했다. 어디에나 널려있는 파편화된 맥락 없는 정보가 아닌 ‘내 이름을 부르며 친근한 말투로 나의 관심사를 보통의 뉴스보다 쉽고 재미있는 글로 설명해주는 뉴스레터’를 이들은 구독 중이었다. 그리고 ‘언론이 뉴스레터에 진심이구나’라고 느낄 때는 응원을 보내게 되기도 하고, 적극적인 구독을 다짐하기도 한다. 한 참여자는 “한겨레 휘클리와 데일리를 보다가 흥미로운 레터를 하나 받았다. 며칠 동안 그 레터들을 못 읽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OO님, 왜 안 읽으시죠’라고 귀여운 물범 사진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은데도 ‘아 이렇게 구독자를 신경 쓰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때 개인적으로 계속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뉴스레터를 제공하는 언론사에 일종의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레터 유료 구독 의향을 묻는 질문에 또 다른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뉴스레터 자체가 내가 구독을 선택해서 보는 것이다 보니, 지불 의사가 확실히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지칭해서 메일을 보내주니까, 어떤 의미에서 이들이 일하는 동력을 내가 만들고 있다는 책임 의식 같은 게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뉴스를 만든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물론 다수 독자는 뉴스레터를 유료로 구독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설문조사에서 유료로 시사 뉴스레터를 구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이들은 35%(525명)가량이었고, 그중에서도 디지털 구독에 익숙한 20대 집단에서 유료 구독 의향(37.4%)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아직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독자 멤버십 구축이나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둔 언론사들이 뉴스레터를 단순 서비스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언론사의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가성비가 낮다고, 지금 당장 그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한다면 언론과 독자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긴 호흡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변화든 희망이든 보이지 않을까. 2019년 4월 서비스를 처음 시작해 언론사 뉴스레터로는 드물게 구독자 수 4만 명(2021년 7월 기준)을 기록한 미라클레터의 운영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절대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독자들과 만 리 길을 함께 걷는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뉴스레터는 실패할 것이다.”5)
1)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언론사 뉴스레터: 효과와 성공전략>(2021년 말 출간 예정)을 위해 진행된 인터뷰와 설문조사에 기초하고 있다.
2) 지난 10월, <언론사 뉴스레터: 효과와 성공전략> 연구를 위해 MZ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122명(8.1%)이 뉴스레터 구독용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3)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매일경제, SBS,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 한겨레 등이 새로운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4) 김혜영 한국일보 커넥트팀 팀장 인터뷰(2021년 6월)
5) 이상덕 매일경제 기자 인터뷰(2021년 8월)



